플랫폼 규제 속도 내는 공정위, 기업의 대응책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속도전을 내고 있다. 관련 법안 및 개정안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플랫폼 기업들은 다가올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법무법인 율촌이 25일 미국 법률학자 팀 우(Timothy Shiou-Ming Wu)의 저서명을 딴 <THE CURSE OF BIGNESS(공룡의 저주)>를 주제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플랫폼 규제 이슈와 기업의 대응 방안을 전하는 웨비나를 개최했다.

공정위는 빠르게 움직인다

공정위가 플랫폼 규제의 속도전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2021년 업무 계획 발표와 함께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제 1 과제로 발표했다. 쿠팡,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거래 관여도에 걸맞은 소비자 보호 책임을 부여하고 피해 예방, 규제 강화 등을 위해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을 전면 개정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지금껏 규제 사각 지대였던 온라인 플랫폼 영역에 대한 법집행을 본격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공정위의 의지로 해석된다.

배진철 율촌 고문(전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원장,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장)은 “공정위는 전통적으로 ‘경쟁 촉진’, ‘부당한 경제력집중 방지’, ‘대중소기업간 공정거래질서 확립’, ‘소비자 권익 증진’ 등 크게 4가지 측면에서의 기능을 강조해왔다”며 “과거 공정위 기능에 비춰봤을 때 올해 특징적인 것은 핵심 과제로 디지털 경제분야의 공정거래 질서 확립이 별도 한 꼭지로 새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는 공정위가 온라인 시장에서 공정거래 시장 확립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2021년 업무계획 주요내용 요약. 공정위는 지난 1월 발표한 2021년 업무 계획에서 ‘디지털 규제 분야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6대 핵심 과제의 첫 번째로 언급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계획에서 온라인 시장에서의 공정거래 질서 정립이 언급된 것은 올해 처음이다.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실제 공정위의 의지는 행동으로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먼저 지난 1월 26일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온플법)’ 제정안을 국무회의에 통과시켰다. 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 플랫폼 사업자에 대하여 필수 기재 사항을 명시한 계약서 작성 및 교부의무, 계약 내용 변경 및 서비스 제한, 중지, 종료시 사전 통지 의무를 부과하고 플랫폼 거래 모델 특성에 맞는 금지 행위를 새로 적용한다.

공정위는 이어서 지난 5일 ‘전자상거래법(이하 전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앞서 온플법 제정안이 온라인 플랫폼과 입점업체의 갑을관계에 대한 규제 내용을 담았다면, 전상법 개정안은 플랫폼과 입점 판매자와 소비자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피해 규제 및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현행법상 중개자 고지로 면책될 수 있었던 플랫폼의 소비자 피해구제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강화한다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주요 변화다.

공정위는 플랫폼의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지침도 준비하고 있다. 공정위는 6월을 목표로 ‘플랫폼 분야 단독 행위 심사 지침’을 제정하여 플랫폼간 경쟁 관계에 있어 불공정 행위의 위법성 판단 기준을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배 고문은 “플랫폼은 양면시장이라는 특징이 있어서 전통적인 분석 방법으로는 경쟁 이슈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슈가 있었다”며 “공정위가 심사 지침을 제정해서 플랫폼 사용자, 혹은 이용자에게 예측 가능성, 투명성을 높여 법을 집행하는 데 참고가 되도록 하는 것”이라 공정위가 준비하고 있는 지침에 대해 설명했다.

김규현 율촌 변호사는 “공정위는 전임 김상조 위원장 시절부터 온라인 플랫폼 공정거래 관련 이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조성욱 위원장이 취임한 2019년부터 학술단체와 공동세미나를 개최하거나, ICT 분야 조사 전담팀을 가동하는 등 관련 규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다”며 “공정위는 2020년 6월 제6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의 불공정 행위 근절 및 디지털 공정거래 실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는데, 공정위가 준비하고 있는 규제는 이 보고서에 망라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속도전을 내는 공정위의 의중과는 다르게 당장 법안이 현실화 되려면 생각보다 속도가 오래 걸릴 것으로 율촌은 전망하고 있다. 일례로 현재 계류되고 있는 온플법의 법안 통과도 그렇게 빠르게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온플법이 법안 통과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지난해 12월 방통위(방송통신위원회)가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국회에 제출한 법안(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과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라는 율촌측의 해석이다.

김 변호사는 “공정위의 법안은 기업간 거래에 초점을 맞췄고, 방통위의 법안은 소비자 보호까지 아우렀다는 것이 두 법안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공정위는 소비자 보호에 대해서는 전상법 개정안을 통해서 달성하고자 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며 “두 기관의 갈등이 국회 정무위와 과방위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여당은 이를 조율하려고 하는데 여의치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온플법의 구체적인 내용 또한 아직은 확정할 수 없다. 온플법이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조처하는 구체적인 내용은 대부분 ‘시행령’에 위임됐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온플법상 과징금은 시행령으로 정하는 위반금액의 2배 이하로 규정됐다. 어떻게 보면 시행령에 모든 것이 위임된 것”이라며 “구체적인 과징금 상한이나 산정 기준은 앞으로 공정위가 행정 예고할 내용을 유심히 살펴봐야할 것”이라 설명했다.

규제가 적용되기까지 다소 시간은 남았다. 이 시간 동안 플랫폼 기업들은 규제 도입에 따라 변화할 사항을 예측하고 예상되는 위험의 점검과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변호사는 “(전상법 개정안에 따라) 플랫폼 기업들은 소비자 관련 책임이 더 강화된다고 생각하고 주의할 필요가 있으며, 관련해서 크게 두 가지를 전하고 싶다”며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하나.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거래당사자인 것처럼 오인될 수 있는 부분을 사전에 제거할 필요가 있다. 웹사이트 표시나 계약서 등 많은 부분의 검토가 필요하다.

둘. 전상법 개정안은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중개와 관련하여 청약접수, 결제와 같은 자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다면 입점업체와 연대하여 책임지도록 한다. 플랫폼 기업이 면책되기 위해서는 이 상황에서 고의 과실 없음을 입증해야만 한다. 하지만 고의 과실 없음을 인증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쉽지 않다. 이 부분에서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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