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5일 입법 예고한 ‘전자상거래 등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상법)’ 전부개정안과 관련한 이커머스 플랫폼 업계와 정부 사이의 논란이 한창이다. 전상법 전부개정안은 과거 통신판매에 맞춰 설계돼 현대 이커머스 거래 환경을 설명하기엔 부족한 전자상거래법을 전면 개정하자는 취지에서 등장했다. 입점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거래를 촉진하는 중개자인 ‘플랫폼’의 역할이 강화됨에 따라 플랫폼의 법적인 책임 또한 강화한다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중요한 방향 중 하나다.

공정위는 이커머스 거래 환경에서 발생하는 소비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들이 다수 소속된 두 사업자 단체는 7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소비자보호 방식을 외면한 채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시대착오적 개정 방향”이라 강하게 비판했다.

두 진영의 엇갈린 주장의 중심에는 ‘소비자’가 있다. 공정위는 소비자를 위해 추진한 법이라 주장하고, 두 사업자 단체는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법이 될 것이라 주장한다. 양측은 같은 법을 두고 모두 ‘소비자’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온라인 거래 피해, 많을까?

“A씨는 2019년 3월 4일 인터넷 카페에서 196만원짜리 명품 가방을 구매했습니다. 구입 당시 (판매자는) 해외배송 상품이어서 배송기간이 4주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1년이 지나도 제품은 오지 않았습니다. 여러 차례 판매자에 연락을 했으나 연락이 끊겼습니다(공정위 보도자료, 소비자원 피해사례)”

공정위가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온라인 거래 환경에서 소비자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정위가 겨냥한 타깃은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지금껏 중개자라는 이유로 면책될 수 있었던 플랫폼에 이커머스 입점 판매자와의 연대책임을 지운다는 것이다.

이번 전상법 전부개정안에는 관련 조항 중 하나(안 제25조)로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이커머스 플랫폼)가 계약당사자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플랫폼 입점 판매자)의 고의·과실로 소비자 손해 발생 시 연대책임을 진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부개정안은 만약 사업자의 명백한 법위반이 의심될 경우 행위에 따라서 긴급조치 수단으로 사기 사이트 폐쇄 등 임시중지명령을 요청할 수 있도록(안 제64조) 발동요건 완화를 규정했다.

공정위측은 “플랫폼은 역할과 거래관여도가 증대됐음에 불구하고 현행법상 중개자라는 고지만으로 면책되어 소비자 피해구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며 “2019년 한국법제연구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 이용시 소비자 피해 구제가 가장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쇼핑몰은 중개쇼핑몰이라는 답변(51.3%)이 있었다”고 전했다.

공정위가 온라인 거래에서 소비자 피해 발생을 주장하고자 인용한 소비자원의 실태조사 자료(자료: 소비자원, 공정위 가공)

플랫폼의 자생적 노력 무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이번 법개정의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플랫폼이 경쟁 환경에서 도태하지 않기 위해서 거래 분쟁 발생시 소비자를 보호하는 장치를 만들고 있는데 그 노력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업체측은 그 근거 중 하나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안심번호 사용을 실시하는 등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하고 플랫폼상에서의 해결을 지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두 사업자 단체는 공정위와 동일한 ‘소비자원’의 수치를 인용해서 개정안의 정당성 부족을 주장했다. 최근 5년(2016년~2020년) 온라인 거래 관련 소비자원 피해구제 신청 사례는 총 6만9452건이고, 그 중 주요 9개 이커머스 플랫폼사(네이버, 쿠팡, 지마켓, 옥션, 11번가, 티몬, 위메프, 카카오, 인터파크)와 관련한 분쟁은 15.8%(1만947건)이다. 공정위는 이 수치의 비중이 크다고 보고 이커머스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고자 하는 입장이다.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측은 반대로 이 수치를 굉장히 미미한 것으로 본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측은 “소비자원 실태조사를 환산하면 1년에 2189건, 1개 사업자당 243건, 사업자당 월별 약 20건으로 계산되는데 매월 수백만건의 거래가 이뤄지는 주요 9개사의 통신판매중개 서비스에서 월 평균 약 20건의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이 중에서도 58%는 결국 보상을 받아 분쟁이 원만히 해결됐고 귀책사유를 막론하고 최종적으로 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경우는 월 평균 약 9건 정도로 계산되는데 이러한 수준의 소비자 실태조사가 전부개정을 통해 새롭고 강한 규제를 도입할 논거로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라 주장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신청건수 비중을 봤을 때 이커머스 플랫폼과 관련한 비중은 오히려 높고, 사전 해결으로 소비자원 피해구제 신청까지 도달하지 않았을 보이지 않는 숫자를 감안하면 그 숫자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공정위측은 “소비자원 신청건수는 총 3500개사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0.25%에 불과한 9개사의 신청건수 비중(15.8%)은 오히려 높은 편”이라며 “소비자원 피해구제 신청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약 92만건이 발생한) 1372소비자상담센터 등의 방법으로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소비자가 추가적으로 강구하는 수단이기에, 소비자원 신청 건만으로 온라인 거래에서 소비자피해가 크지 않다거나 전자상거래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플랫폼의 연대책임을 규정한 이번 개정안이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향으로 시대를 역행하는 천편일률적 규제’라 비판했다. 개정안이 현실화 된다면 이커머스 플랫폼은 사업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신규 입점업체의 문턱을 높이거나 이미 검증된 입점업체와의 거래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행동하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다양한 상품 선택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사업자 단체측의 논거다.

단체측의 이런 주장을 공정위측은 ‘확대 해석’이라 보고 있다. 법 개정으로 인해 플랫폼 사업자가 ‘무조건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이 때문에 판매자 판로 축소, 입점 수수료 상승 등의 문제 역시 현실적으로 발생하기 어렵다는 것이 공정위측 주장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연대책임 의무는 플랫폼이 거래과정에서 중요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고의, 과실로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책임을 지게 한 것으로, 사실상 자기책임을 법정화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플랫폼 사업자가 광고, 공급을 함에 있어 본인 명의가 아니라는 점을 소비자에게 분명히 한다면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

공정위측은 “개정안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개별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으며, 증대된 플랫폼의 역할 및 거래관여도를 감안하여 현재도 부담하고 있는 연대책임을 현실화한 것”이라며 “입점업체의 고의와 과실로 발생한 소비자 손해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가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경우는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의 명의로 표시, 광고, 공급, 계약서 교부를 하는 경우로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개인 정보가 위험하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고 주장하는 두 번째 논거는 ‘중고거래 플랫폼’ 규제에서 나온다. 개정안(안 제29조)은 중고거래 등 개인거래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가 신원정보 확인 및 분쟁발생 시 제공 의무를 명확히 하고, 판매자에 대한 결제대금예치제도 활용 등 권고 의무를 부가했다.


하지만 중고거래 플랫폼은 그 특성상 판매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애매모호하다. 누구나 판매자가 될 수도, 동시에 소비자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정안이 현실화 된다면 중고거래 판매자의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이는 곧 2000만에 달하는 소비자의 개인정보 공개 의무화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게 플랫폼 사업자 단체측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런 사업자 단체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개정안이 개인 판매자의 정보를 일반적으로 공개토록 하는 것이 전혀 아니며, 제품 하자 발생, 판매자 연락 두절 등 분쟁해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플랫폼으로 하여금 해당 구매자에게 개인 판매자 신원정보를 제공토록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정위측은 “개정안은 중고마켓 등 개인간 거래에서 판매자 연락 두절, 환불거부, 사기거래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예방, 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며 “현행법상으로도 판매자가 사업자가 아닌 경우 플랫폼은 성명, 전화번호 등 신원정보의 열람 방법 제공 의무가 있으나 일부 플랫폼은 이에 대한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논란은 진행형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측이 이번 공정위의 개정안에 반발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개정안의 결과에 따라 플랫폼의 책임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플랫폼의 판매자 네트워크 확장성이 제한되고 운영비용이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측에서는 연대책임 규제가 강화되면 ‘직매입’을 해서 직접 유통을 하는 것이 낫지, 누구도 책임을 지면서 플랫폼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 판매자 입장에서도 이번 개정안은 부정적일 수 있다. 예컨대 구매대행, 위탁판매, 주문제작 등 실물 상품 재고를 보유하지 않고 판매하는 이들의 책임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개정안 제12조에 따르면 현행법상 청약철회 제한사유로 인정됐던 ‘주문제작 상품 판매’가 재화 등을 주문하고 스스로 사용, 이용하는 것이 명백하여 다른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경우 등으로 세밀히 규정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번 개정안에 별 관심이 없을 수 있다. 이커머스 단체측이 주장하는 1) 연대책임으로 3자 판매자의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 기준 강화, 2) 운영비용 상승으로 인한 입점 판매자 수수료 부담 가중, 3) 입점 기준 강화 및 수수료 부담 가중으로 인한 상품 판매가 증가와 상품 선택권 감소 시나리오가 당장 소비자들에게 와 닿는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로펌 소속 한 변호사는 “플랫폼들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항상 규제를 막기 위해서 ‘소비자 편익’을 중요한 명분으로 내세워 왔지만 엄밀히 이야기하면 어느 기업이 소비자가 필요 없겠으며, 어떤 규제가 소비자에 영향을 안 미치겠는가”라며 “플랫폼이라면 소비자와 판매자 양면 당사자가 전부 사업원천이 되는 것인데, 소비자뿐만 아니라 반대쪽의 판매자도 충분히 고려해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규제 도입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편의주의적이고 규제를 막는 데도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쨌든 공정위는 개정안을 추진하는 모습이고, 플랫폼측은 개정안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입장이다. 이번 전자상거래 개정을 위한 공정위 간담회에 소비자단체를 대표해서 참석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번 개정안 논란에 대한 그들의 입장문을 조만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전상법 전부개정안은 3월 5일부터 4월 14일까지 약 40일간 입법 예고된다. 개정안에 의견이 있는 개인이나 단체는 4월 14일까지 온라인 입법예고 센터를 통해 예고사항에 대한 찬반 및 수정 의견, 성명을 제출할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