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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머스BN] 11번가도 풀필먼트, ‘로켓배송 타임라인’ 따라간다

매일 나오는 수많은 커머스 소식, 일일이 찾아보기 귀찮으셨죠? 가장 중요한 소식 하나만 뽑아서 정리해드릴께요. 알려진 소식과 함께 연결된 뒷이야기를 조금은 자세하게 엮어 볼께요. 같이 보면 좋은 최근과 과거의 콘텐츠 큐레이션은 보너스예요. 독자 여러분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알려진 소식부터 살펴볼께요

11번가가 우정사업본부와 협력하여 풀필먼트 서비스를 본격화합니다. 고객 관점에서 오늘 자정까지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받아볼 수 있는 ‘오늘주문 내일도착’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14일 밝힌건데요. 이번 협력은 지난해 12월 양사가 체결한 전략적 협약의 첫 결과물입니다.

11번가가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강조한 ‘오늘 자정까지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받아본다’는 이 문구 좀 익숙하시죠? 정확히 쿠팡 로켓배송이 고객에게 보장하는 타임라인과 동일합니다. 물론 11번가가 쿠팡처럼 ‘직접 물류’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류센터도 남의 것이고 배송차량도 남의 것이죠. 덕분에 비용 부담이 덜 합니다.

우정사업본부가 운영하는 3800평 규모의 대전우편물류센터가 ‘오늘주문 내일도착’ 서비스의 주문을 처리하는 공간이 됩니다. 우정사업본부 대전우편물류센터는 ‘우편집중국’으로 택배로 치면 허브터미널 같은 역할을 합니다. 지역 화물이 이곳에 집하되고, 다시 지역별로 분류돼 배송되는 허브앤스포크 시스템을 지원하는 공간입니다. 최종 배송 역시 우체국의 배송 네트워크가 담당합니다. 그래서 11번가의 ‘오늘주문 내일도착’ 서비스가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토요일, 일요일 배송이 가능하지는 않습니다.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주문 물량은 휴일 종료일자 기준 D+2일 배송 기준으로 움직입니다. 순환제로 업무를 처리하는 쿠팡과 달리, 우정사업본부 택배 네트워크는 휴일에 멈추거든요. 집하와 배송에 들어가는 시간이 추가된 것입니다.

11번가의 ‘오늘주문 내일도착’은 작게 시작합니다. 현시점 한국P&G, 오뚜기, 동서식품, 아모레퍼시픽, 롯데칠성음료, 종근당건강, 청정원, 동원 등 국내외 23개 브랜드의 1000여종 상품을 한정하여 상품 라인업을 구성했습니다. 우정사업본부는 11번가에 99% 이상의 익일배송률을 보장했다고 하는데요. 이런 숫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류센터의 최대 처리량에 맞춰서 상품구색 숫자와 출고량 등을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11번가가 우정사업본부의 대전우편물류센터 전체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오늘주문 내일도착’의 상품 구색과 물동량은 성과를 지켜보면서 순차적으로 늘려나간다고 합니다. 시작은 유명 브랜드 상품으로 하지만, 추후 중소 셀러의 물량도 풀필먼트 네트워크로 처리할 계획입니다.

고객 입장에서 ‘오늘주문 내일도착’ 상품을 주문하고 싶다면 기존 11번가 모바일앱의 ‘오늘 발송’ 탭을 누르고 ‘오늘주문/내일도착’ 태그가 달려있는 상품을 주문하면 됩니다. ‘오늘 발송’은 판매자가 매일 오후 3시에서 오후 8시 사이로 주문 마감시간을 설정하고 주문 당일 발송하는 상품을 모아놓은 탭입니다. 여기에 이제 ‘자정’ 마감 상품이 추가됐다고 보면 됩니다.

11번가 오늘 발송 탭에 노출되는 ‘오늘주문/내일도착’ 태그가 달려있는 상품들. 그냥 11번가에서 ‘오늘 발송’으로 검색어를 입력해도 관련 상품이 노출됩니다.

쿠팡 타임라인 따라가는 플랫폼들

쿠팡의 ‘로켓배송 타임라인’을 홍보 포인트로 내거는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11번가 이전 네이버가 지난해 LG생활건강 등 일부 브랜드스토어 입점 브랜드사를 대상으로 자정까지 주문한 상품의 익일 배송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죠.

그 방법은 ‘택배사’와의 협력입니다. 국내 대형 택배회사들은 전국 택배 화물을 분류하여 재분배하는 허브터미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허브터미널에 이커머스 상품 재고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두고 간선 픽업 시간을 단축하여 주문 마감시간을 최대한 뒤로 미루는 방법입니다. 많게는 쿠팡 로켓배송이 내거는 수치인 ‘자정’까지요.

이런 서비스의 확산이 가능해지는 이유는 대형 택배사들이 이커머스 물류 ‘풀필먼트’ 역량을 확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택배업계 1위 기업 CJ대한통운이 지난해 4월 곤지암 택배터미널 2~4층에 이커머스 물량을 보관하는 풀필먼트센터 구축을 발표했고요.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2월 경기도 덕평 택배터미널 2~4층에 3만9140평 규모의 풀필먼트센터를 오픈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한진 또한 관련 서비스 오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 우정사업본부까지 포함한다면 국내 점유율 합산으로 약 80%를 차지하는 택배기업들이 모두 ‘풀필먼트’에 뛰어들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덕평 풀필먼트센터에 AGV를 도입했습니다. 시장의 성장에 따라서 자동화 설비와 풀필먼트 소프트웨어의 관심이 함께 늘어나고 있습니다.(사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물론 물류라는 게 하고 싶다고 하루이틀 지나서 뚝딱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공간 마련과 운영 역량 마련에 오랜 시간의 비용 투자와 설비 구축이 필요하죠. 현재 대형 택배업체들이 풀필먼트 서비스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는 상황은 수년 전부터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을 보고 사전 투자한 결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코로나19라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가 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을 가지고 와서 당장은 택배업체들의 이커머스 물류 처리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춰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업체들이 앞다퉈 풀필먼트 인프라의 추가 오픈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더욱 빨라지는 쿠팡

당장 택배업체들이 ‘쿠팡의 타임라인’은 따라왔지만, ‘상품 구색’과 ‘처리량’ 측면에서 쿠팡의 물류를 따라갈 수 있는 업체는 아직 없다고 판단됩니다. 게다가 쿠팡의 물류는 전보다 더욱 고도화 되고 있습니다.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은 2018년부터 달려있었고, 이제는 ‘3시간 이내 즉시배달’까지 아우르는 망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시배달에선 쿠팡플렉스와 쿠팡이츠로 확보한 자가용, 이륜차, 자전거, 도보 등 다양한 플렉스 배송 인프라가 활용될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쿠팡 덕분인지 소비자들의 이커머스 물류에 대한 기대치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요즘 이커머스 업계 분위기는 쿠팡과 물류로 전면전을 펼쳐서는 승산이 없다는 쪽으로 기우는 모습입니다. 쿠팡의 타임라인을 따라갈 수는 있겠지만, 그 결과로 나오는 것은 결국 ‘로켓배송 하위호환’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쿠팡과 속도전으로 경쟁하지 않겠다”고 밝힌 배경에도 이런 이유가 없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커머스 업체들의 물류 경쟁은 점점 더 파편화된 영역에서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의 B마트는 즉시배달 네트워크를 무기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시간지정 배송’ 서비스 구축을 목적으로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큐텐은 이커머스 판매자를 위해 여러 국가의 상품 소싱을 지원하는 물류망을 구축했습니다. 오늘의집은 올해 안에 인테리어 용품 배송 및 설치 물류 서비스를 정식 론칭하고자 포천에서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모두 쿠팡조차 완벽하게 개척하지 못한 영역이지만, 쿠팡 또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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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범석 의장의 분수령, ‘로켓배송’이 만든 쿠팡의 오늘(엄지용, 바이라인네트워크, 210216)
  • 김범석 쿠팡 의장은 IPO 상장 신고서에서 쿠팡의 성장을 만든 요소로 ‘로켓배송’을 꼽았습니다. 그리고 그 로켓배송은 초기 익일배송을 넘어선 단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택배업체들이 쿠팡 수준의 물류 서비스를 쿠팡의 경쟁사들에게 제공하는 한 편에서, 다음 단계의 물류 영역에 대한 경쟁이 예고됩니다.
  1. 배달의민족의 ‘라이브 커머스’에 B마트가 붙는다면(엄지용, 바이라인네트워크, 210309)
  • 음식점과 소비자를 중개하던 ‘플랫폼’ 배달의민족은 2015년 배민라이더스 론칭과 함께 물류 사업자가 됐고, 2018년 B마트 론칭으로 유통 사업자가 됐습니다. 서로 달라 보이는 세 개의 파편은 ‘라이브 커머스’라는 하나의 서비스를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물류 서비스로 연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1. 한성숙 대표 주주서한으로 보는 네이버 물류의 가까운 미래(엄지용, 바이라인네트워크, 210405)
  • 네이버는 쿠팡과 속도전으로 정면 대결할 생각이 없습니다. ‘온디맨드 풀필먼트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판매자들의 물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물류 서비스를 적절한 제휴 물류업체에 연결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시스템의 중심은 네이버가 잡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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