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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머스BN] 이베이코리아가 ‘플렉스(Flex)’ 해버린 이유

매일 나오는 수많은 커머스 소식, 일일이 찾아보기 귀찮으셨죠? 가장 중요한 소식 하나만 뽑아서 정리해드릴께요. 알려진 소식과 함께 연결된 뒷이야기를 조금은 자세하게 엮어 볼께요. 같이 보면 좋은 최근과 과거의 콘텐츠 큐레이션은 보너스예요. 독자 여러분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알려진 소식부터 살펴볼께요

이베이코리아가 ‘셀러플렉스(Seller Flex)’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새로 도입한다고 13일 밝혔습니다. 어떤 분은 플렉스(Flex)라고 하면 힙합 문화에서 유래한 ‘무언가를 과시한다’는 뜻을 생각할 수 있겠는데요. 당연히 이베이코리아가 그런 뜻으로 서비스명을 지은 것은 아닙니다.

커머스 및 물류업계에서 플렉스라고 하면 통상 ‘유연함’을 뜻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커머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유연한 공급 네트워크를 확보한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적절해 보여요. 일반인을 배송기사로 유연하게 활용하는 ‘쿠팡플렉스’가 한 예시가 될 것 같네요.

이베이코리아가 이번에 ‘플렉스’하고 싶은 것은 물류센터입니다. 셀러플렉스는 쉽게 말해서 판매자가 운영하는 물류센터를 이베이코리아 스마일배송 물류센터처럼 사용하는 것입니다. 판매자 입장에서 기존에 이베이코리아 풀필먼트 서비스 ‘스마일배송’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베이코리아 스마일배송 물류센터에 판매할 상품 재고를 입고하는 과정을 선행했어야 했는데, 그 과정이 사라집니다. 직접 운영하는 물류센터에서 곧바로 소비자까지 출고가 가능해지는 거죠.

셀러플렉스를 이용하는 판매자의 상품은 이베이코리아의 빠른 배송탭 ‘스마일배송(쿠팡 로켓배송과 유사한 빠른 익일배송 서비스라 생각하면 됩니다.)’에 노출됩니다. 이후 배송은 이베이코리아의 택배 파트너 CJ대한통운이 처리하는 구조죠.

잠깐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배송이 왜 빠른 배송이 가능한지 첨언할께요.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위치한 이베이코리아 스마일배송 물류센터와 정확히 같은 위치(경기 화성시 동탄물류로48)에 CJ대한통운의 허브센터가 위치했는데요. 허브센터까지의 택배 간선픽업 시간이 줄어들어 이베이코리아는 비교적 이른 오후 8시에 주문 마감이 가능한 구조에요. 그 전에 이베이코리아 물류센터에 셀러들의 재고가 실물로 보관돼 있는 것도 속도를 늘리는 데 한 몫 하죠.

단, 셀러플렉스를 이용하는 판매자들은 자사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바로 출고하는 만큼 추가된 간선픽업 시간으로 인해 주문 마감시간은 오후 6시로 줄어들었어요. 소비자 입장에서 이베이코리아 스마일배송에는 오후 8시까지 주문하면 내일배송 되는 상품과 오후 6시까지 주문하면 내일배송 되는 상품이 함께 노출되겠네요.

플렉스 하면 무엇이 좋을까요?

이베이코리아 입장에서 ‘셀러플렉스’를 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비교적 명확해요. 남의 물류센터를 내 것처럼 활용하는 셈이니 운영비용이 줄어들 수 있겠죠. 이베이코리아가 스마일배송 용도로 활용하는 동탄 메가물류센터는 4만평이나 되는 거대한 면적을 자랑하지만, 전국 32개 이상의 물류센터, 총 58만평 이상의 면적(이 숫자는 지난해 11월 김명규 쿠팡 물류정책실 전무의 물류의 날 발표에서 발췌한 숫자에요. 지금은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을 운영하는 쿠팡에 비해서는 초라한 게 맞아요. 그렇다고 이베이코리아가 엄청난 비용이 수반되는 물류센터 투자를 막 하기는 좀 그렇죠? 여기서 셀러플렉스 같은 서비스가 구원 투수로 새로운 공간을 비교적 저렴하게 확충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겠네요.

기존 상온 물류센터였던 이베이코리아 물류센터에서는 취급하지 못하던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스마일배송에 확보하는 것도 가능해져요. 실제로 이베이코리아는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냉장냉동 물류센터를 보유한 판매자를 중심으로 초기 셀러플렉스 사용 제안을 했다고 해요. 함께 연결되는 이점인데 스마일배송의 상품 구색은 더욱 다양해질 수 있겠죠? 실제 이베이코리아는 ‘셀러플렉스’가 스마일배송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더욱 많은 판매자의 참여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이베이코리아가 제시하는 셀러플렉스 개념 및 판매자가 이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자료: 이베이코리아)

그럼 판매자 입장에서는 무엇이 좋을까요. 당장 볼 수 있는 혜택으로는 이베이코리아 스마일배송 물류센터까지의 입고 물류비 절감이 있겠네요. 실제로 이베이코리아는 셀러플렉스를 이용하는 판매자들에게 기존 물류센터에 입고하는 방식으로 스마일배송을 이용하는 것보다 저렴한 요율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어찌 보면 이건 당연한 이야기기도 합니다. 이베이코리아가 물류 운영을 하는 스마일배송과는 달리, 셀러플렉스는 판매자가 물류 운영을 하니까요.

또 하나의 이점은 이베이코리아가 계약한 택배 파트너인 CJ대한통운의 요율을 받아서 이용할 수 있는 거예요. 택배 요금은 ‘물량’이 결정하는데, 아무래도 메가 화주가 아니라면 조금은 비싼 가격에 택배를 이용하고 있을 수 있거든요. 건당 몇백원의 택배비라도 셀러플렉스를 통해서 절감할 수 있다면 큰 이점이 될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스마일배송을 통한 마케팅 효과도 무시하지 못하겠네요. 셀러플렉스 사용은 사실상 스마일배송 카테고리에 노출이 된다는 의미고, 스마일배송 카테고리는 이베이코리아가 특히나 주력하는 카테고리거든요. 그냥 지마켓에 입점하는 것보다 훨씬 큰 노출 보정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기 부가적으로 스마일배송 전담 CS 지원도 기대할 수 있겠네요.

새로운 개념은 아니에요

이베이코리아는 보도자료를 통해 ‘셀러플렉스(Seller Flex)’가 업계 최초라고 했지만 ‘업계’가 포괄하는 범위에 따라서 최초는 아닐 수 있습니다. 아마존이 2017년 인도 마켓플레이스에 정확히 똑같은 이름인 셀러플렉스(Seller Flex)라는 개념의 서비스를 입힌 것이 블룸버그의 보도를 통해서 알려졌거든요. 디테일은 다를 수 있겠지만, 핵심 개념은 동일합니다. 셀러의 물류센터를 아마존 풀필먼트센터처럼 이용하겠다는 것이죠. 이베이코리아측 이야기를 들어보니 실제 아마존의 SFP(Seller Fulfilled Prime)를 셀러플렉스 기획에 참고했다고 하네요.

SFP는 셀러플렉스의 개념을 계승한 아마존의 공식 서비스입니다. 아마존 공식 서비스 안내 페이지(링크)를 통해 대략적인 SFP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어요. 셀러의 물류센터를 아마존의 물류센터처럼 활용하는 개념은 동일하고요. 다만, SFP 판매자가 되기 위한 조건은 있는 데 정시배송율 99% 이상, 주문취소율 0.5% 미만, 주문의 99% 이상을 아마존 배송 서비스의 이용, D+1일 혹은 D+2일 배송 목표 달성, SFP 전담 운송업체를 통한 배송 등을 판매자들이 충족해야 한다고 해요. 말이 쉽지, 물류 하는 분들은 이런 조건을 맞추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겁니다.

아마존이 SFP 셀러에게 요구하는 조건 (자료: 아마존)

반면, 이베이코리아의 셀러플렉스는 아마존 같은 빡빡한 조건은 없다고 해요.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3자 판매자가 셀러플렉스를 이용하는 데 별다른 조건은 없습니다. 기존 스마일배송 입점 판매자뿐만 아니라 신규 판매자의 셀러플렉스 활용도 가능해요. 이베이코리아가 규정하는 셀러플렉스의 타겟은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고, 물류역량도 있는데, 스마일배송의 택배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하고 싶은’ 판매자에요. 당장 이베이코리아는 신선식품 판매자들을 중심으로 셀러플렉스를 시작했지만, 올해 패션, 뷰티, 도서 등 다양한 카테고리 판매자를 공격적으로 셀러플렉스로 유치한다고 해요.

물류센터에 ‘공유’가 퍼집니다

아마존 이야기를 했으니, 한국의 ‘아마존 바라기’ 쿠팡 이야기를 안할 수 없죠. 한국 언론 보도를 통해서는 자세한 내용이 단 한 번도 안 알려졌는데, 쿠팡도 벤더플렉스(Vendor Flex)라고 불리는 서비스를 몇 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이 SFP 론칭 이전인 2013년 WSJ의 보도로 알려진 서비스 ‘벤더플렉스’와 정확히 똑같은 이름과 개념을 쿠팡의 벤더플렉스가 공유합니다.

벤더플렉스 역시 개념은 셀러플렉스와 유사합니다. 남의 물류센터를 내 것처럼 이용하겠다는 것이죠. 여기서 ‘남’이 셀러(판매자)에서 벤더(공급자)로 바뀌었다는 차이 정도가 있겠습니다. 쿠팡은 벤더플렉스 파트너로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물류업체도 열심히 모으고 있습니다. 쿠팡이 구체적인 숫자를 발표하지 않아서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여러 파트너가 VF 물류센터 운영사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대표적으로 유센로지스틱스, 유한킴벌리 등이 쿠팡 벤더플렉스에 참여한 파트너로 업계에 알려졌습니다.

구체적으로 벤더플렉스는 3자 파트너가 운영하는 물류센터, 혹은 공장에 쿠팡 풀필먼트를 위한 전용 공간을 할당합니다. 벤더플렉스 협력 파트너는 쿠팡 풀필먼트를 위해서 쿠팡의 시스템을 설치, 사용해야 하고, 쿠팡은 시스템 교육 인력을 현장에 파견합니다. 이후 물류센터 운영은 파트너사가, 물류센터 출고 이후 고객까지 배송 프로세스는 쿠팡이 맡아서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송망이 없는 이베이코리아가 CJ대한통운을 해야 하는 것과는 달리 쿠팡은 ‘직접’ 하면 되거든요.

사실 이베이코리아도 셀러플렉스 이전에 ‘벤더플렉스’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이베이코리아의 벤더플렉스는 3자 판매자의 물류센터를 이베이코리아 스마일배송 용도로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이번에 론칭한 셀러플렉스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벤더플렉스가 셀러플렉스와 차이점이 있다면 ‘시스템’을 누구 것을 쓰느냐에 따라 갈립니다. 벤더플렉스를 이용하는 판매자는 이베이코리아가 자체 개발한 스마일배송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를 사용해야 해요. 처음 시스템 사용을 위한 이베이코리아 교육 인력이 물류 현장에 파견되고, 일정 기간 동안 이베이코리아가 운영 지원을 하기도 해요. 반면 셀러플렉스는 판매자가 기존 이용하던 물류 시스템(ERP, WMS 등)을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해요. 그만큼 스마일배송 진입장벽은 조금 더 낮아진 거죠.

자, 오늘 내용 요약할께요. 물류센터에 ‘플렉스’가 유행처럼 퍼지고 있어요. 개념은 남의 물류센터를 플랫폼의 것처럼 쓰는 것입니다. 플랫폼은 물류센터를 신규 구축하는 비용과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요. 플렉스를 이용하는 파트너사는 물류센터 입고까지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요. 협의하기에 따라서 플랫폼이 수수료나 노출 측면의 혜택을 플렉스 파트너사에게 줄 수도 있겠네요. 특히 단건 출고되는 부피가 큰 기저귀나 휴지 같은 상품은 플렉스 하기 적합한 카테고리로 업계에서 꼽혀요.

다만, 플렉스 파트너 입장에서 고려할 부분도 있어요. 플렉스를 하려면 플랫폼이 요구하는 배송 프로세스에 맞춰서 운영 방법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거예요. 플랫폼이 새로운 시스템 사용을 요구한다면 현장 인력이 여기 적응하기까지의 온보딩 시간도 걸릴 거예요. 이에 따라서 단기적인 생산성 하락 현상이 관측될 수도 있겠습니다. 왜인지 모르게 플랫폼에게 종속되는 것 같은 느낌도 숨기긴 어려울 거예요. 요컨대 플렉스의 장단은 있으니, 그 부분을 고려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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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oap Opera: Amazon Moves In With P&G(Serena Ng, WSJ, 131014)
  • 아마존이 P&G 공장에 들어서게 된 사연을 정리한 WSJ의 최초 보도입니다. 셀러플렉스 이전 벤더플렉스(Vendor Flex) 탄생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1. 아마존은 왜 P&G의 창고에 들어갔을까(김철민, CLO, 140209)
  • WSJ 보도에 물류전문기자의 관점을 얹어 분석한 글입니다. 한글판은 이 글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1. Is Amazon’s Seller Flex a big deal(Edwin Lopez, Supply Chain Dive, 171006)
  • 아마존의 셀러플렉스 론칭에 대한 분석 보도입니다. 아마존 벤더플렉스 론칭 소식이 WSJ를 통해 알려진 후 4년만에 셀러플렉스가 등장했네요.
  1. Amazon Seller Flex(Lakshmesh Prabhu, 191105)
  • FBA(Fulfillment By Amazon)의 문제점에서 비롯한 셀러플렉스의 탄생 과정을 정리한 블로그 글입니다. 작성자의 이름을 링크드인에서 검색해보니 2019년 8월까지 아마존 마켓플레이스 UX 디자이너로 근무하신 분이네요. 실무자의 경험은 소중하죠.
  1. [실적 뒷담] 이베이코리아의 지속 가능한 풀필먼트란 무엇인가(엄지용, 바이라인네트워크, 200417)
  • 셀러플렉스, 벤더플렉스는 모두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배송’이라는 큰 서비스 아래에서 진행된 작은 서비스입니다. 스마일배송이 어떤 서비스인지 알고 싶다면 이 글을 읽어보세요. 조금 옛날 글이지만 큰 개념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요즘 내용을 추가하자면 2020년 이베이코리아 스마일배송은 전년 대비 70% 가까이 성장했다고 하네요. 이건 제가 썼어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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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셀러플렉스라는 형태가 기존 홈쇼핑 업계의 직택배와 유사하여 구조자체가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네요.
    다만, 홈쇼핑 벤더들이 홈쇼핑 방송 타려고 목을 메는 것이 TV노출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 하는 것인데요.
    스마일배송도 셀러플렉스라고 하는 형태로 스마일배송 탭에 노출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이득이겠네요.

    그리고 첨언 드리면 CJ대통 동탄로지스파크는 택배사 허브가 아니에요 🙂
    동탄은 W&D에서 운영중인 B2B 창고로 보시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신선위주죠 CJ제당과 코레일유통 같은 ㅎㅎ
    그래서 스마일배송도 대전허브 등 택배허브로 간선중계를 할 것 같네요.

    항상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1. 읽어주시고, 부족한 내용 첨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피드백만큼 힘이 되는 게 없네요. 더 좋은 내용 전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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