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G9 운영)가 17일 2019년 실적을 발표했다. 요약하자면 이베이코리아의 2019년 매출은 1조954억원으로 전년(9811억원) 대비 12% 성장했다. 영업이익 또한 615억원으로 전년(485억원) 대비 27% 증가했다. 이베이코리아의 2019년 추산 거래액은 18조원으로 전년(16조원) 대비 약 12% 성장했다. 이번에 발표된 이베이코리아의 실적은 기업공시시스템의 감사보고서를 기반으로 한 것은 아니니 참고하자.

이베이코리아의 자랑 거리는 예부터 ‘이익’이었다. 수백~수천억 단위의 파괴적인 적자를 보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가득한 이 판에서 이베이코리아는 2005년(지마켓 기준)부터 꾸준히 ‘이익’을 내왔다. 물론 최근 들어서 11번가(2019년 영업이익 14억원)와 티몬(2020년 3월 첫 월간 흑자 1억6000만원) 등 이익을 보는 경쟁업체들이 튀어나오고 있지만, 그 규모를 봤을 때 아직 자랑하긴 쑥스러운 숫자다.

반면, 이베이코리아의 최근 영업이익은 2016년 669억원, 2017년 623억원, 2018년 485억원으로 다소 등락은 있지만 수백억원대로 꾸준하다. 이베이코리아의 2018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역성장하면서 성장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2019년 영업이익은 615억원으로 2017년 수준을 다시 회복했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쿠폰 발행 등 마케팅 비용을 2018년 대비 많이 줄인 것이 실적 개선에 주요했다. 특히 유료 구독 멤버십 서비스 스마일클럽을 위시한 ‘스마일 시리즈’가 자리 잡으면서 성장의 선순환 고리인 ‘플라이휠’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내부 평가다.

물론 시장 상황은 이베이코리아에게 절대 녹녹하지 않다. 2009년 이미 옥션을 가진 이베이가 지마켓을 인수했을 때만 해도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단독 선두를 자랑하던 업체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쿠팡이 단일 플랫폼으로는 업계 1위를 뺏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며, 포탈 트래픽을 기반으로 모든 이커머스 업체들의 게이트웨이가 돼버린 네이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한 때 누구도 넘보지 못할 정점이었던 이베이코리아 입장에선 쿠팡, 네이버와 묶여 이커머스 삼대장 취급을 받는 현재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을 거다. 특히나 외적으로 보이는 이베이코리아의 성장세는 경쟁업체의 파괴적인 성장에는 다소 뒤처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2019년 한국인이 많이 결제한 온라인 서비스 세대별 추정 결제금액. 기자가 네이버, 쿠팡, 이베이코리아를 이커머스 삼대장으로 본 이유다. 물론 여기서 네이버는 ‘네이버페이 및 스마트스토어’말고 네이버 검색광고, 콘텐츠 등 다른 결제 금액도 추가된 자료임을 감안해야 한다.(자료 :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

그래서 이베이코리아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가 있으니 ‘풀필먼트’다. 물론 이베이코리아 말고 네이버나 쿠팡도 풀필먼트 한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식 풀필먼트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비교적 분명하니 ‘지속가능한 풀필먼트’다. 이게 뭔 말인지 궁금하다면 아래 글을 천천히 읽어보자.

영업이익 만드는 ‘오픈마켓’

이베이코리아가 지속적으로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이베이코리아가 직매입이 아닌 ‘오픈마켓(마켓플레이스)’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옥션이든, G9든, 이베이코리아는 판매자에게 온라인 장터를 제공해주고 판매 건당 발생하는 카테고리마다 다른 10% 내외의 ‘수수료’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에 더해 검색 결과 상단이나 메인화면 등에 노출 시켜주는 ‘광고’가 추가 매출이 된다.

이베이코리아는 단순 노출 광고뿐만 아니라 통합 마케팅 플랫폼을 판매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베이코리아의 2019년 매출인 1조954억원에는 광고 매출도 섞여있다. 거래액이 그대로 매출로 계상되는 직매입 판매 비중도 일부 섞여있다. (자료: 이베이코리아)

이베이코리아가 쿠팡과 같이 공급사의 상품을 매입해서 재판매하는 직매입 방식을 전혀 안 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비중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직매입에는 태생적으로 상품매입, 재고관리, 물류운영에 따른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픈마켓은 물리적인 운영에 큰 개입 없이 디지털 중개 수수료를 받기에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빚내는 경영을 지양하며, 비용이 엄청나게 드는 직매입이 아닌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사업을 한 것도 그 때문”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성이다. 우리의 사업이 지속 가능해야 고객들에게 계속해서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물류나 페이먼트 사업을 시작했을 때도 그 기준은 변함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속 소비 만드는 ‘섭스크립션’

물론 오픈마켓이더라도 돈을 못 벌수 있다. 직매입 구조 병행도 문제지만, 서로의 고객을 획득하기 위한 업체들의 마케팅 비용도 적자에 한 몫 했다. 더군다나 마케팅 비용을 쓰더라도 고객이 우리 플랫폼에 남아 계속해서 소비를 하면 좋은데, 그게 아니었다. 고객들은 더 많은 쿠폰을 주는, 더 높은 할인율을 주는 플랫폼으로 이동해가며 소비했다. 이커머스 업체가 헛돈 쓰지 않으려면 이렇게 쿠폰 찾아 널뛰는 고객을 플랫폼에 묶어둘 어떤 유인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이베이코리아는 고객의 이탈을 줄이고 지속 소비를 만드는 방법으로 유료 구독 멤버십 ‘스마일클럽’을 2017년 4월 시작했다. 연간이용료 3만원에 연간이용료 이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 그 맥이다. 물론 고객이 그 이익을 보기 위해서는 이베이코리아 플랫폼 안에서 지속적인 소비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연회비 3만원의 스마일클럽이 멤버십 회원에게 제공하는 혜택.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스마일클럽 회원에게 지급하는 적립금은 이베이코리아 플랫폼 안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이베이코리아는 이번 실적을 만든 핵심 요소로 유료 멤버십 스마일클럽을 포함한 ‘스마일 시리즈’의 성공적인 안착을 꼽았다. ‘스마일 시리즈’에는 유료 멤버십 스마일클럽을 중심으로 빠른 물류 서비스 스마일배송, 무인보관함 스마일박스, 간편 결제 스마일페이, 제휴할인 수단이 되는 스마일카드, 할인행사 빅스마일데이 등이 포함된다. 서로 다른 서비스들이 ‘스마일클럽’을 중심으로 뭉쳐서 플라이휠 효과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게 이베이코리아측 평가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스마일클럽에 가입한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11월 이베이코리아가 진행하는 특가 쇼핑행사 ‘빅스마일데이’로 유입되고, 그렇게 유입된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스마일카드에 가입을 하고, 스마일배송을 이용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플라이휠 효과가 최근 와서 빛을 보기 시작한 것 같다”고 평했다.

스마일클럽 멤버십 회원수는 2018년 12월 100만명을 돌파했고, 현재 기준 200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스마일클럽 멤버십 회원의 소비 빈도가 일반 회원에 비해 훨씬 더 높게 나타난다는 게 이베이코리아측 설명이다.

이 자료에서 스마일배송을 오픈마켓형 물류배송 플랫폼이라고 풀었는데, 풀필먼트 플랫폼이라고 하면 다들 뭔 말인지 못 알아먹을까봐 풀필먼트를 물류배송으로 바꿨다는 뒷이야기가 있다.(자료: 이베이코리아)

이베이코리아의 경쟁 우위?

이베이코리아가 이번 실적 발표와 함께 경쟁 우위로 강조한 꼭지가 있으니 그들이 ‘오픈마켓형 풀필먼트 플랫폼’이라 부르는 스마일배송이다. 사실 스마일배송의 전신은 2014년 이베이코리아가 시작한 ‘스마트배송’이다. 스마트배송이 2017년 스마일배송이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 됐다. 갑자기 2017년산 서비스가 경쟁 우위로 부각된 이유는 무엇일까. 타임라인을 따라가 보자.

소비자 입장에서 스마일배송은 쉽게 말해서 오픈마켓의 태생적인 숙제인 ‘날뛰는 물류’를 극복한 서비스다. 서로 다른 판매자가 알아서 물류를 수행하기에 하나의 오픈마켓에서 주문한 상품임에도 고객들은 각자 다른 택배 박스, 각자 다른 시간에 상품을 받게 됐다. 이를 한 물류센터에 재고로 모아서 처리한다면 ‘합포장’과 ‘배송시간의 균일화’가 가능해진다. 고객이 오늘 주문한 상품을 내일 배송해주는 ‘익일배송’ 보장도 가능하다.

여기서 쿠팡의 ‘로켓배송’이 생각난다면 그게 맞다. 실제 지난해까지 스마일배송은 로켓배송 하위 호환 느낌이었다. 주문 마감시간은 오후 6시로 자정까지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 쿠팡의 그것보다 부족했다. 2019년 기준 전국 168개의 물류센터, 캠프 네트워크를 운영하던 쿠팡과 달리 이베이코리아 스마일배송 물류센터는 용인에 있는 한 개가 끝이었다. 재고를 보유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니 자연히 스마일배송 상품 구색수도 쿠팡의 그것에 비할 바 못됐다.

2020년의 스마일배송은 조금 달라졌다. 이베이코리아는 2020년 초부터 4만평 규모의 동탄 풀필먼트센터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기존 3600평 규모의 용인 물류센터를 포함하여 10배 이상의 공간이 새로 생겼다. 공간이 커진 만큼 스마일배송 전용 상품 구색도 늘어났다. 물류 효율도 좋아졌다. 지난해까지 오후 6시였던 주문 마감 시간은 최근 오후 8시까지 늘어났다.

유료 멤버십 스마일클럽 안에도 ‘물류 혜택’이 추가됐다. 이건 2018년 7월 도입돼서 좀 오래된 거긴 한데, 하루 1회 발급되는 스마일배송 무료배송 쿠폰이 그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물류비는 모두 이베이코리아가 부담한다. 무료 배송, 무료 반품으로 덕지덕지 붙은 쿠팡의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가 보이는 형태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게 정말 경쟁 우위가 되는지는 여기까지 봐선 아직 잘 모르겠다.

지속 가능한 물류란 무엇인가

사실 스마일배송을 쿠팡의 풀필먼트와 직접 비교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쿠팡이 직매입한 자가 상품을 처리하기 위한 물류 운영을 하고 있다면, 스마일배송은 복수 3자 판매자들의 물류 운영을 대신해 준다. 로켓배송의 경우 안 팔리는 상품의 재고 부담을 쿠팡이 진다면, 스마일배송의 경우 안 팔리는 상품의 재고 부담을 이베이코리아가 아닌 각 판매자가 진다. 쿠팡의 풀필먼트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비용이라면, 이베이코리아의 풀필먼트는 ‘돈’을 버는 사업이다. 이게 두 업체의 서로 다른 풀필먼트의 결정적인 차이다.

판매자 입장에서 스마일배송은 고객 주문 발생 이후 물류센터 안에서의 피킹, 포장, 배송까지 모든 것을 이베이코리아에게 맡기는 물류대행 서비스다. 이베이코리아가 물류센터 안에서의 입출고 운영을 하고, 재고 파악 등 판매자를 위한 ‘시스템’을 함께 제공해준다. 소비자까지의 라스트마일 물류는 아웃소싱 파트너로 CJ대한통운의 전담택배 조직을 활용한다.

당연히 스마일배송은 공짜가 아니다. 판매자는 이베이코리아에게 상품 판매 수수료와 별도로 물류처리비와 보관비를 추가 지불해야 된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스마일배송을 이용하는 판매자는 판매금액 기준 3~5% 상당의 건당 작업비를 부가하고 있으며, 보관료는 실제 보관상품별 체적을 기준으로 과금 된다.

여기까지 들어보면 스마일배송이 여타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는 3PL업체와 뭐가 다르냐고 물을 수 있겠다. 차이점이 있다면 스마일배송 이용은 이베이코리아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판매자의 ‘매출 상승’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스마일배송 판매자의 상품은 쿠팡의 로켓배송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모아보기가 가능하다. 고객 입장에서는 같은 상품, 같은 가격이라면 빠른 배송을 보장하는 스마일배송 품목을 선택할 것이 자명하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실제 빅스마일데이 급의 프로모션 행사가 있으면 확실히 스마일배송관 입점 상품 판매가 늘어난다. 이베이코리아는 스마일배송 판매자에게 상품 판매 바로 다음날 입금 대금을 처리해주는 데 이 또한 판매자의 현금흐름을 효율화할 수 있는 특장점 중 하나다.

스마일배송 상품이 모인 전용관과 지마켓 검색 결과 스마일배송 딱지가 붙은 상품이 노출되는 모습. 17일 오후 7시50분인 현재, 18일 토요일 배송을 보장하는 안내 문구가 인상적이다.

여기서 스마일배송을 이용하면 당연히 이베이코리아에만 팔 수 있지 않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스마일배송의 또 다른 강점은 ‘개방성’이다. 복수 마켓플레이스 입점 판매가 일반적인 한국 특성상 스마일배송의 물류가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 옥션, G9에만 연동된다면 굉장히 슬플 수 있다. 하지만 스마일배송은 과감하게 경쟁업체인 쿠팡과 11번가 등지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물류도 대신 처리해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쿠팡에서 주문했는데, 발송지는 이베이코리아 물류센터인 야릇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요컨대 소비자 편의 측면에서 스마일배송은 여전히 쿠팡의 로켓배송에 비해 다소 뒤쳐져 보이지만, 쿠팡이 한참은 못할 것 같은 ‘돈 버는 물류’를 먼저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초 스마일배송만으로 BEP를 넘어섰다.  당장 2019년 실적만 보더라도 쿠팡은 720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이베이코리아는 61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꾸준하게 이익을 만들고 있는 이베이코리아가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풀필먼트’란 이런 것이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우리의 경쟁력은 커머스, 그 중에서도 오픈마켓에 특화된 물류”라며 “대형, 브랜드 판매자뿐만 아니라 중소 규모 판매자들도 자신이 원하는 만큼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고, 프로모션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한국형 오픈마켓 풀필먼트를 유일하게 구현하고 있는 업체가 이베이코리아”라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는 경쟁업체처럼 엄청나게 많은 돈을 투자할 상황은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굉장히 비용 효율적인 운영을 하고자 노력하고, 그런 노력이 스마일배송에도 녹았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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