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리멤버라는 명함관리 앱이 등장했을 때가 기억이 난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모바일을 활용한 온갖 기술이 앱으로 등장하고 있던 때였다. 리멤버는 그 가운데서 “손으로 직접 입력해 정확도를 높인 수기 명함관리 앱”으로 주목을 받았다. 세상에, 21세기에 수기라니. ‘이게 어떻게 IT 기술 앱인가, 노동집약형 앱이지’ 같은 비아냥도 받았었다.

그때 리멤버를 만든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는 당차게도 “아시아의 링크드인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몇 년 후. 그 꿈이 어느정도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이 회사가 확보한 회원 수는 300만명이고, 명함의 수는 2억장 분량이다. 국내 직장인 명함을 모두 그러모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만한 양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이만큼 살아 있는 직장인 정보를 가진 플랫폼을 찾아보긴 힘들다.

리멤버는 이 데이터로 무엇을 하려 할까? 또 이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지난 22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드라마앤컴퍼니 사무실에서 리멤버의 서버/웹 개발과 관리를 맡고 있는 김담형 리더를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리더는,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한 리멤버에 2015년 초 합류해 기술개발을 맡아온 초기 멤버이기도 하다.

김담형 드라마앤컴퍼니 서버/웹팀 리더

300만명의 회원, 2억장의 명함이라는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느껴진다. 리멤버가 성장하면서 단계별 마일스톤 같은 것이 있었나?

명확한 마일스톤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명함관리 앱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기술적인 시도를 해왔는지를 설명하면 좋을 것 같다. 처음에는 100% 수기입력 서비스였다.

기억난다. 그때, 수기입력 앱이라는 것이 충격이었는데

그때는 타이피스트를 어떻게 모셔올지, 타이피스트 분들의 명함 입력 속도와 정확도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를 고민했었다. 처음에는 타이피스트 채용 후 트래픽이 확 뛰니까, 인센티브를 걸어보면서 수기 능력을 높이려 노력했다. 그러다가 2016년쯤(창업 후 2년), 명함관리 앱으로 자리를 잡았다. 명함 수가 많이 쌓이다 보니까 OCR (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광학적 문자 판독)을 도입해서 하이브리드로 OCR이 못 채우는 걸 수기입력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때부터 자동화가 많이 되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자동화를 고도화하기 위해 노력한 시기였다. 정확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타이피스트 일감에 검수용 명함을 끼워 넣기도 했고, 보안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하나의 명함 내에서 개인정보를 분리해 타이피스트가 명함 정보 일부만을 입력하는 방식을 썼다.

예전부터 이 부분이 궁금했다. 명함 정보를 어떻게 쪼개서 보낸다는 건가?

명함 내 있는 정보들, 그러니까 이름이나 휴대폰 번호, 이메일 같은 정보를 하나씩 별도로 쪼개 개별 타이피스트에 보내는 식이다. 타이피스트는 온전한 하나의 명함 정보를 보지 못하므로 사람에 의해 개인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적다. 나중에 이 정보를 모두 받아 하나의 명함으로 다시 저장하는 식이다.

방금 얘기는 물리적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것이다. 정보를 다룬다는 점에서 리멤버도 보안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에 여러 회사에서 정보 유출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OCR 자동화가 도입이 되면서 수기 입력이 확 줄어들었다. 지금은 95%의 명함이 자동으로 입력된다. 기계가 입력하니까 정보보안 이슈가 줄어들었다. 내부직원들 같은 경우도 명함 데이터를 관리하는 역할에 제한해서, 승인된 사람만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승인 사용자도 어떤 일을 하는지 모두 기록되고 있고, 실시간 모니터링을 한다. 내부적으로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 내부 보안팀이 사내 랩톱이나 서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체적으로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에 인수되면서 네이버와 라인으로부터 시큐리티 체크를 다 받기도 했다.

300만명, 2억장 이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대한민국에서 명함을 교환하는 인구는 어느 정도 모두 들어와 있다는 것이 제일 큰 의미다. 매일 많은 양의 새 명함이 들어오는데, 대부분이 이미 (리멤버가) 데이터로 갖고 있는 것이다. 리멤버를 쓰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명함을 건네받은 사람이 리멤버를 쓰면 그 회원분이 명함을 촬영해서 올리므로, 경제 활동 하는 이들 대부분의 DB를 갖고 있다.

중복되거나 이미 과거가 된 데이터도 있을텐데

중복도, 과거정보도 당연히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은 DB로 활용이 가능하다. 커리어 서비스를 통해 채용에 힘을 쏟고 있으므로 의미가 있다. 7년간 쌓인 데이터가 있다는 것은 회원들의 7년간 커리어가 있다는 뜻이 된다. 어느 회사의 어떤 직급으로 일하다가 언제 이직했고, 또 어떤 발령을 받거나 승진한 데이터가 있으면 다음에는 어떤 회사로 이직해도 잘 맞겠다는 추론을 할 수 있다. 이 사람과 비슷한 커리어를 가진 사람이 어떻게 이직했다, 라는 데이터가 있으므로 비슷한 사람의 경우에 커리어패스를 쌓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데이터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다

무궁무진하다. 대한민국 어느 회사에서도 갖고 있지 않은 정보다. 한창 일 열심히 하는 분들의 정보를 갖고 있고, 그 사람의 (사회적 인간) 관계도 갖고 있다. (명함이 업데이트되는 것을 보면) 이 사람이 오늘 누구를 만났는가 하는 접촉 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 지난해 선보인 채용 정보 시스템 ‘커리어’ 같은 것은 물론, 네트워킹을 위한 커뮤니티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서비스가 데이터를 통해 가능한 것이다. 앞으로는 사람들이 누군가와 연결을 통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얻게 되길 바란다. 비즈니스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연결이 일어나는 관계에서 잘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다 모여 있고, 연결을 일으킬 수 있는 곳의 역할로서 도움이 되고 싶다.

리멤버 서비스의 특징은 회원 간 명함을 연결시켜 놓은 것이다. 서로 연결된 회원끼리는 업데이트된 명함 정보를 동기화해준다. 이런 서비스에서 데이터 관리의 기술적 특징이 있을까?

단순 저장 정보라고만 치면 2억건이 적을 수도 있다. 그러나 리멤버의 데이터는 업데이트되고 연결도 된다. 그러다 보니 생각하는 것보다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다. 기술적으로 대규모 양을 처리하기 위한 개발을 해야 해서다. 만약 어느 한 회원이 1만명의 회원과 연결되어 있다고 치면, 이 사람의 새로운 정보를 1만명에게 동시에 업데이트하는 것은 아니다. 물리적 한계가 있다. 그래서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기술을 쓰고 있다. 아주 특별한 기술이라기보다 제너럴 한 것을 잘 조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또, 내부에는 빅데이터센터도 있다. 명함 데이터 관리가 잘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계속 끊임없는 노력을 한다.

빅데이터 센터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빅데이터 센터는 크게 두 가지 일을 한다. 제대로 된 연구를 위해서는 정제된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센터에는 정제된 데이터를 만드는 파트가 있다. 또, 정제된 데이터로 실제로 머신러닝이나 인공지능을 이용해 의미 있는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파트도 있다.

새로운 데이터라면, 어떤 게 있을 수 있을까? 

예를 들면 한 사람의 명함만 보고도 어떤 직무를 갖고 있는지를 추정하는 것 등이다. 명함만 봐서는 이 사람이 하는 일이 IT 직군인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빅데이터를 이용해 추정한다. 가장 큰 게 ‘커리어’ 서비스 등에서의 추천이다. 이 프로필을 갖고 있는 사람과 비슷한 누군가를 추천해주는 것 말이다.

반복해서 커리어 이야기가 나온다. 리멤버가 지난해 채용정보 서비스 ‘커리어’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수익 사업을 시작했는데

헤드헌터가  쉽게 채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JD (Job description, 채용정보)를 저장하면 자동으로 인공지능으로 인식해 이 자리에 맞는 후보를 몇십명 추려 추천을 해주는 방식이다. 헤드헌터가 검색 자체를 할 필요 없이, 원하는 정보를 넣으면 적합한 후보자를 제안해준다.

개인정보를 기업이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용자들을 어떻게 설득했나?

아직 돈을 못 벌었다(웃음).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고객 정보를 항상 강조할 정도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단순히 정보를 팔아서 돈을 벌자고 했다면 몇 년 전에 벌었을 것이다. 돈은 고객에 가치를 만들어 내게 되면 자연히 딸려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명함 정보를 팔아서 (돈벌이를) 하지 말자는 생각이다. 전 직원이 고객의 소리에 많이 귀 기울이고 있다. 법적 이슈도 매번 검토한다.

앞으로도 더 많은 데이터가 확보될 텐데, 리멤버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단순 명함 정보 외의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할 거다. 대표적인 것이 커리어 서비스를 위해서 프로필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학력이나 기존 이력, 어떤 일을 했는지 등 스킬과 관련한 부분이다. 지금은 이 데이터를 활용해 추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집중을 하고 있다.

최재호 대표가 창업 초기부터 ‘아시아의 링크드인이 되겠다’고 말했었다. 그때는 멀어 보였던 목표였는데, 지금은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점에서 그 목표와 가까워졌을까?

재작년까지 우리의 목표는 ‘대한민국에서 모두 쓰는 명함관리 앱이 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MAU(월평균 이용자 수)를 두 배로 늘리려 했고 거의 목표 가까이 이뤘다. 이듬해, 그러니까 작년부터는 유저와 데이터를 모았으니 본 게임을 해보자고 해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성장하려 했다.

크고 작게 서비스를 시도 중이다. 가장 크게 시도한 게 커리어다. 작게 파일럿으로 해본 것들도 있다. 커리어 같은 경우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프로필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다. 모인 데이터 수가 70만명 정도다. 앞으로는 채용 플랫폼 서비스로서 리크루터가 편하게 내가 원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게 고도화하는 작업이다.

명함 없는 사람들, 즉 신규 채용 부문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나?

당장은 아니다. 지금은 구직활동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은, 하지만 좋은 이직 제안이 있다면 솔깃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력서를 쓸 정도로 열심히 구직활동을 하진 않지만, 기회가 되다면 이직을 할 생각이 있는 사람들 말이다.

모든 직장인을 뜻하는 건가(웃음)

그동안 채용 시장에서 노출이 안 됐던 인재풀이다. 그런 풀을 갖고 있는 것이 리멤버 커리어의 강점이다. 경력직 시장부터 확실히 가져가고, 그 다음에 신입 시장을 노려볼 수 있겠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

역시 보안일 것 같다. 우리가 희소성 있는 정보를 다루는 만큼, 최우선으로 보안을 신경 쓴다. 데이터를 문제 없이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다음으로는, 이 데이터를 이용해서 남들이 못 만드는 새로운 가치를 얼마만큼 만들어 낼 수 있을까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