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가 대학의 문밖을 나선 건, 첫 아이가 태어난 날이었다. 월 80만원의 생활비로는 아이의 분유값을 대기 어려우리라는 사실이 그를 거리로 나서게 했다. 일주일에 세 번, 박스 150여개를 올리고 내리는 물류 하차 노동자가 된 그에게 맥도날드는 4대보험을 제공했다. 1년 3개월을 일한 맥도날드는, 대학보다 더 그를 노동자로 대우했다. 그 경험이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낳았다. 그는 대학을 영영 떠났다.

작가 김민섭은 이후로 현장 노동자로 뛰면서 계속해 글을 썼다. <대리사회>는 그가 대리기사로 일하며 겪은 경험을 통찰로 엮어낸 책이다. 그러다 이번에는 작가도, 노동자도 아닌 종류의 일에 뛰어들었다.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동료 다섯을 만나 ‘북크루’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서로를 보고 싶어하는 작가와 독자를 이어주는 플랫폼을 만들면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애초 강연 플랫폼으로 기획한 북크루가 에세이 이메일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데는 올 초 세계를 강타한 바이러스가 영향을 미쳤다. 사람이 사람을 직접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작가의 글을 독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동료 작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세상의 많은 것이 새벽에 배송되는데, 하루 아침을 따뜻하게 열 작가의 글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김민섭 작가의 권유에 김혼비, 남궁인, 문보영, 오은, 이은정, 정지우라는 사랑받는 작가들이 합류했다.

7인의 작가가 매일 새벽 독자의 메일함으로 에세이를 한 편씩 보낸다. 따끈한 글을 배송하는 일은 서가의 나이든 고양이 캐릭터 ‘셸리’가 맡는다. 작가들이 의기투합한 구독형 서비스라는 점이 눈에 띈다. 평일 아침마다 기자들이 돌아가며 뉴스레터를 쓰는 바이라인네트워크의 기자로서, 북크루의 모델이 반가워 김민섭 작가, 아니 김민섭 대표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북크루의 에세이 구독 서비스는 첫 달 346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독자들은 석 달 3만원의 회비를 선뜻냈다(한 달에는 1만2900원). 이렇게 생긴 매출 1000만원을 참여한 작가들에게 나눠 입금했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르호봇에서 만난 김민섭 대표에게 “작가들이 수익에 만족해 하느냐”고 물었더니 “남궁인 작가가 생각보다 많다고 답하더라”며 웃었다.

김민섭 북크루 대표. <지방시>로 인기 작가 대열에 오른 그지만, ‘북크루’ 창업자로서 인터뷰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요즘도 대리기사를 하나

(웃으며) 간헐적으로 한다. 강남에 사무실을 얻어 좋은 게, (대리기사 요청) 콜이 많다. 가끔 콜이 오는 시간에 맞춰 퇴근을 한다. 예전에는 대리 기사를 하는 게 생계에 보탬이 됐는데, 이제는 밀린 마감을 하는 것이 제 생존에 도움이 된다. 생계와 생존은 조금 다르다. 생계는 내가 내일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라면, 생존은 내가 일 년 뒤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작가로서,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작가 플랫폼으로 창업한 것인가

작가랑 창업은 너무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작가를 초청하는 곳이 많더라. 독서모임부터 도서관, 학교 그리고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기관들에서도 저를 작가로 초대했다. 첫 책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이하 지방시)>를 냈을 때만 해도 일 년에 열 번 내외로 초청받았는데, 작년에는 200군데 이상에서 초청을 받았다. 12월에는 오전에 하나, 오후에 하나, 그러다 점심에까지 하루에 세 번이나 작가 강연을 할 때도 있었다. 내 책을 읽었던 사람이 나를 부르는 게 너무 기뻤다. 전화나 이메일이 오면, 초청비가 얼마냐고 물어본 적이 없다. “감사합니다, 갈게요”라고 인사하고 가보면, 그쪽 담당자가 하는 말이 있다.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습니다. 작가를 초대하는 일이 너무 어려워요”다.

작가들을 초대하는 일이 어떤 부분에서 어려운가

작가를 강사로 초대하려면 강사 플랫폼이나 네트워크가 있어야 하는데, 어디로 연락을 해야 할지 적절한 강의료는 얼마인지, 과연 내가 불러도 되는 사람인지 여러 가지가 걱정이라는 거다. 이런 걱정들은 특히 독서모임에서 있다. 대한민국에 독서모임이 2만개가 조금 넘는다고 한다.

독서모임이 그렇게나 많다니!

대한민국 규모 정도면 10만개가 되어야 한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의 가장 큰 니즈라고 해야 하나, 큰 바람이 “내가 읽고 있는 책의 작가를 초대하고 싶다”이다. 그런데 작가를 초대할만한 플랫폼이 없으니 허들이 높다.

또, 저도 그렇고 제 주변의 많은 작가들이 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나를 좀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유명 작가가 아닌 대부분의작가는 독자와 만나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그럴 기회가 없다. 그래서 독자와 작가가 서로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해왔다.

생각만 하다가 행동으로 옮겼다. 계기가 있을까?

창업을 함께 한 파트너 중에 ‘헌드리더’라는 도서 앱 서비스를 만든 서정철 부대표가 있다. <지방시>를 쓰고 대학에서 나왔을 때, 내게 연락이 왔다. “당신과 만나 밥을 먹고 싶다”는 얘기였다. 나한테 “당신 책을 잘 읽었고, 나는 이런 전세계의 좋은 책을 목록화해서 사람들에게 권하는 일을 하고 있다. 당신이 같이 일하면서 조언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권했다. 그때는 전업작가를 선언한 상황이라 못하겠다고 말을 했는데, 얼마 있다가 “일주일에 하루만” 그 다음에는 “한 달에 하루만” 출근하라고 연락이 계속 왔다. 그렇게 2년을 같이 알고 지내며 일했다.

그러던 어느날 서 대표에게 “강연 요청이 많아졌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서 대표가 “그럼 플랫폼을 같이 만들어보자”는 말을 하더라. “내가 사업과 관련한 내용을 준비해볼테니 동료 작가와 작가를 필요로 하는 곳을 많이 아는 당신이 서비스를 기획해보고, 대표를 맡으라”고 해서 그렇게 시작했다. 플랫폼을 만들 개발자와 당시 카카오에서 창작자를 지원하는 일을 하던 록담(본명 백영선)씨도 문화기획의 경력이 있어 합류했다. 마지막으로 백림서사라는 20대로 구성된 콘텐츠 스타트업이 합류했다. 그렇게 다섯의 공동창업자가 생겼다.

작가들도 강연의 필요성을 느끼나?

TV에 나오는 어떤 작가들은 강연을 하면 많은 돈을 받는다. 강연이 번호표처럼 밀려 있다. 그런 분들이 있는 반면에, 강연 한 건으로 생계유지가 간절한 작가가 훨씬 많다. 그런 작가들에게 조금 더 많이 독자와 연결될 기회를 드리고 싶다. 그런 기회가 생계에는 물론, 건강하게 글을 쓰는데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 제가 첫 책을 쓰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강연 요청이 들어올 때였다. 그때 강연비로 30만원 정도를 받았다. 큰 돈이었다. 대학에서 나오기 전이었는데, 맥도날드에서일주일에 네 번, 오전에 출근하면 한 달에 사오십만원을 받았다. 그렇게 일을 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내 책 읽는 사람을 만나고 왔는데 받을 수 있다니.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기뻤다. 많은 작가들에게 그런 기쁨을 드리고 싶다.

안녕하세요, 셸리 어르신?

근작이 <대리사회>이다보니, 북크루 역시 작가를 대리인간으로 만드는 구조에서 탈피하게 하려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출판계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모든 산업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작은 산업 중 하나다. 여기에 플랫폼이라는 것은 상생으로 갈 수밖에 없다. 작가들의 글이 큰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작가들은 책을 내면서 “이 출판사가 나 때문에 손해를 보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한다. 안 팔리면 미안하니까. 이런 상황에서 특별한 경우를 뺀다면, 출판계에서 플랫폼이라는 것은 서로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방법을 찾게 되는 것 같다. 북크루 같은 경우는 글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걸 목표로 한다. 작가를 초청한다는 플랫폼이 사람을 상품화하는 시스템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내부에서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사람을 초청하는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을까, 상품화라도 어떻게 하면 사람의 상품화를 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말하자면, 출판계가 ‘부조리한 갑질’과는 거리가 먼 산업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 믿음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라도 북크루는 작가와 독자를 위한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판사의 선한 의지를 믿는다는 말로 들린다. 그런데 최근 출판계에는 출판사 말고, 기업이 들어와서 대규모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영향력도 커지고. 이런 케이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플랫폼 노동을 오래 했다. 대리운전도 플랫폼 노동이다. 거기에서 느꼈던 것도 ‘내가 플랫폼을 통해 대리 노동자가 되는구나’였다. 이 플랫폼이 과연 건강한 노동자를 만들고 있는가를 생각했을 때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점유율이 높은 몇 군데의 플랫폼이 많은 수수료를 물리더라도 그 기사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선한 의지로는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이 시장을 보며 생각한 것이, 강사 시장에서도 많은 수수료가 문제였다. 조사 사례 중에는 수수료를 20~40%, 아니 그 이상으로 떼는 곳도 있었다. 가장 화가 나는 사례는 강사가 되고픈 일반인을 교육 시켜서 자신들이 수의 계약을 맺은 곳으로 데려가 하루 일당 10만원을 주고 일을 시키는 것이었다. 교육비로 100만원을 받아도 강사에게는 그 정도의 금액밖에 가지 않는다. 말하자면 건강하지 않은 방식이다. 일반인을 아주 짧게 교육을 시켜 착취하면, 가장 크게 피해보는 것은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희들도 수수료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작가들이 저희의 수수료를 듣고는 “그래도 유지가 되느냐”고 묻는다.

수수료는 얼마나 받나?

(서비스가)유지가 될 정도만 받자고 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숫자로 나올 수밖에 없다. 지켜가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구독 서비스에 합류할 작가들을 꼬시는게(?) 어렵지는 않았나

하루 밖에 안 걸렸다. 코로나 시국이 되니까 많은 작가가 한가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에 사는 정지우 작가가 제안을 했다. 우리도 한 번 구독 서비스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SNS로 글을 쓰는 것을 많은 분들이 보는데, 그런 글들을 정기적으로 원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둘이 하는 것보다는 하나의 주제를 갖고 월화수목금토일 매일 다른 작가가 글을 써서 보내면 정말 재미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사무적인 부분을 북크루가 맡아서 하자는 의견에 정지우 작가가 매우 기뻐했다.

5년 전까지 휴대폰 연락처에 열명 정도 저장되어 있었던 것 같다. 가족이나 친구는 원래 저장을 안 한다. 대학을 나와 5년 정도 꾸준히 글을 썼다. 여섯 권 정도의 책을 쓰고, 좋은 작가를 많이 만났다. 좋다는 건, 잘났다는 의미가 아니다. 글과 자기의 삶의 태도가 어느정도 일치하는 감각을 주는 작가들이다. 북크루를 하면서 우리 같이 하자고 연락할만한 작가가 100명 정도 되는 것 같더라. 작가 활동을 하면서 작가 대 작가, 개인 대 개인으로 친분을 쌓은 분들이다. 구독 서비스에 합류한 작가들은 절반 정도는 제가 좋아하는 이들이고, 나머지 절반은 그분들이 좋아하거나 가까이 한 분들이다.

구독 서비스에 대한 작가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초점을 넷플릭스 같은 월정액이 아닌, 배송서비스에 맞췄다. 너무 좋았던 것이, 일곱명이 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책을 내는 작가라 구독서비스는 처음이었다. 만족도가 높다. 저같은 경우는 책을 내면 독자와 소통한다는 감각을 받기 힘들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신간을 내면 포털에 자기 이름이나 책을 검색하기도 한다. 독자 반응이 궁금해서. 반응이 있으면 하루종일 고맙기도 하고 그렇다. 그런데 구독은 내 글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읽고 끝내는 게 아니라 게시판에 글을 남기기도 하고 직접적인 반응을 보내온다. 글을 쓰면 너무 좋다. 대면과 비대면 서비스의 경계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 만난 것도 아닌 그런 기분이다.

아직 초기이지만, 그래도 북크루 모델에 반응이 빨리 오는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제일 잘했다고 생각각하는게 이메일을 북크루가 보내드린다고 하지 않았다는 거다. 북크루의 책장에서 사는 ‘셸리’라는 고양이가 작가들의 글을 여러분께 배송해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셸리에게 하나의 인격을 부여했다. 셸리는 책장 밖으로 나가기 싫어하는 게으른 고양이이고, 글을 읽는 걸 좋아하는 아주 나이 많은 고양이이다. 신선식품만 새벽배송이 아니라 고양이가 여러분에 샛별 배송, 새벽배송하러 간다는 것도 반응이 괜찮다. 지금은 사실, 일곱명의 작가들보다 셸리 팬이 더 많은 것 같다(웃음). 독자들이 고양이한테 화를 내지 못하더라. 훈훈하다. 나중에는 구독자와 작가의 만남을 성사시키려고 하는데, 그때 셸리의 인형 탈을 만들려고 한다. 북크루의 펭수를 만들어보자(웃음)!

기업으로서 북크루의 목적은 무엇일까. 생존의 방법을 무엇으로 잡았나

말하자면, 저는 회사가 돈을 어떻게 버는지 잘 모르는 대표다. 말도 안 되는 거다. 누가 저에게 BM이 뭐냐고 물어보길래, 그게 뭔지 검색해 봤다.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상대편이 “BM이 뭔지 모르는 대표는 처음 본다”고 말하더라. 제 공부가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이런 태도는 지켜가려고 한다. 북크루를 하면서 회사가 커져야 좋을텐데, 수익이 많이 돌아온다기보다 더 많은 작가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