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킵 30억원 투자유치, 다시 한 번 ‘풀필먼트’란 무엇인가

물류전문기업 위킵이 티에스인베스트먼트, 대경인베스트먼트, 케이비증권 등으로부터 약 3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고 14일 밝혔다. 위킵은 스스로를 한국형 풀필먼트 서비스 제공자라 평가한다. 또한 그들의 경쟁력을 ‘차별화된 풀필먼트 역량’이라 이야기한다. 풀필먼트(Fulfillment). 요즘 아마존말고도 참 많은 업체들이 쓰고 있고, 개인적으로 기사를 통해 많이 이야기하기도 했다. 다시 한 번 ‘풀필먼트’란 무엇인가.

[참고 콘텐츠: 마이창고가 말하는 클라우드 풀필먼트란 무엇인가]

[참고 콘텐츠: 신세계와 네이버에 미친 풀필먼트가 뭐길래]

[참고 콘텐츠: 코리아센터의 궁극체가 오픈 풀필먼트가 된 사연]

3PL이란 무엇인가

풀필먼트와 흔히 함께 이야기되는 용어가 있으니 3PL(Third-Party Logistics)이다. 3PL을 사전적 의미로만 본다면 ‘외부 사업자(3자)가 처리하는 물류’다. 바로고처럼 이륜차 배달대행을 하든, 한진처럼 택배를 하든, 판토스처럼 국제물류 포워딩을 하든, 남의 화물을 처리하고 있다면 3PL이다.

반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처럼 계열 화주사인 쿠팡의 물량만 처리하거나, LG상사 계열인 판토스가 LG전자 물류를 한다면 2PL(Second-Party Logistics)이다.

판토스가 그렇듯 이미 3PL과 2PL의 경계는 희미하다. 마켓컬리의 물류자회사 프레시솔루션이 마켓컬리 물량도 하지만, 남의 물량도 처리하는 것을 생각해보자. 2PL의 대명사 현대글로비스나 삼성SDS도 3PL한다. 계열사 물량 비중이 조금 많이 높을 뿐이다.

하지만 한국 물류업계에서 3PL 용어는 조금 협소하게 사용된다. 대개는 창고를 끼고 무엇인가 하는 3자 물류업체를 3PL업체라고 부른다. 3PL업체가 흔히 하는 일은 이렇다. 창고에 물건을 입고시키고 보관한다. 업체가 원할 때 보관된 상품을 출고해준다. 입출고 중간에 창고에 보관된 재고의 손상은 없는지, 재고 숫자의 변동은 없는지 시스템을 통해 확인해준다. 풀필먼트 업체를 표방하는 이들이 하는 일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풀필먼트란 또 무엇인가.

풀필먼트란 무엇인가

장보영 위킵 대표에 따르면 3PL 업무대행이란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를 근간으로 창고에 물건을 보관하거나 입출고하는 것이다. 시스템을 근간으로 창고에 물건을 보관하고 출고시킨다? 앞서 언급했듯 여기까지는 풀필먼트도 그러하다.

장 대표가 말하는 풀필먼트의 차이점이 있으니 ‘다품종 소량’이다. 이 말인즉 풀필먼트는 SKU(Stock Keeping Units)가 많고, 파렛트 단위가 아닌 박스 단위의, 대규모가 아닌 산발적인 출고가 발생하는 물류를 처리한다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3PL은 주로 B2B 기업 물류를 다루고, 풀필먼트는 B2C 이커머스 물류를 다루는 차이다. 그렇다면 3PL 아닌 풀필먼트 물류센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장 대표의 이야기다.

“서로 다른 다수의 쇼핑몰에서는 매일매일 고객 주문이 발생하고, 해당 정보에 기반하여 서로 다른 택배사의 송장을 출력합니다. 매일매일 업체마다 다른 합포장 작업, 가공 작업이 발생합니다. 이런 업무를 기존 B2B 중심 물류센터에서는 수용하기 어렵고, 불편하니까 3PL업체에서는 이런 화주사를 잘 받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가능하고 가능한 이유는 ‘솔루션’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풀필먼트보다 나은 것

사실 요즘은 풀필먼트 업체도 많다. 기존 3PL을 하던 업체들도 많이들 풀필먼트를 하고 있는 시대다. 그 유명한 CJ대한통운도 이제는 풀필먼트 한다고 열심히 이커머스 화주를 영업하고 있다. 그래서 ‘풀필먼트’ 한다고 해서 특별해보이지는 않는다. 위킵은 여타 풀필먼트를 내세우는 업체와 비교해서 무엇이 다를까.

위킵 물류센터 내부 전경. 위킵은 물류센터도 풀필먼트센터라 부른다.(사진: 위킵)

여기서도 위킵의 경쟁력은 ‘솔루션’에서 나온다고 한다. 고객 입장에서 위킵이 말하는 몇 가지 솔루션의 장점이 있는데 첫 번째는 주문과 물류 연동이다. 위킵은 쿠팡, 위메프, 11번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카페24 등 이커머스 화주사가 입점하는 주요 마켓플레이스와 호스팅업체 38개사의 시스템을 자체 물류 솔루션과 연동했다. 혹여 연동이 되지 않은 자사몰이 있다면, 추가 비용을 받고 개발해서 연동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쇼핑몰들의 고객 주문 정보가 위킵 물류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수집된다는 것이다. 고객사가 별도로 3PL업체 담당자에게 전화로 요청을 하거나, 엑셀로 작업 요청서를 만들어서 전달하지 않아도, 알아서 위킵 직원들이 시스템에 자동 수집된 주문 정보를 보고 작업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위킵을 이용하는 고객사는 언제 얼마나 많은 물량이 입출고 됐는지 시스템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창고에 남아있는 재고가 일정 수치 이상으로 떨어지면 추가 입고를 요청하는 알람 또한 시스템으로 전송한다”며 “최근 위킵은 화주사용 모바일 어플리케이션까지 개발, 배포했다. 이제 화주사 담당자가 사무실에 있지 않더라도 어디에서든 물류센터 현황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 말했다.

위킵이 언급하는 또 다른 강점은 ‘전담 매니저’다. 위킵은 전담 매니저를 위킵맨이라 부른다. 위킵맨 하나는 통상 7개 정도의 이커머스 화주사를 담당하게 된다. 정해진 숫자는 아니고, 출고량이 많은 업체라면 위킵맨 하나가 하나의 화주사를 담당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위킵맨은 담당 화주사의 물류뿐만 아니라 반품이나 교환 같은 물류 관련 CS까지 일괄 처리한다.

장 대표는 “결국 물류는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위킵맨 교육 프로그램과 업무 환경 조성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6개월마다 심사하는 진급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위킵이 물류사업을 시작한 2017년 10월에 합류한 위킵맨 중에는 현재 팀장으로 일하는 사람도 있다”며 “교육받은 전담매니저들이 화주사의 물류와 CS, 솔루션까지 A부터 Z까지 처리하기 때문에 기존 분업화된 물류센터나 B2B 업무 중심 물류센터에서 나오기 힘든 서비스 품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래서 얼마에요?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 이렇게 다해주면 얼마인가. 일단 기본적으로 한 파렛트당 보관비용은 2만5000원이 발생한다. 택배비와 작업비를 포함한 물류비는 표준단가로 건당 2600원이다. 특이점이 있다면 위킵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물량 제한은 없다는 점이다. 하루에 한 건 이하 출고가 발생하는 소형 이커머스 업체라도 위킵의 물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물류센터까지 입고나 보관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하면 쓴 만큼만 돈을 내면 된다.

장 대표는 “소형 고객사는 택배비만 2700원 이상을 내야 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택배비와 피킹 및 포장 작업비를 다 포함해도 건당 2600원이기 때문에 단가가 민감한 고객사더라도 위킵을 이용하면 오히려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며 “물론 월 출고량이 5000건, 1만 건 씩 넘어가는 고객사들이라면 단계별로 단가 할인 정책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90% 이상의 고객사들이 2600원 표준 단가로 위킵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위킵은 2017년 10월 처음으로 물류센터 운영사업을 시작한 업체다. 현재는 인천 동구와 중구에 총면적 1000평, 2000평의 물류센터 두 개를 운영하고 있고, 이달 중 1500평 물류센터 하나를 추가로 계약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350여개 업체가 위킵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계약했으며, 월 13~15만건의 물량이 출고되고 있다. 현재 위킵 직원 60명 중 약 50명이 위킵맨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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