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미래란 무엇인가. 업계 현장을 뛰고 있는 사람들이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 채널을 통해 깊이 있는 콘텐츠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남의 이야기 전하는 기자 입장에서 이런 콘텐츠 보면 자괴감에 빠진다. 업계 사람들과 깊이로 붙으면 전문성에서 이길 수 없다. 예전엔 ‘채널의 힘’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 채널도 옛날 같지 않다. 이미 텍스트 콘텐츠 채널은 네이버에 먹혔고, 영상 콘텐츠 채널은 유튜브에 무너졌다. 뭐 먹고 살아야 되나 고민이다.

그래서 폴인과 아마존코리아가 공동 주최한 ‘아마존 TOP셀러에게 듣는다’ 행사에 왔다. 나도 아마존 셀러가 돼볼까 하는 마음에서다. 확실히 글로벌셀링은 뜨고 있는 것 같다. 진민규 아마존글로벌셀링 마케팅팀장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수출은 매년 4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빠르게 크고 있다고 한다.

진 팀장의 강조사항은 ‘D2C(Direc To Customer)’다. 전통적인 무역 프로세스는 제조업체, 수출업체, 수입업체, 도매업체, 소매업체를 거치며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다단계 구조를 자랑했다. 전통적인 구조 안에서는 네트워크가 없는 소형 셀러가 해외시장에 상품을 판매 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막 시작하는 제조업체나 브랜드사, 리셀러, 셀러들이 전 세계의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그리고 아마존은 D2C 판매채널로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게 진 팀장의 설명이다. 이 말인 즉, 나 같은 유통이라고는 뭣도 모르는 기자라도 맘만 먹는다면 전 세계의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활성화 고객(최근 1년 동안 한 번 이상 아마존에서 구매한 고객)은 3억명이다. 아마존 활성화 고객의 연령분포는 18-34세 40%, 34-49세 33%로 여타 마켓플레이스와 달리 ‘고른 연령 분포’가 강점이라고 아마존측은 이야기한다. 또한 활성화고객의 50%가 연간 75000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고소득자인 것도 아마존이 내세우는 강점이다. 글로벌 셀러가 아마존을 D2C 유통채널로 선택할 경우, 구매력이 있는 다양한 고른 연령 분포의 고객에게 접근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결정적으로 아마존코리아 직원의 한 마디가 내 마음속에 뇌리가 돼 박혔다. “아마존 입점은 매우 쉬워요. 오픈마켓이기에 입점과정이 어렵지 않고요. 어려워서도 안돼요. 여러분은 아마존에 셀러 등록하고 상품을 리스팅 하는 것에만 신경 쓰면 됩니다. 배송과 고객서비스, 반품 등은 아마존이 여러분 대신 해줄 거에요” 송제승 아마존글로벌셀링 전략사업 개발팀장의 말이다.

절대조건 FBA?

물론 이렇게 상품 리스팅 말고 아무것도 신경을 쓰지 않으려면 조건이 있다고 한다. FBA(Fulfillment By Amazon)라는 것을 이용해야 된다는 게 아마존코리아 직원들의 설명이다. FBA란 아마존이 지정한 물류센터에 미리 상품을 보내고, 재고로 보관해서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아마존 고객에게 ‘이틀 안에’ 배송이 가능해진다. FBA를 통해 현지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들과 같은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 아마존코리아의 설명이다.

아마존코리아가 이야기하는 직접배송 대비 FBA의 장점. 물론 당연히 단점도 있는데, 그건 밑에서 푼다.

FBA가 단순히 물류와 CS 대행만 해주는 것은 아니다. FBA에 입점하면 상품을 더 잘 팔 수 있다고 한다. 아마존에 따르면 2016년 4분기 기준 외부 셀러 상품 판매량 중 55%가 FBA를 통해 발생했다. 2018년 6월 기준 FBA를 도입한 셀러의 판매량은 77% 증가했다는 아마존측 설명이다. 송 팀장은 이렇게 말한다. “아마존에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3억명 이상의 ‘활성화 고객’에게 내 제품을 소개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이 3억명 중에서 구매력이 있는, 아마존에 충성적인 1억명의 아마존프라임 멤버십 고객을 어떻게 공략할 것이냐가 사업의 본질입니다”

아마존프라임의 혜택. 아마존프라임에는 연간 119달러에 빠른 무료배송(2일 이내 배송)은 물론 전자책, 비디오, 음악 등 콘텐츠 스트리밍과 클라우드 저장소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아마존프라임 멤버십 고객은 2017년 말 기준 1억명이 넘었다.

실제 아마존코리아에 따르면 한국 셀러의 글로벌셀링 매출의 약 93%가 FBA 이용 셀러를 통해 발생했다고 한다. 아마존코리아가 셀러에게 FBA 사용을 강제하진 않지만, 확실히 FBA를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예컨대 아마존이 셀러에게 내세우는 ‘성과지표’가 있는데, 이것을 편하게 맞추려면 FBA를 이용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게 아마존코리아측 이야기다. 이 성과지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아마존 셀러 판매자격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한다. 무섭다.

아마존코리아에 따르면 아마존은 수준 높은 고객경험을 유지하기 위해 셀러에게 3가지 성과지표를 설정한다. 만약, FBA를 이용하지 않으면 이 지표들을 셀러들이 일일이 관리해야 되지만, FBA를 이용한다면 알아서 관리된다는 게 아마존코리아 측 설명이다.

폴인 행사장에서는 아마존 입점 판매를 하고 있는 글로벌 셀러들의 발표도 이어졌다. 연사로 나온 셀러 대부분은 FBA를 이용하고 있었다. 류지연 후아후아 대표는 “지난해 여름에 부업으로 글로벌 셀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마존 상품을 동남아시아 마켓플레이스에 연동시켜주는 프로그램을 구매해서 판매하는 리셀러로 활동했다”며 “하지만 리셀러로 판매하는 상품은 우리 제품이 아니었고, 반품요청이라도 들어오면 받는 피해가 컸다. 우리만의 경영, 마케팅, 홍보방식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싶은 생각에 후아온(whoaon)이라는 이름의 브랜드로 미국 아마존에 입점 판매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월 8000달러 정도의 매출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FBA의 함정카드

FBA 다 좋다. 하지만 난 보수적인 사람이다. 최대한 위험을 회피하고 싶다. FBA를 이용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셀러가 아마존 물류센터에 판매할 물량을 재고로 입고시키는 것이다. 이 말인즉, 셀러는 재고를 ‘사입’해야 되고, 그러려면 당연히 판매할 물건을 매입할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난 돈이 없다. 대출 받기엔 쫄린다.

더욱이 FBA는 공짜가 아니다. FBA는 셀러에게 판매가 된 상품박스의 부피와 무게를 기준으로 풀필먼트 이용요금(Fulfillment Fee)을 부과한다. 월단위로 창고 보관료(Storage Fee)를 받기도 한다. FBA 사용 수수료는 카테고리별로 상이하나 한 글로벌 셀러의 경우 전체 판매액의 15% 수준이 부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FBA 수수료와 관련된 더 자세한 정보는 아마존 공식 자료로 갈음한다. [참고 콘텐츠: 2019년 미국 FBA 주문 처리 수수료 변경]

여기에 더해 아마존은 FBA 물류센터에 보관했지만 ‘안 팔리는 상품’에 관대하지 않다. 아마존은 오랫동안 재고로 남아있는 상품에 6개월 단위로 점점 증가하는 장기 창고 보관료(Long-term storage fee)를 부가한다. 점점 증가하는 상품 보관비는 셀러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아마존에 폐기 요청을 하게 되는데, 아마존은 이 비용 또한 폐기 수수료(Disposal Fee)로 셀러에게 청구한다.

사족을 붙이자면, 아마존 셀링 자체도 공짜는 아니다. 미국 아마존 기준 프로패셔널(Professional) 셀러 계정을 등록하면 월 39.99달러의 서비스 이용료를 내야한다. 개인(Individual) 셀러 계정을 등록하면 판매 건당 0.99$의 수수료가 부가된다. 여기에 카테고리마다 달라지는 통상 10~15% 사이의 판매건당 수수료가 추가로 부가된다.

그러니까 FBA에 입점해서 잘 팔리면 셀러에게 이득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안 팔리면 재고를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 난감해진다. 한국으로 가져오면 되지 않냐고 물을 수 있겠는데, 그러면 물류비가 상품 원가를 초과해버리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그래서 난 FBA를 안 할 거다. 한국 셀러 판매량 중 93%의 매출을 만든다는 FBA 리그가 아닌 7%의 매출을 만든다는 탈FBA 리그로 들어간다.

쿠팡 상품 사서 아마존에 파는 사람이 있다고?

물류 전문기자 좋은 것이 뭔가.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주워들은 것은 많다. 재고 없이 아마존 판매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리셀링’이다. 한국에서는 ‘B2B 도매몰(배송대행업체)’들이 셀러들의 재고 없는 판매를 돕고 있다. 그 중에는 해외배송까지 해주는 사업자도 있다. [참고 콘텐츠: 중국 셀러의 쿠팡 공습? 4억7000만원짜리 염주의 비밀]

최근에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에게 ‘파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쿠팡 상품을 구매해서 아마존에 판매하면 꽤 쏠쏠한 수익이 남는다는 이야기다. 마치 쿠팡을 ‘B2B 도매몰’처럼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국내에서 유일한 자정까지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까지 무료로 배송해주는 서비스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일본인이 참 좋아하는 한국김. 그래서인지 우체국에서 일본으로 가는 김소포에 1회 발송량 제한(1000개 미만)까지 걸었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아마존, 쿠팡, 네이버쇼핑(셀러: 대천김(주) 본사)에서 판매되는 10개 들이 대천김 판매 페이지. 각각 3800엔, 1만1060원, 1만3900원의 가격이다. 쿠팡 로켓배송 비싸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잘 찾으면 원생산자보다 저렴하게 파는 상품도 보인다. 이 대천김도 그런 품목이다.

  1. 아마존재팬에서 잘 팔릴만한 상품을 ‘쿠팡’에서 찾는다. 예를 들어 ‘대천김(10개들이)’은 아마존재팬에서 3800엔(약 3만8000원)에 팔리고 있는데, 쿠팡에선 단돈 1만10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다.
  2. 아마존재팬에 쿠팡에 올라온 상품정보를 긁어서 리스팅 한다. 이 때 나는 ‘재고’가 없다. 무자본으로 아마존 판매를 시작하는 것이다.
  3. 쿠팡의 당일발송(익일배송) 마감 시간인 오후 12시 직전, 아마존 셀러 관리툴(Seller Central)에서 당일 발생한 일본 소비자의 주문을 확인한고, 해당 수량만큼 쿠팡에 상품을 주문한다. 12시라는 넉넉한 쿠팡 마감시간 덕분에 퇴근하고 나서도 셀러 업무를 할 수 있다. 어차피 상품 주문은 모바일로 해도 그만인 것인지라 술자리 중간에 셀러 업무를 해도 된다.
  4. 다음날 로켓배송으로 나한테 도착한 그 상품을 포장하고, 동네 우체국에 가서 일본고객에게 배송한다. 그리고 까먹고 있으면 된다.

거짓말 같은 시나리오지만, 이미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실제 쿠팡 로켓배송 상품을 수십개씩 구매하여 일본 아마존에 되파는 셀러들이 이미 있다는 것이 이 정보를 알려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나도 그거 할 거다.

우체국에서 EMS 대안 찾기

여기서 단순히 1만1000원에 대천김을 구매해서 3000엔에 팔았으니 대략 1만9000원 남겠구나 생각하면 안 된다. 추가적으로 아마존 판매 수수료와 국제물류 배송비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국제물류 배송비는 판매상품의 ‘무게’와 ‘부피’가 커질수록 비싸지기 때문에 판매원가 산정에 있어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다행히 김은 배송비가 예측되는 품목이다. 쿠팡 판매정보에 상품의 무게가 명기돼있기 때문이다. 위에 10개들이 대천김은 20g 상품이 10개 들어있으니 무게는 200g이다. 글로벌 셀러들의 영원한 친구인 우체국 EMS를 쓴다면 일본 시장 기준으로 약 2만3500원이 배송비로 부가된다.

EMS 일본배송 가격표(비서류 기준). 좀 많이 비싸다. (자료: 우정사업본부)

EMS로 판매하면 답이 없어 보인다. 쿠팡에서 1만1000원짜리 대천김을 사서, 아마존에 3000엔에 팔았는데 EMS요금이 2만3500원이면 남는 게 없다. 그렇다고 가격을 올려서 받기에는 아마존재팬엔 이미 3800엔에 대천김을 파는 셀러가 있다. 그 셀러보다 나은 게 하나도 없는 모양새가 나온다. 진흙탕이다.

이런 나에게 쿠팡 상품을 아마존재팬에 팔고 있는 업계 관계자가 ‘항공 소형포장물 우편’을 추천해줬다. 물론 항공 소형포장물 우편은 ‘무등기’인지라 배송 경로 추적이 안 되고, 일본 고객에게 언제 도착할지 10~20일이라는 우체국이 제공해주는 가이드 외엔 가늠조차 안 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그런 단점들을 상쇄하는 엄청난 장점이 있으니 ‘가격’이다. 최소가격 1760원부터 시작한다. 대천김 200g이면 2290원에 일본 현지고객까지 라스트마일 배송이 가능하다. 국내택배비보다 더 싼 것이다.

우체국 항공 소형포장물 우편 가격표. 애초에 글로벌셀링용으로 만들어진 서비스는 아니지만, 무법과 탈법이 판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판에서 이 정도는 귀여워 보인다.(자료: 우정사업본부)

물론 좀 불안하긴 하다. 일본 고객들이 10~20일 걸리는, 배송추적도 안 되는 우편물을 기다려줄 수 있을까. 아마존 상품 리뷰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쿠팡 상품을 아마존에 팔고 있는 셀러는 불안에 떠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핵심은 쿠팡이에요. 로켓배송을 이용하면 다음날 바로 해외고객에게 발송할 수 있고, 우리 같은 경우 발송정보는 일본 고객들에게 바로 전달해줍니다. 물론 발송 이후엔 무등기 우편을 사용했으니, 당연히 추적이 안돼죠.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의 클레임도 없었어요. 팁이 있다면 포장에 ‘바코드 라벨’을 붙이는 거에요. 이거 실제 동작하는 바코드 아니거든요. 근데 일본 고객은 바코드가 상품 포장에 붙어있는 것을 보고 신뢰할 수 있는 업체인가보다 생각하지 않나 싶어요. 추적이 안되는 무등기 우편이라 정확히는 알 수 없는데, 10~14일 안에는 일본 고객에게 도착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본업 기자, 부업 셀러

그렇게 나는 아마존 셀러 계정을 만들었다. 아마존코리아 직원이 한 말처럼 클릭 몇 번으로 정말 쉽게 만들 수 있었다. 나한테도 아마존 셀러 관리툴 ‘셀러 센트럴’의 접근 권한이 생겼다. 이렇게 앞으로 부업 셀러 생활을 시작한다. 그래도 본업은 기자니까 가끔 셀러 생활의 기록은 남길 거다.

셀러 센트럴 구동화면. 불과 몇 분만에 나도 아마존 셀러가 됐다. 여기에 하나 더 필요한 게 아마존 판매 대금을 받을 수 있는 현지 계좌인데, 페이오니아나 월드퍼스트 같은 가상계좌 개설 업체를 활용하면 일정 수수료를 내고 현지 통화를 한국돈으로 받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 셀러로 돈 많이 벌어서, 기자는 취미생활로 하는 게 목표인데 그건 아마 어렵지 않을까 싶다. 내가 대천김을 아마존재팬에 3000엔에 올려 잘 팔고 있으면, 2500엔에 달려오는 셀러들이 분명히 있을 거다. 더 나아가 아마존이 1000엔에 광천김을 직매입해서 팔아버리는 순간이 온다면, 그땐 뭐 망해야지 별 수 있겠나.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