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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난 ‘쿠팡이츠’, 앞으로의 숙제

쿠팡의 음식배달 서비스 ‘쿠팡이츠’가 처음으로 그 모습을 대중 앞에 공개했다. 윤치형 쿠팡 쿠팡이츠 담당 PO(Project Owner)는 2월 28일 쿠팡 잠실 본사에서 열린 <쿠팡테크 오픈하우스>에서 쿠팡이츠의 현재와 미래를 소개했다.

‘쿠팡테크 오픈하우스’는 쿠팡 직원들이 외부업계 지인(특히 ‘개발자’)을 초청하여 진행되는 비공개 행사다. 쿠팡은 이 자리에서 ‘쿠팡플렉스’, ‘쿠팡이츠’, ‘로켓페이’ 등 쿠팡의 서비스와 기술을 외부기업 관계자들에게 소개했다.

쿠팡은 가까운 미래에 자택에서 부엌이 없어지는 상황이 올 것이라 보고 있다. 쿠팡이츠는 그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쿠팡이 이 날 소개한 사례 중, 아직 시작하지 않은 서비스는 ‘쿠팡이츠’가 유일하다. 쿠팡이츠가 지금까지 몇몇 언론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서비스를 알린건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이츠는 쿠팡이 올해 상반기 공식 론칭을 준비하고 있는 음식배달 서비스다. 현재 독립앱을 만드는 방식으로 음식점(가맹점) 영업 등 서비스 론칭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무래도 ‘쿠팡 공인’의 의미는 특별하다. 윤 PO의 발표를 통해 쿠팡이츠의 앞으로를 들여다본다.

아마존도 유료 멤버십 서비스 ‘아마존프라임’ 가입고객을 대상으로 음식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영국 런던 시장에도 진출했는데, 이건 좀 잘 안돼서 지난해 철수했다.

쿠팡은 왜 뜬금 음식배달을 하는가?

“쿠팡은 왜 뜬금 음식배달을 하는가?” 윤치형 PO가 쿠팡의 음식배달 사업 진출 소식이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이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라고 한다. 잠깐 깔때기를 달자면, 기자도 같은 제목의 기사를 지난 1월 8일 썼다. 쿠팡의 공식멘트를 담은 이 기사를 읽기 전에 해당 글을 살펴보면 조금 재밌을 수 있다. 이건 쿠팡이 왜 뜬금 음식배달을 하는가에 대한 기자의 해석이다. [참고 콘텐츠: 쿠팡은 왜 뜬금 음식배달 서비스를 하려는 걸까?]

다시 쿠팡으로 돌아와서, 왜 쿠팡은 뜬금 음식배달을 하는가. 쿠팡은 우선 음식배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어마어마하게 봤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20% 이상, 한국에서만 매년 60% 이상씩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 ‘음식배달’이라는 게 윤 PO의 설명이다. 203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400조원의 시장을 형성하는 이 시장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게 쿠팡측 설명이다. [참고 콘텐츠 : UBS: Online food delivery could be a $365 billion industry by 2030, 이 콘텐츠에는 윤 PO가 발표 초반에 인용한 영상이 담겨 있다. 위에 적어놓은 쿠팡이 밝힌 통계는 이 영상에서 따온 것이라고 보면 된다. 2030년 글로벌 배달시장 규모를 3650억 달러-약 410조원 시장으로 본 것이다.]

쿠팡이 왜 음식배달을 하는가에 대한 이유는 나왔다. 그럼 쿠팡은 음식배달 시장에서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쿠팡이 꼽은 핵심역량은 세 가지다. 하나는 ‘수요(Demand)’, 둘은 ‘물류(Logistics)’, 셋은 ‘기술(Technology)’이다. 이 날 윤 PO의 발표는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윤 PO가 강조한 쿠팡이츠의 경쟁력. 수요, 물류, 기술.

수요(Demand) : 쿠팡이 자랑하는 숫자들

윤 PO는 ‘1300만’, ‘170만’, ‘160만’, 세 가지 숫자를 기반으로 쿠팡이츠를 이용할 ‘고객수요’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1300만이란 매달 쿠팡앱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숫자다. 1300만명의 고객이 매월 쿠팡에 접속해서 쇼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170만이란, 하루 상품 출고건수다. 쿠팡은 매일 전국에 있는 10여개의 물류센터에서 170만개 이상의 로켓배송 상품을 출고한다고 한다. 쿠팡맨과 쿠팡플렉스 배송인의 라스트마일 배송거점인 ‘캠프’는 전국에 40개 이상 있다는 게 쿠팡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쿠팡이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의 투자유치를 발표할 때 쿠팡이 밝힌 로켓배송 하루 출고건수는 100만개였다. 불과 4개월 사이에 70만개가 늘었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깔때기 하나 더 달자면 국내 1위 택배업체 CJ대한통운의 하루 처리 택배건수는 약 400만건이다. 쿠팡이 이번에 공개한 170만이라는 숫자가 사실이라면 이미 쿠팡은 국내 2, 3위 택배업체인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이상의 물량을 쿠팡이라는 한 업체만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참고 콘텐츠: 쿠팡의 ‘규모의 경제’는 완성됐다? 外]

쿠팡테크 오픈하우스에서는 쿠팡플렉스와 관련된 발표도 있었다. 쿠팡이 현장에서 공개한 쿠팡플렉스 관련 수치 중 살펴볼만한 것은 하루 활동하는 쿠팡플렉스 배송인(플렉서)의 숫자가 약 4000명이라는 것. 단순 숫자만 보면 쿠팡에 정규 고용된 배송인 쿠팡맨 이상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쿠팡이 확보한 쿠팡플렉스 배송인들은 추후 쿠팡이츠 배송까지 활용될 전망이다. 사진은 발표를 맡은 쿠팡플렉스 담당 이율희 PO.

마지막 160만. 윤 PO는 이 숫자를 쿠팡 로켓프레시를 통해 새벽에 배송 받는 고객의 숫자라고 했다. 이것도 이번에 처음 공개된 숫잔데, 정확히 설명하자면 쿠팡의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에 가입한 고객의 숫자다. 로켓와우는 고객에게 ‘가격제한 없는 로켓배송 무료배송’, ‘일부지역 로켓배송 당일배송’, ‘신선식품 배송(로켓프레시)’, ‘30일 무료반품’을 혜택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러니까 로켓프레시는 ‘로켓와우’ 가입 고객만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로켓와우 가입자 숫자도 지난해 12월까지 쿠팡이 밝힌 수치가 ‘100만명’이었던 것을 기억하자. 그새 60만명이 더 늘었다. 아직 무료 이벤트 중이라는, 그러니까 유료화 이후의 상황은 지켜봐야 된다는 함정카드가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 성장세는 어마무시하다. 윤 PO는 “쿠팡의 새벽배송을 통해 가공식품, 계란 등 장보기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있다”며 “쿠팡은 이런 추세가 자연스럽게 ‘음식배달’로 연결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고 콘텐츠 : 조용히 풀린 로켓배송 19800원 가격제한, 쿠팡의 속내는?]

요약하자면, 쿠팡에 월 방문하는 1300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고객풀이 로켓배송으로 일반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서, 로켓프레시를 통해 신선식품까지 구매하기 시작했고 그 숫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쿠팡은 이런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쿠팡이 새롭게 시작하는 쿠팡이츠의 ‘음식배달’을 이용하는 고객풀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물류(Logistics) : 정확히 이야기하면 ‘시스템’

쿠팡이 음식배달 시장에서 보유하고 있다고 보는 두 번째 경쟁력은 ‘물류’다. 쿠팡은 이미 자정(오전 12시)까지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배송해주는 ‘로켓배송’을 직접 구축한 물류망을 통해 운영해온 노하우가 있다. 로켓와우 멤버십 고객에게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정까지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새벽(오전 7시 이전)까지 전달한다. 일부 지역에 한해서는 고객이 오전까지 주문하면 오후에 받을 수 있는,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쿠팡맨만으로는 이런 물량을 처리하기 벅차서, 일반인 배송 인프라인 ‘쿠팡플렉스’까지 확장 운영하고 있다는 게 쿠팡측 설명이다.

쿠팡은 ‘음식배달’에서도 이미 쿠팡이 구축한 물류망과 운영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통해 D+1의 물류를 만들었고, 새벽배송을 통해 D+0.5, 당일배송을 통해 D+0의 프로세스를 만들었다면, 음식배달에서는 분단위, 그러니까 M(Minute)+30의 프로세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역량은 단순히 쿠팡이 구축한 물류망이 아닌, ‘시스템’이 될 것이라는 게 쿠팡측 설명이다. 윤 PO는 “음식배달은 고객주문이 발생하면 배달원이 식당에 방문하여 조리된 음식을 픽업하고, 다시 고객이 있는 곳까지 전달하는 단순한 프로세스를 보이지만 이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며 “예를 들어 음식배달원이 하나의 주문만 픽업해서 고객에게 배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택시로 치면 합승과 같은 풀링이 배달시장에서 왕왕 일어나고 있는데, 이렇게 복잡한 경로를 최적화하고 공급자(배달기사)를 확보하고, 수요를 정확하게 맞추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 말했다.

기술(Technology) : 물류와 테크의 융합

결국 핵심은 ‘기술’이다. 쿠팡이 스스로를 기술기업이라 강조하듯, 물류에도 녹아든 기술이 그들이 음식배달 시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경쟁력이라 보고 있는 것이다. 윤 PO가 강조한 첫 번째 기술은 수요예측(Demand Forecasting)이다. 기상 변화나 이벤트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주문 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배달 파트너를 확보(Securing Supply)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쿠팡이츠는 쿠팡 본사 카페테리아와 인근 음식점을 대상으로 사전 테스트를 마쳤다. 쿠팡이츠 앱을 통해 해당 음식점에 사전주문을 하고, 특정시간에 픽업해가는 방식이다. 스타벅스 사이렌오더와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사진은 쿠팡 본사에서 발견한 테스트의 흔적.

쿠팡이츠 물류 시스템의 목표는 쿠팡의 고객이 주문한 음식을 100% 가깝게 ‘정시배달(M+30)’ 하는 것이다. 동시에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는 ‘건당’ 임금을 지급 받기 때문에 배달 파트너가 오랫동안 쿠팡이츠 네트워크에 남아있을 수 있는 ‘적정 수요’, 그러니까 음식점의 주문(콜)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수요예측(Demand Forecasting)’ 기술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게 쿠팡이 내세운 첫 번째 기술 경쟁력이다. 예컨대 쿠팡은 쿠팡이츠를 통해 특정지역, 특정시간대, 특정날짜에 맞춘 ‘가격 조정’, ‘인센티브 제공’ 혜택을 제공한다고 한다. 쿠팡에 앞서 2017년 서비스를 론칭한 우버이츠에도 적용된 방식이다.

쿠팡이츠가 내세운 두 번째 기술 경쟁력은 배차다. 쿠팡은 이것을 ‘주문 처리(Order Dispatching)’와 ‘주문 할당(Order Assignment)’이라 부른다. 예컨대 음식을 주문한 고객이 있고, 쿠팡이츠에는 ‘자가용’, ‘오토바이’, ‘도보’로 배달하는 인근 배달기사 풀이 있다고 해보자. 여기서 발생하는 숙제가 있다. 특정지역에서 발생한 상품주문을 수많은 배달 파트너의 풀에서 ‘누구’에게 배정할 것인가. 단순히 일이 없는 사람에게 배정하는 것처럼 쉬운 문제는 아니라는 게 쿠팡측 설명이다.

쿠팡이츠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과 같은 데이터 기반 기술을 활용하여 배송효율을 높이고 고객의 기다림의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윤 PO는 “특정 주문을 배달 네트워크상에 다양한 배달 파트너 중에서 분배하는 최선의 선택을 만드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라며 “쿠팡의 매출을 높이고, 고객의 기다림을 줄이고, 네트워크 안에서 효용성(Utilization)을 높이면서 물량을 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팡이츠가 내세운 세 번째 기술 경쟁력은 ‘라우팅 최적화(Route Optimization)’다. 배달기사가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제약사항에서 어떻게 고객까지 음식을 전달하면 좋을지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기술’을 통해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윤 PO는 “쿠팡 본사 근처 잠실새내에는 동수만 50개 가까이 되는 아파트가 하나 있다”며 “이렇게 하나의 주소를 가진 넓은 범위에서 배달기사가 음식을 전달해야 하는 장소가 정확히 어디인지, 자동차를 이용하는 배달 파트너라면 어느 경로로 이동해야 하는지,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배달 파트너라면 어느 경로로 이동해야 하는지, 도보라면 엘리베이터는 어디서 타야하는지, 이런 정보들이 배달 속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쿠팡이츠는 배달 파트너에게 최적 배달 경로를 안내(Last-mile Map and Navigation)하고, 나아가 픽업 경로(Store Location and Information)까지 최적화할 수 있는 방법을 기술을 통해 마련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수십개의 음식점이 입점한 ‘상가’ 단위의 음식점을 방문 픽업하는 경우에는 대개 기존 배달기사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경험에 따라서 픽업경로를 설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쿠팡이츠는 이런 상황을 숙련된 배달기사가 아닌, ‘새롭게 일하는 사람’이 오더라도 배송을 원활히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통해 지원한다. 쿠팡이츠 시스템에는 특정상가에선 ‘뒷문’으로 들어가면 된다던가, 특정 위치에 ‘계단’이 있다던가 하는 정보를 제공하여 고객에게 더 빠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설명이다. 기존 쿠팡맨의 배송앱에도 활용됐던 ‘기술 노하우’는 쿠팡이츠 배달기사가 사용하는 앱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소비자를 위한 기술까지

쿠팡이츠가 내세운 물류의 핵심이 공급자(배달기사)에게 적용되는 ‘기술’이었듯, 소비자를 위한 ‘기술’ 역시 쿠팡이츠의 강조사항 중 하나다. 쿠팡이츠가 소비자를 위해 적용한 기술은 크게 두 가지, ‘트래킹(Tracking)’과 ‘실시간 소통(Real-time Communication)’이다. 고객이 “주문한 음식이 언제 오느냐?”는 질문을 하기 전에, 실시간으로 배달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GPS 기술을 활용하여 준비하고 있다는 게 윤 PO의 설명이다. 아울러 고객과 배달 파트너가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이 여기 포함된다.

이 외에도 쿠팡은 고객을 위한 앱사용 편의성도 극대화한다. 음식명과 상세설명을 잘 갖춰 고객이 쉽게 주문할 수 있게 하고(Catalog), 고객이 원하는 음식을 잘 찾을 수 있게 하며(Search&Discovery), 다른 고객의 리뷰를 통해 음식품질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Trust), 로켓배송에 이미 적용된 ‘로켓페이’와 같은 결제 기술을 통해 지문인식 등 원터치 결제(Payment)를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에서 ‘기술’이 중심이 된다.

결국 쿠팡이 추구하는 ‘배송 목표’와 쿠팡이츠가 추구하는 ‘배송 목표’는 같다는 게 윤 PO의 설명이다. 윤 PO는 “쿠팡의 배송 목표는 고객에게 약속한 시간에 상품을 전달(On-Time)하고, 고객 만족도(Satisfaction)를 높이는 것”이라며 “고객 만족도를 만드는 방법은 빠르고, 친절하고, 일정(Seamless)하게 전달하는 것인데, 쿠팡이츠가 추구하는 배송 목표 또한 이와 같다”고 말했다.

숙제는 ‘오프라인’에 있다

좋은 이야기 다했다. 쿠팡이츠의 숙제는 단순하다. 앞서 쿠팡이 강조한 모든 것들, 주로 기술적인 부분의 강점들을 지금까지 내세운 업체가 없었을까? 우아한형제들이, 우버이츠가, 메쉬코리아가 그런 ‘기술 역량’을 보유하지 않았을까? 쿠팡이 강조한 기술은 대부분 이미 먼저 배달시장에 들어온 기술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했던 것들이다. 여러 이유로 기술 적용을 하지 못했거나, 방향을 선회했을 따름이다.

쿠팡 이전에 이미 쿠팡이 자랑한 대부분의 기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던 한 배달업체가 있었다. 이 업체 역시 IT기술을 통한 ‘자동배차’를 활용했다. 언젠가 그 업체의 시스템을 쓰고 있는 배달기사에게 물어보니 “누가 시스템대로 배달을 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금 이 업체는 ‘완전 자동배차’를 포기하고, 기사의 자율을 존중해주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현실 세계는 만만하지 않다. 배달기사가 정말 쿠팡이츠가 자랑하는 ‘시스템’대로 움직여줄까. 배달판은 무법지대다. 신호를 위반하고, 골목은 물론 인도를 가로지르며 운전하는 배달기사들을 왕왕 볼 수 있다. 이들에게 배달속도는 곧 돈이 되기 때문에, 위험한 불법 곡예운전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한 명, 한 명이 기업에 존속된 이들도 아니다. 특수고용직노동자로 개개인이 ‘사장님’처럼 일한다. 그래서 이들을 배달업체가, 시스템이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쿠팡이츠 역시 ‘일반인’ 배송을 활용하고자 하는데, 같은 문제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쿠팡이츠에게 남아있는 또 하나의 숙제는 ‘가맹점’ 확보다. 과거 우버이츠는 쿠팡이츠와 같은 방식으로 가맹점 영업을 했었다. 그들의 설득의 묘는 이랬다. “우리는 실제 판매되는 상품에 대해서만 수수료를 부과해요. 그러니까 사장님은 우버이츠를 통해 영업이 된 새로운 고객에게 음식을 알리고, 새로운 수익을 낼 수 있는거죠!”

좋은 이야기다. 하지만 현재 음식점이 만들어낸 원가 구조에 이러한 배달 수수료가 들어갈 수 있는 틈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예컨대 5000원짜리 음식을 여러 원가를 제하고 1500원을 남기면서 판매하고 있는 음식점이 있다고 한다면, 이들에게 30%의 수수료는 ‘남는 게 없는’ 장사를 만드는 요인이 된다. 굳이 공수를 투하해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할 이유가 없어진다.

실제 과거 기자가 우버이츠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태원의 한 베이커리 사장님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버이츠가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기 이전, 제휴 제안을 받았지만 그 수수료를 내고 서비스를 운영하면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남는 것이 없다고 판단하여 거절했어요. 자리가 안 좋아서 손님이 많지 않은 사장님들은 그래도 우버이츠에 들어가 보자는 분위기였는데, 목이 좋아 손님이 많이 찾는 음식점주들은 우버이츠 가맹에 회의적이에요”

쿠팡도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좋은’ 음식을 판매하고 있는 음식점은, 대개 오프라인에서도 장사가 잘 된다. 그런 음식점 사장님들이 굳이 온라인으로도 음식을 판매하도록 만들 이유를 ‘쿠팡이츠’를 통해 만들어야 한다. 지난달 한 배달대행업계 관계자로부터 “쿠팡이츠가 가맹점 영업시 제시하는 수수료를 종전 30%에서 20%로 내렸다”는 소식이 기자에게 전해졌다. 이 소식이 사실이라면, 쿠팡이 충분한 좋은 가맹점을 확보하는 과정도 순탄치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쿠팡과 같은 기술을 강조했던 업체는 이미 있었다. 그리고 그 업체들이 겪은 문제들은 대부분 ‘기술’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나왔다.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변수들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기술을 사랑하는 기업 쿠팡이 겪을 고민은 앞으로 ‘오프라인’ 영역에서 터져나올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건 마찬가지로 기술을 사랑하는 여러 배달업체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오프라인의 문제를 압도적으로 해결할 만큼의 기술 우위를 쿠팡이 보여줄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위대하다. 그게 된다면 박수쳐줄 거다.

마지막으로 <쿠팡테크 오픈하우스>에 참가한 업계 관계자 한 분으로부터 이런 질문이 나왔다. “쿠팡이츠가 기존에 시장에 있는 배달앱과 다른 점이 뭔가요?” 이 질문에 대한 윤 PO의 답변이 이렇다.

“그 질문은 사실 쿠팡이 로켓배송을 시작했을 때 받은 질문과 거의 똑같다고 봐요. ‘이미 CJ대한통운과 같은 택배사가 있는데, 쿠팡이 택배를 해서 뭘 잘하겠다는 거야?’와 같은 질문인 것이죠. 마찬가지로 누군가는 ‘이미 지마켓이 있는데, 쿠팡이 이커머스를 어떻게 잘하겠다는 거야?’라고 물어볼 수도 있어요. 쿠팡이 이미 받았던 질문들인데, 우리의 답은 똑같았어요.

우리는 맛있는 음식점을 최대한 많이 섭외해서 고객이 좋은 ‘셀렉션(Selection)’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릴 거에요. 괜찮은 앱을 만들어서 고객이 편하게 먹고 싶은 음식을 구매할 수 있는 사용자경험을 만들 거에요. 마지막으로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한 경험을 활용하여 고객에게 약속한 시간에 최대한 빨리 음식을 전달드릴 수 있도록 할거에요.

굉장히 원론적인 이야기라 식상할 수 있겠지만, 이 3가지를 잘했기에 로켓배송이라는 쿠팡의 리테일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쿠팡이츠에서 또 한 번 성장을 도와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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