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할 수 있는 정보통에 따르면 쿠팡이 11월 중순부터 잠실 일부지역에서 테스트하고 있는 식음료 사전주문 서비스 ‘쿠팡이츠’에 음식배달 서비스를 붙여서 올 상반기 중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일선에서는 이미 쿠팡이츠 가맹점 모집 영업이 진행되고 있다.

쿠팡이츠 배달인력으로는 쿠팡이 누적 30만 명(누적수행건수 기준, 하루평균 4000명 활용) 이상을 확보했다고 하는 일반인 배송기사 ‘쿠팡플렉스’가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쿠팡플렉스 배송원들은 로켓배송 주간배송은 물론, ‘새벽배송(로켓프레시)’, ‘당일배송’ 등 쿠팡이 진행하는 다양한 신규 물류 서비스의 최전선에서 배송인력으로 활약하고 있다. 배송차량은 자차(화물차가 아닌 자가용)를 이용한다. 쿠팡플렉스 배송인은 통상 배송건당 1000~2000원의 돈을 벌 수 있다.

쿠팡의 음식배달, 잘될까?

왜 쿠팡은 ‘음식배달’을 하려는가. 배달대행업계에서는 조금 뜬금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배달시장은 이미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의 3대 플랫폼이 시장을 평정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 ‘음식배달’로 무엇을 더 차별화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평가다. 배달대행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일반 음식점 가맹영업을 시작한 카카오의 음식배달(주문하기)도, 글로벌 데카콘으로 한국에 진입한 우버의 음식배달 서비스 우버이츠도, 시장 장악력은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은 무언가 음식배달 시장에 파장을 만들 수 있을까. 이게 첫 번째 숙제다.

물론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업체 중에 유일하게 ‘배송 부문(쿠팡맨의 로켓배송)’을 내재화했다는 특이점이 있다. 혹자는 이를 통해 쿠팡맨을 ‘음식배달’ 인력으로 쓸 수 있느냐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다만. 그건 어불성설이라는 게 물류업계 관계자들의 공론이다.

애초에 사륜 화물차 기반의 익일배송과 이륜차 기반의 실시간 음식배달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허브앤스포크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서 수백건의 물량을 한 번에 배송하는 사륜차와는 달리, 음식배달은 실시간으로 주문이 올라오고, 실시간으로 픽업이 이루어진다. 규모를 만들기 어렵다.

물론 어느 정도 경력 있는 배달기사들은 대개 여러 개의 음식점을 순회픽업해서 순회배송하는 식으로 규모를 만든다. 하지만 짜장면 4개 한 번에 가져가는 것이랑 로켓배송 상품 200개를 한 번에 가져가는 것은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로켓배송 차량을 음식배달용으로 쓰면 도무지 효율이 나올 수 없다.

지마켓에서 페리카나치킨 주문하는 법. 쿠팡 이전에 마켓플레이스에서 통닭을 판 선례는 꽤 있다. 그런데 그들이 배달까지 직접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쿠팡플렉스 배송인이 음식배달을 하면 잘할까. 먼저 일반인 배달기사를 모아 시장을 공략했던 ‘우버이츠’의 선례를 비춰봤을 때 효율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가 나온다. 한 배달대행업체의 대표는 “앞전에 우버이츠가 했던 것처럼 쿠팡이츠의 배달은 쿠팡의 일반인 배송기사인 쿠팡플렉스가 맡을 것으로 보이는데,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반인 배송기사의 유지관리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더군다나 밀집된 지역(동) 단위로 자가용으로 여러 화물을 모아서 배송하던 쿠팡플렉스 배송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곳에서 주문 접수가 나오는 음식들을 모아서 배송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평했다.

가능성을 위한 팩트 끼얹기

다시 한 번 왜 쿠팡은 ‘음식배달’ 서비스를 하려는가. 단순히 생각해서 D+1 익일배송의 로켓배송을 D+0.5의 당일배송과 로켓프레시로 진화시키고, 여기에 더해 쿠팡이츠를 통해 D+0인 실시간 배송까지 확장하며 고객에게 와우(WOW)를 만들려는 심산일까.  몇 가지 팩트를 끼얹어보면 ‘쿠팡이츠’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이 보인다.

첫째, 쿠팡플렉스 배송기사는 공급과잉 상황이다. 쿠팡은 매일 오후 10시 지역별 카톡방을 통해 이틀 뒤에 일할 쿠팡플렉스 배송인을 모집한다. 신청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모든 조건을 가능하다고 설문지에 작성하고 제출하여도 배송인으로 선정되지 못하고 떨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내가 많이 떨어져봤다. 여기에 더해 쿠팡플렉스 배송인이 물량 픽업을 가는 캠프 현장에는 배송신청을 하고 나오지 않는 노쇼 물량을 받기 위해 현장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라는 후문이다. 이들도 물량을 못 받고 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는 게 쿠팡플렉스 경험자의 증언이다.

쿠팡플렉스가 배송인 신청시 받는 설문조사 내용중 발췌. 희망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 배송이 불가능하다고 표기하면 왠만하면 선정되기 어렵다는 게 쿠팡플렉스 경험자들의 전언이다.

둘째, 쿠팡플렉스 배송신청에 실패한 사람들이 쿠팡플렉스말고 다른 공유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쿠팡플렉스 일을 못하는 날에는 우버이츠 플랫폼에서 음식배달 일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쿠팡플렉스 카톡방 안에서 ‘우버이츠’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수십명이 따로 나와 ‘우버이츠 정보공유’ 카톡방을 따로 만들기도 했다.

우버이츠가 한국진출 초기에는 오픈하지 않았던 ‘자동차 배달원’ 모집공고를 언젠가부터 추가한 것은 남모를 비밀이다. 자가용으로 일을 하는 쿠팡플렉스 배송인이 우버이츠와 호환되는 이유다.

셋째, 음식배달 주문과 쿠팡플렉스 배송인의 업무 피크타임은 다르다. 배달대행업계에서 이야기하는 음식배달 주문 피크시간은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다. 주말의 경우 점심부터 음식배달 요청이 늘어나긴 하지만, 주중엔 점심 주문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반면, 쿠팡플렉스의 피크타임은 쿠팡 캠프에 자차를 끌고 방문(입차)하는 시간인 오후 12시~2시 사이부터 시작해서 업무가 진행되는 3~4시간 사이라고 할 수 있다. 통상 30~50개 정도의 물량은 심각한 변수가 없다면 3~4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다는 게 쿠팡플렉스 경험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니까 쿠팡플렉스의 피크시간인 오후 12시~6시 사이와 배달업무 피크시간인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는 겹치지 않는다.

넷째, 쿠팡플렉스 배송기사는 쿠팡의 모든 신규 물류 서비스에 투입되고 있다. 로켓배송 물량을 쿠팡맨 대신 처리해주는 것이 첫 번째였는데, 지금은 ‘새벽배송(로켓프레시)’, ‘당일배송’까지 쿠팡플렉스 배송인이 투입돼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친 공유의 시대

위 팩트들을 조립하면 이런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아침에는 카카오카풀로 돈을 번다. 점심에는 쿠팡플렉스로 돈을 번다. 저녁에는 우버이츠로 돈을 번다. 아니, 여기까진 시나리오 아닌 현실세계다.

언젠가 쿠팡플렉스 인원들이 따로 만든 우버이츠 카톡방에 이런 이야기가 올라왔다. “저는 오전에 잠깐 우버이츠하고, 점심에 쿠팡플렉스 하고, 저녁에는 우버이츠 했어요!” 누군가 이야기를 받는다. “저는 아침에 카풀하고, 중간시간에 우버이츠 하다가, 쿠팡플렉스 하고, 다시 우버이츠 해보려구요”

언젠가 카카오카풀이 본격적으로 기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땐 이런 이야기도 카톡방에 올라왔다. “카카오카풀 오전에 하면 딱인 것 같아요. 쿠팡플렉스 하기 전에 해도 되고, 완전히 저녁에 해도 되고요” 이론적으로 공유 일자리를 통해 쓰리잡, 포잡까지 가능하다. 미친 공유의 시대다.

우버이츠를 쿠팡이츠로 바꿔보자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나리오다. 쿠팡은 어찌됐든 30만 명의 일반인 배송인을 양병했다. 대단한 것이다. 다만, 문제는 있었다. 쿠팡은 애초에 배송인에게 지불하는 적정금액을 750원으로 설정해뒀다. 그 이상의 금액, 그러니까 건당 1000원, 1500원, 2000원의 주문들은 프로모션 요금이 붙어있는 것이다. 복수 물류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는 돈을 쓰는 운영이다. 현재 쿠팡플렉스 배송인에게 주는 금액 대비 생산성으로 쿠팡맨 이상의 효율은 절대 못 낸다. 효율을 내보자고 1000원 미만의 요금을 설정하자니, 사람들은 편의점 알바나 하겠다고 쿠팡플렉스 카톡방을 나간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츠가 일거리를 갈망하는 쿠팡플렉스 배송인들에게 새로운 돈벌이, 더 많은 돈벌이를 줄 수 있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 이미 ‘쿠팡플렉스’와 ‘우버이츠’를 동시에 하면서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이 있다. 쿠팡이 가맹점 영업만 잘 해낸다면, 여기서 우버이츠를 ‘쿠팡이츠’로 바꾼다고 해도 크게 이상할 것은 없어 보인다.

음식배달만 붙이면 조금 섭섭한가. 그럼 지난달부터 우아한형제들이 잠실에서 실험하고 있는 ‘배민마트’와 같은 생필품 당일배송을 여기에 붙여보면 어떨까. 이미 쿠팡플렉스 배송인이 ‘당일배송’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상품소싱을 위해 편의점이나 마트와 제휴를 해도 되겠다. 아니 그 이전에, 쿠팡이 전국에 깔아 놓은 물류거점이 이미 있지 않은가. 여기에 당일배송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만 미리 갖다 놓으면 어떨까. 배송하는 물건만 짜장면에서 햇반으로, 짬뽕에서 고양이 사료로 바꾸면 된다. 오히려 물류 난이도는 배달음식에 비해 더 낮아진다. 배민마트와 같은 온라인 편의점 서비스는 이미 배민마트 이전에 허니비즈(띵동)가 했고, 나우픽이 했다. 요즘 이미 과포화인 음식배달 플랫폼 시장에서 눈을 돌려, 무주공산인 이 시장에 탐내는 배달대행업체 많다. 뜨고 있는 비즈니스다.

당연히 쿠팡은 고양이 사료도 팔고 있다. 쿠팡플렉스 배송인들에게는 악명 높은 배송품목이다.

여기까지가 한 편의 소설이다. 이렇게 되면 쿠팡이 진정 아름다운 공유 일자리 생태계를 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시에 공유경제라는 이름에는 ‘긱이코노미(Geek Economy)’라는 양면성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전 국민이 쿠팡 생태계에 존속된 일급 노동자가 된다면 조금 슬플 것 같다. 이미 30만명은 만들어지지 않았나. 현실 세계에서는 공유경제의 유토피아가 펼쳐지길 바라마지 않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