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트 김화랑 대표. (출처=더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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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계좌 찾던 더치트, ‘금융사기 인텔리전스’로 진화

김화랑 더치트 대표 인터뷰

“범죄자는 전화번호와 계좌 명의를 바꿀 수 있지만, 범죄 과정에서 남긴 연결의 흔적까지 완전히 지우기는 어렵습니다.”

사기 계좌를 조회해 피해를 막던 금융사기 방지 플래폼 ‘더치트(TheCheat)’가 계좌번호와 전화번호, 온라인 계정의 연결 관계를 분석하는 ‘금융사기 인텔리전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미 신고된 계좌의 이력을 알려주는 데서 나아가, 서로 다른 명의로 흩어진 정보를 연결해 같은 범죄집단의 활동 가능성을 찾는 방식이다.

김화랑 더치트 대표는 바이라인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계좌번호와 전화번호, 온라인 계정 아이디의 연결 관계를 분석해 범죄 위험도를 산출하고 있다”며 “은행과 핀테크의 송금 단계에 위험 정보를 전달하는 데서 나아가, 피해자를 연결해 신고와 피해 회복을 돕는 ‘공동대응’ 서비스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는 사기범이 계좌나 전화번호를 빠르게 교체하는 범죄 환경과 맞닿아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사기 대화와 가짜 신분 자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까지 낮췄다. 범죄자는 신고된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버리고 새로운 명의로 옮겨간다. 더치트는 개별 계좌나 전화번호의 신고 이력만 확인하는 방식으로는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보고, 정보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더치트의 분석 구조는 사이버보안 분야의 ‘사이버 위협 인텔리전스(Cyber Threat Intelligence·CTI)’와 닮았다. CTI는 공격자와 공격 기반시설, 공격 흔적 사이의 관계를 분석해 추가 공격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정보 체계다. 더치트는 악성 인터넷주소(IP)나 악성코드 대신 사기에 사용된 계좌번호와 전화번호, 온라인 계정, 피해 신고 정보를 분석한다. 개별 정보를 따로 조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보 사이의 관계망을 만들어 동일 범죄집단으로 추정되는 연결 고리를 찾고 위험도를 산출한다.

계좌·전화번호·아이디를 관계망으로 분석

더치트는 2006년 개인 간 직거래 사기 피해 정보를 공유하는 서비스로 출발했다. 김 대표가 인터넷 직거래 사기를 당한 경험이 계기가 됐다. 당시 소액 사기는 수사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피해자가 신고를 포기하는 사이 사기범은 같은 계좌와 전화번호를 반복해서 사용했다. 김 대표는 흩어진 피해 정보를 모으면 다음 피해자가 송금 전에 위험을 확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더치트는 2012년 법인을 세운 뒤 은행과 핀테크, 통신사에 데이터를 연동했다. 이용자가 더치트를 직접 검색하지 않아도 송금 과정에서 위험 정보를 확인하는 구조로 바꿨다.

김 대표는 “지난 20년 동안 이용자가 직접 찾아와 검색해야 했던 서비스에서 더치트를 몰라도 피해 예방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금융사기 예방 인프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더치트는 누적 286만건의 피해 사례를 확보했다. 피해 이력이 등록된 휴대전화번호는 47만개, 계좌번호는 119만개다. 하루 평균 900건이 넘는 피해 신고가 접수되고, 월간 조회량은 5억건을 웃돈다. 더치트는 계좌번호와 전화번호, 온라인 계정 아이디를 각각 하나의 분석 단위인 ‘노드(Node)’로 구성한다. 같은 사건에 사용된 정보를 연결해 관계망을 만들고, 서로 다른 명의로 바뀐 정보에서도 범죄집단의 연결 흔적을 찾는다.

김 대표는 “계좌와 전화번호의 명의는 바꿀 수 있지만 기존 계정이나 거래 과정에 남은 관계까지 지우기는 어렵다”며 “정보 사이의 연결성을 분석해 위험도를 산출한다”고 설명했다.

분석 과정에서는 피싱과 중고거래 사기 등 서로 다른 범죄에 같은 계좌가 사용된 사례도 찾는다. 자동 분석 결과와 담당자가 직접 검토한 데이터를 함께 활용한다.

송금 전에 경고…“금융결제원 공동망에 결합해야”

더치트는 분석한 위험 정보를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로 은행과 핀테크 기업에 제공한다. 고객이 금융회사 앱에서 송금하면 더치트는 해당 계좌에 피해 이력이 등록됐는지 확인한다. 금융회사에는 구체적인 피해 내용이 아니라 등록 여부만 참·거짓(True·False) 형태로 전달한다.

개인정보는 성격에 따라 암호화하거나 원래 값을 알아볼 수 없게 바꾸는 해시(Hash) 방식으로 관리한다. 승인된 인력만 통제된 환경에서 접근할 수 있으며, 로그인과 정보 열람 기록도 보관한다.

더치트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은행과 핀테크 앱에서 탐지한 사기 위험은 351만1189건이다. 하루 평균 약 1만9000건이다. 김 대표는 금융결제원 공동망에 더치트 데이터를 결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는 제휴 금융회사 이용자만 위험 정보를 확인하지만, 공동망에 적용하면 전 금융권의 송금 과정에서 사기 경고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검증된 정보가 존재하더라도 송금 전에 전달되지 못한다면 예방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민관 협력의 핵심은 누가 정보를 보유했는지가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전달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더치트는 경찰청 ‘스마트치안빅데이터플랫폼’ 구축에 참여했다. 현재 ‘사이버범죄 수사단서 통합분석 및 추론시스템’ 개발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준비하는 보이스피싱 AI 플랫폼 에이샙(ASAP)에도 관련 경험과 정책 의견을 전달했다.

김 대표는 “공공기관의 유사 기능 구축과 기관별 개인정보보호 요건 해석 차이로 협력이 늦어지거나 무산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피해자를 연결해 2차 사기 막는다

더치트가 최근 출시한 ‘공동대응’은 피해 이후의 신고와 회복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기존 피해자들은 온라인 카페나 오픈채팅방에서 증거와 수사 상황을 공유했다. 그러나 실제 피해자인지 확인하기 어려웠고, 입장 과정에서 신분증과 송금 내역 등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사기범이 피해자로 위장해 대화방에 들어오거나, 사립탐정과 변호사를 사칭해 착수금을 가로채는 2차 피해도 발생했다. ‘공동대응’에는 피해 사례를 등록하고 본인 확인과 내부 검증을 거친 이용자만 들어갈 수 있다. 더치트는 개별 사건마다 대화방을 만들고, 같은 범죄집단과 연관된 피해자가 확인되면 참여 범위를 넓힌다.

피해자들이 계좌번호와 전화번호, 온라인 계정, 대화 기록을 모으면 개별 신고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던 전체 피해 규모와 사건의 연결성을 파악할 수 있다. 수사기관의 여죄 확인과 사건 병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김 대표는 “흩어진 피해 정보가 한곳에 모이면 개별 신고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범죄의 전체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더치트가 직접 수사하거나 피해금을 회수하지는 않는다. 회사는 앞으로 신원을 확인한 기자와 변호사, 경찰 등 조력자가 공동대응 공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허위 신고나 오인 등록에 대한 절차도 운영한다. 피해 정보에 등록된 당사자가 삭제를 요청하면 해당 사례를 즉시 비공개로 전환한다. 이후 소명 자료와 등록자의 답변을 검토해 삭제하거나 다시 공개할지 결정한다.

DM 속 AI 사기봇 탐지한다

더치트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사기 범죄의 비용을 낮추고 있다는 것에 대비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범죄자는 자연스러운 문장과 음성, 이미지, 가짜 신분 자료를 짧은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다. 반면 이용자가 정보의 진위를 확인하는 데 드는 비용은 커졌다.

김 대표는 “생성형 AI는 사기를 정교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범죄를 시도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도 크게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치트는 2026년 하반기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DM)의 대화 맥락을 분석해 AI 사기봇과 피싱 시나리오를 탐지하는 기능을 출시할 계획이다. 신고된 계좌나 전화번호가 없어도 외부 채널 이동 요구와 입금 재촉 등 대화 흐름을 분석해 위험 신호를 찾는 방식이다.

AI 보이스피싱 에이전트의 작동을 방해하는 ‘적대적 오디오 섭동(Adversarial Audio Perturbation)’ 기술도 검토하고 있다. AI 음성 모델의 판단을 흐트러뜨리는 미세한 소리를 넣어 범죄 대화의 성공률을 낮추는 기술이다. 다만 스마트폰에서 실시간으로 처리하려면 단말 연산 성능과 통화 환경의 제약을 해결해야 한다.

김 대표는 “기술의 새로움보다 실제 범죄 예방 효과를 기준으로 적정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방에서 회복까지…더치트의 다음 20년

더치트는 개인 대상 앱을 무료로 운영하고, 은행과 핀테크 기업에 API를 제공해 조회 수수료를 받는다. 피해 보상 보험을 포함한 유료 서비스도 제공한다. 2026년 안에는 거래 상대방의 신뢰도를 확인하는 무료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향후 3년간 금융기관 연동을 확대하고, DM과 오픈채팅의 사기 시나리오를 탐지하는 AI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공동대응’도 고도화해 피해 예방과 등록, 신고, 회복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다. 서비스 대상은 금융사기에서 모든 범죄 피해자로 넓힌다. 축적한 피해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사업도 추진한다.

김 대표는 “다음 20년의 목표는 범죄 위험 신호가 필요한 순간 가장 먼저 경고하고, 피해가 발생한 이후에는 회복 과정까지 연결하는 사회적 범죄 예방 인프라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치트는 2006년 개인 간 거래 사기 피해 정보를 공유하는 서비스로 출발한 금융사기 예방 기업이다. 2012년 법인을 설립한 뒤 은행과 핀테크, 통신사 등에 사기 이력 조회 API를 제공해왔다. 최근에는 데이터 관계망 분석과 AI 탐지, 피해자 공동대응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곽중희 기자>god8889@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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