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창고의 로봇 자동화 (출처=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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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도, CJ대한통운도 ‘로봇 손’에 꽂혔다

요즘 물류 업계의 기술 화두는 손, 그것도 로봇의 손입니다. 포장처럼 수작업에 의존해온 업무를 ‘로봇 손’으로 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사람 대신 로봇이 일을 하면 24시간 가동할 수 있고,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에서 사람을 빼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로봇 손’은 사람처럼 생긴 손 모양의 로봇 핸드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끝에 손가락을 2개에서 5개까지 단 로봇팔부터, 여기에 이동 기능까지 더한 로봇,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까지 넓게 포함합니다.

이런 로봇 손을 가진 피지컬 AI 기업들과, 쿠팡·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내로라하는 물류 기업들이 실증(PoC)을 거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이런 질문도 나옵니다. “그거 ROI(투자대비성과) 괜찮아요?”, “쉬운 거만 되는 거 아닌가요?” “제조처럼 정형화된 업무에나 쓰이는 거 아니에요?”

물류와 로봇 두 업계에서는 모두 초기 단계인 건 분명하다면서도, 수익성과 효율, 그리고 사람이 부족해지고 안전이 중요해지는 미래에 ‘손과 팔 달린 로봇’이 필요할 거라 보고 있습니다. 

‘로봇 손’, 물류 현장 어디어디 쓰이나?

올해 초부터 물류 업계는 로봇 손, 그리고 이 손이 달린 휴머노이드를 실제 현장에 투입해 원하는 대로 작동을 하는지 검증(PoC)를 시작했습니다. 주로 대부분 물건을 집어 옮기는 픽앤플레이스(Pick & Place)나 포장처럼 단순 반복 업무에 활용합니다. 

먼저 쿠팡은 씨메스로보틱스 등 여러 로봇 기업과 협업해 중량감 있는 상품을 컨베이어벨트에 올리는 업무에 로봇 손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자동화율 100%를 목표로 운영 중인 용인 양지 물류센터가 대표적입니다.

컬리는 LG CNS와 손잡고 최근 1차 테스트를 마무리했습니다. 양사는 컬리 물류센터 내에서 상품을 담는 토트를 모아 한 곳에 정리하는 작업에 로봇 손을 활용했습니다. 

[행사 안내]

◈ 포스트 미토스 시대, 기업의 능동적인 AI 적용 전략 및 방안

일시 : 2026년 9월 15일 (화) 14:00 ~ 15:00
장소 : 온라인 웨비나

◈ 금융 테크 컨퍼런스 2026 – AI × Security × Finance

일시 : 2026년 9월 22일 (화) 오전 8시 30분 ~ 오후 5시 30
장소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대로 24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1층 그랜드볼룸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포장에 초점을 맞춥니다. CJ대한통운은 포장을 중심으로 현장 테스트를 진행했고, 최근 실전 배치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그 일환으로 최근 휴머노이드 양팔 로봇 2대를 경기도 용인 양지 올리브영 물류센터에 배치해 상품 포장 공정에 투입했습니다. 이 로봇은 포장 라인에서 박스 내부에 완충재를 투입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CJ대한통운이 양지 올리브영 물류센터에 도입한 휴머노이드 로봇 (출처=CJ대한통운)

또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에이딘로보틱스와 함께 인간 손처럼 정밀한 작업이 가능한 로봇 손을 개발하는 인간형 로봇 손 개발 국책사업에 참여했습니다. 지난해 1차년도 사업을 마무리하고, 현재 2차년도 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와 별개로 피지컬 AI 스타트업 리얼월드와도 물류 현장에 도입 가능한 RFM(Robot Foundation Model) 개발에 협력하며, 구체적인 협력 모델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이족 보행 AI 휴머노이드 로봇’ 실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글로벌로지스 또한 포장과 상품 이동 업무에 로봇 손 PoC를 진행했습니다. AI 휴머노이드 스타트업 로브로스와 함께 진행한 PoC로, ‘AI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품을 포장한 후 카트에 담는 업무입니다. 또 강원대학교와 로봇 손 개발 등에 협업하기도 했습니다. 

업체와 로봇 형태는 다르지만, 실제 적용 업무는 비슷합니다. 즉 물건을 ‘집고, 옮기고, 넣는’ 과정, 지금까지 사람의 손이 많이 남아 있던 영역에 로봇 손이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업계가 테스트하고 있는 겁니다.

왜 물류에서 ‘손’이 마지막까지 남았나

업계는 피지컬 AI 기반 로봇 손을 투입하는 이유로, 다루는 상품의 형태와 재질이 워낙 다양해 지금까지 자동화가 어려웠던 영역이라는 점을 꼽습니다.

기존 자동화 로봇은 사람이 미리 정의한 환경과 동작에서 강했습니다. 정해진 위치에 놓인 정해진 제품을 집어 정해진 곳으로 옮기는 식입니다. 하지만 이런 로봇은 물류 현장에 들이기 어렵습니다. 물류는 상품과 과정이 정해진 제조보다 재고관리단위(SKU)와 위치, 재질, 포장이 훨씬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물류 현장에는 자칫하면 으스러지는 신선식품부터 딱딱한 생활용품까지 상품이 다양하고, 비닐·상자 등 포장 재질도 제각각입니다. 지금까지는 룰 기반으로 로봇을 학습시키는 것보다 사람 손에 맡기는 편이 ROI가 훨씬 좋았습니다. 

양수영 테크타카 대표는 “제조는 대체로 라인이 일정한 한편, 물류 특히 커머스 물류는 다양한 물건을 취급해야 해 변수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리얼월드 관계자 또한 물류 산업 현장에 대해 “어떤 형태와 크기의 오브젝트가 들어올지 예측이 어렵다”며, “기존 룰 기반의 자동화가 더 어려운 영역”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포장과 픽앤플레이스는 기존의 물류 자동화 환경에서도 사람의 개입이 많이 남아 있는 대표적인 영역으로 꼽힙니다. 업계에서는 자동화가 가장 잘 된 센터의 자동화율을 최대 80%, 자동화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을 기준으로 해도 평균 30% 수준으로 봅니다.

노승준 로브로스 대표는 “크게 보면 집어올려서 컨베이어벨트에 올리거나, 포장을 하는 두 축으로 나뉜다”며 “물류센터 직원들의 자동화 수요가 높은 픽앤플레이스와 바코드 스캔, 물건 옮기기 같은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피지컬 AI’인가

그런데 왜 하필 지금 로봇 손일까요? 업계는 그 배경으로 피지컬 AI의 발전을 꼽습니다. 룰 기반 로봇과 달리, 피지컬 AI는 카메라와 각종 센서로 주변 상황을 스스로 인식하고, 물체와 환경에 맞춰 행동을 결정합니다.

예전에는 상품과 작업이 바뀔 때마다 로봇의 동작을 새로 설계해야 했지만, 다양한 데이터를 학습한 피지컬 AI 모델로 인해 한 로봇이 대응할 수 있는 작업과 상품의 범위를 넓히는 접근이 가능해졌습니다. 과거에는 비용이 많이 들었던 비정형 작업까지, 다시 ROI 관점에서 따져볼 수 있게 된 셈입니다.

특히 AI 모델의 발전으로 피지컬 AI 기반 로봇 손의 범용성을 기대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미지와 비디오, 텍스트를 이해해 행동으로 옮기는 VLA(Vision-Language-Action)모델과 다양한 로봇 작업 데이터를 학습해 인식·추론·행동에 활용하는 범용 기반 모델인 RFM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승준 로브로스 대표는 로봇 손 활용에 대해 “SKU가 많아도 룰 기반이 아니라 VLA 기반 모방학습이기 때문에 범용적인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동형 로봇팔이나 휴머노이드가 기존 고정형 자동화 설비보다 유연하게 배치될 수 있다는 점도 업계가 기대하는 부분입니다. 컨베이어 벨트를 포함한 고정형 설비는 일정 장소에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물류센터 변화에 따라 동선을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산업 전반이 빠르게 바뀌고, 다루는 상품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내부 작업 동선을 고정시키는 설비는 지금 물류 산업에서 부담이 큽니다.

만일 바퀴가 달린 채 움직이는 로봇 손이나 이족보행 형태의 휴머노이드가 도입되면,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도 현장 곳곳에서 알아서 작업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종합물류 기업 관계자는 ‘업계에서 로봇 손과 휴머노이드에 기대하고 있는 건 창고 안에서 잘 적재해두고 휴머노이드가 알아서 픽업하고 포장하는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현장 노하우의 상향 평준화도 기대합니다. 물류회사가 국내에서 축적한 현장 운영 노하우를 해외 사업장에서도 동일하게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작업자의 숙련도와 근속 기간에 따라 생산성이 달라지는 만큼, 기업들은 숙련자의 작업 방식을 데이터와 로봇에 학습시켜 거점 간 생산성 편차를 줄이는 방안을 기대합니다.

지난 6월 리얼월드가 서울에서 개최한 ‘덱스터리티 나이트 인 서울’에서 CJ대한통운 구성용 자동화개발담당은 “현장 운영 노하우는 모두 사람에 있다”며 “해외에서 물류센터를 운영할 때, 해외 작업자가 한국 물류기업의 작업 방식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시스템화, 기술화, 그 다음 로봇을 통한 자동화와 피지컬 AI에 (현장 운영 역량 강화)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건비뿐 아니라 인력 확보 비용, 야간근무 비용, 산업재해와 안전관리 비용까지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로봇의 경제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습니다. 인건비 상승 추세와 근무 중 부상 비용까지 감안하면, 로봇이 결국 더 저렴해질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현장에서 로봇 손, 한계와 단기 미래는?

물류·로봇 업계 모두 현 상황을 극초기로 진단합니다. 대다수 업체가 PoC를 하며, 어디까지 로봇 손을 들일 수 있을지 보고 있습니다. 앞서 본 범용성과 유연성은 아직까지 가능성에 가깝습니다.

일각에서는 실제 상용화까지 가려면 비용과 신뢰 등 여러 관문이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이커머스 플랫폼 물류 담당자는 “비용 측면의 값어치가 있는 게 첫번째 기준”이라면서, “사람이 관여하는 범위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즉 단순하더라도 확실한 수행 정확도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노승준 로브로스 대표는 “아직은 실제 현장에 로봇을 적용하면서 다양한 작업 환경과 물류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로봇의 작업 범위와 성능을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고도화 하는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직까지 ROI도 도달하지 못했지만, 경우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다는 설명도 나옵니다. 사람보다 처리 속도가 느리더라도 24시간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종류의 상품을 처리할 수 있는지, 실패할 때 사람의 개입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따라 생산성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진다는 겁니다.

양수영 테크타카 대표는 “테스트해본 결과, 아직 사람에 비해 느리지만 어느 정도 사용 가능한 수준이 나오는 상황”면서도 “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인건비보다 효율이 높다는 걸 로봇 업체들 쪽에서 강조하는 상황”이라고 현황을 설명했습니다. 다른 물류 기업 관계자 또한 “아직까지 ROI가 맞지 않다”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물류센터 24시간 운영에 필요한 심야 인건비를 고려하면 지금 로봇 손을 학습시키는 게 보다 낫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 단계에서는 범용성 확보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한 센터에서 학습한 로봇을 다른 센터에 옮겼을 때 얼마나 짧은 시간 안에 적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지금은 센터별 상황, 적용 가능한 모델도 다르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입니다.

양수영 테크타카 대표는 “센터마다 보관 공간, 상품 보관 방식 등이 달라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많은 로봇 업체들이 지금 트레이닝을 시켜서 한두달 내에서는 어떤 센터에서든 학습해서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들려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엑소텍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는 손명운 LG CNS 자동화·로봇사업팀장 (출처=바이라인네트워크)

제조와 물류 현장에 피지컬 AI 기반 로봇을 공급하는 LG CNS의 손명운 자동화·로봇사업팀장 또한 지난 8월 26일 엑소텍 세미나에서 “모든 현장에서 전지전능한 모델은 없어, 작업 특성에 맞게끔 RFM을 선택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도 사람 손과 닮은 오지(다섯손가락) 뿐만 아니라, 각 산업 현장에 맞는 다양한 손이 활용되거나 개발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로봇 손 도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물류센터 시스템과의 연동을 꼽습니다. 로봇 손만 덜렁 들여둔다고, 모든 업무가 좋아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입고부터 보관, 출고까지 이어지는 흐름 안에서 로봇 손이 제 역할을 하려면 창고관리시스템(WMS), 창고제어시스템(WCS)과 연동돼 하나의 공정으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지금 물류기업들의 관심사는 당장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느냐보다는, 어떤 작업부터 로봇을 넣었을 때 경제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로봇팔의 적용이 먼저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작업대에서 픽앤플레이스나 포장처럼 비교적 한정된 업무를 반복하는 식입니다. 이는 실제로 어느 정도 적용되어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후 이 로봇팔이 여러 종류의 상품과 작업까지 처리할 수 있게 되고, 여기에 이동 기능까지 갖추면 이동형 로봇팔과 휴머노이드의 활용 범위도 넓어질 수 있습니다.

한 물류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단계의 자동화에 여러 제약이 많지만, 중장기적인 기대치를 보고 물류 산업과 투자 업계에서 피지컬 AI 기반 로봇 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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