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AI 추격, 어떻게 격차를 좁힐 것인가
전 세계적인 AI 열풍 속, 국내 금융권은 엄격한 규제와 보안 수준을 유지하면서 생성형 AI로 혁신을 추구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최신 AI 기술을 발빠르게 도입한 ‘프런티어 펌’과 격차를 줄이려는 금융회사들의 분전은 AI 에이전트 시대일수록 더 격렬해진다.
최명근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금융영업 리드는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된 ‘마이크로소프트 인더스트리 서밋 2026’ 금융 세션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금융사는 AI 에이전트를 통해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단계에 진입했고, 이제 시간 단축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역량을 확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국내 금융사도 AI를 도입해 확장하는 비율이 90%에 육박하지만, 핵심 금융 업무에 적용한 비율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고 국내 금융산업의 AI 현실을 짚었다.
최명근 리드는 “그럼에도 AI를 생존의 문제이자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인식한 비율이 80%에 달하고, 올해 연간 50억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하는 금융사의 비율이 절반을 넘는 등 국내 금융권의 AI 잠재가치 인식은 높다”며 “ 앞으로도 AI 기술 주기와 금융권의 추격 속도 사이의 격차는 규제 환경이란 산업적 특성상 발생할 수밖에 없고, 더 높은 수준의 검증과 책임이 따르는 산업으로서 그 격차를 줄이며 프런티어 펌으로 가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매년 실시해 공개하는 업무현황지표(WTI)에 따르면, AI를 활용해 업무 시간을 단축해 고부가가치 업무에 투자할 시간을 확보했다는 기업의 비율은 60%다. 가장 앞선 기업을 지칭하는 프런티어 펌, 특히 금융권 프런티어 펌의 경우 종사자 79%가 AI로 기존에 없던 새 역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반면, 은행, 보험, 증권, 카드, 캐피털 등 국내 금융권 임원과 실무자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AI를 일반적으로 적용한 단계에 있다고 답한 비율은 87%였다. 일단 도입을 했고 확장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핵심 금융권 업무에 적용한 비율은 9%에 불과하다. 글로벌 프런티어 펌과 상당한 격차라고 한다. 하지만, AI를 생존과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인식한 비율은 76%로 꽤 높고, 올해 50억원 이상의 연간 예산을 확보해 집행한다는 비율도 53%였다. 내년에 더 증액한다는 비율은 75%였다.
최 리드는 “글로벌 금융사의 IT 지출 중 10~20%가 AI에 투자되는 반면, 국내 금융사의 AI 투자 비중은 5% 미만”이라며 “글로벌 추격을 위해 국내 금융사도 단기간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사가 AI에 가장 많은 예산을 집행한 부분은 AI 인프라다. 생성형 AI 인프라와 데이터 플랫폼 기반 투자가 가장 많았다. 구축 환경으로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의 하이브리드 방식을 가장 많이 택했고, 다음이 온프레미스였다. 최 리드는 “과거 온프레미스 선호가 높았지만, 프런티어 모델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하이브리드 선호가 높아지는 동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AI를 업무에 적용해 임직원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는 답변이 89%였는데, 이는 2년 안에 49%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고객 영업 지원, IT, 금융 핵심 업무, 보안 및 규제준수 업무 등에 AI를 적용하려는 의지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이런 강한 국내 금융사의 AI 투자 의지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일단 정부 규제부터 문턱이 높다. 개인정보와 민감정보를 다루는 만큼 기본적인 정보보호 규제 외에 망분리란 특수한 규제도 적용받는다. 만약 AI 같은 최신 기술을 활용하려면 ‘혁신 금융 서비스’를 신청해 허가받아야 가능하다. 국내 금융기업은 규제 준수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오히려 국가 규제 수준보다 더 보수적으로 AI에 접근하는 걸 선호한다.

최 리드는 “국내 금융권은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AI 확산의 체계를 갖추는 걸 향후 성공의 주요 팩터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금융권은 기존 관행인 외부 구축 대신 내부의 인력과 전담조직(COE)를 중심으로 외부 파트너의 성공사례를 참고해 개념검증(POC)을 거쳐 단계적으로 확산하는 내재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사가 프런티어 펌과 격차를 줄이려면, 인텔리전스와 트러스트 영역을 내재화해야 한다”며 “과거에 풀지 못했지만 AI로 새롭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프런티어 프로그램을 먼저 정의하고, 인텔리전스와 트러스트 영역을 내부에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금융권의 AI 활용은 단순한 요약, 검색, 초안작성, 질의응답 등에 머물러 있다. 그보다 더 복잡하고 근본적인 생산성 저해 요소를 찾아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반을 개선하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 그 기술적 기반은 단순히 검색증강생성(RAG)과 파운데이션 모델을 AI 에이전트에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최 리드는 “개별 시스템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에 대한 파이프라인을 생성하고 업무적 의미로 변환함으로써, 추론을 통해 도출한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에이전트가 실행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및 실행의 인풋으로 활용을 해야 한다”며 “이렇게 인텔리전스를 갖추면 예를 들어, 모든 고객과 상품 포트폴리오, 시장 리스크 맥락을 종합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슈퍼 프라이빗뱅킹(PB)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구축한 인텔리전스는 한 번의 구축으로 끝나지 않고, 인텔리전스를 계속 자산화 및 내재화해 축적해야 한다”며 “사티아 나델라 회장이 제안한 5C 모델이 유용한 인텔리전스 축적의 방법론”이라고 제안했다.
5C 모델은 Control, Capability, Choice, Cost, Compound 등을 가리킨다. 에이전트 통제를 회사 내부에서 ‘통제’하고, AI 학습과 개발 역량을 내재화하며, 모델의 종속성에서 탈피해 언제든 원하는 모델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업무에 맞고 비용 효율적인 AI 모델을 활용할 체계를 갖추며, AI 에이전트에서 축적한 인텔리전스를 후속 에이전트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 리드는 “컴파운드를 통해 AI 에이전트 개발 기간이 갈수록 단축될 수 있다”며 “만약 비슷한 에이전트를 만드는데 전과 동일하게 시간을 들이고 있다면, 인텔리전스가 내재화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최 리드는 AI 에이전트 기반의 프런티어 펌으로 가는 또 다른 주요 요소로 ‘트러스트’를 꼽았는데,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가는 여정에 반드시 신뢰 기반의 통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Authority, Observability, Human Oversight, Security, Accountability, Auditability, Data & Model Governance 등이 신뢰 기반 통제의 기본 요소다.
그는 “과거에 IT 시스템 구축에서 이 7개 영역은 전사 확산의 저해 영역으로 인식됐지만, AI 시대에 금융권에서는 오히려 전사 확산을 가속하는 영역”이라며 “8월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권에서 거버넌스와 신뢰 체계를 잘 갖춘 상태일수록 AI 에이전트가 전사적으로 훨씬 더 잘 확장되고, 더 많이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권의 AI 에이전트 혁신을 미루지 말라고 조언했다. 향후 토큰 비용 인하 등의 AI 기술 성숙도 향상을 기다리기보다 인텔리전스와 신뢰 체계를 선행적으로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토큰이야 기다리면 저렴해지겠지만, 기다리기만 하면 그 사이 인텔리전스는 축적되지 않는다”며 “인텔리전스는 회사만의 맥락, 경험이기에 외부의 것을 활용할 수 없는 부분이므로, 바로 지금이 프런티어 트랜스포메이션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규제 준수와 보안 요건을 충족하는 AI 환경을 위한 아키텍처를 제공하고 있다. 이 아키텍처는 휴먼 앰비션, 인텔리전스, 트러스트 등의 세 축으로 이뤄진다.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은 사용자의 의도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AI 도구이고, 인텔리전스 영역에 마이크로소프트 IQ 시리즈가 배치되며, 트러스트 영역은 에이전트365를 중심으로 구현한다.
최 리드는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은 목표를 실현하는 AI를 만드는 도구를 제공하며, 워크IQ, 파운드리IQ, 패브릭IQ, 웹IQ 등의 인텔리전스 레이어가 플랫폼의 제품군에 내장돼 인텔리전스를 쉽게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에이전트365는 AI 에이전트와 비용을 관리하도록 지원하고, 마이크로소프트 파운드리와 디펜더 제품을 통해 AI 엔지니어와 보안 전문가 그룹의 가시성과 통제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마이크로소프트의 아키텍처 전반을 한 번에 도입하기보다 각각의 금융 회사마다 처한 아키텍처 환경에 따라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방식을 추천한다”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성공적인 전환을 위한 AI 유즈케이스를 제공하고, 워크숍이나 FDE 지원 등으로 실제 현장에서 고객의 체계를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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