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 시장서 커지는 ‘보안’ 존재감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보안’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로봇청소기는 카메라와 센서를 달고 집안을 누비며 주변을 인식한다. 일부 제품은 원격 영상 기능까지 제공한다. 만약 기기나 계정이 해킹될 경우 사생활 노출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제조사들은 최근 데이터 암호화와 카메라 접근통제, 기기 내 데이터 처리 등 보안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사고도 있었다. 2024년 미국에서는 에코백스 ‘디봇 X2’ 이용자의 로봇청소기가 외부인에 의해 제어되는 사고가 잇따랐다. 미네소타의 한 이용자는 낯선 사람이 실시간 카메라와 원격제어 기능에 접근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기기 스피커에서는 욕설이 흘러나왔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원격으로 조종된 같은 제품이 집 안에서 반려견을 쫓아다닌 사례도 보고됐다. 당시 제조사는 사고 조사 결과 이용자의 계정과 비밀번호가 제3자에게 넘어갔으며 다른 곳에서 유출된 계정 정보를 대입하는 ‘크리덴셜 스터핑’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관련 취약점이 확인된 바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9월 국내 유통 로봇청소기 6개 제품의 보안 상태를 조사했다. 당시 일부 제품은 사용자 인증 절차가 미흡해 집안 사진이 외부에 노출되거나 카메라가 강제로 활성화될 가능성이 확인됐다. 조사 대상 업체들은 이후 개선 계획을 제출했다.
카메라 막고 보안칩 탑재, 제품 설계부터 보안 강화
이런 우려를 의식해 제조사들은 보안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 ‘IFA 2026’에서 에코백스는 신형 ‘디봇 X12S 옴니사이클론’의 카메라 렌즈를 물리적으로 가릴 수 있는 장치를 적용했다. DJI는 2세대 로봇청소기 ‘로모 2’에 인터넷 연결을 끊고 카메라와 마이크를 비활성화할 수 있는 ‘로컬 데이터 모드’를 추가했다. 국내에서도 신제품에서 보안을 주요 기능으로 강조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LG전자 관계자는 “생활가전 제품군 내에서는 로봇청소기가 보안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은 제품”이라며 “카메라가 달려 집 안을 돌아다니는 만큼 제품 성능만큼이나 소비자들이 보안을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한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에 보안 솔루션 ‘녹스 매트릭스(Knox Matrix)’와 ‘녹스 볼트(Knox Vault)’를 적용했다. 녹스 매트릭스는 스마트싱스로 연결된 기기들이 서로 보안 상태를 확인하고 위협을 감지해 차단하는 방식이다. 한 기기에 보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탐지하고 연결된 다른 기기로 위협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이 핵심이다. 서로 다른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기기에도 일관된 보안 기준을 적용한다. 녹스 볼트는 비밀번호와 인증정보, 암호화 키처럼 기기 접근이나 데이터 복호화에 필요한 민감한 정보를 별도의 하드웨어 보안칩에 저장한다.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영역과 민감 정보를 분리해 기기의 운영체제나 소프트웨어가 공격받더라도 인증정보나 암호화 키까지 함께 탈취될 위험을 낮추는 구조다.
로봇청소기가 촬영한 이미지와 영상에는 종단간 암호화(E2E)를 적용했다. 서버가 공격받거나 이용자 계정이 탈취되더라도 이미지와 영상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기기에서 암호화한다. 2026년형 ‘비스포크 AI 스팀’은 KISA의 사물인터넷(IoT) 보안인증 최고 등급인 ‘스탠다드플러스(Standard+)’를 받았다. ‘비스포크 AI 스팀’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KISA의 개인정보보호 중심 설계(PbD) 인증도 획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행사에서 제품을 분해해 내부 보안칩을 직접 전시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최신 로봇청소기 제품 ‘로니’에서 데이터 저장을 줄이고 카메라 노출을 차단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집 안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홈뷰 스트리밍 영상은 제품과 서버에 저장하지 않는다. 오염물·장애물 사진과 청소 일지도 제품에는 저장하지 않는다. 이용자가 동의할 때만 암호화해 서버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또한 제품에 적용된 보안 시스템 ‘LG 쉴드(LG Shield)’는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암호키를 분리해 저장한다. 청소가 끝나 로봇청소기가 스테이션에 들어가면 도어가 닫혀 카메라도 가려진다. 개인정보보호 중심 설계(PbD) 인증도 받았다. LG전자는 LG 쉴드와 보안 감시 체계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다는 계획이다.
로보락은 원격 카메라 접근 과정에 물리적인 확인 절차를 넣었다. 실시간 영상통화 기능은 기본적으로 꺼져 있다. 이용자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기능을 켜더라도 로봇청소기 본체의 물리 버튼을 직접 눌러야 활성화된다. 영상통화를 시작할 때마다 별도의 제스처 비밀번호 인증도 거친다. 계정 정보가 탈취되더라도 원격에서 곧바로 카메라를 켜기 어렵도록 한 구조다.
[행사 안내]
◈ AI 해커가 움직인다, 지금 보안팀이 알아야 할 것(온라인)
일시 : 2026년 9월 15일 (화) 14:00 ~ 15:00
장소 : 온라인 웨비나
◈ 금융 테크 컨퍼런스 2026 – AI × Security × Finance
일시 : 2026년 9월 22일 (화) 오전 8시 30분 ~ 오후 5시 30
장소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대로 24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1층 그랜드볼룸
영상과 음성은 암호화해 전송한다. 통화가 끝난 뒤에는 로봇이나 앱, 클라우드에 영상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원 모델에서는 장애물을 인식하는 인공지능(AI) 처리도 기기 내부에서 수행한다. 로보락은 이용자 데이터를 등록 지역에 따라 아시아와 유럽, 북미의 독립된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한다. 로보락은 제품별 보안 업데이트 지원 종료 시점을 별도 정책으로 공개하고 있다.
KISA “데이터 저장·카메라 접근·업데이트 기간 꼭 봐야”
KISA는 로봇청소기의 카메라와 앱, 클라우드가 서로 연결되는 만큼 사용자 인증과 데이터 암호화, 안전한 펌웨어 업데이트를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KISA는 지난해 조사에서 확인한 로봇청소기 제품의 취약점에 대해서는 제조사들이 제출한 조치계획을 이행하고 지속적으로 보안 관리를 강화하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봇청소기 제품을 선택할 때 확인해야 할 기준으로는 데이터 저장 방식과 카메라 접근통제, 보안 업데이트 지원 기간 등을 꼽았다. 강도가 높은 비밀번호를 사용하고 촬영 기능은 필요할 때만 켜는 것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저장된 영상과 이미지를 주기적으로 삭제하고 제품과 앱을 최신 버전으로 유지하는 것도 권고했다.
KISA는 사물인터넷(IoT) 제품에 대한 보안인증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IoT 보안인증 사후관리 방안 개발 및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로봇청소기만을 대상으로 한 후속 대책은 아니지만, 인증을 받은 IoT 제품의 사후관리 방안을 다루는 사업이다.
KISA 관계자는 “로봇청소기는 다양한 디지털 기술의 결합으로 영상 유출 등에 따른 사생활 침해 위협, 원격제어 악용 가능성 등 보안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지속적인 보안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곽중희 기자>god8889@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