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가치는 실제 사용에서”…금융권 AX, 경영진이 이끈다
“인공지능(AI)의 실제 가치는 기술적 호기심을 넘어 경영진이 주도하는 전사적 활용에서 나옵니다.”
노경훈 아마존웹서비스(AWS) 금융산업·공공부문 리더는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AWS 파이낸셜 서비스 포럼 서울 2026’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포럼은 AI 시대에 맞춰 기존 금융 산업의 모든 요소를 새롭게 생각하자는 목적의 ‘리띵크 에브리띵(Rethink Everything)’을 핵심 주제로 주최했다.
노 리더는 지난 2년간 많은 기업이 AI를 연구하고 개념증명(PoC)을 거쳤지만 이제는 실제 사용으로 넘어가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아이디어의 가치는 실제로 사용하는 것에서 온다“며 “그동안 고심했던 AI를 현재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짚었다.
이어 글로벌 리서치 기관 가트너(Gartner) 자료를 인용해 2028년까지 대다수 기업이 24개 이상의 AI 모델을 사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종이 전표에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모바일 뱅킹을 거쳐 웹3(Web3)로 진화한 역사를 거론하며 금융업이 최신 기술 도입에 가장 빠른 산업군이라고 평가했다. 노 리더는 “보수적이라는 편견과 달리 금융은 항상 새로운 기술을 통해 나아갔고, 소비자의 생활을 가장 먼저 바꿔왔다“고 덧붙였다. 국내 사례로 신한카드가 15개 에이전트를 개발해 카드 추천과 외국인 심사에 적용했고 카카오손해보험과 미래에셋증권 역시 현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진의 주도가 조직 내 AI 확산을 이끈 구체적 사례가 등장했다. 전체 자산 중 89%가 해외 자산이며 14개국 19개 해외 법인을 운영하는 김우영 현대캐피탈 AI전략실장은 자사 핵심 업무에 AI를 내재화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경영진의 지지를 꼽았다.

김 실장은 어제의 최신 기술이 오늘은 구형이 되는 빠른 변화 속에서 실무진의 단편적인 노력만으로는 혁신에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인공지능 전환(AX)은 어떤 한 조직만 열심히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전사가 한팀이 돼야 하므로 경영진의 스폰서십이 가장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매달 사장을 비롯한 사업 부문장들이 모두 모여 AI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적용 우선순위를 토론한다고 전했다.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3개년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관련 과제를 수행한다는 설명이다. 약 50명 규모의 내부 개발 조직을 갖춘 현대캐피탈은 성과 측정이 모호한 업무 대신 심사·마케팅·채권 회수·차량 가치 평가 등 핵심 의사결정 영역에 AI를 우선 적용했다.
김 실장은 “이런 영역들은 잦은 오류가 치명적일 수 있어 높은 정확도가 요구되지만, 성공하면 명확한 성과 측정이 가능하다”며 “실제로 AI를 적용해 취급액, 만기 이익 등 정량적 성과로 증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경영진의 하향식 지시에만 머물지 않고 현업 실무진의 참여를 끌어내고자 일반 직원 51명이 12개 팀으로 참여해 과제를 수행하는 비개발자 중심의 현대캐피탈 사내 행사 ‘바이브 코딩 해커톤’ 대회를 병행했다고 김 실장은 소개했다. 그는 “사장님이 오리엔테이션부터 참석해 회사에서 정말 중요한 행사라는 메시지를 주었다”며 “예상과 달리 폭발적인 신청이 이뤄져 50여개 팀이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고 덧붙였다.
이어 본선에 오른 과제들은 내년 사업 계획에 모두 반영할 예정이라며 직원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실제 시스템으로 구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도 경영진 주도의 AI 도입 사례가 확인된다. 최기영 앤트로픽코리아 대표이사(CEO)는 해외 보험사들이 최고경영자 안건으로 AI 사업을 추진하면서 도입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알렸다. 최 CEO는 “글로벌 보험사 CEO나 최고경영진(C레벨)을 만나보면 ‘꼭 쓰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AI가 C레벨의 핵심 안건으로 자리 잡았다”며 “톱다운으로 드라이브가 걸리면서 많은 적용 사례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보험사 알리안츠(Allianz)는 전 세계 직원 15만명에게 AI 활용 권한을 부여해 일상적인 업무 생산성 향상에 나섰으며 이를 신상품 개발 프로세스와 연동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보험회사 에이아이지(AIG) 역시 특정 보험 영역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안전한 AI를 목적으로 설립된 앤트로픽은 성능이 높은 모델을 제공함과 동시에 위험 요소를 통제하는 솔루션 제시에 집중하고 있다. 최 CEO는 “고성능 AI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그 이면에 있는 위협 요소들을 잘 통제해 기업들이 안전하게 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클로드(Claude)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대상으로 코드 베이스 취약점을 점검하는 보안 기능을 제공 중이라고 설명하며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 리전(Seoul Region)에서도 ‘오퍼스5(Opus 5)’나 ‘소넷5(Sonnet 5)’ 같은 최신 모델이 사용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금융위원회가 보안 목적의 AI 활용에 한해 10개 금융사의 망분리 규제를 유예하면서 금융권의 AI 활용을 가로막던 제도적 문턱도 낮아지고 있다.
노 리더는 이번 조치에 대해 “망분리가 없는 환경에서도 어떻게 AI를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지 보여줄 기회”라고 평가했다. 최 CEO 역시 “정부에서도 AI 도입의 긍정적 효과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판단해 규제 완화에 노력하고 있다”며, 이 같은 제도적 지원에 힘입어 향후 관련 기업 경영진이 주도하는 금융권 AX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원민 기자>wmkim627@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