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 커머스 2026 ⑥] AI 에이전트 앞에 선 한국 이커머스
AI가 검색창을 열고, 상품을 고르고, 결제 버튼을 누른다. 소비자가 직접 클릭하던 자리를 AI가 대신 채우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미 업계 안팎에서는 AI 쇼핑 에이전트가 커머스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에이전틱 커머스라는 파도는 이미 해안에 닿았다. 유통업계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준비하지 못한 기업은 소비자의 선택지에서 조용히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AI 전환 커머스 2026] 기획은 AI 쇼핑이 어디까지 왔는지 현재를 짚고, 유통업계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편집자주]
[AI 전환 커머스 2026 ①] 검색이 장바구니가 되는 시대
[AI 전환 커머스 2026 ②] SEO와 다른 GEO,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AI 전환 커머스 2026 ③] 한국 이커머스는 왜 챗GPT에 안 나올까
[AI 전환 커머스 ④] 이커머스 플랫폼의 GEO 대응: 적극 열거나, 막거나
[AI 전환 커머스 ⑤] MCP 구축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AI 전환 커머스 2026 ⑥] AI 에이전트 앞에 선 한국 이커머스
최근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에이전틱 커머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에이전틱 커머스는 AI 에이전트가 쇼핑을 대신 해주는 걸 의미한다.
AI 에이전트가 확산되면 기존 앱 중심 서비스 구조는 기능과 인터페이스가 분리되는 헤드리스 형태로 진화하고, 프론트엔드의 역할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의 말처럼 에이전틱 커머스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헤드리스 커머스’다. 현재의 온라인 쇼핑몰은 사람이 상품을 잘 찾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쇼핑을 하게 된다면 현재와 같은 화면은 필요 없다. AI가 상품을 찾고, 비교하고, 주문까지 처리하게 된다면, AI 에이전트에 맞는 방식이 필요하다.
개념 바뀌는 헤드리스 커머스
헤드리스 커머스는 13년 전인 2013년 독일의 커머스 기업 커머스툴스(commercetools)가 대중화한 용어로, 프론트엔드 단과 뒷단의 커머스 운영 시스템의 분리를 의미한다.
하지만 13년이 지난 지금, 헤드리스는 조금 다른 의미다. 과거 헤드리스 커머스는 고객의 여러 온오프라인 접점에 대응하기 위해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를 분리해 운영하는 개념이었다. 반면 최근 헤드리스는 에이전틱 커머스를 포함한 에이전틱 AI 시대에 쇼핑몰 화면과 같은 사람과의 접점이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맥락에서 쓰이고 있다.
이와 같이 의미가 변화하고 있는 이유는 AI 에이전트의 발전 때문이다. 현재 사람의 일을 대신 해주는 AI 에이전트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코딩을 대신해주고, 고객 상담을 대신해주고, 비서처럼 나의 일을 대신해준다. 이같은 흐름이 계속되면 필요한 상품을 찾아 구매까지 해주는 AI 쇼핑 에이전트도 머지않아 활성화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시대가 도래하면 브랜드는 이커머스 플랫폼은 AI 에이전트를 위한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이 쇼핑 과정에서 완전히 빠지지는 않겠지만 원하는 상품을 탐색하고 다른 상품과 비교하는 역할은 AI 에이전트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AI 에이전트가 사람의 쇼핑을 대신한다면, AI 에이전트가 규격화된 데이터를 잘 읽고, 실행하는 게 더욱 중요해진다.
현재 업계에서 가장 많이 검토되는 방식은 MCP(Model Context Protocol)다. MCP는 앤트로픽이 제시한 표준 프로토콜로, AI 에이전트가 외부의 도구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론이다. 예를 들어 쇼핑몰 A가 MCP로 자사의 상품 정보를 제공하면, 챗GPT나 클로드와 같은 챗봇에서 쇼핑몰 A의 상품 목록을 검색할 수 있다.
구글은 UCP(Universal Commerce Protocol)라는 방식을 제시했다. AI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상품 탐색부터 결제까지 쇼핑 전 과정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쇼핑몰·결제사·플랫폼 간의 공통 언어라고 볼 수 있다. 기존에는 쇼핑몰, 결제사, 쇼핑 앱이 각각 자체 기술 스택을 구축해야 했고, 연동할 때마다 번거로운 커스텀 통합 작업이 필요했는데, 구글은 UCP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컴포저블 커머스(composable commerce)의 필요성도 대두됐다. 이커머스 플랫폼을 하나의 통으로 구축하는 대신, 결제, 주문관리, 리뷰 등 기능별로 분리된 독립 모듈(컴포넌트)을 조합해 구성하는 아키텍처 접근법이다.
AI 에이전트 통한 쇼핑, 밝은 미래인가요?
업계에서는 머지 않은 미래에 AI 에이전트가 쇼핑 과정 대부분에서 실행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본다. 중장기적으로는 구매자의 AI 에이전트와 커머스 기업의 AI 에이전트가 직접 거래하는 A2A(Agent2Agent) 커머스 시대가 도래한다는 전망도 있다.
맥킨지는 올해 1월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미국 B2C 소매 시장에서만 에이전틱 커머스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이 최대 1조달러에 달할 수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3조~5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삼정 KPMG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 “에이전틱 커머스는 기술적 개념 정립과 초기 실증 단계를 지나, 결제 프로세스까지 완전 통합되는 전면 상용화의 변곡점에 위치했다”고 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플랫폼 내부에 있느냐, 외부의 제3자 에이전트를 활용하게 될 것이냐는 전망은 엇갈린다.
카카오는 제3자 에이전트에 문을 여는데 긍정적 입장이다. 정신아 대표가 헤드리스 커머스의 필요성을 전망한 것도 외부의 AI 에이전트를 잘 받아들이기 위한 방법론으로 이해된다.
반면 외부 AI 에이전트에 개방을 하면 이커머스 플랫폼의 영향력이 줄어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다. AI 에이전트가 중간에 끼면, 당장은 편리해 보여도 결국 쇼핑몰들이 수수료를 떼여 이익이 줄어들 위험이 크다. 또 AI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쇼핑몰간 경쟁도 심해진다. 베인앤컴퍼니는 3월 보고서에서 “더 많은 상품을 더 많은 곳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되면, 우수한 상품에 대한 고객 발견율이 높아지고 전환율도 향상될 수 있다”면서도 “AI 중개업체가 장기적으로 가치를 추출하는 동시에 단위 경제성을 약화시킬 위험도 매우 크다”고 했다.
국내 이커머스, 괜찮겠어요?
현재 국내에서는 제3자 AI 에이전트를 통한 헤드리스 커머스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복수의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들은 외부 AI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한 에이전틱 커머스에 대해 “브랜드에는 유리하지만, 커머스에는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에이전트 쇼핑 시대에 커머스 기업이 가장 걱정하는 건 주도권이다. 만일 소비자와의 접점을 AI에 내줄 경우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내 이커머스는 ‘가격비교’라는 유사한 경험이 있다. 한 이커머스 기업의 전직 고위 관계자는 “과거 지마켓과 옥션 등 이커머스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당시, 네이버 가격 비교 사이트 등에 데이터를 넘겨주면서 서비스 경쟁력보다는 단순한 가격 경쟁력으로 경쟁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며 “기본적으로 많은 커머스 기업들은 자신의 데이터 등을 넘겨주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유사한 결과를 야기할 경쟁에는 쉽게 뛰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전망했다. 그는 “GEO와 같이 자연스럽게 노출을 최적화하는 건 오가닉 트래픽을 확보할 수 있지만, 데이터를 넘겨주는 식의 연동은 제살 깎아먹기”라며, AI 에이전트가 상품을 비교하고 요약하는 시대가 되면 가격과 속도 경쟁 등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GPT와 클로드, 제미나이 등에 앞단(상품 탐색)을 내줄 수는 있겠으나 결제까지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에이전트나 큐레이션, 번들 등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고, 결제까지 자사에 넘어오는 방향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에이전틱 커머스에서 ‘헤드리스’가 보편화될 경우, 차별화된 요소 없이는 살아남는 커머스 기업이 몇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커머스 업계 현직 관계자는 “쿠팡과 컬리와 같이 재고와 풀필먼트를 할 수 있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으나, 중개업을 하는 다른 기업들의 입지가 매우 모호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트래픽을 기반으로 한 수익 문제도 있다. 사람이 실제로 플랫폼에 방문하지 않고 AI 에이전트가 상품을 구매할 경우, 트래픽의 양과 질이 모두 하락하면서 다수의 이커머스 기업 주요 수익원인 ‘광고 수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아 대표 또한 지난 7일 2026년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주요 버티컬 주자들과 논의를 진행하다 보면, 헤드리스 생태계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시장의 막연한 두려움과 전략적 저항이 일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자체 트래픽을 기반으로 광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파트너사 경우, 기존 트래픽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헤드리스 전환에 대해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심리적 장벽도 중요한 요인이다. 커머스 플랫폼의 AI 에이전트를 외부 AI 에이전트보다 더 긍정적으로 여긴다. 베인앤컴퍼니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커머스 기업의 에이전트를 외부 AI 에이전트보다 3배 더 신뢰한다. 또 소비자들은 AI에 결제 정보까지 넘겨주는 데에는 더욱 더 민감하다. 크리테오 ‘2026 커머스와 AI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 57%는 AI에 결제 정보를 공유하는 데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서비스의 경쟁력을 키우고 자체 AI 에이전트를 운영하는 방안이 더욱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쿠팡과 네이버와 같은 대형 이커머스 업체 입장에서는 외부 AI 에이전트에 트래픽을 내줄 이유가 전혀 없다. 아마존과 네이버는 외부 AI 크롤러를 차단한 가운데, 자체 AI 쇼핑 에이전트를 통해 에이전틱 커머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커머스 업계의 중견 기업들 또한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단계다. 버티컬 커머스 기업인 오늘의집은 의사결정의 밀도가 높은 탐색과 비교를 중심으로 사용자 맥락을 이해하고 선택을 돕는 데에 집중하고, 향후 구매와 실행 단계까지 점진적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챗지피티 포 카카오 등을 통해 LLM 기반 서비스를 새로운 쇼핑 포털로 삼고, 내부적으로 에이전틱 커머스를 고도화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챗지피티 포 카카오 연계는 올리브영 입점 브랜드의 상품들을 외부 채널을 통해 효과적으로 노출하고, 동시에 올리브영 고객 방문을 늘리기 위한 일환으로 기획됐다”며 “검색과 탐색 영역에서의 AI 에이전트를 연내 도입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대화형’ 검색으로 고객 경험을 확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