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 커머스 2026 ③] 한국 이커머스는 왜 챗GPT에 안 나올까
AI가 검색창을 열고, 상품을 고르고, 결제 버튼을 누른다. 소비자가 직접 클릭하던 자리를 AI가 대신 채우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미 업계 안팎에서는 AI 쇼핑 에이전트가 커머스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에이전틱 커머스라는 파도는 이미 해안에 닿았다. 유통업계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준비하지 못한 기업은 소비자의 선택지에서 조용히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AI 전환 커머스 2026] 기획은 AI 쇼핑이 어디까지 왔는지 현재를 짚고, 유통업계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편집자주]
[AI 전환 커머스 2026 ①] 검색이 장바구니가 되는 시대
[AI 전환 커머스 2026 ②] SEO와 다른 GEO,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AI 전환 커머스 2026 ③] 한국 이커머스는 왜 챗GPT에 안 나올까
[AI 전환 커머스 ④] 이커머스 플랫폼의 GEO 대응: 적극 열거나, 막거나
[AI 전환 커머스 ⑤] MCP 구축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AI 전환 커머스 2026 ⑥] AI 에이전트 앞에 선 한국 이커머스
챗GPT에 중장년 여성에게 인기 있는 생활가전 A 브랜드에 대해 물어보았다. 어떻게 상품 카테고리가 나뉘어져 있고, 카테고리마다 상품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챗GPT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분명히 온라인에 있는 정보지만, 챗GPT는 A 브랜드를 없는 듯 취급했다.
이처럼 AI 세상에서 특정 브랜드가 잘 노출되지 않거나, 심지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적지 않다. A 브랜드 뿐만 아니다. 업계의 1, 2위 정도 되는 브랜드가 아니라면, 아예 탐색이 되지 않는 것이다.
분명히 이들 브랜드는 자사몰이 있고, 거기에서 활발하게 거래도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생성형 AI는 이 자사몰이 없는 것처럼 취급했다. 생성형 엔진 최적화(GEO)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GEO는 AI 검색엔진이 답변을 생성할 때, 특정 브랜드나 콘텐츠를 신뢰할 수 있는 출처로 인용하도록 최적화하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온라인 쇼핑 시장의 관행으로 인해 GEO에 최악의 환경이 조성됐다고 지적한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의존 구조가 만든 결과 “GEO 전에 SEO도 안된다”
GEO를 연구하고 있는 한 IT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준으로 JSON-LD 스키마 마크업이 적용되지 않은 곳이 7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JSON-LD는 웹페이지의 데이터를 구조화해서 표현하는 일종의 데이터 규격이다. 상품명, 가격, 재고 등 상품과 관련된 정보를 구조화된 형태로 삽입할 때 사용한다.
검색엔진과 생성 AI 크롤러는 JSON-LD처럼 구조화된 데이터를 통해 웹페이지 정보를 읽는다. 특히 생성 AI는 크롤러가 읽어낸 데이터를 의미 있는 정보 덩어리로 쪼개고, 스스로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재구성한다. 그러나 데이터 구조화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AI가 웹페이지 내 브랜드의 정보를 이해하기 어렵다.
국내 브랜드 자사몰 등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내 대다수가 생성형 AI에 ‘없는 존재’가 된 이유다. 해외 경우, 검색 서비스의 구심점인 구글이 10여 년 전부터 데이터 구조화 문법을 제시해왔기 때문에 대다수 기업이 이를 거의 100% 적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내 셀러와 브랜드는 대부분 데이터 구조화를 하지 않고 있다.
그 배경에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내 셀러나 브랜드가 다수의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해서 상품을 판매하는 멀티호밍 구조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국민대학교 플랫폼SME연구센터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유병준 교수팀이 셀러 3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커머스 플랫폼 판매자의 멀티호밍 현황과 전략’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 내 셀러는 평균 2.84개의 플랫폼을 병행해 사용하며, 최대 7개까지도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이렇게 많은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들은 자사몰과 플랫폼 내 상품 상세 페이지를 ‘이미지’로 구성한다. 운영 편의성을 위해서다. 상품정보를 이미지로 하나 만들면 여러 플랫폼에 올릴 수 있다. 이미지가 아니라면 각 플랫폼이 요구하는 형식에 맞게 새로 상품 페이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그러나 이미지로 구성된 상세페이지의 내용은 LLM과 같은 AI 모델이 학습하거나 크롤링하지 않는다. 압도적인 인지도가 없는 한, AI 입장에서는 해당 브랜드와 제품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MD나 마케터들이 운영 편의를 위해 상세페이지를 전부 이미지로 구성하는데, LLM의 크롤링봇이 이를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김예지 엘리펀트컴퍼니 대표 또한 “실제로 특정 제품 추천을 검색해 보면, 국내 사이트를 인용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네이버 검색과 가격비교 서비스에 의존해온 구조가 데이터 구조화의 필요성을 낮췄다는 분석도 있다. 네이버의 요구사항에만 맞추면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대다수가 크롤러 봇을 차단했다는 사실이다.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쿠팡, 네이버 등을 비롯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의 크롤러 차단 상황을 확인해본 결과, 대다수의 플랫폼이 크롤러봇을 차단했다. 서버 과부하, 경쟁사 등의 가격 추적 방어, 광고비 취득을 위한 가짜 트래픽 차단 등을 비롯해 자산화한 자사 플랫폼 내 데이터 수집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인 셈이다.
그러나 셀러나 브랜드 입장에서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편의와 운영을 위해 상품 상세 페이지를 이미지로 구성했던 관행과 맞물려 플랫폼까지 상품 페이지와 FAQ 등을 차단하게 되면, 사실상 브랜드가 외부에서 검색·인용될 수 있는 통로 자체가 사라진다.
GEO 대응, 첫 시작은?
이 같은 배경 때문에 자사몰은 데이터 구조화를 먼저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자사 사이트 내 정보를 최신화할 뿐만 아니라 특히 AI가 좋아하는 맥락을 담은 정보를 구조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GEO를 위해 가장 신경써야 할 콘텐츠는 ‘자주 묻는 질문(FAQ)’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다. 상품명, 가격과 같은 정보뿐 아니라 소재, 원료, 사용법 등을 주제별로 상세히 기술한다면 상품에 대한 정보 맥락이 확충된다.
현재 국내에서 자사몰이나 기업 웹페이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AI 챗봇에 탐지되기 위한 작업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탐지되는 것을 넘어, FAQ 형태의 질의응답 정보를 통해 AI 챗봇으로 상품을 탐색하는 소비자에게 맥락 있는 정보를 제공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카페24는 GEO 전략의 일환으로 카페24 프로 고객사에 FAQ 기반 JSON-LD 마크업을 지원한다. 고객 문의를 바탕으로 질의응답 콘텐츠를 크롤러봇이 인식할 수 있도록 상세페이지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회사가 23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기능 적용 전후 12일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체 업체의 52%가 유입 증가 효과를 거뒀으며, 한 업체의 경우 AI 검색을 통한 유입이 도입 전 대비 71% 늘어났다고 밝혔다.
플래티어 또한 GEO 전략의 일환으로 웹사이트 내 비구조화된 정보를 구조화해 노출하는 AI 검색 ‘젠서(genser)’를 출시했다. 비정형 이미지 데이터가 대부분인 상품 상세 페이지를 OCR(광학 문자 인식)로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기업의 웹페이지 내 적용된 젠서 검색 내 고객 의도 데이터를 합쳐 외부 AI의 크롤러가 읽을 수 있는 형태의 콘텐츠로 업데이트하는 식이다.
GEO, 아직은 초기 단계
AI 챗봇을 통한 탐색이 계속해 활성화되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GEO와 관련한 대응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이커머스 플랫폼 업계 실무진은 “솔루션화해서 판매하는 건 아직 시기상조로 본다”며, “아직까지는 맥락에 따른 최적화 개념은 없고 구글 SEO 최적화에 맞춘 관점에서 접근해 사례를 만드는 단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뷰티 브랜드 실무진 또한 “AI시대 검색이 클릭게임에서 인용게임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최선의 사례가 있어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일각에서 기대한 것처럼 GEO가 이커머스 셀러나 브랜드 입장에서 플랫폼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또 GEO를 시도한다고 할지라도, AI 챗봇이 브랜드에 유리한 정보만을 제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동일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가 본인의 욕구를 잘 알게 되면 기존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소비자가 유입되는 거래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기존 플랫폼이나 검색 엔진을 통한 키워드 광고 등은 상품 등에 대한 관리 수단이 명확한데, GEO는 AI가 수집하는 정보들 중에서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가 우위에 있는 형태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결론이 잘 안 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이미 주요 플랫폼을 중심으로 양분화된 상황이라는 점도 한계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쿠팡과 네이버로 직진입해서 구매하려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에서, AI 챗봇을 통한 구매 전환이 얼마나 높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대응을 위해 GEO를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앞서 이야기한 국내 뷰티 브랜드 실무진은 “AI 추천 기준이 인플루언서 바이럴보다는 피부과 전문의 추천, 성분 투명성, 구조화된 제품 정보 등을 기반으로 한 신뢰 기반 제품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AI 검색 시장에서 가시성을 높이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어로 준비된 신뢰성 있는 제3자 제공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뷰티 브랜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실무단에서 지켜보고 있는 단계로, 판매까지를 기대한다기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제로클릭에 대비해 브랜드 가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데이터 구조화를 진행해야 한다는 판단 정도는 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 단계의 GEO는 당장 매출을 내기보다는, LLM 시대 브랜드의 가시성을 높이기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를 갖추는 작업에 가깝다는 게 업계 전반의 진단이다. 이커머스를 포함해 한국의 다양한 웹사이트가 이미지 중심으로 굳혀진 상황에서, 구조를 손보는 데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