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데이] CJ는 어떻게 스타트업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나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어떤 방식으로 협업할 수 있나. 그 실험이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대기업은 외부(스타트업)로부터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을 공급받고, 스타트업은 대기업으로부터 자신들의 기술을 검증하고 쏠쏠한 사업화 사례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것이 쉽지가 않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조직이 움직이는 속도가 다를 뿐더러, 상대를 ‘비용’으로 보거나 혹은 협업의 전제조건인 ‘상호 신뢰’에 도달하지 못하기도 한다. 스타트업의 입장에선, “혹시나 내 기술, 내 아이디어만 탈취하진 않을까” 걱정도 당연하다.
올해로 7년차에 접어든 CJ의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CJ 오벤터스’는 그런 면에서 차곡차곡 나름의 긍정적 기록을 쌓고 있다. 그간 70개 스타트업이 CJ제일제당, CJ ENM, 대한통운, 올리브영, 티빙 등 16개 계열사와 오벤터스를 통해 협업해왔다. 30일 서울 강남드림플러스에선 CJ오벤터스 8기 데모데이가 열렸는데, 이날 성과 발표를 맡은 김주희 CJ인베스트먼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팀장은 “프로그램 종료 이후 (계열사와) 후속 연계율이 32.8%, CJ의 직간접 투자가 52억원 규모”라며, 오픈 이노베이션이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조하는 것은, CJ가 스타트업과 ‘사업화’와 ‘공동 특허’를 같이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통상 대기업과의 협업에서 이뤄지는 개념 검증(PoC)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양사가 수익을 내거나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2023년에 오벤터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스타트업 렛서는 CJ ENM과 협업, CJ 사내방송에 맞춤형 AI 보이스를 공급하고 있다. 또, 식신은 프레시웨이와 함께 급식·복지 연계형 e-식권 서비스를 개발했다.
올해는 어떤 스타트업이 CJ 계열사와 협업할까. 이날 데모데이 무대에 선 9개 스타트업이 보유한 기술과, 오픈 이노베이션 진행 상황을 간략히 정리했다.
코드스테이츠: AI 기반 인재 성향 분석 솔루션
2015년, 국내 첫 ‘코딩 부드캠프’로 문을 열었다. 김인기 대표는 코드스테이츠를 기반으로 내러티브(Narrative)라는 홀딩컴퍼니를 세우고 태니지먼트(강점 진단 서비스), 로켓펀치(비즈니스 네트워킹 플랫폼) 등을 인수하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회사나 사업이 여럿이지만, 각 사업의 유기적 연결을 통해 ‘인재 진단–네트워킹–데이터 자산화’를 꾀하고 있다.
개별 사업을 조금 살펴보면, 코드스테이츠는 누적 수강생 1만 명 이상, KB금융그룹·네이버·LG플러스·빗썸 등 주요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태니지먼트는 토스·카카오·CJ 등 500여 개 기업이 사용하며 강점진단과 조직분석 데이터를 제공한다.
김 대표는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로 ‘내러티브 3.0’을 제시했다. 글로벌 HR 시장이 정성적 평가에서 데이터 기반 분석으로 이동하고 있으나, 기존의 HR 시스템으로는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재의 데이터를 AI로 분석하고 웹3 인프라를 통해 신뢰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시키는 방식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는 HR 시스템 ‘AI 피플 애널리틱스’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내러티브는 해당 솔루션에 대해 CJ와 공동 특허를 출원했고 고객사와 개념 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LLM을 활용해 다양한 HR 데이터를 종합 해석하고 인재 육성 전략을 설계하는 지능형 HR 파트너”라고 자사 솔루션을 홍보했다.
앙트러리얼리티: AI 기반 뷰티 솔루션
뷰티 AI 분석, 아이템 추천, 시뮬레이션을 제공하는 올인원 뷰티 솔루션을 개발한다. 이동윤 대표는 ▲국내 대형 리테일 매장의 스킨케어 제품 6만 개 중 실제 구매 비중이 0.01%에 불과한 현실을 지적하며, ▲객관적 정보가 아닌 주관적 선호 추구미의 데이터화 어려움, ▲오프라인 중심의 소비 패턴(70% 이상), ▲개별 뷰티 AI 도입의 어려움을 등을 현재 뷰티 산업이 가진 주요 문제점으로 봤다.
솔루션은 당연히 앞서 언급한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다. ▲사용자의 추구미와 인종별 트렌드를 반영한 선호 분석 기술, ▲SKU 메타데이터 자동 추출을 통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정보 취합, ▲비전 기술과 센서를 통한 스킨 컨디션 진단으로 구성된 AI 뷰티 솔루션 ‘트위닛’을 개발했다. 이용자의 피부톤, 선호도, 문화권별 미적 취향을 벡터화해 개인 맞춤 제품을 추천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솔루션을 통해 판매 기여도 15% 이상 향상, 온라인 매출 전환 60% 이상 향상, 고객 재방문 유도를 꾀한다.
올리브영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에서 3개 매장(강남중앙점, 숙대앞, 관악타운점)에서 진행한 테스트 결과, 추천 아이템의 매출 기여도가 최고 14%를 기록해 세포라의 AI 시스템(11%)을 상회했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프레시아워: AI 기반 맞춤 펫푸드 서비스
프레쉬아워는 펫 PHR 빅데이터 기반 건강분석 및 AI 기반 질환 진단을 통한 맞춤 펫푸드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려동물이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되면서 맞춤 케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했다. 프리미엄 펫푸드 시장이 전체 펫푸드 시장의 1위 규모를 차지할 만큼 급성장하고 있지만, 보호자가 적합한 사료를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이 프레시아워가 본 이 시장의 페인 포인트다.
따라서, 이 회사는 100만 개의 사료 섭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질환 진단 및 식이 솔루션이 가능한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프레시아워 김주훈 팀장은 “맞춤 식이 솔루션을 받은 반려동물들이 2-3주 만에 건강 기능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으며, 구독자 리텐션율은 90%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실데이터 기반 9.3만 건의 진단, 누적 5만 마리 이상의 식이 솔루션을 진행했다. AI 진단 정확도가 86%까지 향상되었다고도 주장했다.
CJ제일제당과의 POC에서는 장내 미생물 분석을 통한 맞춤 건강기능식품 효과 솔루션을 검증했다. 50마리 반려견을 대상으로 트루비오 제품을 적용한 결과, 급여 후 염증 수치가 감소하고 질환 증상이 개선되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맞춤 식이 솔루션을 API화해서 파트너사에 납품하는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 최대 동물병원 체인점과 POC를 진행 중이라고 알렸다.
텍스타일리: 폐 혼방섬유 재활용 기술
텍스타일리는 폐 혼방섬유를 원료로 재활용 소재를 생산하는 화학소재 제조업체다. 공동환 대표는 기존 폐섬유 재활용률이 낮은 이유를 재활용 산업의 특성에서 찾았다. 대부분의 섬유가 혼방섬유로 여러 소재가 혼합되어 있어 재활용이 어려웠던 문제를 화학적 분리 기술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선택적 용해라는 화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한 용매 기반 추출 기술을 사용해 PET 혼방섬유에서 고순도 PET를 추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화학적 분해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별도의 재중합 과정을 거치지 않아 비용 우위를 확보한다는 것이 공동환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 기술보증기금 실사평가에서 A+ 등급을 받았으며 다수의 특허를 출원했다고도 강조했다.
롯데케미칼과 PoC를 진행 중이며, CJ제일제당 바이오소재 부문과 산업용 폐섬유 재활용 소재를 개발한다. 환경부 민간협의체 참여를 통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연구 등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SG 규제 강화 속, 글로벌 패션 대기업 공급망과 직접 연결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진짜 리사이클링’을 가능케 하는 기술적 전환점을 섬유 업계에 가져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림피드: 동결건조 처방 사료 개발
림피드는 영양내과 수의사들이 만든 바이오 스타트업으로, 동결건조 처방사료를 개발한다. 김희수 대표는 반려동물 노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증가와 처방사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처방사료는 특정 질환 치료를 위해 영양학적 밸런스를 의도적으로 조정한 사료로, 수의학적 개발 진입장벽이 높아 글로벌 전통 사료 기업들이 독과점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창업자들이 전공을 살려 질병별 포뮬러 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과 합작법인 형태로 임상시험 역량을 내재화했으며, 펫푸드 전문 임상시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작년 11월 국내 2곳뿐인 배합사료 동결건조 공장 중 한 곳을 인수해 생산 역량을 확보했다.
올해 1월 700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9월 들어 3억5000만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 32억원, 내년 16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한다. 현재 당뇨병, 췌장염, 식이알러지 3가지 질환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며, 미국 수출을 위한 프로세스를 구축해 12월 출시를 전망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의 POC에서는, 제일제당이 가진 식물성 발효 조미소재 브랜드 ‘테이스트 리치’를 사료에 적용해 기호성 증진 효과를 확인했다고도 설명했다.
피피넛: 저온 초미립 분쇄 기술 기반 견과류 가공
피피넛은 초미립 저온 그라인딩 기술을 융합한 혈당 조절 기능 견과류 가공품을 만든다. 김수경 피피넛 이사는 기존 식품 가공 과정에서 90도 이상의 고온으로 인해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이 최대 75%까지 소실되는 문제를 콜드 그라인딩 기술로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에 따르면 “100% 순수 동 재질의 특수 블레이드를 사용해 항산화 작용과 독성 제거가 가능”하다. 맷돌 방식의 특허 기술로 건식·습식 분쇄를 할 수 있다. 24시간 기준 10톤 가량의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저온 초미립 분쇄기술 특허를 출원했으며 현재 우선심사 중이라고 김 이사는 설명했다.
현재 누적 매출 30억원으로, 올해 예상 매출은 15억원을 예상한다. 30-4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정기 세미나와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다. 매월 3000만원 이상의 대량 납품으로 매출 구조를 확보했다.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 프리미엄 채널에 입점했으며, CJ제일제당과 저온 초미립 분쇄기술을 활용한 신규 스프레드 개발을 논의 중이다.
큐빅: 보안 합성데이터 생성 솔루션
큐빅은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원본 수준의 정확도를 유지하는 보안 합성데이터 솔루션을 개발한다. 공동창업자이기도 한 하헌석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업들이 보유한 데이터 중 단지 12%만 활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88%는 규제, 프라이버시 이슈, 법적 리스크로 인해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하며, 회사가 개발하는 합성데이터 솔루션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핵심은, 원본 데이터에 재접근하지 않고도 원본 데이터의 유용성을 유지하는 합성데이터 생성이다. 단순 비식별화나 마스킹 수준을 넘어 차단 정보 보호 기법을 적용해 고도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보안 합성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것을 앞세웠다. 하 CTO는 “이미지나 텍스트 특화가 아닌 멀티모달 도메인 리스트에 해당하는 합성 데이터를 생성하는 파이프라인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 인프라를 통해 어떤 데이터에도 합성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CJ프레시웨이와의 POC에서는 외식 사업자 영업 관리를 위한 AI 영업 비서 에이전트를 개발해 자동 견적서 생성과 데이터 분석 기능을 구현했다.
더브이플래닛: AI 기반 숏폼 영상 자동 제작
꼭 인간이 쇼츠를 만들 이유가 있나? 더브이플래닛은 실시간 소셜 트렌드를 즉시 바이럴 콘텐츠로 제작하는 AI 스타트업이다. 이준호 대표는 SNS 시대에 바이럴의 규모와 속도가 빨라져 하루 만에 끝나는 트렌드도 있어, 사람이 트렌드를 리서치하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이에 트렌드가 끝나버리는 문제를 지적했다.
멀티모달 AI로 텍스트와 영상 형태의 소셜 트렌드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가장 뜨거운 주제를 발견하고 바이럴 콘텐츠로 제작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AI가 영상의 시각적 내용과 오디오를 동시에 분석해 영화 시나리오 지문과 같은 형태로 분석 결과를 생성한다. 이를 실시간 트렌드 데이터와 매칭해 관련 영상 클립을 자동 추출하고 SNS로 즉시 배포할 수 있도록 한다.
티빙과의 POC에서 1500개의 쇼츠를 업로드했으며, AI 제작 쇼츠의 완주율이 12.68%로 인간이 만든 쇼츠 완주율 12.7%와 유사한 성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카멜라이언: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자막
청각 장애인은 실시간 자막을 어떻게 보나? 자막의 기본은 입모양과 자막이 일치하는 것, 그리고 화자를 잘 분류하는 것이 기본인데 현재 여러 VOD나 OTT 서비스에서는 그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카멜라이언의 지적이다. 이 회사가 추구하는 것은 ‘합리적 비용으로 고품질 배리어프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박찬혁 대표는 방송사와 미디어사들이 자막 제작에서 비용, 속도, 품질 중 일반적으로 두 가지를 포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해결책으로는 미디어 콘텐츠에 특화된 AI 파이프라인과 자동화를 바탕으로 제작 속도와 비용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면서 높은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멀티모달 AI와 자동화된 파이프라인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강력한 편집 어시스턴트 기능으로 대규모 제작과 관리가 가능한 전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11개 이상의 방송 채널에서 1만 6천 시간 이상, 총 2만 편 이상의 누적 서비스를 제공했다. 티빙과의 POC에서는 170편, 66시간의 자막을 제작했으다. 여기에는 1분짜리 숏드라마 등 새로운 콘텐츠 형태도 포함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무료 웨비나] IdentityTV 2026: 아이덴티티 보안의 미래를 지금 확인하세요.
일시 : 2026년 7월 9일 (목) 14:00 ~ 15: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