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기업 지원 목적 ‘기보’, ‘상장 당일 지분 매각’ 물의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이 투자한 회사의 지분을 상장 당일 대량 매각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공개됐다. 기보는 기술 기반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금융기관인데, 애써 기술 기업을 살리려 투자해놓고는 상장하자마자 지분을 매각해 투자 기업에 타격을 끼쳤다는 점이 비판의 논지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동아 위원이 김종호 기보 이사장을 상대로 질의를 하는 과정에서 공개됐다. 김 의원은 “기보가 ‘보증연계투자’ 제도를 통해 상장시킨 중소기업의 주식을 상장 당일부터 대량 매각하여 시장에 충격을 주고 기업의 안정적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보는 언제 얼마나 팔았나
기보가 최근 5년간 상장 후 매각까지 완료한 18개 기업에 대해 분석한 결과, 기보는 총 212억 원을 투자해 1860억 원을 회수했다. 투자수익(순이익)은 1648억원, 평균 수익률은 776.4%에 달하며 투자원금 대비 8.76배의 성과를 거뒀다.
투자 대비 수익을 실현한 것은 잘한 일이다. 다만, 문제는 회수 시점이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기보는 최근 5년간 상장 후 매각한 18개사 중 15개사를 상장 당일부터 매각하기 시작했다. 평균 4.3%의 지분을 가진 기보가 상장 첫날부터 물량을 쏟아내자,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김동아 의원실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기보가 상장일 매각을 개시한 15개사의 주가는 매각 완료 5일 후 상장일 대비 평균 25% 하락했다. 특히 가장 주가 하락폭이 컸던 에이텀의 경우 상장일이 5만6900원이던 주가가 매각완료 닷새 후 2만2150원으로 61.1% 폭락했다. 크래프톤 역시 55.8%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김종호 기보 이사장은 국감에서 “자발적 보호예수를 취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추가로 (보호예수 기간을) 추가하는 것도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기보는 자발적 보호예수 제도나 1일 매각물량 2% 미만 제한 등 시장 충격 완화 장치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김 의원은 평균 25%의 주가 하락에서 보듯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보는 왜?
기보 측은 상장 직후 물량을 대량 매각한 이유를 외부에 공개하진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상장 이후 보호예수가 없는 주식들을 대거 매각에 나서는 경우가 잦은 우리 증시의 특성이 기보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한다. 상장 직후가 가장 고점일 것이라 예측될 경우, 그때 주식을 팔아 최대 이익을 보려는 선택일 가능성이다. 기보가 투자 대비 이익을 최대한 실현하고 이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나, 공공기금이 일정 기간의 보호예수기간을 두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최성진 스타트업성장연구소 대표는 “상장 이후 투자에 대한 회수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나, 기술이 있는 기업을 도와주기 위해 투자를 진행하는 공공기금이기 때문에 일정기간 보호예수 기간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기금 운용의 안정성 만큼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보의 사례는 민간 벤처캐피탈(VC)이 참여하는 기술창업지원프로그램인 팁스(TIPS)와도 대조된다. 김동아 의원은 팁스의 경우 코스닥 상장규정에 따라 상장일로부터 6개월 의무보유확약을 지키고 있다는 부분을 짚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기업이 시장에 안착할 때까지 민간 투자자도 기다려준다는 뜻”이라며 “기보도 코스닥 상장규정을 따라 6개월 의무보유규정을 도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언했다.
김 의원은 또 “기보의 장기적 성과는 ‘얼마나 많은 기업을 상장시켰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기업을 안정적으로 성장시켰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무료 웨비나] IdentityTV 2026: 아이덴티티 보안의 미래를 지금 확인하세요.
일시 : 2026년 7월 9일 (목) 14:00 ~ 15: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