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키우려면 일곱가지 정책 제안을 봐달라”
국정감사를 앞두고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규제, 혁신의 족쇄가 아닌 레일이 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제목의 정책제안서를 발간했다. 스타트업을 경제 발전의 원동력을 삼자는 정치권의 말과 달리, 어떤 법안은 성장의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모든 주장과 갈등에는 각자의 논리가 있다. 투자 회수 시장 키우기 위한 연기금 활용이나 플랫폼 규제, ‘고영향 AI’를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 등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에, 스타트업은 어떠한 대답을 가지고 있나. 제안서를 주도적으로 집필한 정주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과 1일 이야기를 나눠봤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살펴봐야 할 일곱가지 아젠다를 뽑아 정책제안서를 만들었다. 무엇을 중심에 뒀나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사업이 너무 잘 돼서 확장을 위해 나간다”라기보다는, “투자 받기 어려워” 밖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투자를 늘리기 위한 회수 시장 활성화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지속 제기해온 문제다. 또, 온라인 플랫폼 규제나 AI 기본법 등도, 자칫하면 산업의 성장 자체를 막을 수 있는 측면이 강해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다.
글로벌로 나가는 것도 잘 돼서 나가야 좋은데, 한국에서조차 안 돼 나가야 하는 것은 안타깝다는 이야기다. 투자의 경우, 새정부 들어 연기금 활용 등 시장에 자금 확충을 위한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는데
모태펀드 출자 확대,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도입 등 시장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 자금이 벤처 투자에 들어가도록 선순환 흐름을 만드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금을 벤처투자에 쓰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 방향은 맞더라도 사람들의 불안을 감안해 속도나 안전성 확보에 유의해서 제도를 잘 갖춰나갸야 한다는 생각도 동시에 한다.
아젠다에 ‘온라인 플랫폼법(이하 온플법)’도 올라 있다. 그런데, 온플법은 미국의 통상압박 때문에 사실상 접힌 것 아닌가. 왜 이 아젠다를 계속 주목해 봐야 하나
그렇다. 통상 우려 문제로 미국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되는 것들은 일단 올스톱이 된 상황이긴 하다. 그러나, 플랫폼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독과점과 공정거래다. 독과점은, 미국 기업이 해당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무산됐다. 그러나, 공정거래는 ‘갑을관계 공정화법안’이라고 해서 더불어민주당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법안 중 하나로 들어가 있다. 새로운 법은 아니고, 공정거래 측면에서 ‘수수료 상한’이나 ‘입점업체 단체 교섭권’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영역은 자칫 잘못하면 플랫폼 사업 모델 자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부분들이라 매우 조심스럽다.
갑을관계 공정화법이 왜 플랫폼 모델의 근간을 흔드는 것인가? 예컨대, 수수료 상한은 오히려 플랫폼에서 상대적 약자를 보호하는 법 아닌가?
공정거래를 위반하거나 혹은 갑질을 하는 상황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공정거래법’을 통해서도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 플랫폼만 따로 법을 만들어 규제를 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 지금은 시장 상황이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법 적용을 받을) 구역 획정도 못하는 상황이지 않나. 산업을 이해 못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플랫폼을 아예 규제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플랫폼도 잘못하면 당연히 처벌 받아야 하지 않겠나. 그러나, 이미 기존 법으로도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데 별도로 하는 것은 우려가 된다. 또, 현재의 법안은 수수료 상한을 배달앱 위주로만 한정하고 있지만 이 법안이 나중에는 배달을 넘어 플랫폼 전 영역으로 확대해 나갈 거라고 보인다. 그래서, 이 부분을 짚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독과점 방지가 아닌 공정거래 방지를 목적으로 한 온플법도 국내 기업만 단속하는 이른바 ‘역차별’의 근거가 될 수 있나
일단은 그렇다. 왜냐하면 지금 통상 우려 때문에 갑을 관계 공정화 법안이 나온 것 아닌가? 그 말인즉슨, 규제 대상에 해외 기업은 포함이 안 되고 규제 대상의 타깃이 국내 기업이라는 걸 뜻한다. 규제 대상에 해외 기업을 포함한다고 하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없다. 당연히 역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
덧붙여, 수수료 상한제의 경우에는 ‘가격을 국가가 정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민간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국가가 얼마 이상으로 받지 못하게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월 소득 200만원 이하의가 정에는 치킨을 2만원에 파세요”라고 국가가 정하는 거랑 똑같은 상황이다. 자유시장 경제체제 원리 안에서 맞지 않는 논리다. 종국적으로는, 그 가격(상한제에 막혀 덜 받은 수수료)이 소비자가에 녹을 수 있고, 플랫폼은 마케팅이나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있어 법의 의도와는 달리 시장 활성화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온플법은 이미 큰 기업을 타깃한다. 그런 측면에서, 스타트업이 왜 온플법을 걱정하느냐는 말도 있다. 굳이 따지자면, 스타트업엔 좀 먼 문제 아니냐는 이야기다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아서 급속하게 성장하는 그런 모델을 말하지 않나. 지금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이용자를 확보해 시장 지배력을 높여 성장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스타트업은 지금은 작아도 언제든지 빠르게 큰 기업의 규모를 따라갈 가능성이 있는 곳들이다. 언젠가는 내가 규제의 대상이 된다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사실상 ‘성장에 캡을 씌운다’는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 가뜩이나 AI가 없으면 투자 받기 어려운 상황 아닌가. 플랫폼에 대한 투자도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에서는 “저 정도 사이즈로 성장하면 규제를 하는구나”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내보내는 것은 부정적이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한국 기업, 또는 플랫폼에 투자할 유인이 없어지는 거다.
플랫폼은 규제의 대상으로 보이지, 최근엔 진흥의 대상으론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 AI가 강조되는 것은 좋지만 플랫폼은 소외되는 것이 늘 아쉽다. AI와 플랫폼은 투 트랙으로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AI 기술이 잘 되기 위해선 플랫폼과 플랫폼에서 나온 데이터가 매우 중요하다. 오픈AI가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하는 것도, 기술력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플랫폼이 없어서 아닌가.
우리나라는 (비교적) 플랫폼도 많고, 이들이 성장하면서 데이터와 이용자를 많이 확보했다. 이걸 통해 응용 모델을 계속 발전시켜야 AI 생태계도 고도화될 수 있다. 그런데 AI에 대해선 기술이나 인프라, 파운데이션 모델만 생각하는 것 같아 되게 아쉽다.
AI 이야기가 나온김에 AI 기본법 얘기로 넘어가보자. 요즘엔 이게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 같다. 일단, 기본법이 만들어지는 것은 좋은 게 아닌가? 중요한 건 시행령 같은데
좋다 싫다를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법이 없다면) 사업자가 혼란스러울 수 있다. 안전이나 위험에 대한 부분을 간과할 순 없으니까. 대신, 시행령을 잘 만들어줘야 한다.
시행령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어떤 부분인가
일단, 시행이 급하다. 원래 5~6월에 나왔어야 할 하위 법령(시행령 초안)이 여러 복잡한 정치적 사태로 9월에나 나왔다. 지금도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가 열리는 상황이다. 추가적인 가이드라인도 12월에 확정이 되는 상황이라, 아직 기업들이 수정안을 반영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야기가 너무 급박하게 흘러간다.
기업들의 입장에선 ‘고영향 AI’에 자신들이 속하는지가 제일 관심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인데, 만약 자신들이 고영향 AI에 해당하면 정말 과중한 규제 부담을 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영향 AI 사업군을 피할 수 있을지 어떨지를 자신들이 선택할 수도 없다. 왜냐면, 만약 범용 모델인 GPT나 네이버 클로바 같은 경우를 가져다가 쓰고 있는데, 이들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이 고영향 AI에 해당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오면 이들 모델을 가져다 쓰는 개발사들도 사업자로서 여러 의무를 부담해야 할 수 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아직 모호한 부분이 너무 많다.
여기서 좀 중요한 건 스타트업 같은 경우에는 외부 모델을 튜닝해 활용하고 있는데, 내가 고영향 AI인지, 의무를 지켜야 되는 사업자인지 판단이 어렵다. 그래서 기업 입장에선 “이해하기 어려우니 안전하게 가자”고, (법을) 과잉 준수하면서 위험을 회피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고영향 AI에 해당할 가능성이 조금만 보이면 피하는 것이 결국은 혁신이나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는 것을 가로막는 방향이 될까 우려되는 것이다.
고영향 AI를 걱정하는 시민단체들과는 의견이 정반대일텐데. 양측이 의견 조율 가능한 부분이 있나?
(시민단체에선) 이용자 측면에서 위험성이나 안전성을 더 강조한다. 그래도 토론회 등에서 만나보면 그분들도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걱정한다.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망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책 제안서에는 AI 기본법을 두고 ‘한국형 규제 프레임워크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한국형’이라는 말에 어쩐지 거부감도 든다(웃음)
그럴 수 있겠다(웃음). 특별한 의미라기 보다, 우리나라가 유럽의 법안을 많이 가져오고 있기 때문에 그걸 경계하기 위한 표현이다. 여러나라의 법을 참고하는 것은 좋을 수 있으나, 자국의 플랫폼이 거의 없는 유럽의 법만 주로 참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유럽연합(EU) 내에서도 자기들이 만든 포괄적 AI 규제 법안인 ‘AI 액트’에 우려한다. 굳이 ‘한국형’이라고 표기한 것은 우리나라 산업 구조와 기술 수준에 부합하는 맞춤형 규제를 설계하자는 뜻을 담았다.
제안서에 ‘망 이슈’도 있더라. 2022년 경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이용료로 갈등이 컸고, 2023년에 논란이 일단락 됐다고 생각했는데. 이 이슈가 지금와서 다시 중요한 이유는?
그렇다. 그런데 지난 7월엔 통신사들이 국회에서 토론회를 크게 열었다. 다시 망 이용대가 무제를 제기했는데, 이번에는 ‘AI로 인한 트래픽’을 주장의 근거로 들고 나왔다. AI 시대에 트래픽이 더 증가하면서 망 비용 부담이 늘었다는 거다. 새로운 프레임을 들고 나왔는데, 저희가 검토를 해보니 국내 유무선 인터넷 전체 트래픽 추이에서 생성형 AI 이후, 뚜렷한 폭증을 감지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장 급한 이슈는 아니지만, 놓치고 가면 안 된다는 판단을 해서 정책 제안서에 넣었다.
통신사 측 주장의 근거가 빈약하다는 이야기다
AI가 망 이용 대가 논쟁을 재점화시킬만한 신규 부담 요인은 없다는 뜻이다. 우리가 여전히 주장하는 것은 ‘상호접속 고시’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 그리고 망 접속료를 낮추는 것이다. 지금 한류 콘텐츠가 글로벌로 뜨고 있는 시점에, 망 이용료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해외로 나가는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우리 기업이 해외 나갔을 때 “너네 나라에서 망 이용 대가 주장했잖아? 너네도 내야지”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더 이상 망 이용 대가를 주장하면 안 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