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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아라비아] 1~2년 계획을 두 달로…과감한 선제안 통했네

지난해 10월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로부터 향후 5년간 5개 도시의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사업을 수주하는 쾌거를 올렸다. 네이버 창사 이래 첫 대규모 중동 사업이자, 디지털 서비스 인프라를 한국 IT기업의 자체 기술로 구축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연내 중동 지역의 거점이 될 법인을 꾸리고 사업 협력의 폭을 확대할 예정이다. <바이라인네트워크>는 네이버 중동 사업 수주 계기부터 기술적 강점, 진척 현황, 후발주자를 위한 현지 노하우 공유 등을 릴레이 인터뷰로 풀어갈 예정이다. <편집자 주>

<연재 순서>
‘영화 매트릭스 성큼’ 사우디 홀린 디지털 트윈
외산은 되는데, 이게 뭔 일? 사우디 성과의 역설
“로봇 때문에 개발한 기술, 사람도 잘 씁니다”

장근창 네이버클라우드 전략&비즈플래닝 리더 인터뷰

팀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 산하 국영기업 NHC(National Housing Company)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한다. 중동 사업을 총괄할 네이버 아라비아(가칭)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지역의 사업 단위 조인트벤처(JV)가 설립된다는 게 네이버 설명이다. 팀네이버와 NHC는 해당 JV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 트윈 플랫폼 운영 및 사업화 외에도 도심 공공모니터링 플랫폼, 공공행정 목적의 지도 기반 슈퍼앱 등도 함께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지난 18일, 네이버가 이 같이 보도자료를 냈다. 짧은 내용의 JV 설립 추진 소식이나, 이 단계에 오기까지 여러 난관이 있었다. 중동 문화 특유의 까다로움도 있고, 협상 과정에 속도가 붙고 막바지에 왔다는 판단이 든 이후에도 몇 달간 발목이 잡힌 적도 있었다.

최근 <바이라인네트워크>와 만난 장근창 네이버클라우드 전략&비즈플래닝 리더는 팀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 측과 처음 접촉해 지금의 성과를 내기까지 실무선에서 뛴 핵심 인사다. 그는 지난 2022년 말부터 얘기가 나온 ‘국토부 원팀코리아’를 통해 이른바 맨땅의 헤딩이 시작됐다고 회고했다.

사우디 사업 시작은 지난 22년도 말부터 얘기가 나왔습니다. 국토부에서 원팀코리아로 한 번 가자고요. 당시 소개한 기술이 디지털트윈이었고 3D모델링 적용과 (한국수자원공사와 협업한) 홍수 시뮬레이션 유즈케이스를 발표했습니다. 그걸 사우디 주택부(자치행정주택부) 장관이 관심 깊게 보신 것이죠. 네이버가 어떤 회사냐 관심을 보였고, 그게 계기가 됐습니다.

사실 사우디아라비아도 홍수에서 자유로운 국가가 아니다. 배수시설 문제로 홍수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네이버도 이 같은 지점을 간파하고, 도시 설계 관리 부문에서 디지털트윈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시작했다.

2023년 4월부터였죠. (사우디) 공공정책 전략을 세울 때 사업을 트라이해볼 수 있겠다 봤고 제안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맨땅에 헤딩이었죠. (팀네이버 내) 사우디에 가보셨던 분도 없고 주택부의 니즈를 시작으로 시장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어렵게 협상 테이블도 올라서도, 난관에 부딪혔다. 테이블에 올라온 페인포인트(문제점)에 대한 이해방식과 접근방식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팀네이버도 과감하게 선제안에 나서면서 협상 테이블을 진척시켜 나갈 수 있었다.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 한국에서 만들어본 레퍼런스 이런것들로 충분히 선제안을 할 수 있겠다, 리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다가 사우디 주택부에서 우리의 제안을 바잉했고, 그해 10월에 기본 계약을 체결했죠.

기본 계약을 체결하기 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에피소드도 있었다. 당시 프레젠테이션(PT) 미팅에서 사우디 측의 즉석 요구가 있었고, 이를 현장에서 잘 대처했던 것이다. 장 리더는 “좋은 피드백을 받고 그때 계약이 되겠다 생각했다”며 기억을 떠올렸다.

장근창 네이버클라우드 전략&비즈플래닝 리더 (사진=네이버)

당시 사우디 측에선 도시의 3D모델링 프로세싱, 즉 데이터를 추출하는 과정을 1~2년을 잡고 있었다. 네이버의 제안은 이를 파격적으로 줄인 1개 도시 당 2개월이었다.

AI 기술로 디지털 트윈을 자동 프로세싱할 수 있었죠. 기반 기술로 빠르게 진행하면서도 퀄리티도 좋았고, 한국에서 실증해서 이미 사용하고 있다는 게 또 좋은 포인트였습니다. 나중에 공식적 입찰 형태를 띄긴 했어요. 다른 기업들은 솔루션의 기능, 피처를 중점적으로 얘기를 하게 되는데, 저희는 가치를 얘기하고 제안을 잘했던 게 아닐까 합니다. 한국에서 어떤 공공적인 효과가 있었고 가치가 있었다 하니, 그쪽도 공공사업이잖아요. 공공의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사업 이런 것들이 잘 조합이 됐던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기본 계약과 본 계약 사이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다. ‘5개 도시의 디지털화’라는 큰 프레임은 얘기됐으나, 구체적인 업무 분장과 정확한 금액 등으로 나아가기까진 다소 진척이 더뎠다.

힘들었죠. 아랍권을 두고 협상의 대가라고 하는 이유를 그떄 이해했습니다.(웃음) 어찌보면 일에 있어서는 프로페셔널한거죠. 협의한 내용들이 훅훅 바뀌는 게 몇차례 있었고요. 이런 어려움이 굉장히 많았습니만, 결국 잘 극복했습니다. 제안할 떄 우리 사업에 대한 가치를 잘 설명드렸고 플랫폼과 기술 이런 것들에 대한 신뢰가 있었던 같습니다.

후발주자에게 전하는 조언으로는 인샬랴(신의 뜻대로)를 언급했다. 협의 이후 확정(컨펌)까지 수차례 인샬라를 들었다고 했다. 협의가 좀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협의의 최종 단계라는 판단이 들어서도, 그 뒤로 확정까지 몇 달이 걸렸다. 빠르기로 유명한 한국의 IT 문화와는 전혀 딴판이다. 정 리더는 “전혀 다른 시간대에 사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먼저 진출하신 건설사 분들의 조언도 많이 들었습니다. 한국과 아랍권의 사업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요. 수십년간 경험을 가진 분들이 여기가 처음에 시작하기는 힘들지만, 일단 시작하면 신뢰 기반으로 계속적으로 일하게 되는 사례가 많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팀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건설 전시회인 ‘시티스케이프 글로벌 2024(Cityscape Global 2024)’에 참여했다. 현장에서 사우디에서 진행 중인 디지털 트윈 플랫폼 기술과 프로젝트 성과를 알렸다.

‘시티스케이프 글로벌 2024’ 개최 전에 만났던 정 리더는 행사 의의를 이렇게 풀이했다.

사우디 주택부가 기대하시는 부분이 큽니다. 주택부 장관께서 네이버가 단순히 디지털트윈 플랫폼만 하는 곳이 아니라 한국에서 슈퍼앱을 서비스하고 (자국 내 시장 경쟁에서) 구글과의 경쟁에서 이긴 곳으로 인지하고 계시는데요. 그래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역할을 지속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고요. 저희도 기회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LEAP 2024 전시회 대비) 부스를 3배 이상 크게 해서 멋지게 차려놓을 계획입니다. 디지털트윈 기술력과 어떤 공공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잘 전달하려고 합니다.

팀네이버 측은 사우디 국립주택공사(NHC), 한국국토정보공사(LX),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꾸린 전시 부스에 사우디 전역에서 10여 곳의 지자체장 등을 포함해 나흘동안 1만2000여명의 관람객들이 부스를 찾았다고 전했다.

정 리더는 사우디 현지 사업을 위한 경력 인재들을 상당수 채용한다고 알렸다. 채용 공고를 띄우기 전 진행한 인터뷰다. 현재 공고가 올라와 있다.

사업 영역에서 이렇게 많이 뽑고 채용하는 적은 처음입니다. 굉장히 적극적으로 공격적으로 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 가본 길을 가려고 하니까 응원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우디는 글로벌 각축장이자 여러 글로벌 회사들도 기회의 땅이라 보고 진출하고 있습니다. 사실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 회사죠. 그러나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정말로 하고 있고요. 플랫폼 사업자이다보니 다양한 버티컬 사업자, 파트너 협력이 필수사항입니다. 여러 파트너와도 같이 할 것이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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