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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아라비아] ‘영화 매트릭스 성큼’ 사우디 홀린 디지털 트윈

지난해 10월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로부터 향후 5년간 5개 도시의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사업을 수주하는 쾌거를 올렸다. 네이버 창사 이래 첫 대규모 중동 사업이자, 디지털 서비스 인프라를 한국 IT기업의 자체 기술로 구축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연내 중동 지역의 거점이 될 법인을 꾸리고 사업 협력의 폭을 확대할 예정이다. <바이라인네트워크>는 네이버 중동 사업 수주 계기부터 기술적 강점, 진척 현황, 후발주자를 위한 현지 노하우 공유 등을 릴레이 인터뷰로 풀어갈 예정이다. <편집자 주>

정원조 네이버랩스 디지털 트윈 책임리더 인터뷰

우리나라 정보기술(IT) 기업에게 막연했던 중동이 기회의 땅으로 탈바꿈했다.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와 대규모 사업 협력을 이끌어낸 이후 현지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과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업무협약도 맺었다. 로봇과 자율주행,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이 융합된 테크 컨버전스 사옥 ‘네이버 1784’는 사우디아라비아 정재계 인사들이 꾸준히 찾으면서 기술 영업의 장으로 바뀌었다.

그 중심에 네이버 자회사이자 기술연구 조직인 네이버랩스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 사업에서 주목받은 인프라 기술 중 하나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다. 이 기술을 담당하는 정원조 네이버랩스 책임리더<사진>를 최근 만났다. 그는 한국과 중동을 수시로 오가며 기술 협력을 이끄는 핵심 인사다.

“공간 기술의 컴포넌트를 보면 컴퓨터 비전이 있고 로보틱스도 있고 AI도 있고 그다음에 디지털 맵 프로세싱하는 기술들이 있습니다. 이 네 가지가 큰 꼭지인데 디지털 트윈은 ‘머신리더블 맵’이라고 해서 사람이 인지하는 게 아니고 기계가 인식할 수 있는 그런 지도를 구축하기 시작한 거죠. 이제 자연스럽게 기술이 축적됐고요.”

“네이버 1784에 오시면 로봇이 움직이잖아요. 이 로봇이 내 위치를 알려면 지도가 있어야 하는데, 로봇이 읽을 수 있는 지도가 곧 디지털 트윈입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흘러내리는 그 코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진=Canva

사실 영화 매트릭스의 초록색 코드도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게 재생성한 것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쌍둥이 가상 공간이라고 하나, 로봇은 사람과 전혀 다른 세상을 본다.

그렇다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재계 고위 인사들이 네이버 1784를 방문해 디지털 트윈을 어떻게 체험할까. 역시나 잘 만든 프레젠테이션(PT)이었다. 정 리더는 “항상 발표 자료가 준비돼 있고, 누가 오시더라도 PT로 쭉 설명드립니다”하며 웃었다.

서울시 3D 모델 (자료=네이버랩스)

어떻게 사우디를 홀렸나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 대규모 디지털 인프라 사업을 구축한 이유로는 디지털 트윈 기술 경쟁력을 짚어봐야 한다. 정 리더는 ‘모든 기술을 내재화한 자체 구축’을 언급했다.

“네이버의 특별한 점이라고 하면 보통 디바이스나 매핑 장비들을 그냥 사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기성품을 사서 쓰는데 저희 입장에선 우리가 구축하는 것과 잘 맞지 않아 직접 기술을 내재화했습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장비들을 만들어서 실내외 스캐닝을 하는 등 자체 솔루션을 구축했고요. 그런 부분들을 네이버클라우드와 협업을 통해 상품(아크아이, 어라이크 등)으로 출시했습니다. 이런 노력들로 국립중앙박물관이든지 여러 서비스에 저희 기술이 들어갔죠.”

“항공 사진이나 드론으로 만드는 실외 솔루션의 경우 (네이버페이) 부동산VR 매물·단지투어에 들어가 출시했습니다. 이제 올해부터 네이버 내부 서비스에 직접적으로 디지털 트윈 기술이 녹아 들어간다고 보면 됩니다.”

‘배수의 진’ 쳤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서 차세대 미래형 도시 구축 프로젝트 수주를 확정 지었다.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해 양국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한 자리였다. 정 리더의 설명을 들어보면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치고 전투적으로 프로젝트 수주에 임했다.

“밤 11시까지 사우디 측과 회의를 이어가며 열띤 논의 끝에 최종 계약이 성사됐습니다. 행사 직전이 되어서야 최종본이 나온 셈이죠. 결코 쉽지 않은 과정과 상황이었지만 그게 또 원동력이 됐고 기한 안에 계약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성문법이 없다고?

정 리더는 사우디아라비아 계약 진행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으로 현지 특유의 문화를 꼽았다. 후발주자들이 되새길만한 부분이다.

“사우디 경우엔 성문법이 없다라고요. 관습법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또 이자 개념이 없습니다. 지체 보상금 같은 개념이 없는 것이죠. 아랍 문화권에선 돈은 신이 주신 것이고 사람이 사람에게 이자를 매길 수 없다 이런 개념들이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현재 사우디아리비아엔 성문법이 있다. 수년간 준비 끝에 성문민법을 2023년 12월부터 시행 중이다. 사우디의 경제개혁 계획 ‘비전 2030’에 따른 법 제도 개선의 일환이다. 네이버 프로젝트 수주는 그 이전에 이뤄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기본법으로 하는 국가다.

허풍 통하지 않는 사우디

정 리더에게 후발주자들에게 전할 사업 노하우를 물었더니, 또 다시 특유의 현지 문화를 꺼내 들었다. 자세한 상황 공유는 없었으나, 난감한 상황을 여러 번 맞닥뜨렸을 법하다.

“너무 압박을 가하면 연락이 끊기더라고요. 내일 10시에 만나자 하고 가보면 막상 없을 때가 있습니다. 이 경우엔 기다려야 되더라고요. 결정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거죠.”

“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눈높이가 높습니다. 특정 직위 이상의 사람들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컨설턴트를 데리고 있더라고요. 이들이 모든 분석을 해줍니다. 우리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이고 금액적으로는 얼마 그러니까 잘해야겠다 허풍 이런 건 통하지 않는구나 느꼈죠. 현지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사우디는 초일류 수준이다 보시고 임하시면 되겠습니다.”

<다음 기사로 이어집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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