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좋은 기술은 시장을 충분히 가지고 있나요?”

“혹시, 이 (전기차 충전)시장을 타깃으로 제품을 만든 건가요?”
“저희는 지금 계량기 이후에 전력을 관리하고 있는 업체가 없다고 생각해서, 전력망 말단을 관리하고자 스마트 미터를 만들었는데요. 처음에 전기차 충전 사업을 타깃한 이유도 이 산업이시작된 지 별로 안 됐고, 저희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서 입니다.”

19일 서울 역삼 마루 180에서 열린 ‘아산 유니버시티 데모데이’의 우승은 서울대학교 ‘파일러니어’ 팀이 가져갔다. 이날 데모데이 심사를 맡은 김영민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이사는 심사 중 배승환 파일러니어 대표(=사진 오른쪽)에게 제품을 판매할 시장을 어떻게 특정했는지 물었다. 배 대표는 이 질문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력만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 전기차 충전이기 때문에 먼저 진출했다”고 답했다.

아산 유니버시티는 아산나눔재단이 지난해 9월 론칭한 기후테크 창업팀 육성 프로그램이다.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판단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 기업을 대학에서부터 발굴하고자 하는 생각이 발단이 됐다. 데모데이 모두발언을 한 정남이 아사나눔재단 상임이사(=사진 왼쪽)는 기후테크 창업팀의 핵심역량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원천기술이나 혁신기술 ▲테크를 사업화하기 위한 경영 및 시장 창출 역량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겠다는 열정과 증명을 꼽았다.

정남이 이사는 “재단이 ‘사람과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가 정신이라는 가치 하에 기후테크 창업팀 육성을 위한 방안을 2022년도부터 고민해왔다”면서 “이 무대에 서는 팀들은 각기 다른 방식과 기술로 기후 위기를 해결하고자 하는 곳들”이라고 의의를 부여했다.

데모데이 심사에는 김영민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이사김용건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부대표제현주 인비저닝 파트너스 대표가 참여했다. 모든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기본인 기술력에 더해 기업가정신과 비즈니스 모델 등도 심사 기준이 됐다. 현실에서 기후테크는 아직 큰 돈을 버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 그렇지만 사업은 수익성이 양립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서 심사역들은 “당신은 당신의 아이디어를 사갈 시장을 어떻게 정의하고, 또 어떻게 접근하려 하는지”와 같은 질문을 많이 했다.

심사 총평에서 제현주 대표는 “기후테크라는 시장은 공급망, 구매와 지불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구조가 매우 복잡하다”면서 “앞으로 만날 투자자들에게 이 복잡한 구조를 잘 이해시키는 것과, 그것을(시장에 대한 비 이해) 뚫고 사업화를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고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산 유니버시티는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를 시작으로 올해 카이스트, 이화여자대학교와 협약을 맺고 기후테크 창업 문화 확산과 사업 팀 발굴을 지원하는 일을 해왔다. 재단은 2023년 2학기부터 지금까지 약 1년  6개월 간 네 개 학교 캠퍼스 안에서 기후테크 세미나와 같은 행사를 스무 차례 개최하고, 교과목 41개를 개설했다. 그간 기후테크와 관련해 재단 측이 발굴한 창업팀은 총 70여팀이다. 각자의 아이디어가 경합을 이룬 이날 데모데이에는 20개 팀이 예선을 통과했고, 그중 12개 팀이 본선에 올랐다.

대상을 받은 파일러니어 팀은 전기차 충전기에 ‘스마트 미터’라는 장비를 연결해서 실시간으로 충전 상태와 이상을 예측하고 분류해 관리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또, 하나의 충전기에 여러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순차충전 솔루션’도 프로토타입으로 만들고 있다. 마치 휴대폰과 무선 이어폰을 하나의 멀티탭을 통해 충전하듯이, 전기차 역시 전력 배분과 관리를 잘하면 하나의 충전기에서 여러대를 충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러한 아이디어와 기술은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소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력망 말단에서의 안전성, 설비의 수익성을 확보하고 사용자의 편의성을 증가시켜야 하는 필요가 늘어났다는 것에 착안했다. 배승환 파일러니어 대표는 “스마트리터는 전력 낭비가 있던 기존 시스템과 달리, 연결된 장비에서 흐르는 전력을 추적하고 거기에서 인사이트를 도출해내는 장비”라면서 “충전소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학습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회사 기술을 설명했다.

최우수상은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기술과 시스템을 개발하고 제작하는 ‘소브’(카이스트),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안전 관리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겠다는 ‘소브먼트’(연세대)가 가져갔다.

우수상은 ▲버려지는 새우 껍질로 토양 염화 저항 기능 유기농업소재를 만드는 ‘엠에프엠’(서울대), ▲AI 농업 로봇을 통한 농작업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하는 ‘메타파머스’(서울대), ▲드론과 그린 바이오를융합한 생태계교란식물 방제 서비스의 ‘지오테크’(서울대), ▲실시간 탄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MRV 솔루션을 통해 국제감축 사업의 투명성과 가속화를 지원하는 ‘뉴톤’(카이스트)에게 돌아갔다.

▲시공사를 위한 건물 신재생에너지 견적 서비스 ‘써냅스’(서울대), ▲버려지던 패각을 통해 탄소 포집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코투게더’(연세대), ▲해양 부산물에서 추출한 단백질 분해 효소와 알긴산을 방오 성분으로 사용하는 친환경 방오도료를 개발하는 ‘바르나’(이화여대), ▲탄소 규제 고위험군 선박 맞춤형 CO2 포집 및 전환장치의 ‘카본싱스’(이화여대), ▲폐기물 자원화 기술을 통해 버려지는 폐의류를 플라스틱 재생원료로 전환해 공급하는 친환경 솔루션 기업 ‘써클로’(카이스트)가 장려상을 수상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