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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리] 보험 상품보다 설계사를 잘 선택해야 하는 이유

이라인네트워크에서 타트업을 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바이라인의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내가 보험상품을 잘 가입한 것이 맞을까?”

보험에 가입한 적이 있다면 한번쯤 해봤을 법한 고민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보험 용어와 수많은 조항 등을 일일이 읽고 해석하기 어렵다. 결국 사람들은 보험 설계사에 의존해 보험상품에 가입한다. 가입 후에도 내가 어떤 상품에 가입했고, 어떤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 등에 상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모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를 보험시장의 정보 불균형이라고 한다. 보험이 꼭 필요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은 설계사의 권유에 따라 보험에 가입할 수밖에 없다. 이때 설계사가 소비자의 필요보다 자신에게 더 많은 수수료가 떨어지는 보험 상품을 권유하는 경우도 생긴다. 문제는 또 있다. 대부분의 설계사들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여러 기업들로부터 고객의 개인정보를 사간다. 소비자들이 나도 모르게 활용에 동의했던 개인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셈이다. 가끔 걸려오는 보험 권유 전화는 여기서 비롯한다.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은 보험 시장의 이런 고질적인 문제에 주목한다. 보험을 제공자 입장이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읽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파인더스는 이 부분에 대한 관점을 바꿨다. 단순히 보험상품을 비교 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자신과 맞는 설계사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령, ‘차분한 성향을 가진, 경력 5년차 30대 여성 설계자’를 요청해 추천 받은 여러 설계사들의 이력과 보험가입 내역, 서비스 게시글에 단 댓글 등을 살펴 선택할 수 있다. 또 소비자는 여러 명의 설계사에게 보험 설계를 받아 그 중 마음에 드는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보험상품 가입 주도권이 전보다는 소비자들에게 간 셈이다.

보험 설계사 비교 서비스 ‘보인다’를 제공하고 있는 파인더스의 윤상일 대표를 만나봤다.

창업 전에도 보험 관련 산업에 종사한 ‘보험 전문가’였다고

10년간 미국계 보험사인 메트라이프에서 근무했다. 보험설계사로 시작해 최연소 영업담당 임원직에 오르기도 했다. 보험 시장에 애착을 가진 만큼, 시장이 가진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현장에서 겪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파인더스를 설립했다.

인슈어테크 기업들 대부분이 보험 시장의 정보 불균형, 설계사 위주의 보험상품 가입 권유 등을 문제 삼고 있다. 파인더스도 이 점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지?

설계사들의 정보비대칭을 활용한 푸시형 영업 방식, 대면 만남의 부담스러운 보험 가입 과정, 부정적 이미지, 심화되는 영업경쟁 등 소비자들이 겪고 바라보는 보험시장의 불편함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지금은 보험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는 보험 설계사, 즉 판매자 중심으로 상품 가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판매자 중심의 보험상품 시장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문제를 안겨주는지?

보통 소비자들은 보험상품에 가입한지 24개월 차에 계약해지를 하고 신규상품에 가입한다. 소비자가 보험상품에 가입하면, 설계사에게 수수료가 떨어지는 기간이 24개월이기 때문이다. 이후로는 설계사 입장에선 이익은 없고 비용만 발생하는 구조다. 결국 설계사는 보험상품에 가입한지 24개월이 된 고객에게 가입한 보험상품을 리모델링했을 때 유리하다고 설득한다.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소비자 입장에선 비용 손해가 생긴다. 10년만기 보험상품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8년 더 내면 되는데, 새로운 상품에 가입해 또 다시 10년을 채워야 한다.

특히 기존 보험시장에서 파인더스가 주목한 것은 ‘개인정보’를 사고파는 관행이다. 현재 많은 보험사들이 소속의 설계사에게 소비자의 이름,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5만원에서 많게는 25만원에 판매를 한다. 소속 설계사는 영업 실적, 소득을 위해 소비자 개인정보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보험상품 비교가 아닌, 설계사 비교 서비스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보험상품에 잘 가입하기 위해선 최소 두세명의 설계사에게 제안서를 받아보고 비교해 가입하는 것이 좋다. 세 개의 주관이 모이면 객관화가 가능해진다.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정보와 전문성이 동일하다면, 성향이 잘 맞는 설계사를 만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공격적으로 가입을 권유하는 설계사, 고민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설계사, 성별 등 설계사마다 다른 특징이 있다. 이런 방향에서 파인더스는 보험 설계사 비교 플랫폼 ‘보인다’를 서비스하고 있다.

보인다 서비스 화면

큰 틀에서 보면 보험상품 비교 서비스와 비슷해 보일 수 있는데, 설계사를 비교한다는 점을 제외하고 기존 서비스 대비 차별점은 무엇인지?

보인다는 개인정보 노출 없이 소비자가 가입한 보험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설계사가 소비자에게 먼저 보험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제안하는 영업 방식과 반대로, 소비자가 주도적으로 질문에 답변을 남긴 설계사를 선택해 상담받을 수 있다.

같은 보험 상품도 설계사의 주관적 견해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 한 명이 제공하는 정보로는 객관적인 보험 비교가 불가능하다. 결국 여러 명의 설계사가 주는 견적을 받아보고 판단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보인다의 커뮤니티에는 사용자들이 올린 게시글에 설계사의 답변이 공개된다. 또 다른 소비자와 전문가들이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설계사들이 본인 수익에 유리한 상품을 추천하기 보다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상품을 추천하는 건강한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가능하다. 또 상담 중인 설계사가 개인적으로 가입한 보험 상품도 보인다. 보인다는 플랫폼으로서 투명한 정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보인다에서 활동하고 있는 설계사들의 소속은 어디인지?

보인다 설계사 소속은 보험대리점(GA), 보험사 등 다양하다. 설계사들은 보인다에 월 구독료를 지불해 활동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게시글에 답변을 남길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선택받아 영업을 할 수 있다.

보인다가 기업간소비자(B2C) 서비스라면, 보험사와 GA에 보험상담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간기업(B2B) 서비스도 하고 있다고

생성형 AI응용기술 기반의 ‘AI 보험설계사’를 개발했다. 챗GPT의 생성형AI가 파인더스의 보험 도메인 데이터를 학습하도록 했다. 어려운 보험 용어가 아닌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표현으로 답변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AI 기반의 챗봇 서비스는 금융권에서 흔히들 하고 있는데, 파인더스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파인더스의 AI는 챗GPT, 라마 등 어떤 생성형AI 서비스보다 보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파인더스는 AI에 보험에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학습시켰다. 설계사와 소비자에 대한 데이터가 많을수록 AI가 사람의 자연스러운 화법을 구사할 수 있다. 현재 파인더스의 AI는 보험 용어에 대한 학습을 끝낸 상태다. 보인다가 서비스에서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이유도 데이터 학습을 위해서다. 커뮤니티 게시글, 설계사와 이용자간 메신저, 화상통화로 발생하는 음성텍스트변환(STT) 등의 데이터를 학습한 만큼 보험과 관련해선 챗GPT보다 성능이 좋다고 자부한다.

보인다의 AI설계사는 주로 어떤 상품을 추천해주나?

주로 사용자가 가입하지 않은 담보 상품을 중심으로 한다. 또 다른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가입한 상품 순서로 추천을 한다. 이 작업을 하기 위해 사람 설계사가 2~3일의 시간이 걸린다면, 보인다의 AI설계사는 1분 안팎으로 가능하다.

기존 생성형AI의 문제점인 할루시네이션(사실이 아닌 정보)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건은 수많은 데이터 학습인 파인튜닝이다. 보인다는 커뮤니티 등 다양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만큼, 보험과 관련해서는 정확도가 높은 편이다.

파인더스의 윤상일 대표

수익모델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다. AI챗봇(AI설계사)을 보험사나 GA에 제공해 받는 이용료로 서비스형인터넷(SaaS) 방식을 생각하면 된다. SaaS 서비스를 고객사에 제공했을 때의 이점은 고객사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사용이 많아질수록 보인다의 AI설계사는 더 똑똑해진다.

또 하나는 보인다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이다. 설계사들은 보인다에서 활동하기 위해 월 구독료를 내야 한다. 구독료는 약 9만원 정도다.

투자유치 이력은 어떻게 되나?

시드투자는 개인 엔젤투자자들을 통해 받았고, 지난해 인포뱅크, 키움에셋으로부터 9억원 규모의 프리A 시리즈를 투자 받았다.

파인더스가 궁극적으로 보험 시장에서 하고 싶은 역할은 무엇인가?

현재 국내 보험 판매 시장은 연간 250조원 규모다. 그 중 온라인 보험 판매 채널은 연간 8조2000억원 규모로 3.3% 수준에 머물고 있다. 파인더스는 AI 보험설계사라는 새로운 판매 채널을 통해 2~3년 뒤 온라인 보험 판매 채널의 점유율을 1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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