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마이크로소프트 UX연구원이 추구하는 사용자 경험

운동화를 사기 위해 원하는 브랜드의 앱을 설치한 뒤 신중하게 운동화를 골랐다. 결제를 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다음으로 넘긴 순간, 결제 앱을 설치하라는 화면이 뜬다. 운동화 하나를 사기 위해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하고 오랜 시간 운동화를 골랐는데 또 다시 앱을 설치해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지금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 같은 허탈감이 들기도 한다. 결국 운동화 사는 것을 포기했다. 

나쁜 사용자경험(UX)이 가져온 결과다. 사용자가 어떤 제품이나 시스템 등을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는 경험을 말하는 UX는 모바일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중요성은 더 커졌다. 모바일 중심의 시대가 된 지금, 사용자는 서비스나 제품이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이탈한다. 기업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앱 사용 편의성을 강조하며 여기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이유다. UX에 대한 관심은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커지고 있다. 

빅테크도 UX연구원을 뽑아 UX에 대한 전략을 촘촘하게 세우고 있다. 제품을 개발하기 전 단계부터 개발 후까지 전 과정에 UX연구원이 투입된다. 글로벌 빅테크 UX연구원들은 UX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할까.

마이크로소프트(MS) 벤쿠버 지사에서 UX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예림 씨는 유비소프트, 여러 스타트업 프로젝트 등을 통해 UX 연구를 해 온 전문가다. 그 중에서도 빅테크에서 UX 연구를 하며 배운 연구 내용, 업무 방식, 빅테크가 UX를 바라보는 관점, 트렌드 등을 국내 UX 담당자들에게 알리고 싶어 책을 쓰기도 했다. 

<바이라인 네트워크>는 지난 13일 김예림 작가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MS UX 연구원이 어떤 관점에서 연구를 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UX는 ‘사용자 경험’으로 흔히 알려졌는데, UX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UX는 프로덕트(상품) 전반에 다 들어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프로덕트를 어떤 방식으로,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가야겠다는 것부터 시작해 사람들이 프로덕트를 쉽게 쓸 수 있는 사용성 테스트, 혹은 프로덕트를 유지보수하면서 갑자기 사용자들이 대거 이탈하면 이를 분석하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를 한다. UX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 까다롭지만 상품이 쓰임새있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인 것 같다. 

UX라는 개념이 추상적이다. 

그렇다. 프로덕트를 만들 때 어떤 아이디어를 우선시 해야 하며 혹은 어떤 아이디어가 사용자들에게 가장 만족도를 가져다줄지, 충성고객을 만들 수 있는지 등의 고민도 UX에 포함됐다. 결국 UX에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연구도 포함됐다. UX 관련 업무를 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인류학, 사회과학을 전공했다. 저는 인간과 기술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배우는 휴먼컴퓨터인터그랙션(HCI)학을 전공했다. 

UX 연구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

처음 프로덕트를 만들 때 담당자들이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그런 다음 어떤 아이디어를 개발할지 정하고 이를 테스트해 결과를 추합한다. 이때 UX연구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발굴해, (제품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을 하거나 인사이트를 주는데 도움을 준다. 이를 위해 연구도 많이 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관심있는 특정 고객군은 이러한 특성이 있고 어떤 행동을 한다는 것을 조사한다. 만약 Z세대가 목표 고객군이라면 이들이 서비스 어느 단계에서 이탈하는지 등을 연구한다. 조사를 통해 어떤 아이디어가 고객에게 더 와닿았는지 검증해 우선시한다. 

UX연구는 프로젝트가 끝나도 계속해서 이뤄져야 할 것 같다. 

맞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 그렇게까지 할 일이 많진 않다. UX연구원이 주로 투입될 때는 새로운 기능을 개발할 때, 제품에 문제가 생겨 사람들이 이탈할 때, 경쟁자가 나타날 때처럼 변화가 일어나는 시점이다. 사용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안 해봤으니 사용자들의 반응을 모르고 왜 이탈하는지 모를 때 중간다리가 필요한데, 이 역할을 UX연구원이 한다고 보면 된다. 

이런 점에서 특히 온라인 기반의 서비스를 하는 기업들, 즉 대부분의 기업들이 UX를 중요시할 것 같다. 

요즘에는 룰루레몬(요가복 브랜드), 이케아 등에서도 UX 연구원을 뽑는다. 아무래도 온라인 상품의 경우 직접 소비자를 이해할 수 있는 창구가 별로 없어 (UX연구원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 UX 트렌드가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에는 프로덕트팀에 빠르고 가볍게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것이 추세인 것 같다. 옛날에는 대기업만의 (조직적) 무거움이 있었는데, 지금은 스타트업 단위의 작은 팀을 꾸려 일을 한다. 그러니까 UX전문가,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가 등이 모인 전문가 모임이라고 보면 된다. 대기업임에도 제품을 출시하는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는 인공지능(AI)이다. 사용자의 AI에 대한 경험을 측정하고 이를 추적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요즘 AI가 화두인만큼 기업과 사용자의 AI에 대한 관심이 큰 것 같다. 기업 입장에서 사용자의 UX를 고도화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우는지?

AI는 블랙박스와 다름없다.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AI가 사용자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사용자는 AI로 무엇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 마치 안개와도 같은 셈이다. 따라서 기업의 입장에서 사용자들이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표면화 시키는 것이 화두라고 생각한다. AI가 적재적소에 사용자들에게 이런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AI에 대한 기대감 설정도 중요한 것 같다. AI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크면, 막상 썼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별로라고 판단해 사용자가 이탈할 수 있다. 따라서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미리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며 이 점은 신뢰와 연관된다.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보고 있는 UX에 대한 방향성이 있는지?

결국 AI 기술이 과도해지면 인간성에 대한 향수가 생길 수 있다. 결국 이것을 어떻게 잘 유지하고 균형을 맞출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앞으로 AI와 관련해 휴머니즘에 대한 중요성이 커질 것 같다. 

UX업무를 위해 다방면의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저는 일단 HCI학과를 전공했다. 사람이 기술을 쓸 때 어떤 영향을 받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결국 사람과 기술이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대한 연장선상인 것 같다.

또 회사의 내부 컨퍼런스, 워크샵을 통해 여러 직원들로부터 배우고 있다. 다양한 직군의 직원들에게 바로바로 물어보기도 한다. 

UX연구를 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지?

빅테크에 있으면서 가장 힘든 점은 빅테크가 은근히 스타트업 모델을 도입하며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UX 연구도 빨리 움직여야 하는 점이다. 또 구성원 모두 각자 할 일이 많다. 회의도 많고 거기서 나오는 메세지도 많아서 결국 연구가 반영이 되려면 사람들이 거기에 대한 가치를 느껴야 하는데, 그만큼의 시간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 결국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제 연구에 귀기울이게 하느냐가 바쁜 사람들이 가득 찬 빅테크의 가장 숙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MS를 다니기 전 게임 회사, 학계 등에 있었다. 다양한 규모의 스타트업의 프로젝트를 돕는 일도 하기도 했다. 그러다 MS라는 빅테크에 오니 UX를 연구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느꼈다. 업무하면서 일지를 쓰다가 배운 것을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다. 

개인적 혹은 업무적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앞으로 AI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 지금처럼 AI 연구를 계속 하고 싶다. 개인적인 계획은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글로벌화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무료 웨비나] API연결만으로 가능한 빠르고 쉬운 웹3 서비스 구축

  • 내용 : API 연결을 통해 웹2와 웹3를 끊김 없이 연결하는 최신 융합 기술과 이를 통한 적용 사례를 다룹니다.
  • 일시 : 2024년 10월 10일 (목) 14:00 ~ 15:10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