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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석의 입장] ‘비전 프로’는 어디까지 갈까?

이제 고전이 된 인기만화 <드래곤볼>에는 ‘스카우터’라는 기기가 나옵니다. 상대의 전투력을 측정하고 통신을 할 수 있는 디바이스로, 외눈안경처럼 생겼습니다.

드래곤볼 캐릭터 중 한 명인 베지터가 스카우터를 착용한 모습

원래 전투력이라는 것은 명확한 숫자로 표현되기 어려운 아날로그 데이터일 겁니다. 그런데 드래곤볼의 스카우터는 이를 디지털화 해서 숫자로 보여줍니다. 아날로그 세계를 디지털화 해서 보여주는 디바이스인 셈입니다.

갑자기 스카우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애플의 ‘비전 프로’ 때문입니다. 비전 프로가 성공을 거두고 계속 발전해 나간다면 언젠가 스카우터처럼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해외의 소셜 미디어를 보면 비전 프로 체험기가 쏟아집니다. 24시간 비전 프로를 쓰면서 리뷰하는 이도 있고, 비전 프로를 쓰고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심지어 비전 프로를 쓰고 운전을 했다는 사람도 등장했습니다.

평가는 다소 극단적입니다. 애플이 ‘공간 컴퓨팅’을 주창한 것이 빈 말이 아니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 목소리도 있고, 특별할 것도 없는데 3500달러(약 470만원)라는 터무니없는 가격 때문에 반품하겠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저는 아직 직접 비전 프로를 이용해 보지 못해서 실제로 어떤 느낌인지 사용기를 전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해외의 다양한 리뷰를 보면서 ‘애플이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에 대한 새롭고 확실한 비전을 제시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는 스카우터와 같은 제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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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이미 비전 프로와 유사한 디바이스들이 있습니다. 메타의 ‘퀘스트’ 시리즈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가 대표적입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VR/AR 기기들이 시중에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팟이 등장하기 이전에 MP3플레이어는 무수히 많았고, 아이폰에 앞서서는 블랙베리 같은 스마트폰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죠.

애플이 혁신을 상징하는 회사가 된 것은 가장 먼저 제품을 출시해서도, 제품 디자인이 훌륭해서만도 아닙니다. 애플의 제품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팟은 디지털화를 통해 음악산업의 생태계를 혁신할 비전을 담고 있었고, 아이폰은 그야말로 언제나 모바일이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는 비전을 담고 있었죠.

비전 프로는 ‘공간 컴퓨팅’이라는 비전을 담고 있습니다. 기존의 VR/AR 기기들이 제품의 기능이나 품질로 소비자에게 다가간 반면, 비전 프로는 PC와 스마트폰의 뒤를 잇는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이 되겠다는 포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지난 해 애플이 비전 프로를 발표하면서 ‘공간 컴퓨팅’이라는 개념을 소개할 때는 피부에 크게 와닿지 않았었습니다. 게임이나 영화감상 등 일부 영역에서는 확실히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겠지만, 일상에서 업무에서 저 기기를 사용할 이유가 있을까, 했습니다.

하지만 쏟아지는 리뷰들을 하나씩 보면서 공간 컴퓨팅이라는 것이 허황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비전 프로를 쓰면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실제 눈 앞은 스크린으로 막혀 있지만 외부의 카메라를 통해 실제 눈으로 보인 것 같은 효과를 내죠. 이는 모든 현실 세계를 디지털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현실에 디지털화 된 정보가 더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내 친구 옆에 피카추가 서있는 모습 정도는 아주 쉬운 상상입니다. 길을 걸으면서 스포츠 중계를 보거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다 급한 업무 이메일을 체크할 수도 있겠죠. 지금은 운전을 할 때 내비게이션을 봐야 하지만 언젠가는 공간 컴퓨팅을 통해 현실의 길에 직접 화살표가 표시될 수 있을 겁니다. 고가의 자동차 옵션 중 하나인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필요없어지겠네요. 예쁜 꽃을 보면 그 꽃 옆에 이름이 무엇인지, 꽃말은 무엇인지 표시될 수 있을 것이고, 신발가게에 가서 마음에 드는 신발을 바라보면 내 발 사이즈에 맞는 신발 재고가 있는지 알 수 있게 될 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런 상상을 1세대 비전 프로가 실현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현재의 기기는 너무 크고 무거우며 배터리도 짧죠. 시선 및 제스처 인식은 훌륭하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고, 카메라를 통해 보는 세상이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 똑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폰 1세대도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맨 처음 아이폰이 출시될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키보드도 없으면서 훨씬 비싼 아이폰을 소수의 마니아만 구매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 당시 회장이 아이폰을 비웃는 한 동영상은 지금까지 유튜브에 박제되어 있네요.

YouTube video

 

아이폰 1세대는 세상을 바꾸지 못했지만 아이폰이 3g라는 네트워크 기술과 만나고, 앱스토어라는 생태계를 구성한 이후에는 모바일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만약 비전 프로가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안경처럼 가벼워지고 생태계가 구성된다면 제3의 컴퓨팅 혁명이 정말 일어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비전이 있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패드는 나름 성공적인 제품이긴 하지만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사이에서 애매모호한 포지셔닝이었고, 일반 소비자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비전 프로 역시 어쩌면 게임 등 일부 영역에서만 소구되고 말 수도 있습니다.

비전 프로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앞으로 몇 년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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