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프로, 장점 vs. 단점

비전 프로가 해외에서 출시된 지 만 4일이 지났다. 그간 1차 출시국인 미국 매체들이 다량의 리뷰를 작성 중이다. 호평 일색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단점도 생각보다 크다는 의견들도 존재한다.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장점과 단점을 정리해 본다.

장점

놀라운 패스 스루

비전 프로를 처음 맞닥뜨렸을 때 가장 놀라운 점은 놀라운 패스 스루 기능이라고 많은 리뷰어들이 입을 모았다. 패스 스루란 VR 글래스 내에서 실시간 환경을 보는 것을 말한다. 원래부터 투명 유리를 적용해 실제로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AR 글래스에서는 패스 스루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비전 프로의 패스 스루는 현존하는 모든 VR 글래스 중 가장 AR에 가까운 패스 스루를 자랑한다. 실제 화면과 눈에 뿌려지는 화상의 지연 시간은 12밀리초(ms)에 불과하며, 이는 눈 깜빡임보다 8배 빠른 속도다. 12밀리초에는 카메라가 화상을 찍고, 이것을 화면에 표현하는 것까지의 과정이 모두 포함된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거의 실물에 가까운 속도, 투명 유리로 보는 속도에 가깝게 화면을 볼 수 있다.

양안 해상도 역시 굉장한데, 한쪽 눈마다 4K 수준의 스크린을 탑재하고 있다. 소재는 픽셀 크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마이크로 OLED이며, 개별 픽셀 크기는 7.5미크론(마이크로미터, 백만분의 1미터)에 불과하다. 사람의 머리카락 두께가 50마이크론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작은 크기다. 만약 아이폰에 이 픽셀을 위치시킨다면 아이폰의 한 픽셀 내에 64개의 픽셀을 넣을 수 있다. 굉장한 강점인 동시에 비전 프로가 비싸진 이유기도 하다.

완벽한 손 인식

비전 프로는 아이폰의 Face ID와 유사한 방식으로 손을 스캔한다. 정면·측면·하부를 보는 카메라와 라이다 스캐너, 적외선 투사기, 트루뎁스 카메라를 통해 앞의 사물과 손을 인식한다. 특히 손의 깊이 인식이 완벽해서 모든 것을 손으로 조작할 수 있다. 대신 이 손 인식은 단점이 되기도 한다.

핸드오프 기능

맥-아이폰-아이패드로 연결되는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이 비전 프로에도 적용돼 있다. 아이폰과 맥 등은 별도의 기기가 아닌 비전 프로 내부의 한 기기처럼 움직인다. 특히 맥의 경우 Mac Virtual Display 기능을 통하면 초대형 화면으로 만들 수 있다.

출처=WSJ 유튜브

몰입형 비디오와 공간 비디오

비전 프로에는 현재 여러 3D 데모 비디오들이 존재하며, 파라마운트+, 디즈니+ 등에서 3D 영화도 볼 수 있다. 기존에 영화관에서 3D로 상영한 ‘아바타: 물의 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등이 포함된다. 디즈니+는 앞으로 비전 프로 전용 앱 역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전 프로의 ‘환경’ 앱에서는 현재 놓여진 업무 환경을 설산, 자연 등으로 바꿀 수 있으며, 360도 전체를 다른 환경으로 바꿀 수 있다. 동일한 의미로 3D 데모 비디오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으며, 나비가 손에 않는 등 인터랙션도 가능하다.

가장 특별한 경험은 직접 찍은 공간 비디오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폰 15 프로 시리즈와 비전 프로로 찍은 공간 비디오를 비전 프로 내에서 재생 가능해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처럼 그 시점의 기억을 완벽하게 되돌릴 수 있다. 소리 역시 공간 음향으로 완벽하게 작동한다.

놀라운 멀티태스킹

맥을 띄웠을 때 외에도 기본 앱만으로 충분한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다. 특히 손으로 원하는 곳에 창을 놓는 과정이 대단히 정밀하기 때문에, 다양한 곳에 타이머를 놓고, 360도 어디든 브라우저를 띄우고, 심지어 집 공간 곳곳에 원하는 화면을 위치시킬 수 있다. 한 자리에서만 사용하기를 추천하는 퀘스트 3와 다르게 공간 전체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홀로렌즈 1이 출시되기 전의 티저와 가장 비슷하다.

단점

가격

3500달러(약 500만원)에 달한다. 해외에서는 주로 2000달러 미만이 되어야 궁극의 인기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0달러 역시 약 265만원으로 적은 금액이 아니다. 메타의 퀘스트 3는 500달러에 불과하다.

무게

메타 퀘스트 3는 그간의 VR 헤드셋 중 가장 무거운 515g이었다. 그러나 비전 프로는 650g으로 그것보다 더 무겁다. 게다가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지 않아 외장 배터리를 긴 줄로 연결해 사용해야 한다.

애플은 대안으로 푹신한 쿠션과 뒷통수를 압박하지 않는 솔로 니트 루프를 제시했다. 또한, 비전 프로 세트 내 정수리에도 걸 수 있도록 듀얼 루프도 제공한다. 다만 어떤 방법을 써도 광대뼈 쪽에 가해지는 무게는 덜어지지 않는다. 해외 리뷰어들은 “한시간 이상 착용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아무리 빨라도 카메라는 역시 카메라

비전 프로의 숙제 중 하나다. 화상을 카메라로 찍어서 쏴주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눈과는 다르게 빠르게 움직였을 때 모션 블러와 노이즈가 발생한다. 즉, 움직일 때 사람이 쉽게 볼 수 있는 화면도 흐리게 보일 때가 있다. 색 재현 역시 한계인데, DCI-P3 기준 92%의 색역을 만족한다. 이는 비전 프로가 사람이 볼 수 있는 색의 49%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조도 환경에서 노이즈가 발생하고 있다(출처=The Verge 유튜브)
저조도 환경에서 전자레인지의 전자시계가 똑바로 보이지 않는다(출처=The Verge 유튜브)

또한, 사람 눈과 다르게 저조도에서 카메라는 노이즈를 발생시키므로 화면을 똑바로 표현해 주기 어렵고, 손동작 인식에서도 약간의 오류를 범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시야각

비전 프로의 화면은 사람의 눈과 비슷한 방식의 포비티드 렌더링(Foveated Rendering)으로 작동한다. 즉, 사람이 보는 부분은 또렷하게, 그렇지 않은 부분은 흐리게 보인다. 따라서 사물을 볼 때 실제처럼 느껴지지만, 시야각 자체는 퀘스트 3의 110도보다 좁다는 것이 밝혀졌다. 애플은 시야각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밝히고 있지 않다. 퀘스트 3보다 좁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리뷰어들은 쌍안경이나 터널을 보는 것 같다고 밝히고 있다.

불쾌한 골짜기

애플은 비전 프로의 EyeSight 기능을 통해 외부 스크린에 사용자의 눈을 띄워준다. 사용자의 디지털 아바타를 만드는 과정은 Face ID 스캔과 유사하게 진행돼 금방 마칠 수 있지만, 아이사이트를 표현해 주는 외부 액정은 화소가 높지 않고 유리의 반사광이 심해 잘 보이지 않는다.

출처=WSJ 유튜브

생성된 디지털 아바타는 기억 속에서 그린 것처럼 흐릿한 모습으로, 페이스타임을 할 때 불쾌한 골짜기를 건드린다. 디지털 아바타는 차츰 더 좋은 품질로 변할 것이라고 애플은 밝히고 있다.

손에 집중한 인터페이스

완벽하게 손에 집중한 인터페이스 덕분에 두 손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다른 인터페이스들을 활용하기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플로팅 키보드는 양쪽 검지손가락으로 찔러야만 작동한다. 와이파이 비밀번호 입력 외에는 쓰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매직 키보드와 트랙 패드, 매직 마우스를 별도로 사용해야 하는데 이는 시야에 보이지 않아도 제대로 작동한다. 반면, 손으로 무언가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꼭 손이 시야 내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 불편하다는 평론이 대다수다. 실제 사람 손은 보이지 않고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WSJ 유튜브

공간 비디오 촬영

공간 비디오 촬영은 좋지만 불편하기도 하다. 가족들과의 행복한 순간에 비전 프로를 쓰고 촬영하기란 어려운 일이며, 아이폰으로 촬영하면 두 손이 자유롭지 못하다.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현재 비전 프로의 앱은 600여개로, 그 수가 많지 않다. 다만 이 문제는 곧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비전 프로의 OS(VisionOS)는 iPadOS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즉, 앱 제작사가 허용할 경우 수백만개에 달하는 아이패드 앱을 곧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넷플릭스가 비전 프로용 앱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현재 브라우저만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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