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형제들은 왜 ‘열달’짜리 ‘무료’ 테크코스를 운영하나
요약하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개발자 교육 프로그램 ‘우아한테크코스(우테코)’ 6기 과정을 모집한다. 배민에서 일할 사람만 뽑는 게 아니고,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현장형 개발자를 많이 가르쳐서 생태계 곳곳에 포진시키겠단 원대한 꿈을 가졌다. 오는 16일까지 지원자 서류 접수를 받고 12월 17일에 최종 합격자를 선발, 내년 2월부터 11월까지 총 열달 코스의 교육을 시작한다. 학비는 무료. 모집 분야는 웹 백엔드와 웹 프론트엔드, 모바일 안드로이드 등 세 분야로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완전히 ‘몰입’해 수업 받을 수 있는 이들이 대상이다.
졸업하면 취업율은? 지난 2021년에 교육을 받은 3기의 경우 총 78명이 선발돼 76명이 코스를 모두 수료했다. 그 중 31명이 우아한형제들에 합격했고, 36명이 우형이 아닌 다른 회사에 취업해 일하고 있다. 2023년 10월 기준, 이들의 취업률은 91%로 추정된다. 코딩 알고리즘 교육 외에 말하기와 글쓰기 등을 가르치면서 타인과 협업해 일할 수 있는 소프트 스킬을 강조한다. 우테코 출신에 대한 우아한형제들 내부 평가가 좋아지면서 수강색 역시 점차로 늘리고 있다. 올해 교육을 받은 5기 수강생은 지원자 총 3200여명 중 대략 20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170명이다.
지난 5일 저녁,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우아한형제들에서 우아한테크코스 지원자를 위한 입학 설명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미리 신청을 한 50명의 지원자가 참석했고, 유튜브 생중계 채널에는 1000명이 넘는 이들이 동시접속해 우아한테크코스의 인기를 가늠케 했다. 학교의 교장에 해당하는 캡틴 박재성(이사)이 무대에 올랐다. 20년이 넘는 개발 경력의 그는 스스로를 ‘포비’라고 소개하면서 지원자들에게 “반란군을 꿈꾸라”고 말했다. 자신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이 학교에서는 말은 좀 잘 들어먹지 않더라도, 스스로 생각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개발자를 키워보고 싶단 뜻을 담았다.
이 학교의 첫번째 입학 조건은 ‘몰입의 경험’이다. 서류 심사 문항이 대체로 “당신은 어떻게 몰입해 봤나”와 연관되어 있다. 한 번이라도 몰입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자는 또 다른 영역에서 몰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테코의 정서다. 일도, 공부도 늘상 지겨운 것이지만 한 번 몰입을 하고 보면 재미를 찾을 수 있고, 그 재미를 찾아야만 일에 대한 자신감도 얻고 자신의 커리어도 잘 닦을 수 있다고 박재성 캡틴은 말한다. 몰입은 온전히 목적하는 것 하나에만 집중하는 상태를 말한다. 그는 “교육에 몰입할 수 있도록 (10개월 간은) 애인도 2주에 한 번만 만나자, 애인이 없다면 교육에 몰입할 수 있으니 더욱더 좋다고 말했다가 욕을 엄청나게 먹은 적도 있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무대에는 몰입의 시간이 실제로 어떠했는지를 전할 두 경험자, 최진영-박지우 개발자도 올랐다. 이들은 우테코 4기를 졸업하고서는 곧바로 우아한형제들의 백엔드 개발자로 취업한 10개월 차 직장인 동기들이다. 한명은 문과, 다른 한 명은 이과 출신이다. 문과나 혹은 비개발자 백그라운드를 가진 이들도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패널 안배로 읽혔다.
이들은 우테코 교육 과정을 어떻게 술회했을까. 우테코에서는 각자의 별명을 지어 부르는데, ‘헌치’라 불리는 박지우 개발자는 전엔 개발이라곤 학교 복수과정을 통해 들은 6개월의 수업이 전부인 상황이었다. 그는 “기술적인 것 외에도 현업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역량 – 커뮤니케이션이나 회사의 도메인을 이해하는 법 등 – 을 배울 수 있었다”고 수업의 강점을 설명했다. 그는 스스로를 “특정 기술에 대한 구루가 되는 것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커뮤니케이션을 잘 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최진영 개발자의 별명은 ‘오리’다. 우테코 기간 동안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홀로 구론산(자양강장제)을 마셔가면서 일을 한 에피소드가 입학 설명회에서 소개됐다. 그는 “개발자를 준비하면서 매일 알고리즘만 푸는 것이 너무 재미가 없었는데, 미션-피드백으로 진행되는 우테코의 수업 방식이 생각했던 것보다 자유로웠다”고 이야기 했다.
이들과 잠깐 대화를 나눴는데, 우테코나 우형을 넘어 개발자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개발자는 요즘의 20대에게 매력적인 직업일까. 최진영 개발자는 “예전에는 개발이 3D 업종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요즘엔 개발자에 대한 처우가 좋아졌다”면서 “AI가 발달을 한다고 해도 결국 그런 도구를 쓰는 이들은 개발자이므로 개발자에 대한 시야 자체가 넓어지고 있어 괜찮은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생각하는 개발에 대한 재미를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과정을 즐기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같은 날 밤 9시. 입학 설명회가 끝나고 테크코스를 처음부터 기획해 운영해 온 캡틴, 박재성 총괄(이사)과 인터뷰를 나눴다. 네이버의 웹 백엔드 개발자 출신으로 엑스엘게임즈 웹 개발 리더를 거쳐 NHN이 만들었던 교육기관 ‘넥스트’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던 인물이다. 스물여덟의 나이에 독학으로 개발자에 도전, 3년 만에 <스트럿츠 프레임워크 워크북>이라는 이 동네 나름의 베스트셀러를 펴낸 저자이기도 하다.
“소프트웨어 개발이 즐겁다는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그는, 인터뷰 말미에 “솔직하게 느낀 대로 기사를 써달라”고 주문했다. 대답은, 오브 코스. 내가 서른다섯살만 넘지 않았더라도 정말 문과 출신이 개발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을지 도전해봤을텐데. 아쉬운 마음을 안고서, 대신 그와 나눈 대화를 가능한 가감 없이 전달한다.
입학설명회에서 “반란군을 키운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런데 반란군처럼 말을 잘 안듣는 사람들은 회사 입장에선 별로 안 좋아하지 않겠나?
그럴 수 있지만, 지금 시대는 좀 다른 것 같다. 예전에는 이미 정해져 있는 프로세스만 잘 지키면 성과가 나왔다. 이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거의 답이 없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우리나라도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지 않았나.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기존의 것을 무조건 수용하기보다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해지고 있다. 모든 회사가 다 같진 않겠지만, 다른 생각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점점 더 기업이 필요로 하는 미래지향적 인재상이지 않을까?
그 인재상이 지금 우아한형제들이 바라는 인재상이라고 생각해도 될까?
일정부분 맞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형이 내가 하는 교육이나 그 스타일을 인정해서 캡틴을 제안한 거니까. 또, 우아한테크코스를 수료한 친구들이 우형에 가서도 잘 적응하는 걸 봐서는 우형 역시 수동적으로 말을 잘 듣는 사람보다는 자기 생각을 가지고 의견을 개진하는 그런 친구들을 선호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이런 교육 조직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쓰는 조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하는 이유는 뭔가? 또, 교육 조직에 어떤 성과(KPI)를 요구하나?
엄청 많은 분들이 물어본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해가 안 되는 거다.
심지어 이렇게 가르친 인원들이 다 우형으로 가는 것도 아니다. 다른 회사로도 많이 간다고 들었는데
(입학 전부터) 꼭 우형에 취업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꼭 우형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만 키우는 게 아니라, 우리 생태계에 좋은 개발자 풀이 너무 적으니까 장기적으로 보자는 거다. 이 사람들이 당장 우리 회사에 오지 않더라도 다른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다음에 또 우리 회사로 올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우형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다면 말이다. 그런데 우테코를 통해서 이 친구들이 우형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가지고 있다. 그래도 이상적인 교육을 하다보니, 우형에 오면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믿음도 약간 있다.
그런 측면에서 교육기관 운영이 모두 비용같지만 사실 장기적으로는 회사에도 이득이다. 교육을 시작하고 우형에 개발자가 상당히 많이 필요했을 때, 우테코를 졸업한 친구들의 50% 정도가 우형에 입사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회사에 입사해 아주 많은 기여를 했다. 현장의 리더들, 시니어 개발자들이 너무 만족해 했다. 마인드셋을 잘 갖춰 교육을 시키니 리더들이 방향만 잘 잡아주면 금방 현장에 적응했고, 또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책을 가지고 리더들과 소통해 팀에 선순환이 일어나게 하는 역할을 했다.
우아한테크코스를 만들기 전에 NHN넥스트에서 일했다. 그 경험이 우아한형제들 테크코스에는 어떠한 영향을 줬나
그 경험이 없었다면 우테코를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왜냐하면 넥스트에서 하고 싶었던 교육들이 있었는데 그걸 다 하지 못하고 그만둔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었다. NHN 넥스트의 방향성이 교육의 질보다는 양성해내는 개발자의 수에 초점을 맞추도록 바뀌면서 매우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넥스트가 문을 닫을 때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으므로, 다시는 기업이 만든 교육 기관엔 가지 않겠다고도 생각했었다.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다. 그 마음이 왜 바뀌었나?
그래서 우형이 나에게 개발자 교육을 만들자고 얘기했을 때, 이들이 나와 같은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를 처음부터 확인받고 싶었다. 얘기를 나눠보니 당시 대표였던 김봉진 창업자와 김범준 CTO가 진정성이 있었다. 우테코에 오면 내가 캡틴이 되니까 예전에 아쉬웠던 부분을 해소하고 내가 해보고 싶었던 걸 마음껏 펼쳐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양보다 질의 관점에서, 우테코의 커리큘럼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대학의 컴공과는 연구 중심의 대학이다. 취업이 목표가 아니다 보니 컴퓨터 사이언스부터 가르친다. 아직 프로그래밍에 흥미가 없는 친구들한테 그것부터 가르치면 너무 재미가 없어 한다. 그 많은 친구들이 프로그램 공부에 흥미를 잃고 자신 스스로 전공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떠나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의 즐거움을 전하는 거다. 우리 모두 노래 부르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할 수 있는데, 학교에서 지식과 이론 중심으로 배우다보니 흥미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교육 역시 이론보다는 경험 중심으로 만드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다.
커리큘럼에 연극도 있어서 놀랐다. 협업이나 소프트스킬을 매우 강조하는데 이유가 있나?
연극은 소프트스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충격요법이다. 과거에는 프로그래밍 역량만 뛰어나도 취업이 잘 됐다. 해결하려는 문제가 단순했으므로 한 명의 뛰어난 개발자로도 충분했다. 이제는 해결해야 할 문제의 복잡도와 난이도가 높아졌다.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 역시 많아졌다. 머리를 맞대고 의견 개진을 자유롭게 하는 환경에서 똑똑한 한 명이 혼자 고집스럽게 행동한다거나, 부정적인 소통을 하게 되면 그 한 명만으로 조직의 분위기가 그냥 나빠진다. 그걸 막기 위해 소프트스킬을 강조한다.
글쓰기도 중요하게 여긴다. 본인 스스로도 책을 쓰기도 했는데
최소한, 메일 정도는 쓸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최근 신이들이 메일 한 통도 잘 못 쓴다는 그런 이야길들을 한다. 그래서 교육 기간 중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A4 용지 한 장 분량 이상의 글을 써야 수료가 가능하도록 했다. 크루들 간에 서로 피드백을 받아 글을 개선하고 그 결과물을 승인을 받아야 패스가 되는 거다. A4 한 장 분량의 글 정도는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는 것도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이므로 그렇게 추가한 거다.
어떤 개발자가 좋은 개발자라고 생각하나?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삶의 즐거움을 느끼려면 ‘나답게 사는 것’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답게 살면 주변에서 아무리 대단한 걸 한다고 하더라도, 별로 흔들리지 않으면서 꾸준히 내 속도에 맞춰 나를 믿으면서 계속 걸어갈 수있다. 그러니까, 이 태도는 좋은 개발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좋은 직장인을 위한 거다.
별명이 ‘포비’다. 미래소년 코난의 포비인데, 생긴 건 안 닮았다. 그런데 왜 별명을 포비로 삼았나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이다. 주인공인 코난은 거의 완벽한 모습이지만 포비는 허당기가 있고, 자유로운 영혼이다.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함도 있고.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에는 도전하는 그런 자유로움이 있다. 그게 내가 지향하는 모습이지만 내가 살아온 시대상도 있고, 그렇게 살지 못해왔다. 그걸 포비처럼 깨보고 싶었다.
지금의 일을 하면서, 점점 포비와 근접해지고 있나?
점점 그렇게 자유로워지고 있는 것 같다. “나답게 살라”는 말을 계속 하게 되는데, 나답게 사는 모습이 자유롭게 사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말로만 해선 되는 게 아니고, 내가 그러게 사는 모습을 실제로 보여주는 게 가장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거다.
입학요강에 보면 나이 제한이 없다. 그런데 정말로 그런가? 솔직히 말해서 (개발자라는 일에 새로 도전하는 것이) 몇살까지 가능하다고 보나?
내가 10년 전에 교육을 시작할 때 32살에 개발자에 도전해서 33살에 쿠팡에 들어가 개발자로 잘 사는 친구를 만났었다. 그때보다 시간도 흘렀고 수명도 길어지고 있지 않나. 내가 봤을 때 한 35살까지는 충분히 가능하다. 자신만의 매력이 있고, 역량도 충분히 쌓았다면 회사에서 안 뽑을 이유가 없지 않나.
당연한 이야기이긴 한데, 기업에서 현장형 인재를 가르쳐서 배출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미스매치가 심하다. 그걸 대학이 해결해주지 못한다. 게다가 현장의 경험은 교육을 통해 전하기가 매우 힘들다. (기업 현장과) 비슷한 환경에서 배울 수 있도록 만들려고 노력하는 거다.
오늘 지속해 강조한 키워드는 ‘몰입’이다. 왜 몰입을 강조하나
공부나 일은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싫어한다. 다 빨리 은퇴하길 바라고. 그렇지만 일을 하지 않고 사는 삶은 오히려 지옥 같을 수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인데, 어느 순간 일이 너무 재미 있는 경험을 했는데, 왜 그런지 고민을 해보니 그게 ‘몰입의 경험’ 때문이더라.
몰입 경험을 얼마나 자주, 또 깊이 있게 하느냐에 따라서 삶의 즐거움과 만족도가 상당히 달라진다는 걸 느꼈다. 프로그래밍 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 직장생활에서도 어떻게 몰입 경험을 하게 할 수 있는가가 내 교육자로서의 화두이기도 하다.
시대마다 주요하게 생각하는 기술이나 방향이 다르다. 지금은 10년 전과 다르게 AI가 강조되기도 하고. 이렇게 바뀌는 흐름을 커리큘럼에 어떻게 반영하려 노력하나?
트렌드가 되는 기술이라고 해서 무조건 수용하지는 않는다. 내가 23년 전에 개발을 시작했을 때 자바로 시작했는데 아직도 자바가 쓰이고 있다. 프로그래밍에 대한 근간은 ‘프로그램밍 언어를 통해서 내가 컴퓨팅적인 사고를 해야 된다’는 것으로 (시간이 흘러도) 같을 수 있다. 최신 기술을 쓴다고 해서 더 잘 배우거나 못 배우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새로 뜨는 기술이 교육에 효과적으로 의미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수용하려 한다.
그런 측면에서 작년에 챗GPT가 뜨거운 감자였는데, 우리는 이걸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하나의 도구로 본다. 기존의 틀을 그냥 바꾸는 게 아니라. 챗GPT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에 녹이는 방식이다.
입학 선발 과정에서 온라인 코딩 시험을 없앴다. 이유가 있나?
너무 많은 회사들이 온라인 코딩 테스트를 보는데 이게 거의 토익 같이 됐다. 현장에서 필요로하는 프로그래밍 역량과 일치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알고리즘을 잘하면 점수화하기 쉽기 때문에 입학 또는 취업 선발과정에서 쓰는 거다. 이걸 없애고 싶었다. 그렇지만 (우테코 초기부터) 없애지 못했던 이유는 온라인 코딩 시험을 대신할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했어서다. 그래서 (지원자들이 기본적인 코딩을 배울 수 있게 함과 동시에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프리코스를 만들었고, 지난 4년 동안 준비해서 채점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었다. 프리코스는 서류 지원자들이 합격 여부에 상관 없이 모두 들을 수 있다.
요즘 고민하는 것이 있다면?
우테코를 내가 맡은지도 5년이 넘어간다. 내가 없어도 될 정도로 안정화되는 단계라고 본다. 다음 단계로 뭘 할 것인가, 내가 어디에 좀 더 쓰이면 좋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리더를 어떻게 잘 양성할 수있을까 생각하고 있다. 취준생만 바뀌어서는 생태계나 기업문화가 너무 천천히 바뀌더라. 그래서 이런 것들을 바꾸는데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더십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을 좀 하고 있다.
우테코의 앞으로 5년 계획은?
일단은, 우테코에서 운영하는 프로젝트에서 만들어낸 서비스들의 퀄리티가 상당히 높다. 충분히 사용자들이 써도 되는 서비스들인데, 교육과정이 끝난 다음엔 거의 다 사라져 버린다.
졸업생들도 아쉬운 점으로 그 이야기를 하더라
그런 부분이 안타깝기 때문에 다른 교육기관과 협의를 하고 있다. 우리가 창업 과정을 만들기에는 여력이 없으니, 이미 그런 과정을 운영하는 기업, 기관과 연합을 해서 그곳에서 창업자를 양성한 다음 우리의 개발자와 연결하려는 거다. 그러면 우리 교육생들에게도 더 좋은 거다. 만들어 놓고 버려지는 서비스가 아니라 사용자들이 쓰는 거니까 동기부여도 더 많이 될 거고, 만들다보니 “이게 될 것 같다”고 여겨지면 그냥 회사에 취업하는 게 아니라 창업도 한 번 같이 해보는 거다. 그걸 다음 단계로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개인적으로 다음 단계의 교육을 할 수 있다면 “학생들이 자기의 속도에 맞춰 학습할 수 있는 교육”을 만들어 보고 싶은 게 다음 단계 목표 중 하나다. 지금의 교육은 우리가 정해놓은 커리큘럼 하에 우리의 속도에 따라 교육이 진행된다. 어떻게 보면 약간 폭력적이다. 친구들에게 자율 시간도 많이 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어하는 크루들도 있다. 쉽지 않을 순 있겠는데, 그래서 ‘자신의 속도에 맞는 교육’을 해보고 싶은 목표를 갖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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