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 말 오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공청회
“비대면 진료로 사고가 나면 책임질 수 있나”
“야간, 주말에 급하게 약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 재진 병원 이용이 불가능해 고충이 큰데 그 불편은 어떻게 하나”
날 선 말이 오갔다. 14일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공청회’ 현장에서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석달 간의 계도 기간을 끝내고 지난 1일부터 본격 실시됐다. 코로나 감염병이 ‘심각’ 단계에서 하향 조정되면서 비대면진료의 한시적 허용 근거가 사라지자 의료법 개정 전 제도 공복을 최소화하겠단 명목이다.
그러나 시범사업 자체에 의료계와 산업계 모두 불만을 갖고 있다. 의료계는 “소아청소년의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 중개 플랫폼 불법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비급여 의약품 처방 관련 오남용 가능성” 등을 문제 삼고 있다.
반대로 산업계는 “대상 환자를 재진 환자로 한정하고, 약 배송도 사실상 금지하는 등 기존(코로나 기간)과는 전혀 다른 제도를 발표 및 시행하고 있어 지난 3년간 1500만 명에 가까운 국민이 이용하였던 비대면진료 및 약 배송 서비스의 축소가 불가피해졌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핵심은 참여 범위다. 의원급 의료 기관에서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 이외의 기타 질환은 30일 이내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로 비대면진료가 제한된다. 만 18세 미만의 소아 환자도 재진이 원칙이나, 휴일과 야간에 한해서 대면 진료 기록이 없어도 비대면진료를 통한 의학적 상담은 가능하다. 이 역시 처방은 불가능하다.
병원급 의료 기관의 경우는 1회 이상 대면해 진료한 희귀 잘환자는 1년 까지, 수슬과 치료 후 지속적 관리가 필요(신체에 부착된 의료기기의 작동상태 점검과 검사 결과 설명을 위한 경우)하다고 의사가 판단하면 30일내 까지 비대면진료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관심의 초점이었던 초진의 비대면진료 허용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 다만, 섬과 벽지의 환자나 만 65세 이상의 노인, 등록 장애인과 감염병 확진 환자의 경우 예외적으로 초진이 허용됐다.
진료방식에 있어서는 환자와 의사가 서로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화상진료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노인이거나 혹은 스마트폰이 없어서 화상통신 사용이 곤란할 경우에 음성전화도 가능토록 해놨다. 의약품 수령의 경우에는 약국에서 본인수령과 대리수령을 원칙으로 하되, 섬과 벽지의 환자나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 희귀 질환자에 한해 환자와 약사가 협의한 후 재택 수령을 가능케 했다.
비대면진료만을 실시하는 의료기관이나 비대면 조제만 실시하는 약국 등의 전담 기관은 운영을 금지 시켰고, 의료기관과 약국 당 비대면진료와 조제 건수 비율을 ‘월 30%’로 제한했다.
의료계가 시범사업에서 관철하려는 것
의료계의 입장은 이날 토론 패널로 참석한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의 말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핵심은 초진 불가와 법적 책임 소재 명확하다.
이 부회장은 “국민건강과 의료체계를 위협하는 초기 비대면진료는 절대 불가하며, 대면진료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면서 “또한 비대면 진료 중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인 책임 소재 명확하가 비대면진료 제도화 논의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돼야할 필수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발언은 지난 8월 대한의사협회가 소속 회원 6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대면진료에 대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 결과에 따른 것이다.
그는 또 “정부와 협상을 통해 합의를 낸 다섯가지 대원칙이 지켜지길 희망한다”면서 “그 다섯가지는 대면 진료 원칙, 비대면진료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 재진 환자 중심의 (비대면진료) 운영, (비대면진료의)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운영, 비대면진료 전담 의료기관 금지”라고 꼽았다.
비대면진료 약 처방과 관련해서 약물 오남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김대원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비대면진료가 고위험·비급여 약물의 유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약사회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비대면진료의 수가 반 이상이 비급여 약을 포함하고 있다”고 말하며 우려를 표했다.
산업계는 왜 시범사업에 좌절하나
반대로 산업계는 지금의 시범사업이 비대면진료 자체를 죽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플랫폼 업계의 입장을 대변한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닥터나우 이사)은 “(시범사업 시작 후) 플랫폼 이용자 수 절벽이 현실이 되었다”면서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진료 이용 건수의 95% 이상이 급감한 것”이라고 상황을 토로했다.
그는 또 “29개 플랫폼 기업 중 절반 이상이 비대면진료를 종료했으며, 남은 플랫폼 역시 이대로라면 대부분 서비스를 종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플랫폼에서 비대면진료 이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초진을 막아놓고 재진 역시 기간 제한을 까다롭게 해놓아 현실적으로 환자가 비대면진료를 이용하기 어렵게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예컨대 직장이 외진 곳에 있을 경우 병원에 가려면 휴가를 써야 해 수입에 타격이 큰 경우, 재진 병원이 일찍 문을 닫을 경우 야간에 아플 때 약을 처방받기 어려운 상황 등이 지금과 같은 시범사업에서 환자의 불편을 불러올 수 있는 경우로 꼽았다.
복지부의 입장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설명하던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도 현장의견 청치 결과 “비대면진료 허용 지역 범위가 너무 접아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지역의 경우 불편을 겪거나, 재진 기간 30일 기준이 짧아 환자가 비대면진료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견이 있다”면서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은 아니나 진단 이후 장기적으로 약복용이 필요한 경우도 고려할 필요”도 언급했다.
아울러 앞서 의료계에서 지적한 책임소재 명확화와 관련해서 장 회장은”제도적으로 비대면진료의 한계에 대해 사전에 고지하고 환자가 동의한다면 의료사고 발생시 그것이 참작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약물 오남용 우려와 관련해서는 김성현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비대면진료TF장이 반박했다. 김 TF장은 “(비대면진료로 처방되는 전체 의약품 중) 급여질환이 79.7%, 비급여 질환이 20.3%”라면서 “사후피임약의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고 했는데 실제 처방전이 발행된 것수를 보면 전체의 7.8%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사실관계를 지적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