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AS] 에이블랩스 “실험은 로봇에게, 연구는 사람에게”

인터뷰를 AS해드립니다
가끔 독자님들께서 그런 질문을 하십니다. “그때 인터뷰했던 그 회사, 지금은 어떻게 됐나요?” 라고요. 그래서 마련했습니다. 인터뷰AS. 그러니 지난 2021년 12월에 나간 아래 기사를 먼저 참고해주세요.

당신의 눈물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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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사람 대신 바이오 실험을 하도록,
자동화 로봇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

 

에이블랩스가 스타트업 판 슈퍼스타K인 ‘유니콘 하우스’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던 것이 2021년 12월. 당시 에이블랩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액체 핸들링 로봇 ‘노터블’에 대한 검증(POC)을 진행 중이었다. 자동화 로봇이 정말 사람의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지, 결과의 품질은 원하는 만큼 나오는지 등이 검증의 관건이었다.

그로부터 1년하고 9개월이 지났다. 현재 에이블랩스의 노터블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표준작업절차서(SOP, Standard Operating Procedure)에 등재됐다. 일종의 작업 가이드라인 같은 것인데, 여기에 등재됐다는 것은 현장에 언제든 투입할 수 있다는 시험 통과표를 받은 것과 같다. 지금은 총 두 대의 노터블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운영 중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카이스트 등의 실험실과 바이오테크 회사들에서도 노터블이 작동한다.

에이블랩스는 노터블이 더 많은 연구실에서 쓰이길 원한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에이블랩스처럼 실험 자동화 로봇을 만드는 곳은 없다. 글로벌로는 이미 크게 성장한 실험 자동화 로봇 회사들이 있으나, 대체로 한 대 당 2억~3억원의 비싼 로봇이라 예산이 적은 대학의 실험실에서 마음껏 써보기는 어렵다. 노터블은 현재 한 대당 3000만원에 판매돼 가격 장벽을 많이 낮췄다. 앞으로는 실험에 최적화한 로봇+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클라우드로 제공하는 구독 모델을 계획 중이다.

더 많은 곳에 플랫폼을 공급하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하다. 에이브랩스는 현재 추가 투자 유치에 나섰다. 최근 빅웨이브의 투자 설명회 자리에 신상 에이블랩스 대표가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신상 대표에게 다시 연락해봤다. 그 사이 회사는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국내외 시장에서 실험 자동화 로봇에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는지 등을 물었다.

 

Q. 연구원들이 직접 실험해도 되는데 굳이 자동화 로봇이 필요한 이유는?

신상 에이블랩스 대표= 대부분의 연구자가 40~50%의 시간을 실험하는 데 쓰고, 그 나머지 시간만 연구나 리서치에 쓴다. 실질적으로 가치 있는 부분은 연구에 있기 때문에, 실험은 로봇에게 넘겨주고 사람은 그 결과를 받아서 분석과 연구에만 매진하라는 것이다.

Q. 자동화 로봇이 사람보다 나은 점은?

실험에서 중요한 것은 ‘재현성(연구를 반복해도 결과가 같게 나오는 것)’인데, 사람의 경우 개인 편차가 많이 발생한다. 또, 실험에 사용되는 시약이나 용액, 세포와 같은 것은 매우 비싸다. 이런 것을 1마이크로 리터 단위의 소량으로 핸들링 해야 하는데, 사람이 하기에 까다로운 과정이다. 로봇은 사람이 하지 못하는 나노리터 단위의 실험도 가능하다. 사람이 하지 못했던 것을 극복하는데 있어서도 로보틱스와 같은 것이 중요하게 된 거다.

Q. 왜 우리나라에서는 그간 실험 자동화 로봇을 만드는 곳이 없었을까?

도메인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하다. 10년 전부터 국내에서 반도체나 자동화를 전문으로 하던 팀들이 바이오 자동화에 많이 뛰어들었다. 그러나 많이들 실패했다. 자동화에 대한 개념만 가지고 바이오에 들어오게 될 경우 외국처럼 고가의 부품을 많이 쓴다. 그러면 프로덕트 퀄리티는 충분히 나오지만 가격 진입장벽이 높아진다. 비싸서 고객이 아무도 안 사는 거다.

또, 자동화 관점에서만 접근할 경우 소프트웨어를 임베디드(기계에 소프트웨어를 내장하는 것)하는 사례가 많은데, 바이오 실험실 현장은 임베디드와 어울리지 않는다. 실험의 프로세스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그 유연성을 맞추기가 어렵다. 계속 엔지니어가 소프트웨어를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CS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바이오는 자동화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업계를 떠난 팀이 많다.

공동 창업자 3인이 각각 바이오/ 자동화 장비 개발(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개발에 강점을 갖고 있다. 회사를 만들기전부터 바이오 자동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글로벌로는 대형 제약사나 바이오테크 회사를 대상으로 프로세스 자동화를 해주는 고비용 제품들이 나오 있다. 바이오를 전공으로 하면서 대학원 실험실에서 외국의 자동화 기기를 써봤고, 자동화 품질이 좋은데 가격이나 사용의 어려움 때문에 대중화되지 못하는게 아쉬웠다.

Q. 에이블랩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나?

중요한 것은 ‘프로덕트 마켓 핏’이다. 비싼 부품을 쓰면 성능을 좋게 나오지만, 예산이 적은 연구실 등에선 구입하기 어렵다. 보다 가성비가 있는 부품을 쓰면서도, 성능은 고가의 부품을 쓴 것과 거의 동일하게 나오도록 만들고 있다. 하드웨어 제어 프로세싱을 직접하면서 최적화에 신경을 썼다.

연구실의 요구 사항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로 제공하고 있다.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제품 사용이 어려우면 아무리 값이 싸도 실험실 연구원들이 쓰기 어렵다. 사용이 쉽게 소프트웨어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 비용을 절약하면서 높은 성능을 내는 제품을 공급하려 한다.

Q. 구독 모델을 준비하나?

값이 싸면서 쉽게 사용하게 해줘야 하므로, 내년부터는 RaaS(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하나로 묶어서 로봇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것) 구독모델로 제품을 판매하려 한다.

Q. 투자를 유치 중인데, 확보한 돈은 어디에 쓰려 하나?

지금까지는 영업이나 마케팅 없이 인바운드로 들어온 요청이 많아 거기에만 공급했다. 앞으로는 제품 공급량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서 제품의 품질이 모두 균일한지 그걸 검증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이 준비가 거의 끝나가는데, 이게 완성이 되면 글로벌 진출을 하려 한다.

Q. 우선으로 보는 시장이 있나?

올 하반기부터 펀딩을 준비 중인데, 이 과정이 끝나면 미국 진출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자동화의 수준이 높고 경험이 많다. 자동화를 많이 알고 있으므로 제품 도입률도 높다. 미국에선 레퍼런스보다는 퍼포먼스를 선택의 우선 조건으로 보는데, 성능이 검증된다면 그 다음으로 가격이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기관을 타깃한다면 포지셔닝을 잘 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아카데믹 레벨이나 국공립 연구소, 벤처 기업처럼 기존에는 자동화를 안 해봤던 팀을 중심으로 시장을 생각하고 있다.

동남아도 물론 생각 중이다. 지역적 이점이 커서다. 우리나라와 가까운데다 이 지역에서 실험 자동화 로봇을 하는 곳은 우리가 유일하다. 자동화 장비나 연구 인력이 많이 없으므로 시장에 진출할 때 가격이나 지리적 이점이 있을 거라고 본다. 10월에 싱가포르로 출장을 간다. 그 외에 전시회 등에 나가보면 호주 등의 지역에서도 노터블에 관심을 보인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로버트 클라우드 앱을 말하면 많은 투자자가 “1000억원은 필요한 얘기다, 우리나라에선 어렵다”고 말을 많이 했다. 우리도 그런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노터블과 같은 자동화 로봇을 먼저 개발해서 대중화 시키는 것에 먼저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 자동화 플랫폼을 구축, 실험을 아웃소싱 받는 형태로 진화하려 한다. 이런 비전을 같이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투자자나 파트너나, 팀원이나 함께 잘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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