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샤크탱크 같은 걸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샤크탱크에도 성공한 결과만 나오지 않나. 그 과정을 보여주고팠다.”

스타트업 판 슈퍼스타k인 ‘유니콘하우스’를 만든 김태용 EO 대표의 말이다. 샤크탱크는 미국 ABC 방송의 창업 오디션이다. 지난 18일, 서울숲 언더스탠드에비뉴 아트스탠드에서 유니콘하우스의 파이널 무대가 열렸다. 총 400곳의 스타트업이 참여를 신청해 두달간 경쟁한 끝에 살아남은 다섯 창업자가 이 쇼에서의 마지막 피칭을 했다. 전문가 심사위원 다섯, 청중 심사위원 서른한명이 주의깊게 피칭을 들으며 자신이 진짜 투자자라면 어느 팀에 돈을 넣을지 마음을 정했다.

심사위원 서른여섯명에게 주어진 11억2000만원 중, 총 4억6500만원을 모의투자받은 에이블랩스가 우승상금 5000만원을 거머쥐었다. 원래 유니콘하우스는 준비된 상금 없이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이들의 기획을 듣고 재미있겠다 싶은 구글이 7000만원을 후원해 우승상금이 생겼다. 예선에 참여한 400개 기업 중 상당수는, 유니콘하우스에 상금이 없을 때부터 이 쇼에 참여하길 원했다. 대중에게 내 꿈을 보이고 평가받을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니콘하우스에서 우승한 신상 에이블랩스 대표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유니콘하우스 제공

“남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서비스라고 생각했다. 일반인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영역이라 생각해서 일등을 할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유니콘하우스는 정말 ‘용기’에 대한 이야기 같다.”

신상 에이블랩스 대표는 우승자 발표를 듣고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동시에 방청객에서 건장한 두 남성이 벌떡 일어나 커다란 환호를 질렀다. 에이블랩스의 공동창업자들이다. 그들은 유니콘하우스에 참여하면서도 이게 맞는 일인가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에이블랩스가 하는 일은 ‘실험실 자동화 플랫폼 구축’이다. 그간 노하우 기반이었던 실험실 연구를 자동화와 인공지능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연구실에서 단순반복되는 실험을 자동화 로봇이나 데이터기반의 클라우드랩을 통해 해결하면 연구원은 설계와 분석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다. 바이오 연구에서 질 높은 연구 보장이란 곧 인류의 건강 개선과 수명 연장에 영향을 끼치는 걸 말한다.

실험 자동화는 큰 돈의 투자가 필요한데다 아직 국내서는 활성화되지 않은 영역이다. 에이블랩스는 너희가 이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시작된 연구고, 같은 아이템으로 창업한 곳도 있다. 그렇지만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분야가 아니므로, 자신들의 아이템으로 투자자와 대중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고 했다. 신상 대표는 “너는 안 된다는 말을 오기로라도 깨부수고 싶어서” 용기를 냈다.


(가운데)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MZ세대는 더 이상 노동수익으로 돈을 벌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자본수익을 내야 하는데, 내 노동력을 자본수익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창업이다. 그래서 MZ가 스타트업에 열광한다.”

유니콘하우스는 창업자에게 멘토로 엑셀러레이터를 연결했다. 슈퍼스타K에서는 유명 기획자가 나와서 신인의 성장을 도모한다. 엑셀러레이터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신인을 키우는 연예기획사와 같은 일을 하는 곳이다. 우승팀 에이블랩스의 멘토는 기술기업 성장지원으로 알려진 퓨처플레이의 류중희 대표가 맡았다. 류 대표는 인재들이 창업에 몰리는 지금 현상이 월급으로 돈 벌어 성공하기는 어려워진 세상에서 젊은이들이 꿈을 펴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꿈. 그래서 스타트업은 시작부터 일반적인 창업과는 결을 달리한다. 어떤 면에서? 속도다. 처음부터 빠르게 성장하도록 설계된 회사. 류 대표는 “스타트업은 10년 뒤에 저 에베레스트에 어떻게 올라 있을까를 고민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에이블랩스를 비롯해 여기, 유니콘하우스에 도전한 상당수의 창업자는 남들이 보기에 당장 매출을 내기 어려운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로 보인다. 그러나 누군가는 등반하고야 말 영역에서, 어떻게 초고속 성장을 해 시장을 리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결국 성공하고야 만다.

 

준우승한 김효이 이너시아 대표.

“여성의 불편함을 과학기술로 해결하려 한다. 여성의 삶을 바꾸는 엔지니어 회사로 우리를 불러달라.”


스타트업이 늘 미래의 이야기만 푸는 것은 아니다. 인류는 과거부터 쌓아온 불편한 경험을 여전히 끌어안고 살기도 한다.  때로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누군가의 불편이 당연한 것, 혹은 개선되어야 할 만큼 중요하지 못한 것으로 분류된다. 에이블랩스와 끝까지 경쟁한 준우승팀 이너시아는 여성의 삶의 문제를 기술로 풀어내겠다는 목표를 갖고 카이스트 연구원 네명이 뭉쳐 창업했다. 과학고-카이스트를 거치면서 서류 속 기술 문제를 풀어내던 이들이 “왜 생리대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가”에 대한 문제를 푼다.

생리대는 인류의 절반이 한달에 한번씩 쓰는 물건이다. 그러나 유독성이나 흡수력 문제는 20년전이나 지금이나 도긴개긴이다. 유독성 문제가 일자 프리미엄 생리대 제조사는 제품에 들어간 ‘SAP’ 이란 물질을 빼버렸다. 흡수력은 떨어졌다. 생리대가 혈을 흡수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물건이라 볼 수 없다. 이 여성들은 그래서, 빛에너지를 이용한 삼차원 바이오 흡수체를 만들었다. 독성물질을 제거하면서 흡수력은 유지시키기 위해서다. 유니콘하우스에 나오기 전까지는 기술만 개발한 상태였는데 지난 두달간 샘플까지 만들어냈다. 이 기술은 단순히 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최적화를 통해 다른 종류의 물질을 흡수하는데도 쓰일 수 있다. 이들의 비전은 여성의 건강에 초점을 맞춘 ‘펨테크’ 기업으로의 성장이다.

가운데가 최경희 소풍벤처스 파트너다. 유니콘하우스에서 ‘눈물의 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엑셀러레이팅도 사람이 하는 거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고팠던 것은 좀 더 인간적인 것이다. 창업자가 뭘 못하면 이유가 있을 거다. 그 이유를 찾아 조력자가 밀어줘야 올라가는 거다”

유니콘하우스가 진행되는 매 회마다 눈물을 쏟았다는 눈물 요정 최경희 멘토는,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의 파트너다. 임팩트 투자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스타트업 창업자와 함께 한다. 그의 말은 엑셀러레이팅이 왜 필요한 것인지를 한줄로 요약한다. 창업자 혼자 저 높은 에베레스트산을 오르기는 어렵다. 더 나은 등반을 위한 등산법은 무엇인지, 장비는 어떻게 갖추면 좋은지, 멘탈이 약해질 때는 어떻게 마음을 다잡아야 할지 등을 누군가 옆에서 알려준다면 창업자의 등반도 조금은 가뿐할 수 있다.

눈물은 마음을 공감하는 데서 나온다. 지난해 지상파를 통해 방영돼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스타트업’에는 심사역으로 한지평이란 인물이 나온다. 차가운 질문을 쏟아내는 그는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인다. 최경희 파트너는 “투자자가 예전에는 한지평처럼 갑의 위치였다면, 이제는 나와 함께 하자고 애원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투자사란 남의 돈을 갖다가 남의 꿈에 돈을 쓰는 것. 성공할 창업자를 잡아 모두를 만족 시키려면, 벤처투자사들도 인간의 얼굴을 가져야 한다.


이명진 아루 대표

“스타트업을 한다고 하면 헛꿈, 개꿈꾼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비전을 말하면 사기 친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 생태계 안에는 이렇게 치열하게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유니콘하우스에서 그걸 알릴 수 있었다.”

여성이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을 썼을 때, 사람들은 페미니즘을 헛꿈, 개꿈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울프는, 현대 문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거장으로 우리에게 기억된다.

아루는 지식 콘텐츠 서비스 ‘자기만의방’을 서비스한다. 여성과 관련한 지식 콘텐츠를 세상에서 제일 잘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외음부를 어떻게 씻어야 하는지, 어떻게 관리해야 건강할 수 있는지를 아는 여성이 드물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자기만의방 앱을 다운로드 받은 다섯명 중 하나는 유료 가입자로 전환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성지식에서 더 나아가 섹스토이, 그리고 월경 관련 상품을 한데 묶어 서비스하는 커머스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가졌다. 개꿈도, 사기도 아니다.

오른쪽이 신재식 네스트컴퍼니 대표이다. 스타트업 온더룩의 멘토를 맡았다.

“창업팀들이 자본가를 두려워한다. 뭔가 허락을 구해 득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창업가는 자본가에게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면 된다. 자본가도 그걸 원한다. 투자사와 창업가 사이는 매칭,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준비된 재능만 있다면 충분히 기회를 가져갈 수 있다.”

자신감 넘치는 말은 신재식 대표의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그 자신이 데일리호텔을 창업해 야놀자에 매각했다. 그리고 자본가로 후배 창업자 앞에 섰다. 네스트컴퍼니는 신생 투자사다. 그리고 밑에서 부터 올라와 결국엔 한방을 보여주고마는 그런 창업팀을 기대한다.

이대범 온더룩 대표

“패션에서도 ‘오늘의집’과 같은 서비스가 무조건 나올 것 같았다. 무조건 나올 것 같은데,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창업했다.”

온더룩은 네스트컴퍼니 신재식 대표의 멘토링을 받았다. 남이야 뭐라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창업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불러일으킨다.

이대범 대표가 지난 두달 사이 달라진 점은, 이제는 제품 외에 비전을 볼 수 있게 된 점이라고 말한다. 오늘의집이 인테리어 시장에 혁신을 일으켰다면 패션 시장에서의 파란은 온더룩이 일으킬 거라고 말한다. 1차 본선에서 개발자의 상징인 체크셔츠를 입고 나왔지만, 개발자 중에서는 옷을 잘 입는 편이라고 스스로 평가한다. 사실은, 공동창업자 심재성이 패션잡지 기자 출신이다. 패션을 잘 아는 사람과 개발을 잘 하는 사람이 원 플러스 원이 됐다. 오늘의집처럼, 패션을 잘아는 인플루언서나 브랜드가 자신의 콘텐츠를 올리고 여기에서 판매가 일어나기까지 하는 플랫폼을 만들려 한다.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많은 잠재 창업자분들께 이 영상이 좋은 학습의 교본으로 쓰일 수 있을 것 같다”

창업을 아이템으로 하는 이런 경연대회가 왜 쇼로 만들어져야 하는 걸까. 자기들의 비즈니스가 왜 남들의 관심사가 되어야 하나. 파이널 무대를 직관하며 가졌던 내 마지막 의문에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가 답을 줬다. “스타트업은 성장하는 곳. 성장 속도가 중요한데 가속도는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박 대표는  준우승팀 이너시아의 멘토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김준형 한달어스 대표. 한달어스는 커뮤니티를 통해 공통의 목적으로 만난 이들이 서로 독려하며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스타트업이다.

“유니콘하우스 나오기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꽉찬 안개길을 걷는 것 같다. 혼자 그런 느낌을 받는게 아니더라. 방법은 달라질 수 있어도 내 마음 속 확신을 갖고 걸어가다보면 안개가 걷혀진 순간,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창업을 준비하거나, 혹은 사업을 시작했을 수 있다. 결승에 진출한 김준형 한달어스 대표는 창업 후 스타트업을 해오는 순간순간을 “꽉찬 안개길을 걸어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 안개길을 걷는 방법은 제각각 다를 것이다. 유니콘하우스나 혹은 다른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은 그 길을 걷는 여러 방법을 제시하는 교본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겠다. 김준형 대표의 말처럼 “언젠가 고객의 선택을 받는 순간이 안개가 걷히는 때”가 될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통해 성장했다고 말하는 이들이 두달간 땀을 쏟은 곳, 유니콘하우스의 직관기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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