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티투닷은 왜 차량 관제 시스템 회사를 인수했나

포티투닷이 국내 차량 관제 시스템 기업 유비퍼스트대원을 인수했습니다. 포티투닷은 지난해 8월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한 자율주행 기술 기업이죠.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동차 회사들의 전장이 될 것으로 보이는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차량(SDV, Software Defined Vehicle)’ 시장에서 리더십을 가져가려 합니다.

현대차그룹의 일원이 된 포티투닷의 첫 공식 행보가 유비퍼스트대원 인수입니다. SDV 리더로 가는 길에 이 회사가 가진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원래 포티투닷도 차량에 정보를 제공하는 ‘텔레매틱스’라는 서비스를 갖고 있었는데요, 여기에 유비퍼스트대원이 가진  관제 기술을 결합해 SDV의 핵심인 ‘데이터 기반 맞춤형 차량 시대’로 넘어가겠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여기에서 잠깐. 텔레매틱스 서비스와 차량 관제 시스템이 무엇인지, SDV는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살펴보면 포티투닷이 앞으로 어떤 길을 가려하는지를 조금 알 수 있겠군요. 그래서 훑어 봅니다. 방금 언급된 기술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차량 관제 시스템(FMS, fleet management system)은 무엇?

매일 지나가는 출근 길 도로면이 고르지 않거나 브레이크를 자주 밟을 때, 운전자가 미리 예측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 브레이크 관련 부품 교환시기입니다. 자동차가 알아서 교환 시기를 체크해서 운전자에게 알려준다면, 차량 관리에 신경 써야 할 일이 하나 줄어들겠죠.

이처럼 놓치기 쉬운 차량 유지 보수 시기와 배터리, 또는 연료의 충전 상태, 차량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결함 여부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 해 차량을 관리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게 하는 것이 FMS입니다. 만약 관리해야 하는 차량이 한두대가 아니라 수천, 수만대 수준이라면 더더욱 FMS의 필요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실제로도 그런데요,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테크나비오는 세계 FMS 시장이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18.7% 성장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2027년에는 그 시장 규모를 약 76조원 정도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고요.

특히 화물과 물류, 운송 시장을 중심으로 FMS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관리해야 할 차량의 수가 많기 때문이죠. 이런 상용차는 일반 승용차에 비해 도로에 머무르는 시간도 많아졌고(왜냐면 물류가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그만큼 운영비도 많이 씁니다. 운영비 절감을 위해서 이것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도 생겨나는 추세입니다. 전문회사가 생긴다는 것은, 차량을 관리하는 기술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뜻도 되고요.

문제는 관제 시스템 하나를 개발하더라도 적용해야 할 차량의 종류가 모두 다른데다, 기술이 발달할 수록 들어가야 하는 부품의 수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차량 안에 무선 네트워크와 GPS가 탑재된 단말기를 가지고 운전 편의를 제공하는 텔레매틱스 기술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면, 이제는 이정도 기술로는 다양한 고객사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서 완성차 회사들이 보다 지능적인 텔레매틱스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FMS에 주목하고 나섰습니다. 기존 텔레매틱스 기술이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교통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데 그쳤다면, FMS는 통신, 지능형 블랙박스를 비롯한 부가장치를 통해서 차량의 궤적이나 운행 기록과 같은 정보를 수집, 다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하니까요.

이런 데이터가 모이면 뭐가 달라질까요? 속도나 거리와 같은 현재 차량의 운행 상황은 물론이고 차량의 상태와 이를 바탕으로 한 최적의 비용, 가동률, 유지 보수 기한 같은 것을 산정해 낼 수 있습니다. 즉, 차량의 최고 효율을 끌어내고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는 말이죠. 포티투닷 측에 따르면 현재 완성차 기업들은 FMS에 축적한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향후 보험, 안전, 수리, 교육 등의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발굴하려 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미 GM이나 포드, 리비안과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이 FMS 시장에 뛰어들고 있고요.

유비퍼스트대원 인수한 포티투닷은 무엇을 하려 하나?

포티투닷은 FMS를 SDV로 나아가는 디딤돌로 생각합니다. 드디어 나왔네요, SDV. 앞으로 자동차의 경쟁력을 가르는 것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면, 스마트폰을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하드웨어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어떤 운영체제(OS)를 쓰느냐, 얼마나 뛰어난 소프트웨어와 앱 사용 경험을 주느냐가 스마트폰의 성능 우위를 가르는 요소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 자동차도 마치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가 주는 능력치가 그 제품의 핵심이 될 것이란 뜻입니다.

포티투닷도 자동차를 스마트폰과 같이 보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일단 계획을 보면 “FMS로 다수의 차량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고, 모든 차량 및 운전자 데이터에 입각한 의사 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해 비즈니스 연속성과 효율성을 보장하는 종합 플릿(fleet) 관리 솔루션을 선보이겠다는 방침”을 세워놓았는데요.

유비퍼스트대원이 지난 2010년 이후 확보한 대규모 차량 데이터를 가져다가 고객 요구에 맞춘 모빌리티 솔루션을 개발하겠다는 뜻입니다. 이 과정에서 현장 경험이 많은 유비퍼스트대원이 FMS 운영과 영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객 유치・관리 등의 역할을 맡고요. 제품 탈장착부터 사후관리 서비스 등 수명주기(Life cycle)에서 발생하는 각종 유지보수와 관련된 업무도 가져갑니다.

그러면 포티투닷은요? 원래 이 회사가 하겠다고 계속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도시 교통 OS인 유모스(UMOS, Urban Mobility Operating System) 입니다. 미래 모빌리티의 OS를 만들겠다는 큰 꿈을 꾸는 곳 중 하나가 포티투닷입니다. 따라서 유비퍼스트대원이 가져온 FMS 기술을 고도화해 이 데이터를 관리, 분석하는 OS 개발에 매진하겠다는 것이 현재 포티투닷의 SDV 전략이죠.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는 “유비퍼스트대원 인수를 통해 이미 시장에서 검증받은 FMS 기술과 노하우, 그리고 유즈케이스까지 확보하면서 미래 차 시대의 핵심인 데이터 플랫폼을 완성해 가고 있다”면서 “SDV 전환에 필수인 FMS 기술을 고도화해 모빌리티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 분석하면서 스스로 운영되는 도시 교통 OS 구축이라는 포티투닷의 비전을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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