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펀딩 CEO “매력적인 온투업, CTO 겸직할 정도예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데일리펀딩은 최근 판매자(셀러) 선정산 상품을 공급하느라 바쁘다. 정산 주기가 길어 상품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힘들었던 셀러에게 기존보다 빨리 정산금을 지급하는 공급망 금융 상품이다. 현재 셀러들을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자들과 활발한 제휴를 맺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데일리펀딩의 최고경영자(CEO)는 이 상품을 금융과 시장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상품을 운영하고 있고,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술적인 관점에서 서비스를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직책에 따라 상품을 보는 관점이 다르지만, 데일리펀딩의 CEO와 CTO는 한 사람이다. 즉, CTO가 CEO를 겸직하고 있다.
이민우 데일리펀딩의 CEO겸 CTO는 지난해부터 겸직을 이어오고 있다. CEO와 CTO의 폭넓은 관점을 갖기 위해 그는 최근 철학책까지 보고 있다. 또 CEO로서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어쩌다 그는 CEO와 CTO를 겸직하게 됐는지, 그리고 온투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데일리펀딩과 온투업을 소개해달라.
데일리펀딩은 투자자와 대출자를 연계해주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온투업은 금융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생활비나 사업자금 등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산업이다. 또 예적금 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보다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고, 비교적 안전하면서 매월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투자 상품을 제안 해준다. 즉, 사람들이 겪어 온 금융의 경험을 개선하는 새로운 금융 산업이다.
온투업의 경쟁력은 사람들의 금융 경험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은행 지점을 꼭 방문해야 받을 수 있었던 금융 서비스를 스마트폰 몇 번 클릭만으로 가능하도록, 연차나 반차를 내서 은행에 가야 했던 것을 24시간 언제나 가능하게 한다.
데일리펀딩에서는 현재 500개 이상의 상품을 출시해 제공하고 있다.
-지금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최고경영자(CEO)를 겸하고 있다고. CTO, CEO 한 자리만 맡아도 바쁜데 더 정신이 없을 것 같다. 어떻게 하다가 겸직을 하게 됐는지?
지난 2019년 2월, 데일리펀딩에 CTO로 합류해 개발조직을 만드는 미션을 부여 받았다. 당시에는 개발조직이 없었다. 그러다 한명 두 명 채용을 하면서 개발조직을 만들었고, 외주 개발 하던 것을 자체 개발 구조로 만들었다.
-CTO와 CEO로서 업무 비중이 각각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지금 CTO, CEO로서 업무를 약 6대 4 정도로 맡고 있다.
-CTO, CEO 서로 다른 업무 같은데 겸직이 부담되진 않는지?
개발자 출신이다보니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것이 익숙한데, CEO를 맡고 나서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방향성을 잡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CEO를 겸직하면서 소통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체감하게 됐다. 요즘 철학책을 많이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술 기반 사고에 머물러 있으면 사고의 전환이 안 되니 이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책을 읽을 때마다 행동을 변화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생각을 바꾸고 하나씩 시도하고 있다.
-신산업인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특별한 계기는 무엇인가?
비금융사였던 전 직장에서 백오피스 개발자였는데 당시 고객이 아무리 많아도 1000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완성한 프로젝트가 잘 됐는지, 만족스러운지 실시간으로 피드백 받을 기회가 적었다. 반면 다른 회사 개발자 동료들은 몇 백만, 몇 십만이 사용하는 웹, 앱을 만드는 것을 보고 부러웠다. 이걸 보고 ‘내가 만든 서비스를 백만 명이 사용한다면?’ 하는 상상을 종종 한 것이 온투업계 이직의 시발점이 된 것 같다.
-아무래도 개발자 입장에선 직접 만든 서비스를 많은 사람들이 쓴다면 뿌듯할 것 같다.
그렇다. 더욱 체감하게 된 계기가 있다. 친구의 여행사 창업 준비를 도와 플랫폼을 처음부터 끝까지 개발했다. 퇴근 후 매일 친구, 공동 창업자와 만나 밤 늦게까지 플랫폼을 개발하고 회의하는 일과를 보냈다. 구현이 불가능했던 것들이 많았는데, 개발해내겠다는 마인드로 노력했다. 그렇게 웹을 완성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됐는데 이후 많은 사람들이 웹을 이용하는 것을 보니 기뻤다. 매출이 발생했을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때의 벅차오름을 느끼고 싶어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전에는 없던 서비스를 하는 온투업이라는 산업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30대에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에 눈을 돌리게 됐다.
-그렇다면 온투업에서의 개발 경험은 어떤 점이 매력적인가?
규제가 많은 금융업을 영위하다 보니 법률이나 규제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더라도 법상의 이유로 제한받아 프로젝트가 진척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온투업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온투업은 전통적인 비즈니스를 풀어 왔던 IT와, 법이 개정되는 등 계속 급변하는 스타트업이 결합된 산업이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IT를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 고민하는 것. 정답이 없어 오히려 동적인 IT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데일리펀딩의 발전 과정에 그 경영 철학이 담겨 있을 것 같은데, 데일리펀딩 플랫폼을 어떻게 고도화시키고 싶은가?
비교를 하자면 토스 같은 앱이다. 튜토리얼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직관적이고 쉽고 편리한 앱을 지향한다.
또 온투업 플랫폼은 10시, 2시 등 상품 오픈 시간 전 후에만 사용자가 폭발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사실 사용자 활동이 그리 많지 않다. 투자 이외에 플랫폼에 머물게 하는 유인이 부족하다. 반면, 플랫폼은 ‘생태계’다. 생태계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고 오가는 등 활기가 있어야 한다. 포인트 서비스, 장바구니 서비스를 비롯해 고객에게 재미있으면서도 유용한 혜택을 주기 위해 줄곧 고민하고 서비스를 개발해 왔다.
마지막으로, 언제든 둘러보고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고도화하는 것이다. 투자 유인이 있으나 ‘광속 마감’ 등으로 매번 투자에 실패하고 포기하지 않도록 다양한 상품군을 선보이려고 한다. 다만,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를 함께 키우고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상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난 1년을 돌이켜 봤을 때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고, 이를 어떻게 극복했나?
지난해 어려웠던 금융시장 분위기 때문에 힘들었다. 시장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 속에서 대출자와 투자자의 상황과 수요에 균형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반을 탄탄하게 하자고 생각했다. 그 중 하나가 제3자 예치기관 이전이었다.
기존에는 제3자 예치기관과 온투업의 중간에 있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를 통해 입출금, 원장 관리, 고객인증 KYC, 자금세탁방지(AML) 등을 서비스했다. PG사에 핀테크의 중요한 기능을 위임해야만 했다. 그러나 플랫폼을 확장하려면 이러한 기능을 전부 독립해 내재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3자 예치기관을 농협은행으로 이전했고, 그 덕에 온라인 셀러 선정산 서비스를 고도화해 활발히 운영 중이다.
-앞으로 온투업계를 전망하자면?
저신용자를 위해 정부가 마련한 ‘소액생계비대출’이 출시 한 달 만에 2만5000여 명이 몰렸다. 출시 초기에는 2030 청년들의 신청 비중이 높았다고 한다. 경제활동을 활발히 할 것 같은 청년층이지만 우리가 몰랐던 금융 사각지대가 있었던 것이다.
온투업은 아직 발굴되지 않은 금융 사각지대, 니치마켓을 샅샅이 찾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아직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많다. 온투업이라는 산업을 많은 사람이 인지하도록 알리고 중저신용자에게는 낮은 금리의 혜택을, 투자자에게는 안전한 중수익 상품을 제공한다면 빛을 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온투업이 니치마켓을 발굴하면서, 기존 온라인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미스매칭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 긱 워커, 소상공인 등이 이용하는 플랫폼에는 흔히 정산주기 미스매칭이 일어나는데, 온투업은 선정산 서비스로 이런 미스매칭을 해소한다. 이때, 대상자에게 서비스를 하려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테크 역량을 강화한다면 분명히 온투업이 주목받을 것이다.
-올해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먼저, 회사 계획은 매출채권 선정산을 본격적으로 마케팅하면서 오픈마켓을 늘려나가고 있다. 여러 기업들과 협업 논의를 하고 있다. 전체 매출 잔액 기준으로 1000억원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IT개발자 출신이다보니 내년까지 정보관리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목표다. 다른 기관에서 투자 등이 있을 때 대표이사, 구성원의 역량을 많이 보는데 이 자격증이 있으면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준비를 하려고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