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반도체 설계 인력도 대체할까…업계는 이미 ‘꿈틀’

“반도체 업계에 설계 인력 부족이 극심한 건 확실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인재 양성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면 반도체 개발, 칩 설계도 AI가 할 수 있다. 반도체 개발 데이터를 입력하고 회로를 설계하도록 알고리즘을 설정하면 추가 인력 도입 없이 반도체 회로를 설계할 수 있다.”

지난 해 5월,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CEO는 “반도체 인력 문제가 심각한데, 엔비디아의 해결방안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었다. AI 등 첨단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잘 설계된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한데, 이를 AI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컴퓨텍스 2022 행사 기조연설 이후 Q&A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AI가 반도체 설계 인력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AI는 중학생 수준 정도의 설계 보조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반도체 설계업체 관계자는 “물론 AI는 사람의 반도체 설계에 도움을 준다”면서도 “하지만 인력을 온전히 대체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아직 AI가 그만큼 설계 데이터를 학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I는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과를 도출한다. AI가 반도체를 스스로 설계하기 위해서는 검증된 설계도를 다수 학습해야 한다. 아직 범용이 아닌 주문형 반도체(ASIC)의 경우에는 설계 데이터를 쌓는 과정에 있다. 그만큼 설계 데이터 수집이 궤도에 오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AI가 설계 데이터를 제대로 학습하기만 하면 반도체 설계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이다. AI 업계에서는 “이미 의료나 제조업 부문에서는 매우 미세한 결함이나 세포까지도 AI로 추적할 수 있다”며 “반도체 업계에서도 어느 정도 부족한 설계 인력을 대체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바라본다.

반도체 전문 인력 부족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 중국, 대만 등에서는 반도체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외 인재 영입에 팔을 걷어 붙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반도체 설계보다 제조업에 주력하기 때문에, 설계 인력이 다른 국가에 비해 더 부족한 상황이다. 국가 간 반도체 인재 확보 전쟁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반도체 전문 인력 부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업계 노력은 이미 꿈틀대고 있다. AI나 자동화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국내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반도체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가장 좋다”면서도 “하지만 (비용 등)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AI 및 자동화 플랫폼을 도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AI를 실제 반도체 설계에 활용한 사례도 나온다. 구글은 자체 딥러닝용 하드웨어 TPU(Tensor Processing Unit) AI 가속기 레이아웃을 설계하는 데 AI 강화학습을 적용했다. 강화학습이란 다양한 환경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적절한 답을 도출하는 방식의 머신러닝 기법을 말한다.

반도체 전자설계자동화(EDA) 시장점유율 1위 업체 시놉시스(Synopsys)는 AI를 적용한 반도체 설계 툴을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다. 2021년에는 삼성전자에 모바일 반도체 설계 최적화를 위한 AI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설계가 극도로 복잡해지고 있는데  AI는 이에 강력한 도움을 주고 있다”며 “AI의 발전으로 반도체 기업은 설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주요 반도체 설계업체는 AI 툴에 3억달러(약 3893억원)를 지출할 예정이다. 투자 규모는 2026년에는 5억달러(약 6489억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각 반도체 설계업체가 AI에 투자하는 금액은 연평균 20%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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