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신년토론①] ‘업계 고인물들’ 모였더니…시작부터 맹공
한국게임미디어협회, 게임시장 전망 신년토론회 개최
게임 분야에 오랜 기간 몸담은 학계·언론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요즘 말로는 ‘고인물들’이다. 고인물은 한 분야에 정통하거나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사람을 뜻하면서도, 정체되거나 쇠퇴해 활력 없는 집단에 속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신조어다.
한국게임미디어협회(회장 이택수) 주최로 21일 숭실대학교 전산관에서 열린 게임시장 전망 신년토론회는 그야말로 ‘고인물 열전’이었다. 20년 이상 게임업계 가까이 또는 직접 몸담은 인사들이 모였다. 각자 주관이 뚜렷한 고인물들이 입을 열자 토론회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때로는 공방이 오가고, 상대 의견에 수긍하면서 토론회가 진행됐다. 날카로운 지적엔 경험에서 우러난 답변이 돌아오기도 했다. 준비한 대본을 읽는 듯한 토론회와 달리 곱씹어볼 만한 화두를 던진 자리였다.
“게임 본질 잊었나” 시작부터 강경 발언
“게임은 오락이나 재미를 추구하는 게 본질이다. 부수적으로 운동 효과든 교육 효과든 뒤따르게 되는 것인데, P2E(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은 어떤가. 돈을 벌게 하겠다는 것인데, 이게 게임업계가 해야 할 일인가. 전혀 아니라고 본다. 게임 자체를 이해 못하거나 게임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이게 반복되면 바다이야기(상품권 환전으로 불거진 사행성 게임) 사태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첫 발제를 맡은 김윤명 기율특허 연구위원(경희대 겸직교수, 법학박사)은 NHN 등 게임사에 몸담았다가 업계를 떠나 게임 관련 글과 논문을 써온 인물이다. 그는 “제3자 입장에서 게임을 바라보게 되고 한 발짝 물러났더니 업계가 정말 문제가 많다라고 생각했다”며 발제 취지를 밝혔다.
그는 P2E 게임이 동남아에서 인기 있는 이유에 대해 “P2E 게임이 자기들 삶에서 급여보다 더 많은 걸 벌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것”이라며 “그들의 국가에서 게임을 통해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될까. 본질을 한번 살펴보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국내 법원은 경품제공을 금지하는 게임법을 근거로 P2E 게임의 등급분류 취소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냈다. 환전이 가능한 암호화폐 제공을 경품 등 사행성 제공 행위로 본 것이다. 김 위원은 “NFT(대체불가토큰)라고 하지만 결국 게임의 본질과는 다른 형태의 것”이라며 “본질을 훼손하는 게임들로 E 암호화폐로 게임 자체가 쿠키, 부스러기가 돼버리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투기성·투명성·안전성 해소돼야”
이승훈 안양대 교수는 김 위원보다 발언의 강도를 낮췄으나, 일부 블록체인 P2E 게임들이 본질을 잊은 채 ‘투기를 위한 게임’으로 운영된 부분을 짚었다. 그는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파동’을 언급했다. 당시 튤립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투기로 변질돼 가격 거품을 형성했고 갑작스럽게 폭락해 피해자를 대거 양산한 사건이다.
“초기 P2E 게임은 버블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P2E 게임이 튤립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는 게 아닐까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 코인 자체 수익만 가지고 가는 초기 블록체인 게임 이슈에다 코인 발행 주체가 서비스 제공자이고, 그러다보니 회사 정책을 그대로 따라가야 하는 등 이 부분의 투명성이 제시되지 않으면 (이용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는 ‘폰지 모델’ 형태의 초기 블록체인 게임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코인으로 상품을 구매하고, 다시 코인을 받아 가는 이른바 다단계 구조로 봤다. 인원이 늘면 투자자 전체가 돈을 벌지만, 인원이 줄면 후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형태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있어야 P2E 게임이 안정적으로 서비스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국은 재미를 위한 게임으로 가야 된다. 노력이 동반되지 않은 보상 형태가 아니라 시간과 노력이 동반되는 형태의 게임으로 가야 실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것이라 본다. 반드시 이런 부분의 정립이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1~2년 사이 보면 P2E에 대한 정부와 사업자 입장은 있지만, 이걸 해결하기 위한 논의라든가 공론화는 전혀 되지 않고 있다.”
“메타버스, 아직은 환상…VR 과오 걷어내야 정착”
김태규 광운대 교수는 ‘메타버스(가상융합현실) 시대에서 게임산업의 미래’ 발제를 맡아, 주요 서비스를 소개했다. ▲게더타운 ▲제페토 ▲로블록스 ▲이프랜드 ▲마인크래프트 ▲디센트럴랜드 ▲어스2 ▲페이스북 호라이즌 등이다.
이 중 어스2는 동명의 제작사 어스2가 만든 실제 지구를 본뜬 메타버스다.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구글 어스를 통해 10X10미터(m) 면적으로 땅을 나눠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첫 구매가격은 0.1달러부터 시작했으나, 땅값이 수백배 오른 곳도 있다. 정작 현금화가 어렵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현재 개발 초기 단계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미지수다.
“개인적인 생각은 아직 메타버스는 초창기라 본다. 이게 과연 실제 현실을 대체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을까 했을 때는 아직 환상이라고 생각한다. 왜 메타버스를 말씀드렸냐 하면,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한 어떤 요소로 메타버스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게임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메타버스는 최근 세대들의 콘텐츠 소비 형태와 특징이 반영된 플랫폼으로도 해석했다. 메타버스 내 추모식, 결혼식, 콘서트 등을 보면 새로운 문화혁명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인다는 것이다.
“아직 메타버스가 현실과 똑같다라는 느낌을 받는 사용자는 많이 없을 것이다. 2024년부터 27년까지는 확산기, 2028년부터 2030년까지는 정착기로 본다. VR(가상현실)처럼 확 사그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메타버스 (정부기관·지자체) 과제들이 어마어마하고 많은 업계에서 뛰어들지만 만들고 끝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이 있다. (VR) 과거를 보고 사업화와 확장성이 약한 부분들 그런 부분의 과오를 걷어내야 2030년에 메타버스 정착기에 이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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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신년토론②] ‘확률형 수익모델’ 공방…변해야 한목소리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