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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애자일에 진심”이라는 국민은행의 애자일빌드팀

요즘 스타트업과 IT기업 사이에서 ‘애자일(Agile)’ 업무 방식이 퍼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조직구조에서 탈피해 빠른 의사결정, 고객관점에서 서비스 설계, 일의 효율성 증대 등이 애자일 업무 방식의 장점인데요. 이런 점에서 KB국민은행도 “애자일에 누구보다 진심”이라고 말합니다. 시대가 바뀐 만큼 이제는 은행도 살아남기 위해선 고객관점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애자일 문화를 만들고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애자일빌드팀’을 만들었습니다. 애자일빌드팀에는 애자일코치들이 소속되어 있는데요. 애자일코치들은 애자일에 대해 직접 공부하고 애자일 문화를 전파하는 역할을 합니다. 국민은행만의 애자일 원칙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코칭을 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애자일코치들 모두 서로 다른 직군에 있었다는 점인데요. 개발직군부터 신사업을 발굴하고 적용하는 업무까지 다양합니다. 모두 애자일에 흥미를 가지고 도전하러 왔다가 중요성을 깨닫고 애자일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합니다. 

애자일빌드팀과 코치들이 하는 역할은 무엇인지, 그리고 왜 도전을 하게 되었는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왼쪽부터 애자일빌드팀의 이연비 대리, 노창환 대리, 마영신 수석차장, 김유철 대리, 홍기창 차장

-애자일 빌드팀,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노창환 대리: 애자일빌드팀은 애자일방식이 낯선 현장에서 팀 빌딩을 돕고 프로젝트 수행 방법을 안내하는 역할을 해요. 일명 ‘KB 애자일 코칭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요. 대부분 애자일에 대한 경험이 없다보니 문화가 낯설 수 있어, 저희가 해당 직원들을 교육하고 일정 기간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애자일 문화를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줘요. 

각 부서가 하는 일이 다양하다보니 상황에 따라 풀타임으로 코칭하기도 하고, 기존 업무와 병행해 간단하게 코칭 받을 수 있도록 여러 종류의 프로그램을 준비했어요. 또 코칭이 끝나고 나서도 지속적으로 애자일 문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있죠. 

-애자일빌드팀이 생긴 것은 언제인가요?

노창환 대리: 작년 초에 생겼고요. 올해로 1년이 조금 넘었어요. 

-그럼 팀원분들은 전에 어떤 업무를 하셨나요?

노창환 대리: 모든 팀원들이 각자 다양한 업무를 했었는데요. 신기술 리서치, 개발, 코어뱅킹 업무, 스타뱅킹 같은 채널 업무 등 출신이 다양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모이게 된 것인지 궁금해요.

마영신 수석차장: 조직이 생기고 사내 공모를 통해 모이게 됐어요.

-관심이 가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노창환 대리: 저는 신기술, 트랜드 서치 관련 조직에 있었는데요. 애자일과 관련해 업무차 조사를 해본 경험이 있어, 직접 문화를 체험해보고 싶었어요. 애자일빌드 코치를 잘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1년 정도 공부하고 경험해보니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유철 대리: 저는 6년 전부터 신기술을 검증하는 부서에 있었는데요. 신기술을 금융IT에 접목시킬 수 있는지 검증하는 부서였어요. 당시 다양한 업무를 하다가 애자일빌드팀 지원 공모를 보고 지원하게 됐어요.  

무엇보다 애자일을 금융에 잘 적용할 수 있을까, 이렇게 어렵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어요. 새롭게 일하는 방식을 배운다고 생각했어요. 기존에 일하는 방식은 주로 공급자 관점에서 일을 하잖아요. 최대한 고객 관점에서 업무하는 것에 집중하자고 생각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홍기창 차장: 저는 이직해서 이 팀에서 합류한지 3주 정도 됐는데요. 전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공학 신기술을 사업에 적용하고 표준화시키는 작업을 했어요. 여기와서 놀란 것은 IT하면 떠오르는 업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애자일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이연비 대리: 저도 작년에 애자일빌드팀이 만들어졌을 때 이직하면서 합류했는데요. 전 회사에서 애자일을 시도한 경험도 있고 공부하던 차에 국민은행의 애자일빌드팀에 합류하게 됐어요. 

마영신 수석차장: 저는 인텐시브한 개발만 15년 이상 했어요. 기획이나 조직문화를 바꾸는 애자일에 대해서도 조금 알고 있었는데, 이를 은행 전체에 확산하는 팀이라는게 새롭고 재밌을 것 같아서 도전하게 됐어요. 

-차장님의 경우 개발에서 기획으로, 전혀 다른 분야로 넘어왔는데 어떤가요?

마영신 수석차장: 그때는 앉아서 개발만하고 프로젝트를 주도 했었는데 (이 일로 넘어오면서) 작년에는 주로 배우는 기간이었어요. 애자일을 공부하면서 어떻게 이걸 확산할지 고민하기도 했고, 다른 부서에 전파해야 하는 점들이 어렵긴 했어요. 

-사실 애자일 업무방식이 전통 은행에서는 낯설 것 같은데. 

마영신 수석차장: 처음엔 저도 의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애자일이 새로운게 아니거든요. 애자일은 방법론이 아니라 프레임워크 개념이라서 불필요한 일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에요. 이런 점에서 지금은 애자일에 대한 마인드셋 전파부터 조금씩 깊숙하게 들어가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요. 

-애자일 코칭 대상은 주로 어떤 직원들(혹은 팀)인가요?

노창환 대리: 첫 번째는 애자일 업무 방식을 희망하는 팀이어야 해요. 원래 하던 업무나 새로운 것을 하고 싶을 때 애자일 코칭을 신청하면 저희가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요. 또 기간을 정해놓고 하되 그 기간 안에 정해진 요건을 무조건 다 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안내하고, 최종적으로 코칭받을 의사가 있으면 저희가 투입이 돼요.

다만, 저희도 팀원들이 정해져 있다보니 여러 팀을 동시에 코칭하지 못해 스케줄 조정을 하는 편이에요. 이런 점 때문에 저희와 함께하는 곳도 있고 외부 업체와 진행하는 하는 곳도 있고요. 

코칭 기간은 100% 하루 종일 저희와 함께 할 수 있으면 3~4개월동안 진행을 하기도 하고, 기존 업무와 병행하면 12개월 정도로 가볍게 하기도 하고요. 혹은 교육을 들어보고 싶다고 하면 일주일 정도 빠르게 애자일 업무 방식을 알려주는, 이렇게 총 세 가지 방식이 있어요. 

-코칭할 때 직원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해요. 혹은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나요? 

김유철 대리: 처음에는 직원들이 애자일 문화를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지금은 확신을 갖게 됐어요. 저희가 임직원을 대상으로 협업툴이나 애자일 기본교육을 하면서 직원들이 이해하고 변화하는 걸 느끼다보니 더 확신이 생겼고요. 또 직원들이 배운 것을 업무에 적용해보니 불필요한 작업 등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피드백을 주기도 해요.

노창환 대리: 저희가 코칭 프로그램을 하면 실제로 기획이나 개발을 함께 해보는데요. 처음에는 의심을 하거나 어렵다고 말하는 직원들도 있어요. 그런데 막상 경험해보면 기획자들은 이해관계자만 설득하면 기획이 완성되어서 좋다고 하고, 개발자들은 다른 직군과 함께 일을 하니 바로 업무 얘기할 수 있어서 좋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지금 진행 중인 애자일 방식 중에서도 효과가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마영신 수석차장: 데일리스탠드업미팅(DSU)인데요. 어떤 업무를 할 것인지 매일 오전 10분간 이야기를 하는건데요. 그 자리에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또 개발자의 경우 “왜 이걸 개발해야 하지?”에서 “어렵지만 그래도 해야하는구나”라는 당위성을 느끼고 동기부여가 된 상태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돼요.

-애자일 코칭 시 해외사례를 많이 참고할 것 같은데요. 

이연비 대리: 네, 국내외 애자일 사례를 공부하고 있는데요. ING생명,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사례를 참고하긴했지만 그래도 국민은행과 문화가 다르다 보니 저희한테 맞는 부분만 적용을 했어요.

해외 사례 대부분은 다기능 조직이라고해서 한 팀에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등이 한 팀에 있는데요. 국민은행의 조직도 다기능 조직처럼 여러 직군이 모여서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요. 또 개발팀, 기획팀 등 조직은 다르지만 국민은행만의 방식으로 협력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국민은행만의 애자일 철학이 있나요?

이연비 대리: 세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애자일 마인드셋으로, 모두가 애자일의 가치를 이해하고 이걸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이에요. 두 번째는 협업툴 활용인데요. 업무상 효율적으로 협업툴을 활용하는 것이고요. 마지막 세번째는 다기능 조직으로 팀이 협업을 하는 것이에요.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애자일 문화를 전파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주로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 궁금해요.

홍기창 차장: 저는 최근에 합류한 편이다보니, 기존에 만들어놓은 자료를 바탕으로 공부를 하고 있어요. 전에는 애자일에 대한 지향점, 목표가 불분명한 부분이 많았는데 지금은 덕분에 선명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어요.

또 작년에 저희 팀에서 애자일 4대 가치, 12가지 원칙을 기반으로한 KB 애자일 모델을 만들어 적용을 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이고 은행의 내부적인 상황을 많이 반영했는데, 이런 부분에서 팀원들이 공부를 많이 했다고 느끼고 있어요.

-원칙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시겠어요?

홍기창 차장: 기본적으로 많은 회사들이 제품을 완성하는데 급급한 편이에요. 그런데 KB애자일 성공목표는 멀리보는 관점인데요. 1단계는 제품을 완성하는 것이지만 2단계는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게 하고, 3단계는 고객이 성취감을 느끼고 이를 기반으로 KB를 신뢰하도록 한다는 정성적인 목표에요. 국민은행이 멀리보고 있다는 점에 굉장히 놀랐어요. 이런 부분에서 애자일에 진심이라고 생각이 들었고요.

-중요한 질문이죠. 국민은행은 왜 애자일 문화를 확산하려는 것일까요?

마영신 수석차장: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은행은 오랜 시간 공급자 중심으로 제품을 개발해 배포하고 있어요. 지금 핀테크, 인터넷은행이 부상하고 있고 여기에 맞춰 고객이 필요한 것을 배포하기 위해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고 제품을 빨리 만들어내고, 다시 시행착오를 거쳐 변경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따라서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찾다보니 애자일이 중요해진거죠.

-올해 팀의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노창환 대리: 저희가 작년에는 준비하는 기간이어서 코칭을 많이 하진 못했어요. 두세개 부서 정도 했었는데, 올해는 팀원들도 늘어서 코칭 대상을 늘리는 것이 목표에요. 

두 번째로는 저희가 신입직원들을 대상으로 애자일 교육을 했는데요. 앞으로는 일회성이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애자일 교육을 받아 애자일 마인드셋을 장착했으면 해요. 

김유철 대리: 저도 최대한 코칭 사례를 많이 만드는 것이 목표에요. 애자일 역량을 많이 쌓기 위해 도움이 된 것은 직접 코칭을 했을 때거든요. 따라서 코칭 경험을 늘리는 것이 개인적으로도, 또 팀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마영신 수석차장: 애자일에 대해 관심을 갖는 직원들이 많아질수 있도록 올해는 애자일을 확산하는 것이 목표에요. 

-네, 응원하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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