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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버스] 재벌집 막내아들의 ‘뉴 데이터 테크놀로지’ 실존회사는?

오늘은 현대사 시간이죠?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국내 경제를 이끌었던 IT 서비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섬유와 중화학 공업의 시대를 거쳐서 1990년대에는 국내에서도 IT라는 첨단 서비스가 보편화됩니다. 

우리나라에 인터넷이 깔린지 얼마나 된지 아시는 분?

40년입니다. 

1982년 5월에 구미 전자 기술 연구소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의 컴퓨터가 처음으로 TCP/IP 프로토콜로 연결됐죠. 미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낸 성과였어요. 아직 우리나라가 잘 살지 못하던 때였던 걸 감안하면 미친 속도죠. 시험에 나올지 모르니까 기억해두세요, 

당시 네트워크 연결을 성공시킨 사람은 누구?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 전길남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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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망이 빨리 깔리고 인터넷 기반 서비스들도 1990년대 후반 들어 마구 생겨납니다. 그중 대표 주자를 오늘 하나 살펴보려고 하는데요, 모든 역사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록되기 때문이죠.

그 상징적인 회사, 2000년대 초반 IT기업의 급속한 성장과 버블을 동시에 나타내는 이름, 무엇일까요?

(당번: 뉴 데이터 테크놀로지요!)

네, 뉴 데이터 테크놀로지… (잠시 송중기 사진을 꺼내본다). 가, 아니고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나온 뉴 데이터 테크놀로지의 모델은 새롬기술인데요

2000년대 닷컴 버블은 엄청났습니다. 당시에 IT 회사가 즐비했던 강남 테헤란로에는 지나가던 개도 만원권을 물고 간다는 그런 소문까지 돌았습니다. 아, 그런 말 없었다고요? 죄송합니다.

그 초고속 성장 중에서도 정점을 찍은 곳이 바로 새롬기술이죠.

이 회사는 왜 잘 됐고 왜 망했을까요?

당시의 IT 환경을 봐야 합니다. 응답하라 1994 본 적 있는 분?  1990년 중반만 해도 컴퓨터로 채팅하려면 전화 모뎀 연결하던 땝니다. 전화선으로 연결되는 거는 거니까 비용 많이 나오고 전화는 하루종일 통화 중이겠죠. 엄마한테 등짝 맞습니다. 

게다가 원하는 메뉴 쓰려면 일일히 명령어 넣어야 했어요. 그러니까 이때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일부만 쓸 수 있는 그런 첨단 문물이었죠.

1998년에 새롬데이타맨 프로라는 소프트웨어가 나옵니다. 명령어 대신 마우스로 원하는 메뉴 클릭하게 만들었어요. 도스 같은 거 안 써도 되니까 pc 통신 하는게 훨씬 쉬어졌고요. 이 인기 여세 몰아 코스닥 상장 갔고요.

한 회사에서 잇달아 히트시키는 게 쉬운게 아닌데 이 회사 한 번 더 홈런 칩니다. 뭐냐? 인터넷 전홥니다.

2000년 1월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무료 인터넷 전화인 ‘다이얼패드’ 만들었습니다. 이게 뭐냐면, 여러분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서비스로 인터넷 전화(VoIP) 쓰죠? 국제 전화 겁나 비쌀 때 인터넷으로 무료 국제 전화 하게 한 거죠. 이런 기술이 2000년대 초반에 나온 겁니다. 아이폰이 세상에 등장한 게 2007년입니다. 얼마나 빨랐나요.

물론, 당시에는 인터넷 더럽게 느리니까 인터넷 전화도 따라서 더럽게 느렸고요. 유선이니까 컴퓨터 앞에서만 전화할 수 있었죠. 그래도 일대 혁명이었으니까 시장의 기대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새롬기술의 인기는 치솟고 치솟아서, 2000년 2월에는 한때 주가가 거진 30만원까지 올랐습니다. 그때도 국내 최대기업이었던 순양, 아니 삼성전자의 주가가 25만원 하던 땝니다. 당시 뉴스에서는 새롬 데이터 주가를 보고는 “하늘만 유일한 한계”라고 표현할 정도였어요.

그러나 이 회사는 곧 거꾸러집니다. 모든 기술은 반 발짝 빨라야 한다고 하는데, 인터넷 전화 너무 빨랐고요. 무료서비스의 함정에 걸렸습니다. 뭐냐, 인기는 늘어나죠. 그럼 서비스 유지하는데 돈은 더 들죠. 그런데 수익모델은? 없으니까요.

돈 못버니까 적자 납니다. 지금까지 천장 뚫듯 올라간 주가 부양하려고 이 회사가 해선 안 될 일을 합니다. 적자인데도 불구하고 흑자난 것처럼 매출을 조작하죠. 횡령한 것도 걸려서 사장이 구속됩니다. 

문제 생기니까 새로운 대주주와 창업자 간 경영권 분쟁도 일어나고 엉망진창이 됐습니다. 주가는 곤두박질을 치고, 새롬기술 주식은 휴지조각이 됩니다.

새롬기술은 당시 IT 기술이 가져올 장미빛 미래에 사람들이 열광했고 투자했으나 실질적인 실적은 내지 못한 상태에서 시장의 믿음이 불신으로 바뀌는 순간의 지옥을 보여줍니다. 새롬의 상승과 하락은 그 대표적인 사례죠.

미국에서는 다이얼패드보다 뒤늦은 2003년에 스카이프라는 인터넷 전화 회사가 나타나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마이크로소프트에 약 10조원에 매각됩니다. 돌아보면 회사 입장에서는 아쉬운 일이죠. 새롬 기술은 지금 ‘솔본’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데 주로 투자 사업을 합니다.

지금 벤처투자 시장 얼어붙는데 자꾸 뉴스에서 제2의 닷컴버블 아니냐고 하는데 이런 새롬 기술 같은 일이 반복될까 우려하는 겁니다.

물론 지금은 시장도 커졌고, 내실있는 기업들도 있어서 우려와 희망이 공존하고 있기도 하는데요,

우리가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것, 무지성 투자, 영끌 안 됩니다. 여러분, 진도준 아니잖아요? 공부하세요.

영상제작_ 바이라인네트워크 <임현묵 PD> <최미경 PD> hyunm8912@byline.network
대본_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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