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 제재로 주요 전자기업이 탈중국을 시도하는 가운데, 인도 시장이 반도체 생산기지의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인건비나 정부 지원 측면에서 과거에 비해 사업을 영위하기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아직 교육이나 인프라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점은 존재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과거 인도 시장은 중국 시장에 비해 전자업계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인도의 관세 정책 때문이다. 인도에 전자제품을 납품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대한 관세뿐만 아니라 해당 제품에 탑재되는 주요 부품에 대한 관세까지 납부해야 한다. 해외 기업이 진출하기에 불리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중 간 패권 경쟁이 확대되면서, 세계 각국에 위치한 기업은 중국과의 교역을 줄이고, 대안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Deloitte)는 “미국이 자국 내에 생산라인을 유치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미국은 생산보다는 연구개발에 더 강점을 가지고 있는 편”이라며 “원재료나 제조 관련 산업은 아시아 지역이 더 활성화돼 있어, 해당 부문에서 강점을 가진 중국을 대체할 만한 국가는 아시아권이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그 중 인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인구가 많은 데다가, 그간 해외 기업 진출이 어려웠기 때문에 내수시장이 발달해 있다. 중국 내수시장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인도 시장에 한 번 진출하면 많은 이익을 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불어 인도는 인건비가 저렴하며,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력이 다수다. 이 점도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 전자제품 제조 측면에서 인도 인건비는 중국 인건비에 비해 5~6배 가량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인도가 과거 중국처럼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큰 역할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인도가 반도체 산업에 관심을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 내에는 주요 반도체 기업이 전무할 뿐더러, 전반적인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

한 글로벌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도 인력 시장 내에서도 실력에 대한 편차가 크다”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력은 높은 비용을 필요로 하고, 저임금 노동자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생산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도 필요한데,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프라도 중국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반도체 산업을 위해서는 공업용수나 전력 등 자원을 공급하기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중국에 비해 인도는 반도체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순차적으로 지역 개발과 인력 양성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 정부는 세금 감면 혜택, 지원 정책 등을 통해 해외 반도체 기업을 자국 내에 유치하는 중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기존 관세 정책을 완화하고, 전자산업에 대한 세금 감면⋅지원금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에는 반도체 산업에 100억달러(약 14조원) 규모의 지원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애플을 포함한 주요 반도체 기업이 중국에서 인도로 옮겨가는 시점은 2025년이 될 전망이다. JP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2022년 말부터 아이폰14 생산량의 약 5%를 인도로 이전하고, 2025년에는 25%에 이를 것”이라며 “2025년에는 전체 애플 제품 중 거의 25%가 중국 밖에서 생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전문가도 “반도체 업체들이 인도로 옮겨간다는 이야기가 다수 들려오고 있다”며 “적어도 2024년에는 기업의 20% 이상이 인도를 생산 거점으로 삼고, 중국 시장의 비중은 줄여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플은 대만 전자기기 제조업체 폭스콘, 페가트론 등의 기업을 통해 제품을 생산해 왔다. 하지만 해당 기업이 중국 전자기기 제조업체 럭스쉐어에 생산라인을 매각하면서, 애플 제품은 주로 중국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미국 정부는 애플에 “불장난하지 말라”며 엄포를 놓았다.

미국의 이같은 조치에 폭스콘, 페가트론 등 애플의 제품을 주로 만드는 공장들이 생산 거점을 인도로 옮기는 중이다. 삼성전자도 인도 투자를 늘리고 있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