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가상자산 시장은 마치 ‘악몽’과도 같았습니다. 외신에서는 올 가상자산 시장을 좀비가 창궐한 ‘아포칼립스’ 세계였다고 표현하더군요. 테라-루나 사태,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등 연이은 대형 사태로 시장은 기나긴 빙하기에 접어들었습니다.

2021년 상장된 코인 8000여개 중 41%가 올해 상장폐지됐다. (출처: 코인게코)

코인게코에 따르면 2021년 신규 상장한 가상자산 8000여 개 중 41%인 3300여개가 올해 상장폐지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난해 3조달러였던 전체 가상자산 시장의 자본금은 현재 8500억달러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가격 급락도 피할 수 없었죠. 지난해 11월 6만4000달러를기록하던 비트코인은 코인마켓캡 19일 기준 1만6000만달러 안팎을 횡보중입니다.

국내에서도  ‘위믹스’가 4대 원화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되고, FTX 파산으로 인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의 예금 서비스 인출이 막히는 등의 사건이 이어지면서 투자 심리는 더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거래량 1위인 두나무의 실적에서도 드러나는데요.

두나무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동기대비(2조 8358억원) 62.7% 감소한 1조 56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734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2조 5937억원) 71.7% 줄었습니다. 당기 순이익 또한 전년동기대비(2조 541억원) 83.8% 감소한 3327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5,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흔든 테라∙루나사태

가상자산 시장에 본격적인 적신호가 켜진 건 지난 5월 9일로 돌아갑니다. 코인 시가총액 8위까지 올랐던 국내 스테이블 코인 테라와 루나가 일주일 사이에 99.99% 폭락하면서 휴짓조각이 된 것이죠.

스테이블 코인이란 특정한 다른 자산과의 연동을 통해 가치를 안정시키려고 하는 코인을 말합니다.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 위험성(환율, 금리 등)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죠. 미국 달러 가격과 1:1 가치를 유지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이를 페깅이라고 합니다.

테라의 경우 ‘마진 거래’를 유도해 테라의 가치가 1달러에 고정하도록 하는 구조였습니다. 예컨대, 테라의 수요가 적어 1달러 이하로 떨어졌을 경우 1 테라를산 뒤, 1달러 어치의 암호화폐 루나로 바꿔 마진을 얻는 형태인 것이죠. 이 과정에서 테라의 유통량이 감소하게 되면서 가격이 1달러로 돌아오게 되는 것입니다. 루나는 테라의 가격을 1달러에 연동되도록 유지하기 위한 암호화폐입니다.

테라가 문제가 된 것은 ‘앵커 프로토콜’이라는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서비스를 통해 최대 20%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테라에 매도 물량이 대거 나오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겹치면서 루나를 팔려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로까지 이어진 것이죠.

이러한 상황 속, 테라의 디페깅이 반복 심화하자 투자자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고 결국 테라의 가치는 일주일도 안 돼 99.99%까지 폭락했습니다. 앵커프로토콜은 테라의 주된 사용처로, 발행량의 75%가 예치돼 있을 만큼 중요도가 높은 플랫폼이었습니다. 한국블록체인협회에 따르면 이곳에 예치된 테라는 140억달러에 달합니다.


테라가 남긴 후유증은 꽤나 깊었습니다. 테라와 같은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들이 도미노처럼 페깅이 붕괴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세계 1위 스테이블 코인 테더의 공동 창립자는 “테라 충격파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더이상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생존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재 테더 또한 재정 건정성 위기에 몰린 상황입니다.  

11, ‘FTX’의 충격적인 파산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은 정말 예상치도 못했습니다. 지난 11월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가 FTX의 투자펀드 자회사 알라메다리서치의 자산 대부분이 FTT로 이뤄졌다며 FTX의 재정 건정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는데, 이를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가 수면 위로 드러내면서 대규모 코인 인출 상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 속 바이낸스가 FTX를 인수하겠다고 밝혔다가 하루 만에 취소하면서 FTX는 결국 파산 절차를 밟아야만 했죠.

사태의 시초는 FTX의 투자 펀드 자회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의심스러운 대차대조표에서 비롯됐습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알라메다 리서치의 자산 146억달러 중 36억6000만달러가 FTX의 거래소 토큰인 FTT였습니다. 알라메다 리서치가 보유하고 있는 단일 자산 중에 가장 높은 규모였죠. 또 21억6000만달러 FTT 담보자산과 2억9200만달러에 달하는 락업이 해제되지 않은 물량이 있다는 것도 확인됐습니다. 즉 약 60억달러에 달하는 FTT 토큰이 알라메다의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코인데스크는 “이 상황은 FTX와 알라메다의 관계가 비정상적으로 가깝다는 걸 의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당시 샘 뱅크먼 FTX CEO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라고 일축했지만, 결국 미국 델라웨어 주의 한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습니다. 총 회사 부채만 66조원에 이르며, 이는 가상자산 업계 내 사상 최대 규모로 알려집니다.

FTX 파산 여파는 시장 전반으로 퍼졌습니다. FTX 파산 이후 미국의 대표 가상자산 대부업체 블록파이가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라인의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프론트도 문을 닫았습니다. 블록파이는 테라∙루나 사태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을 당시 FTX와 최대 2억4000만달러로 회사를 인수하는 옵션이 담긴계약을 체결하면서 4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빌린 바 있으나, FTX 파산으로 관련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라인 측 또한 “FTX 파산에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라면서도 “급변하는 업계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현재 샘 뱅크먼 CEO는 바하마 당국에 의해 체포됐으며, 내년 2월 8일까지 구치소에 구금될 예정입니다.

12, 국내 대표 코인 위믹스 주요 거래소 상장폐지

국내 게임 회사인 위메이드의 코인이자, 대표 ‘김치 코인(?)’이었던 위믹스의 상장폐지 또한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국내 디지털 자산 거래소 협의체(DAXA, 닥사)는 11월 24일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결정했습니다. 이후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위메이드가 제기한 거래지원 종료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8일 오후 3시 위믹스는 업비트, 빗썸 등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자취를 감췄죠.

위메이드의 문제는 ‘유통량 허위 공시’였습니다. 커뮤니티 내에서 해당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관련 분위기를 인지한 디지털 자산 거래소 협의체(DAXA, 닥사) 측이 지난 10월 위믹스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다고 알린 것입니다.

그리고 두 차례의 유의 종목 지정 기간 연장 끝에 11월 24일 최종적으로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알렸습니다. 닥사는 ▲위믹스의 중대한 유통량 위반 ▲투자자들에 대한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 제공 ▲소명 기간 중 제출된 자료의 오류와 신뢰 훼손을 이유로 위믹스의 거래지원을 종료한다고 밝혔습니다.


위믹스 측이 닥사 회원사에 제출한 유통 계획 대비 초과된 유통량은 유의 종목 지정 당시를 기준으로 상당한 양의 과다 유통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어 거래지원 종료 여부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언급하는 등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하는 투자자 보호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정들 또한 확인됐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위메이드는 다음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거래지원 종료를 하겠다는 건 일방적인 통보이자 갑질”이라고 분노했고 4대 거래소를대상으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결국 거래소의 손을 들었죠. 법원은 “위메이드가 유통량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한 물량은 유통량이 맞다”며 “거래소는 충분한 소명 기회를 줬으며, (위믹스 상폐는) 가상자산 시장 생태계를 위해 감안할만한 불이익”이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사건은 진행 중입니다. 위메이드 측은 억울한 입장을 내비치며 본안 소송과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예고했습니다. 현재는 상장폐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에 즉시항고장을 제출한 상황입니다.

내년에는 괜찮을까?

우울한 가상자산 시장은 내년에는 빛을 발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코빗 리서치센터는 “올해 여러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 시가 총액은 줄었지만, 가상자산 업계의 투자, 연구 개발, 채용 등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이는 2021년 강세장에서 가상자산의 가치를 이해한 계층이 늘어나면서 업계의 근반이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 연준의 긴축 정책으로 인해 내년 상반기 중에는 인플레이션 수치가 안정을 찾음으로써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수요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더불어 일련의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이 확대될 것이라며 관련 규제들이 구체화될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관련 규제 정립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19일 기준 국회에 계류돼 있는 디지털자산보호법은 총 14개로, 고객 자산 보호 및 불공정 거래 문제를 공통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은 “FTX 사태로 이용자의 예치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불공정 거래 행위를 방지하고 금지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2년이었습니다. 곧 다가올 2023년의 가상자산 시장은 2022년의 아픔을 토대로 더욱 안정적이고 성숙한 시장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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