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왜 거래소 손을 들어줬을까
위믹스가 결국 8일 오후 3시, 업비트, 빗썸 등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다. 위믹스 운영사인 위메이드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다급해진 위메이드는 공정거래위원회 제소와 본안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법원이 위믹스 상장폐지를 결정한 거래소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위믹스 투자자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 투자자들이 들고 있는 위믹스 코인은 디지털 휴지 조각이 돼 버렸다.
법원은 왜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을 지켜보면서도 거래소의 손을 들어줬을까?
법원이 거래소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법원은 위메이드가 ‘유통량’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온 코코아파이낸스 예치 물량 등을 유통량에 해당한다고 봤다. 위믹스 상장폐지의 핵심 사유인 유통량 허위 공시를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이 결정이 투자자들에게 단기 손해가 발생할지라도 장기적으로는 투명성 등 가상자산 생태계를 바로잡는 가치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위믹스의 상장폐지는적합한 결정이라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위믹스 “해외 거래소에는 영향 없을 것” VS 해외 거래소 “위믹스 투자경고”
위믹스의 상장폐지는 ‘유통량 허위 공시’가 큰 원인이었다. 닥사 측에 따르면 ▲위믹스의 중대한 유통량 위반 ▲투자자들에 대한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 제공 ▲소명 기간 중 제출된 자료의 오류와 신뢰훼손을 이유로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위메이드는 다음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아무런 설명도 하지않은 채 거래지원 종료를 하겠다는 건 일방적인 통보이자 갑질”이라고 분노했고 4대 거래소를 대상으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위메이드 측은 이날 해당 사태가 자사의 사업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적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다 보니 국내 시장이 중요하긴 하나, 대부분의 회사 사업이 글로벌에서 운영되기에 (위믹스 상폐로) 생태계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거래소로까지 영향이 끼칠 가능성에 대해서는 “해외 거래소들은 회사의 사업성을 더 우선적으로 평가하기에 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본다”며 “현재 코인베이스, 바이낸스 등과도 상장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확정되는 대로 시장에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위믹스가 상장돼 있는 후오비, MEXC 등의 해외 거래소들은 해당 사태로 위믹스를 위험성이 높은 자산으로 평가하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한 상태다. 현재 위믹스 코인은 바이비트, 게이트아이오 등 세계 15위 권 해외 거래소에 다수 상장돼 있다. 다만 관련 거래소 내 거래량은 굉장히 낮은 편이다. 해외 거래소 중 가장 거래량이 높은 거래소는 게이트아이오로 그 비율은 2.97%다. 위믹스는 업비트와 빗썸에서 90% 이상 거래되고 있었다.
법원이 위믹스를 상폐시킨 이유
법원은 위믹스의 상장폐지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것을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봤다. 첫째, 가상자산 거래 시장에서 유통량의 중요성. 둘째, 위메이드의 계획 유통량 위반.
법원에 따르면 코인 프로젝트는 발행인이 쉽게 상대한 양의 가상자산을 발행해 놓고 계획 유통량에 따라 추가적으로 유통하는 등으로 수익을 얻는 구조이기에 발행인들은 계획된 유통량을 넘어 가상자산을 유통시켜 손쉽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유통행위는 즉시 적발하기 어렵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계획 유통량 이내로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법원은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공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유통량에 대해 최선의 점검을 할 수 밖에 없고,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투자자 보호라는 공익적 차원에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법원은 유통량이라는 건 ‘발행량에서 사측에 귀속돼 잠겨있는(락업) 물량을 제외한 물량’이라고 정의하며 위믹스의 계획 유통량 위반의 근거로 아래의 사항을 짚었다. 다만, 위믹스 메인넷 출시에 따른 브릿지 물량은 유통량과 관련이 없다고 봤다.
위메이드는 지난 1월부터 시장 통화 유동성을 중단한 상태임을 근거로 들며 생태계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 리저브 지갑에서 6400만개의 위믹스를 이체했고, 그중 3580만 위믹스를 자사 스테이블코인인 위믹스달러 담보금 마련을 위해 디파이 프로토콜 코코아 파이낸스에 예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는 유통량에 포함되지 않는 물량이라며 나머지 위믹스는 콜드 월렛에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은 ▲두 차례에 걸쳐 지갑에 보관 중인 다른 지갑으로 옮겼고, 이를 스테이블 코인으로 교환했다는 점 ▲그중 코코아파이낸스에 예치한 위믹스는 기존 유통량인 2억4596만개의 약 14.5% 해당하는 엄청난 물량이라는 점에서 유통량 위반이 명백하다고 했다.
위믹스파이의 서비스 유동성 공급을 위해 예치한 위믹스 코인의 경우에도 기존 지갑에 보관하고 있던 위믹스 코인 400만개를 위믹스파이의 유동성을 위해 공급했고, 그중 159만개의 위믹스 코인이 실제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유통량 위반이 이뤄졌다고 봤다.
법원은 “이 두 사항에서 위믹스가 유통한 3739만개의 위믹스는 당시 위믹스 시가인 2500원으로 환산했을 때, 약 934억원에 달하는 수량이므로 중대한 위반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며 이는 거래소 내 코인 상폐 기준인 ‘당시 맺었던 유통량 기준에서 위반될 경우’,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거래소의 결정이 어떠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거래소와 위믹스 간의 유통량에 대한 개념이 달랐을 수도 있지만, 유통량의 개념을 가장 좁게 정의하더라도 위믹스가 자신의 지갑에서 락업 해제한 코인은 모두 유통량으로 인정될 개연성이 높다는 점에서 3739만개의 위믹스는 계획된 유통량에 위반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유통량을 정확하게 집계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코인은 오로지 가상자산 거래소와 발행인의 신뢰 관계아래 등에서만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소명 과정에 있어서 위믹스 측이 유통량 수치를 계속 변경하였다는 점도 들며 ‘유통량 관리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였다는 거래소의 입장 또한 수긍할만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래는 법원 결정문에 나와 있는 위메이드와 닥사 간의 소명 과정 중 일부다
위믹스의 유통량 위반 의혹을 인지하게 된 닥사 측은 10월 19일 위메이드에게 ‘위메이드의 지갑에서 담보대출을 위한 지갑으로 두 차례에 걸쳐 옮겨진 위믹스 6,400만 개’에 관한 소명을 요구했고, 위메이드는 처음 제출한 소명자료에서 ‘2022년 9월 말 기준으로 초과 유통된 위믹스는 1000만 개 정도’라고 밝혔지만 이는 의도적으로 담보대출 물량을 초과 유통량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였다.
이에 닥사는 같은 날 위메이드에게 ‘9월 말 기준으로 측정한 약 1천 만개의 차이는 담보대출 물량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로서, 담보대출 물량까지 반영할 경우 초과 유통된 위믹스 시가로 1863억 원 상당에 이르는 바, 이는 투자자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어 명확히 소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위메이드는 이에 대한 소명자료에서 ‘2022년 10월 10일까지의 자료를 기준으로 정확히 확인해 보니 초과유통은 없었다’고 의도적으로 2022년 10월 10일 이후에 제공된 담보대출 물량을 누락시켰다.
또다시 닥사가 위메이드에게 ‘2022년 10월 말을 기준으로 하면 초과 유통된 위믹스가 7245만개로 보이는데, 이에 관하여 투자자들에 대한 공지 내지 채무자에 따른 고시를 했는지’에 관하여 물었고, 결국 위메이드는 초과 유통물량 및 이에 대한 별도의 수정 공시, 고지가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후로도 닥사 회원사들은 위메이드와 4차례의 소명회의를 거쳤고, 그 과정에서 위메이드가 닥사 회원사들에게 16차례에 걸쳐 소명자료를 제출했는데, 그 과정에서 유통량 수치를 계속 변경하였다.
4차 소명자료에서는 ‘에코시스템 및 생태계 구축을 위하여 초과 유통한 위믹스 1160만 개를 인정하고 이에 대해서는 유통계획에 의해 상쇄될 때까지 추가 유통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원상복구를 하겠다’고 했음에도, 그 후 위와 같이 인정한 1160만개가 ‘어떻게, 어디로 유통된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전혀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7차 소명자료에서야 위믹스 클래식과 위믹스 코인을 분리하면서 위믹스파이 유동성 공급을 위해 유통된 사용된 159만개가 유통됐음을 밝혔다.
위메이드 측이 억울함을 내비치는 ‘거래소 내 담합행위’에 대해서는 닥사는 거래지원을 종결할 지 여부에 관한 논의를 하는 ‘협의체’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며 “모든 닥사 회원사들이 ‘닥사의 결정에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각각의 거래소들은 각자의 절차에 따라 거래지원 종료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며 “닥사 내부의 결정이 부당한 공동행위 즉, 담합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나아가 “닥사의 결정은 위믹스 거래 수수료의 상당 이익을 포기한 자체 불이익 또한 감안한 결정”이라며 “해당 결정이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거나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도 설명했다.
한편, 위메이드 측은 이러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여전히 억울한 입장을 내비친다. 이에 본안 소송과 공정위 제소를 예고하기도 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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