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라인네트워크가 정보기술(IT) 업계의 살아있는 역사를 만납니다. IT 여러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분들 그리고 기사로 쉽게 접하지 못했던 업계 내 실력자들의 얘기를 담아낼 예정입니다. 이런 분들을 최근 신조어로 ‘짬바’라고 칭하더군요. 짬바는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의 줄임말로 오랜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여유와 노련미를 뜻합니다. 성공한 창업자만이 역사를 만드는 것은 아니죠.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일궈온 열정피플의 연재를 이어갑니다. <편집자 주>

경력 40년 짬바, 성우 윤소라 인터뷰
MBC 성우 공채 8기 출신, 데미 무어에서 조디 포스터까지
자막의 시대, 성우는 어떤 고민을 하나

윤소라 성우

어떤 직업은 한 시대의 추억을 소환해내는 이미지로 작동한다. 주말의 명화를 즐겨 본 내게 성우라는 직업이 그렇다. 성우 윤소라를 꽤 많은 사람이 데미 무어와 지나 데이비스, 미셀 파이퍼와 조디 포스터의 목소리로 기억한다. “난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필요가 있어”라는 몰리(사랑과 영혼, 데미 무어 분)의 명대사는 윤소라 성우의 목소리로 많은 이의 마음에 남았다.

성우라는 직업은 인터넷과 미디어의 발달로 부침을 겪었다. 한국 영화(방화)와 외화, 애니메이션, 광고, 드라마 할 것 없이 종횡무진하던 이들의 보폭은 “더빙 대신 자막”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제동이 걸렸다. 비디오가 라디오를 죽인 시대에 이들의 주요 무대였던 라디오 드라마는 자취를 감췄다. 이제는 인공지능(AI) 성우가 등장해서 앞으로 사람이 직접 연기를 하거나 책을 읽어주는 일이 없어지거나 크게 줄어들 거라는 예고도 나온다.

이런 상황을 40년 경력의 베테랑 성우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1982년 MBC 공채로 이 길에 접어든 윤소라 성우는 책에서 본 이야기를 극적으로 꾸며 친구에게 배역을 정해주고는 대사 주고 받기 놀이를 좋아하던 아이였다. 재능을 살려 원하는 직업을 가졌고, 그 길에서 실력으로 인정받아 지금도 꾸준히 목소리와 연기로 살아 남은 인물 중 하나다. 그 경력은 팟캐스트라는 새로운 미디어에서 오디오북을 만드는 데까지 이어졌다.

최근에는 ‘제대로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강의에 집중하고 있는 윤소라 성우를 지난 9일 서울 신도림 한 식당에서 만났다. 목소리로 연기하는 배우 윤소라에게 성우라는 직업이 왜 매력적인지, 그리고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나 데이비스의 <롱키스 굿나잇>이라는 영화를 정말 좋아했어요. 그런데 목소리의 주인공이 윤소라 성우셨더군요. 너무 반가웠어요. 스스로는 연기한 배역 어떤 영화의 캐릭터가 가장 기억에 남나요?

지나 데이비스 영화도 많이 했죠.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콘택트>라는 영화에서 맡은 조디 포스터 역이에요. 그 다음으로는 미셸 파이퍼를 좋아해서, <순수의 시대>도 기억에 남고요. 인물에 완전히 동화 되고, 그래서 이 배우의 연기를 내가 더 끌어올렸다고 느낄 정도로 해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정말 내가 완전히 이 배우라고 착각할 수 있도록 그 선을 만들어 놓는 게 연기의 묘미라고 해야 할 거 같아요.

어릴 때부터 연기하는 좋아했는데 왜 배우가 아니라 성우가 됐나요?

고등학교 때 연극부를 했는데, 당시 중앙대학교에서 연 ‘청소년 예술제’에 나가서 상을 받았어요. 우수 연기상 같은 거였는데, 1년 장학금 특전이 있는 걸 보고는 ‘아, 나는 연극영화과에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죠. 그런데 막상 대학 입시를 할 때, 내가 연극영화과에 간다니까 부모님들이 난리가 난 거예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이미지가 그 당시 고지식한 어른들한테는 부정적이었거든요.

어디 여자가 얼굴을 내보이고! 이런 느낌인가요(웃음)

아버지가 학교를 안 보내겠다고 하는 걸 어머니가 설득시켰어요. 합의점을 찾은 게 얼굴을 내보이지 말고 배우가 되라, 그 절충점이 성우였던 거죠.

목소리 연기의 길을 택하신 거네요

당시에 우리 동네에 ‘남성우’라는 아주 유명한 성우가 살고 있었어요.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느냐가 정말 중요한 거군요

네, 굉장히 유명한 성우였는데 진짜 풍채도 좋고 잘생기셨어요. TV 드라마 주연도 하고, 그런 분이 살고 있었어서 성우라는 존재가 낯설지 않았죠. 또, 저 나름대로 글을 좀 썼는데, 동시로 방송사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때 방송국에서 아나운서가 “얘, 너는 뭐가 되고 싶니?”라고 물었는데 내가 “성우요”라고 얘기를 했더라고요. 막연하게 성우가 되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도 같아요. 중학교 때는 동화구연대회에 나가서 주변 선생님하고 친구들한테 목소리 좋다는 칭찬도 듣고요(웃음).

성우의 재질이 어렸을 부터 보였네요. 어쩐지 성우가 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신 것도 같고요(웃음)

성우에 대한 관심도 있었는데 부모님과 합의를 그렇게 본 거죠. 그런데, 지금은 후회해요. 배우를 할 걸 하고요(웃음).

선생님이 보시기에 배우와 성우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요?

내가 바라보는 성우는 어찌됐든 “소리로만 연기를 하는 일”이에요. 특히 ‘라디오 드라마’라는 것이 없어지고 나서는 주로 더빙을 많이 했으니까, (연기가) 온전히 내 것은 아닌 거죠. 내가 연기를 정말 잘 하더라도 결국은 표현하지 못한 것이 20~30% 정도는 남아 있는 기분이 생겨요.

그런데 계속 성우를 하셨나요? 일을 그만두지 못하게 한 성우의 매력이 있었을 같아요

나를 다 내던질 수 없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그 때문에 더 자유로운 부분들이 있어요. 여러가지 역할을 쉽게 왔다갔다 할 수 있죠. 시공간을 초월한 여러 도전을 할 수 있고요. 장르를 넘나들면서 여러가지를 경험해본다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또, 지금은 절대 할 수 없는 일 중 하나가 ‘방화 더빙’이예요.

방화 더빙당시에는 촬영 현장의 오디오 상황이 좋아서 우리나라 영화도 더빙을 해야 했던 건가요?

경제적인 이유였죠. 동시 더빙을 하려면 필름도 많이 버려야 하고, NG도 많이 나니까요. 시간도 많이 걸리도, 후시 녹음이 훨씬 더 경제적인 거죠. 그런데 후시 녹음을 할 때 배우들이 아닌 성우가 하게 된 이유는… 당시 배우들은 제대로 화술교육, 연기 수업을 받은 사람이 드물어서 대사 연기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능력이 있다해도 자기가 움직이면서 연기를 할 땐 자연스러웠던 대사가 마이크 앞에 서서 후시 녹음을 하려면 잘 안 나오기 때문이에요. 정확하게 입 모양을 맞추고 감정 연기까지 해야 하는데, 이건 성우의 기술적인 전문 영역인 거죠.

성우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했나요?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지만 방송사에서 주관하는 공채시험을 쳐야 했어요. 요즘은 성우학원이 많아져서 기본적인 걸 많이 배우고 성우가 되는데 우리 때만 해도 성우학원같은 건 없었고…마이크 앞에 서서 주어진 대본을 읽으면서 나름 연기를 하는 게 시험이었죠. 그러고보니 요즘은 라디오 드라마가 없으니 만화 더빙으로 시험을 보고 있네요. 

요즘은 팟캐스트 같은 것도 생기고 오디오 프로그램들도 다시 생기고 있는데요, 라디오 드라마는 부활하지 않을까요?

수익은 적은데 만드는 데 돈이 많이 들어요. 비디오가 성행하면서 오디오 인기가 떨어져서 라디오 드라마가 사라졌잖아요? 이걸 처음부터 다시 만들려면 큰 투자가 필요해요. 그런데 그렇게까지 투자하면서 하려는 사람은 없는 거죠.

제작하는 분들이 확신을 하는군요

수요가 그만큼 있어줘야 하고, 어쨌든 장사가 되려면 광고도 붙어야 하고요. 그런데 과연 이게 그렇게 될까, 그런 확신이 없다고 봐요.

운전하거나 자기 전에 라디오를 틀어 놓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는데, 될까 사실 의외였거든요. 같은 경우에는 팟캐스트를 틀어놓기도 하니까요

팟캐스트 같은 경우에는 어쨌든 거의 1인이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라디오 드라마는 사람이 되게 많이 필요해요. 가장 큰 문제는 지금 라디오 드라마가 없으니까 작가도 없죠. 그걸 써본 사람이 없는 거예요.


성우가 돈도 많이 벌고 인기가 많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점점 성우의 역할이 줄어드는 시기가 왔죠. 그 시점이 언제 부터였을까요?

일단은 2000년도 들어오면서 더빙이 자막으로 바뀔 때가 있었어요. 또, 인터넷이 발달을 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본 만화 영화를 더빙보다는 자막으로 보겠다는 목소리도 커졌죠. 흥미로운 것은, 이런 주장을 하는 분들은 얼마든지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이었어요. 더빙이 필요한 사람들이 확실히 있어요. 시각 장애인이라든가, 혹은 자막을 읽기 불편해 하는 노년층이라든가요. 그런 분들은 인터넷에 자신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세우기 힘든 분들이었죠.

없는 목소리처럼 느껴지게 되는군요

그렇게 되면 여론이 “(더빙은) 없는 게 낫다”로 형성이 되어버리는 거죠.

그런 여론이 실제 방송 제작 환경에 영향을 많이 미쳤나요?

예를 들어볼게요. 지금 넷플릭스 같은 곳에서 성우료가, 제가 15년 전 공중파 더빙을 했을 때 보다 싸요. 그렇다고 해도 영화 한 편을 더빙하려면 성우가 열 명 정도 필요한데, 그럼 수백만원이 들죠. 거기에 더빙을 위한 번역을 맡겨야 해요. 일반 자막 같은 경우는 자막과 배우의 입모양이 일치 하지 않아도 되지만, 더빙 번역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공이 더 많이 들고 신경을 써야 하는 특수 직업이죠. 그 다음, 후시 작업도 필요하죠. 그렇게 되면 비용이 많이 들어요. 자막으로만 방송을 내보내면 방송사에서는 수십만원에서 해결될 일이 더빙을 하게 되면 1000만원이 넘는 돈이 들어갈 수도 있는 거니까요. 자막을 쓰면 방송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가성비가 좋은 일인 거죠.

그렇게 어려워진 환경에서 성우의 길을 계속 이유가 있나요?

성우라는 직업적 환경이 어려워진 것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닥쳐온 게 아니잖아요? 서서히 오는 변화를 두고, 내가 빨리 다른 곳으로 가야 하나 하는 고민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는 드라마 방송 환경도 달라지던 때였어요. 프로덕션이나 매니지먼트사의 힘이 세지던 때라, 성우들이 이전처럼 드라마 연기자로 참여하기 어려워진 환경이었죠. 나는 그런 방법도 몰랐고요.

그렇다고 애니메이션 더빙으로 가자니, 그 부문은 젊은 성우들에 더 맞는 장르잖아요. 나이 들어서 애기 목소리 내면 어딘지 좀 쑥스럽기도 하고요(웃음). 신인들이 정말 발랄한 소리를 낼 수 있는 영역에 굳이 나이 먹어서 끼어 들기에는 제 자존심이라는 것도 있고요. 그런 고민을 하다가 만들어낸 것이 ‘소라소리’예요.

소라소리! 팟캐스트로 들었습니다. 오디오북을 거의 처음 시도하셨죠? 언제 시작하셨죠?

거의 8년전이예요.

정말 팟캐스트 초창기네요

당시에 정치적인 내용을 담은 팟캐스트가 많았는데, 그중에서는 정말 흔치 않은 순수한 문학 채널이었죠.

팟캐스트는 기존 방송과는 시스템이 전혀 다를 텐데요

어릴 때 책을 좋아했던 것도 있고 연기자이기 때문에 연기를 해야 하는데 라디오에서는 내 호흡대로 연기할 수 있으니까요. 라디오 드라마가 갖고 있는 소리 연기의 깊이와 어떤 진한 맛이 있는데, 그걸 외화 더빙만 하면서는 발현하지 못했어요. 그걸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내가 하고 싶은 걸 내 주도로 제대로 해서 들려주자는 욕구가 팟캐스트에서 터진 거죠.  그런 작품에 누가 날 캐스팅해 주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내가 만들면 되니까.

방송인 송은이씨 같아요. 방송에서 창구가 없어지니까 팟캐스트에서 자생의 길을 찾는 그런 모습이요

나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내가 한 번 보여주겠어, 이런 마음이 되게 많았어요. 그리고 내가 굉장히 책을 좋아했으니 좋은 책을 고를 수 있을 거라는 어떤 자신감도 있었고요.

저작권 문제는 없었나요?

당연히 있죠. 그런데 다 해결했어요. 책을 좋아하면서 쌓아온 네트워크가 있어서, 읽고 싶은 책의 저작권자를 찾아서 이야기 했죠. 작가들이나 출판사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지금도 일부는 그렇지만 당시에는 오디오북이라는 것에 출판사들이 부정적인 때였을텐데요

특히 소라소리에서는 전권을 다 읽으니까, 그런 부분에 되게 부정적인 분위기가 있었죠. 책을 파는데 오디오북 같은 콘텐츠가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은 작가와 연락해서 오디오북의 의의를 설명하고 허락을 구했죠.

그런데 소라소리를 중간에 멈췄나요?

내가 하는 일이 틀리지 않다는 자신감이 원동력이 돼서 몇 년 간 열심히 했는데, 시즌2를 할 동력을 찾기 어려웠어요. 에너지가 많이 빨려서(웃음).

왜요?

내가 나이를 먹은 것도 있겠고요(웃음). 처음에 소라소리르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제대로 된 오디오북이 없었어요.

지금은 윌라나 밀리의서재 같은 곳이 있죠

그 뒤에 후속 플랫폼이 만들어지면서 연락도 받고요. 소라소리가 그들한테 뭔가 표본이 됐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자신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성우 각각의 차이에 대해서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아쉽게 느껴졌어요.

노력한 만큼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을 하셨나보군요

정말 대단한 오만일 수도 있는데, 나는 어찌됐든 연기력을 인정받던 성우였단 말이죠. 책의 맥락과 작가의 의도까지 제대로 표현해서 읽어낼 수 있는 최고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몰라주는 거 같아서 서운했어요. 제대로 잘 표현해서 읽어낸다는 게 얼마나 다른 지에 대한 변별력도 없다는 생각. 또, 일부에서는 정말 공을 들여서 좋은 오디오북을 만들겠다는 마음이 없어 보이기도 했어요. 그냥 읽어서 들려주면 된다, AI보다 조금 낫거나 심지어 비슷하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고…제대로 된 오디오북에 대한 시선이 다르기도 했고요.

오디오북을 만드는 회사 중에서는 한국에서 오디오북이 되는 이유 하나가 성우 몸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라고 말을 하기도 해요. 제작 단가가 올라가니까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외국의 유명 오디오북들은 굉장히 유명한 배우들이 책을 읽어요. 그 사람들 몸값이 쌀까요? 엄청 비싸겠죠.

우리나라에서도 유명 배우들이 오디오북을 읽지 않습니까?

책을 낭독하는 건 그에 맞는 화술 교육을 배워야 하는 일이에요. 배우로아무리 훌륭해도 책을 제대로 읽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냥 읽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군요

성우료가 비싸봐야 배우들보다는 싸겠죠. 그 몇분의 일만 투자해도 열배 백배 나은 오디오북을 만들 수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거죠. 잘 안팔리니까요. 그게 제일 큰 이슈일 수 있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거 같은데, 못 만드니까 안 팔리고 안 팔리니까 못 만들게 되고 그런 거죠.

그리고, 지금 상황이 사실 어떻게 생각하면 정말 좋은 기회인데 아까워요. 외국이 잘 되는 이유는 영어 인구가 많으니까, 그래서 국내에서도 영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영어로 된 오디오북을 듣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보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되게 많잖아요? 그 사람들이 한국어 책을 보면서 정확한 발음과 감정으로 표현하는 소리를 같이 들으면 경쟁력이 클 거라고 봐요. 국외에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이 흐름을 잘 타면 정말 괜찮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상품으로 내놓으려면 질이 정말 좋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렇죠. 언어를 배울 교재와 오디오는 필수니까요

팟캐스트를 할 때도 외국 교포가 듣는 경우가 있었고, 얼마 전에도 외국 사람이 한국어로 메일을 보내왔더라고요. 당신이 읽은 이 책을 구하고 싶다고요. 이런 식으로 방송이 책에 대한 소개가 될 수도 있고요. 그런데 그렇게 질이 좋게 만들려면 누군가 애정을 갖고 매달려야 한다고 봐요. 지금 나오는 오디오북 정도로는 안 되고요.

팟캐스트 수익적인 면은 괜찮았나요?

그만둔 이유 중 하나가 그 부분이에요. 정신적인 공과 품을 들였지만 그만큼의 보상이 따르지는 않았으니까요. 지금은 기존에 만들었던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려놓고 있어요.

만든 오디오북 하나를 추천해주신다면요?

‘모르는 여인으로부터의 편지’라는 작품이요. 주인공의 편지로 이어지는 서간체 작품인데다 정말 드라마틱하고 섬세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성우만이 할 수 있는 작품이에요. 론칭 첫 작품으로 선택한 이유가 이거야말로 기존 오디오북에선 들을 수 없었던, 나 아니면 안되는 작품이란 확신도 있었고요(웃음). ‘오디오북이 어떤 건가’를 제대로 보여주자는 열망과 계산으로 덤볐는데 덕분에 전체 팟캐스트 1위로 데뷔를 했고 오래 순위권을 지킬 수 있는 신호탄이 됐죠. 여러가지로 제겐 아주 소중한 작품인데, 음악 저작권에 걸려서 전혀 수익을 못내고 있는게 좀 아쉬워요

지금 가장 집중하는 일은 어떤 것인가요? 성우라는 업의 성질을 살려서 하시는 중에 말이에요

지금은 수업을 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잘 읽는 법”을 가르칩니다. 규모를 키워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가치 있는 수업이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냐고 묻는다면, 저는 정치인에게 스피킹을 가르치고 싶어요. 우리가 생각하기에 유명한 정치인, 신뢰받는 정치인이 사람을 포섭하는 능력은 ‘웅변력’에 있거든요. 아, 존경받는 성직자도 마찬가지죠. 옛날처럼 “이 연사” 이렇게 단상에서 소리지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감동시키는 언변이 필요하고요. 거기에는 필수적으로 정확한 발음과 발성, 그리고 듣기 좋은 음색이 있어야 하거든요. 소리가 주는 인상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소리가 가지는 어떤 이미지가 있으므로, 그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굉장히 필요한 작업이고 그런 일을 성우가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이제는 기술적으로 음성 합성도 되고 AI성우도 나왔어요. 처음에는 듣기 어색했는데 이제는 제법 자연스러운 단계까지 왔고요. 이런 변화가 성우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요즘 자신의 음성을 파는 성우들도 꽤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저는 좀 부정적이에요. 성우에겐 목소리가 얼굴인데 그 목소리가 어떤 식으로 조합해서 쓰일지 모를 일이니까요. 아직은 내 목소리에 자부심이 있고 내 의지로 표현하고 싶어요

그리고 아직까지는 나를 이길 AI는 없다고 생각을 해요.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나올 수 있겠죠. 연기를 하는 AI도 나올 거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의 영역에서 오직 목소리로 섬세한 감정표현을 하기에는 아직은 사람을 이길 수는 없지 않을까, 하는게 제 생각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성우들이 설 자리가 있다고도 생각을 하고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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