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출] 중고차 거래, 호구를 피하고 싶으신가요?

[남혜현의 대신출근] 사람 구하기 힘드시다고요? ? 회사는, 이름은 들어봤는데 어떻게 일을 하는 덴지는 모르겠다고요? , 그래서 제가 대신 다녀왔습니다. 사람을 구하는 팀에 찾아가서 신입으로 하루 일하면서,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독자님들 대신 샅샅이 훑어봅니다. 이번에 다녀온 곳은엔카닷컴’이고요, 부서는홈서비스 입니다.

10년간 무사고 운전자, 그게 바로 접니다. 면허 시험 도로주행을 통과한 날이 마지막 운전날이었거든요. 그런 제가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으로 하루 대신 출근했습니다. 운전도 못 하면서 무슨 차 파는 델 갔느냐고 물으신다면, 비록 중고차는 못 사봤어도 중고차 구매에 관한 썰은 많이 들어봤기 때문이라고 답하겠습니다. 대략, “너 같은 사람이 멋 모르고 가면 호구되기 참 좋다”는 종류의 이야기를요.

삼성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약 260만대 수준이라고 합니다. 한 대 당 평균 판매가격을 1100만원으로 잡고 계산하면 대략 29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죠. 심지어 현대차까지 내년에는 중고차 시장에 들어올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큰 돈이 굴러 다니는 시장에서 사람들은 ‘신뢰’를 가장 부족한 부분으로 꼽습니다. 이 차가 진짜 괜찮은 건지, 혹은 내가 바가지를 쓰는 건 아닌지 말이죠. 상품 구매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조건인 품질과 가격 부문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갖지 못할까봐 구매자들이 조마조마 하다는 겁니다.

시장의 플레이어들도 이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중고차를 사거나 팔기 위해 딜러와 연락하고, 자동차 매매 단지로 가서 차량을 확인하고 인도하는 모든 과정에서 불신을 걷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자가 이 시장의 승자가 될 거라고 봅니다. ‘엔카’도 그런 플레이어 중 하나죠. 2000년에 SK주식회사의 사내벤처로 시작해서, 지금은 중고차 거래 플랫폼 중에서는 소비자 인지도가 가장 높은 브랜드가 됐습니다.

엔카가 주로 하는 일은 중고차 거래가 일어나도록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인데, 최근에 흥미로운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중고차를 검수해서 집앞까지 배달해줄테니 일주일 간 써보고 마음에 들면 구매를 결정하라는 ‘홈서비스’입니다. 대략  눈치 채셨겠지만, 마치 홈쇼핑 같죠.

제가 엔카로 하루 출근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홈쇼핑의 효자 상품이 뭔지 아십니까. 명품잡화입니다. 명품이 올라오면 빠르게 매진되는데요. 비싼 제품을 홈쇼핑에서 덥썩 사게 되는 배경에는 채널과 쇼호스트가 주는 신뢰가 있습니다. 이들을 믿으니까, 1000만원짜리 에르메스 가방이 홈쇼핑에서 완판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기에 더 중요한 사실 하나. 만약 이들이 파는 제품의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일주일 안에 반품하면 환불이 되죠. 혹시라도 속았을 때 언제든 환불 할 수 있다는 것이 구매 결정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엔카는 홈서비스로 이 지점을 기막히게 파고들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전략을 세웠습니다. ‘써보고 환불 가능’이라는 강력한 마케팅 문구는 ‘신뢰’를,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를 선택하게 만드는 부분에서는 ‘판매 수수료’를 노립니다. 그간 매물 광고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엔카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셈인데요. 2019년 홈서비스 사업을 시작한 이후 이용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전 10시, 사무실에서]

홈서비스 팀의 황인녕 매니저는 아침에 출근하면 전산을 켭니다. 지난 밤 사이 일어난 차 구매 신청의 리스트를 확인하죠. 홈서비스를 통해 차량을 신청하는 분들 상당 수는 “중고차 거래를 불안해 하거나 혹은 중고차 판매처에서 멀리 사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마음에 드는 차량을 골라 신청하면, 황인녕 매니저는 이를 보고 이 차량이 아직 판매되지 않고 남아 있는 물건인지 확인한 후에 차량 상담을 구체적으로 진행할 매니저를 배정합니다.

22일 기준, 홈서비스에는 2만625대의 차량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구매자는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검색해 차량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홈서비스의 매니저들은 구매 신청자가 원하는 차량을 가진 딜러에게 차량의 구체적인 정보와 사진을 요구합니다. 차량을 홈페이지에 등록할 시기와, 지금 주문이 일어날 때 까지 시간 차가 있으니 그 사이 차량에 변화가 생기진 않았는지 추가 검수가 일어나는 것이죠.

황인녕 매니저 옆의 이 남성은, 김민수 대리입니다. 이 회사에는 일명 ‘차 박사’가 많은데요, 수많은 차종과 각 차량의 특성을 꿰고 있어 붙은 별명이라고 합니다. 엔카에 취직하려면 꼭 차를 많이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업무에 빠르게 적응하려면 차에 대한 정보는 많을 수록 유리하겠죠. 딜러와 차량 상태를 논의할 때도 그렇고, 구매 신청자의 궁금증을 빠르게 풀어주기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김민수 대리는 이날 오전, 그랜저IG 차량을 사려는 부산 거주 구매자와 딜러를 연결하는 일을 했습니다. 이차량은 주행 거리가 짧고 상태가 양호해서 인기가 높은 상품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구매 신청도 빨리 들어오겠죠.

그런데 만약, 정말 환불이 일어나게 되면 어떨까요? 써본 후 구입하지 않고 차량을 반납하면 상품의 가치는 하락 하겠죠. 환불은 대략 나흘 안에 일어난다고 하니 그사이 차를 오래 타지는 않았겠지만, 체험 기간 만큼 주행 거리는 늘어날테니까요.

혹시 환불이 일어날까 걱정하는 딜러를 잘 설득하는 것도 홈서비스 팀원들이 해야 하는 역할입니다. 당근은 역시 온라인 판매의 강점입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도 홈페이지는 열일하고 있습니다. 또 그동안은 지역 내의 한정된 구매자만 만나왔는데, 확실히 온라인은 판매 지역 범위를 넓힐 수 있죠. 구매자가 딜러를 만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듯, 딜러 역시 하루종일 살지 안 살지 모르는 고객을 상대하는 것은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닐 겁니다. 이런 부담도 온라인 판매의 강점으로 언급됩니다.

김 대리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요, 홈서비스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활성화되면 딜러의 역할도 바뀌게 될 거라는 전망이었죠. 지금은 차량을 판매하는데 딜러의 역할이 집중되어 있는데, 홈서비스 같은 데서 판매가 일어나게 되면, 딜러 역시 차량을 매입하고 이를 상품화하는데 역량을 쏟게 될 거라는  겁니다. 판매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상품 판매자의 역할이 좋은 물건을 떼어와 온라인에 정보를 잘 올려 판매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게 된 것처럼, 딜러 역시 그 길을 가게 될 것이란 설명인 거죠.

[오후 2시, 검수 현장에서]

이 곳은 엔카 홈서비스에 올릴 매물의 사진을 찍고 차량을 검수하는 현장입니다. 쭈그리고 있는 1인은 저고요, 그 옆에서 열일하면서 차량의 상태를 설명해주고 검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일사수는 김지우 대리입니다. 지금 바퀴를 보고 있죠? 저렇게 바퀴의 특정 부분을 손가락으로 눌러보는 이유는, 마모도를 측정하기 위해서입니다. 바퀴가 저마다 교체 시기나 상처, 마모량이 다를 수 있으니 네개 모두 체크 사항입니다.

홈서비스 팀의 일은 서울 사무실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만큼 중요한 것, 그러니까 ‘매물’을 관리하는 현장의 일이 있죠. 매물인 중고차를 잘 단장해서 사진을 찍고, 검수를 해 판매 사이트에 올리는 일을 하는 곳이 10월 기준, 전국에 46군데가 있는데요. 저는 그중에서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오토허브 광고지원센터에 다녀왔습니다. 와, 차 많데요.

여기는 포토존입니다. 판매 등록을 하러 이곳에 온 차량들은 프로세스에 따라 움직이는데, 첫 코스가 바로 이곳 포토존입니다. 세차를 하고 단장한 차량들이 증명사진을 찍으러 포토존에 들어옵니다. 여기서 찍은 사진이 홈페이지에 올라가는 것이죠.

그 다음 코스는 검수입니다. 아까 바퀴 확인한 것 처럼요. 이곳에서는 주로 외관 검수가 이뤄집니다. 홈서비스에서는 엔카 측이 확인한 무사고 차량을 취급하는데요, 미리 등록된 정보와 차량 상태가 다른 점은 없는지 추가적인 검수 과정을 거치는 것이죠. 대충 훑고 지나가면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스크래치 같은 것들을 찾아내고 이를 정보란에 새롭게 업데이트 합니다.

빨갛게 표시한 부분에 스크래치 보이십니까? 이건 그냥 볼 때는 절대 안 보입니다. 밝은 조명을 비춰야만 보이는 상처죠. 신상연 팀장은 조명이 검수에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는데요, 구석구석 꼼꼼하게 살피지 않아 정확한 정보가 없이 차량을 인도하게 되면 컴플레인이 들어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차량을 한 바퀴 둘러보는 거 그까짓 거 뭐,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요 거의 바닥에 드러누워서 차량 밑부분까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탈이 없을 만큼 꼼꼼함을 요합니다.

사진으로만 보면, 제가 서서 졸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은 오해입니다. 정말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베테랑은 역시 베테랑이더군요. 신상연 팀장은 말발이 좋습니다. 얼마나 좋냐면 운전을 못하는 저마저 중고차를 구매할까 싶은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특히 현장에서 차량을 검수할 때 느낀 건데요. 차량을 많이 알면 알 수록 이 일이 유리합니다. 정보가 신뢰를 담보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 일에 힘든 일이 없느냐고요? 옆에서 지켜보니까, “사람을 상대하는 모든 일”에 들어가는 고충이 이 업무에도 그대로 녹아들어갑니다. 차를 사려는 사람은 혹시라도 손해볼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매우 꼼꼼하게 모든 걸 체크하게 되니까요, 따라서 그만큼 날카로운 상태로 문의를 하는 경우도 있고요. 기본적으로 신뢰하기 위해서 신뢰하지 못하는 말과 행동을 하게 되는 아이러니라고나 할까요.

마지막으로, 엔카의 채용 계획과 인재상을 전달합니다. 받은 내용 그대로인데요, 제가 그간 몇군데 남.대.출을 진행했지만 가장 구체적이군요.

구인:  19(육아휴직 2명 포함) / 3개 직군으로 구성된 엔카홈서비스 판매서비스팀서비스 기획 2 & 딜러 제휴 4 & 운영팀 11
– 현재 운영이나 검수 프로세스 강화 중으로 해당 인력 채용 예정
– 기본적으로 온라인 판매 서비스 업무에 관심이 높거나기존의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창의적이고 유연한 시각으로 개선해나가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는 분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중고차는 일물일가인 재화이기 때문에 차량에 대한 상태가 모두 다릅니다많은 고민을 거쳐 서비스를 만들지만, “중고차”라는 특수성 때문에 업무를 진행하면서 보완점을 발견하게 되는데이를 사업적으로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개선해나갈 수 있는 분이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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