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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생각] 우리 금융사가 달라졌어요

얼마 전 한 행사장에서 모 은행의 마이데이터 담당자를 만났다. 오랫동안 이 은행에 몸을 담은 그는 2년 전, 디지털 관련 부서에서 마이데이터 담당 부서로 발령받았다. 검정색 양복에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머리를 잘 정돈한 첫인상을 봤을 때 역시 ‘금융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금융맨이라고 하면 전통적인 금융사에 다니는 직장인으로, 변화보다 관료적인 것을 선호하며 딱딱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기자의 이런 생각은 곧 편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을 “마이데이터와 결혼한 남자”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마이데이터 사업 개발에 푹 빠져있다고 소개했다. 짧은 발표와 대화에서 그가 가장 많이 강조한 것은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은행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이야기다. 그는 은행이 더 이상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닌, 진짜 변화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그는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전체 비즈니스 영역에서 이미 많은 변화와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며 “실제로 현장에서의 상품제조, 판매하는 절차는 완전히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업무와 대고객 서비스가 상당부분 디지털로 전환됐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마이데이터’는 은행에게 위기이자 기회로 다가왔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대로 구현해내지 않으면, 은행은 상품공급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은행 외에도 핀테크, 신용평가사, 통신사 등 많은 기업들이 마이데이터에 뛰어들었고, 기술력과 차별화를 가지지 않으면 어느 한 쪽은 사용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사업자가 마이데이터를 잘 적용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표현했다.

결국 은행은 살아남기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금융 소비자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다. 과거 은행은 공급자적인 성격이 강했다. 즉, 금융 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하기보다 은행 위주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예금 상품만 하더라도 종류만 수십가지로, 고객이 어떤 것이 더 좋은 상품인지 자신에게 맞는 것은 무엇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대출상품은 더더욱 비교하기 어려웠으며, 금융 소비자는 더 낮은 금리의 상품을 찾기 위해 발로 뛰어야 했다. 

그러나, 마이데이터와 치열한 경쟁이라는 환경 속에서 은행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은행 구성원들도 마찬가지다. 기술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졌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은행권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이나 클라우드를 잘 쓰지 않았다. 그러나, 기술과 환경이 변했고, 금융 소비자는 더 똑똑해지고 있다.

그 결과 지금 은행은 과감하게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은행의 핵심 시스템인 코어뱅킹에도 클라우드를 도입하고 있다. 기술의 속도와 이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사용자들 덕분에 은행과 구성원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이날 이 마이데이터 담당자의 이야기를 듣고 느낀 것은 은행의 변화가 진심이라는 점이다. 변화의 시작이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이었다면 마이데이터를 계기로 금융사는 더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됐다. 이제는 기술을 따라가는 입장이 아닌, 선도하는 입장이 되겠다는 포부도 엿볼 수 있다. 

끝으로 이날 만난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마이데이터를 잘하기 위해서는 파편적인 개선으로는 안된다. 사람, 조직의 DNA, 인적자원 등을 바꿔야 한다”고. 이때의 마이데이터는 단순히 한 서비스를 지칭하기보다, 차세대 금융 서비스의 상징으로 읽힌다. 이제는 뼛속까지 변화를 강조하는 은행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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