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반도체]시진핑 3연임, 세계 반도체 산업 향방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22일 공식 확정됐습니다. 제3대 국가주석을 역임했던 덩샤오핑은 초대 국가주석 마오쩌둥의 종신집권 이후 중국 헌법을 개정하면서 주석⋅부주석 임기를 5년씩 2연임까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이후 후진타오 주석까지 그 규범을 깨지 않고 이어 왔죠. 그런데 시진핑 주석이 이 헌법 규정을 깨기로 한 겁니다.

시 주석이 3연임에 성공하면서 주변 국가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진핑 집권 이후 주변 국가와의 관계는 늘 살얼음판이었거든요. 게다가 최근 당대회 연설에서 시 주석이 홍콩과 대만에 대한 언급, 특정 국가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주변국의 개입에 대한 불편함 등을 드러내면서 세계적으로 더욱 긴장 태세를 갖추는 중이죠. 이번 인사이드 반도체에서는 시진핑 3연임 이후 중국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흘러갈 지, 갈등 요소는 무엇이 있는지 산업 측면에서 다뤄보고자 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반도체 굴기는 생존 전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을 한다는 이야기는 한참 전부터 기정사실화돼 있었습니다. 이제 얼마나 오래 집권할 지가 관건인데요, 조금씩 견해가 갈리고 있긴 합니다. 그 중 전문가 사이에서는 10년 이상 집권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일각에서는 15년까지 수장 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도 보고 있죠.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물가 상승분과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중국이 미국의 명목GDP를 추월하는 시점은 2035년”이라며“그런 역사적인 순간에 시 주석도 지도자로 있고 싶어할 텐데, 10년 가지고는 약간 모자라기 때문에 (시진핑 주석이) 15년까지 연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기간동안 시진핑 정부는 반도체 자립화, 이른바 ‘반도체 굴기’에 지속해서 힘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중국 때리기를 이어가고 있거든요. 아무래도 중국은 반도체도 반도체지만 AI, 자율주행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차세대 기술을 뒷받침하는 필수 요소고요. 반도체가 중국에게는 기술 전반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그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반도체 패권을 미국이 쥐고 있습니다.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도체 기술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 장비같은 것도 필요합니다. 미국이 장비부터 시작해서 중국의 숨통을 죄여 오니, 중국은 결국 살 길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중국 내에서 반도체 굴기의 의미가 다소 많이 바뀐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초기에 발표했던 ‘2025년까지 자립률 70% 달성한다’는 목표 달성은 요원해 보이지만, 목표 달성률과 별개로 중국은 미국과의 경제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간 중국이 반도체 생산 측면에 많은 투자를 했다면, 이제는 미국이 제재하고 있는 장비, 소재 측면에도 손을 뻗고 있다고 알려졌다”고 말했습니다.

그간 중국은 세부적인 기준 없이 그저 반도체 산업과 관련됐다고만 하면 무조건적으로 지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죠. 하지만 이제는 기업 수준과 성과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고, 부족한 부문에 대한 투자를 더 강화하는 등 그 기준이 세분화됐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미혜 선임연구원은 “과거에는 초기 반도체 산업 조성을 위한 투자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결과와 경쟁력과 직결되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무래도 중국 내에서 반도체 산업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탓인지, 정부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연원호 부연구위원은 “원래는 2030년 정도면 중국이 미국을 역전한다고 중국 내에서 계산하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미국의 제재로 그런 계산에 차질이 생겼다”면서 “지금은 2038년 정도 넘어야 된다고 계산이 나오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면 차질이 생긴 것은 확실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미중 갈등 심화 우려… 반격 준비하는 중국?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이 중국 견제를 이어가고 있으니, 두 국가 간 갈등이 이어지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겠죠.

최근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대해 별다른 강수를 두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로 전문가 사이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3연임에 전력을 쏟아붓기 위해 미국에는 별다른 대항을 공식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분석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가주석 자리를 3연임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국 내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거든요. 그만큼 시 주석은 모든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3연임을 하게 되면서 시진핑 시대가 확실시됐죠. 이를 기점으로 시 주석이 다시 미국의 제재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쪽에서 중국이 대항할 부분은 크지 않습니다. 애초에 미국이 반도체 산업 측면에서 쥐고 있는 카드가 더 많거든요. 아무리 중국이 반도체 자립화를 추진한다 하지만, 부품을 설계하고 생산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장비 산업은 미국이 꽉 쥐고 있거든요. 생산은 중국이 아닌 한국, 대만 등 다른 국가에 의존할 수도 있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직접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묘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희토류를 비롯한 원자재, 반도체 패키징 측면에서는 중국이 패권을 가지고 있죠. 아무리 2016년 이후로 중국 희토류 생산 비중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세계 희토류 생산량 절반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희토류는 반도체, 배터리 등에 탑재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첨단 산업에서는 빠질 수 없습니다. 중국도 이를 알고 희토류 제재 카드를 내밀 수 있다는 것이죠.

패키징을 비롯한 후공정 측면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패키징에 꼭 필요한 인쇄회로기판(PCB) 시장은 중국이 5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10.2%, 미국은 4.1%에 불과하고요. 인건비가 저렴했고, 제조업을 영위할 만한 조건이 잘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중국은 비교적 오랜 기간 패키징 산업에 투자를 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도 중국을 거쳐 패키징 공정을 진행했죠. 중국이 패키징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해당 부문에서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 내에서 맞대응을 위한 움직임이 포착된다는 이야기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서는 미국이 대중국 장비 수출 제재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직후, “국가 안보를 위해 중국도 수출 물자를 제한하는 선택을 할 수 있으며,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를 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뒤이어 중국 소재의 최대 희토류 기업 중국희토그룹이 희토류 광산개발업체를 인수하는 등 몸집을 불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고요. 전문가 사이에서는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 삼아 규제하려 한다는 분석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시각) “미국의 첨단 반도체와 관련 장비의 대중 수출 규제 조치에 맞서 중국 정부도 자국 내 주요 반도체 기업을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고 보도했고요.

다만 미국도 가만히 있지는 않고 있습니다. 시 주석의 3연임이 거의 확정된 이후 뉴욕타임즈는 시 주석이 집권한 이후 불거진 중국의 인권⋅외교 문제를 비판하는 칼럼을 통해 “시진핑 감사합니다! 미국에 큰 축복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인용해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10년 간 중국 경제 성장세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고, IT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성장세가 둔화됐음을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미국은 시진핑 주석이 3연임에 대해 부정적인 기색을 반어적으로 보여주는 중입니다.

 

다시 불거지는 대만 침공설

시진핑 주석의 3연임과 관련해 또 하나 주목받고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대만 침공설입니다. 시 주석은 지난 16일 제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에서 정책 성과와 추후 향방에 대해 연설했는데요, 당시 “중국 공산당이 홍콩에 개입하면서 질서가 회복됐다”며 “대만과 평화적 통일을 추구하지만,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하는 등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거든요.

이 발언으로 주변국도 준비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사국인 대만은 TSMC의 반도체 생산 공장을 일본 구마모토에 추가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19일(현지시각) “TSMC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일본에 반도체 공장을 늘리려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TSMC는 작년 11월12일 일본 소니반도체 자회사 소니반도체솔루션(SSS)과 손잡고 일본 구마모토에 생산라인을 건설한다고 했는데, 여기에 추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내비친 겁니다.

대만 매체 중국시보는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게 된다면 미국은 TSMC 공장 시설을 파괴할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이 올 시,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 엔지니어를 미국행 비행기에 먼저 태워 탈출시키겠다”고도 보도하기도 했고요.

미국은 이미 작년부터 중국 참공을 염두에 두고 대만 반도체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지난 2021년 복수의 미국 전문가는 의회에 제출한 756페이지 분량의 보고서 ‘인공지능에 관한 미국 국가안보위원회(National Security Commission on 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NSCAI)‘에 중국 대만 침공설을 언급하며 “미국은 대만에 의존하고 있는데, 군사를 뒷받침할 전자부품⋅설계에서 지배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도 “시진핑 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을 공격할 준비를 끝낼 것을 군에 지시했다”며 “2030년이 다가올수록 세계적인 갈등 위험은 더 커질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대만 침공설이 크게 다가오지 않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꽤 많이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죠.

일부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이 이익을 본다고 주장합니다. 대만 TSMC가 차지하고 있던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을 삼성전자가 가지고 올 것이라는 논리죠. 하지만 도의적인 내용을 차치하더라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반도체 생태계가 무너질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아주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우리나라 기업이 이득을 볼 시나리오를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당장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다 망가지면서 생태계 전반이 휘청이는 시점이 다가오는 시나리오가 더 먼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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