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달러 증발’ 美 반도체 시총, 반등은 언제? 재고 소진 관건
2022년 미국 반도체 상장사 시가총액 합계가 전년 대비 1조5000억달러(약 2141조원) 가량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함께 반도체 시장이 위축되면서 이 같은 양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17일(현지시각) “미국 소재의 30여개 반도체 회사를 조사해 본 결과, 2022년 3분기 매출 전망치 합계가 7월 기준 990억달러(약 141조원)에서 현재 880억달러(약 126조원)까지 하락했다”며 “시가총액 합계는 1조5000억달러 이상이 사라진 셈”이라고 보도했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위축되는 가운데, 주요 반도체 기업은 올해 3분기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마이크론은 올해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고, AMD도 3분기 매출 전망치를 16% 가량 낮췄다. 인텔도 3분기 매출이 15%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인텔이 비용 절감을 위해 이번 달 안에 수천명을 정리해고 할 예정이라고도 보도했다. 재정 상황이 좋지 않으니,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이다.
반도체 업황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소비 감소로 인한 재고 증가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 PC 수요가 모두 증가하고 있었다. 비대면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디바이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2022년 상반기만 해도 주요 기업은 반도체 부족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표적으로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CEO는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생산장비 부족으로 업계가 전반적으로 부품 공급 속도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며 “반도체 부족 사태가 2024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리두기가 세계적으로 점차 완화되는 데다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소비 심리도 위축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간 매출 견조세를 이끌어 왔던 PC,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 여파로 반도체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재고 증가로 올해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전분기 대비 각각 13~18%, 30~35% 가량 하락한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뉴스트릿리서치(New Street Research)도 올해 4~6월 사이 주요 기업의 매출 대비 칩 재고 비중은 평균에 비해 약 40% 정도 더 높았다고 밝혔다. 2020년 이래로 극심한 공급난을 보이던 차량용 반도체도 유통업체 사이에서 재고가 어느 정도 채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지금이 최저점이며, 이제 반등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한다.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통상 재고 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기업 차원에서 어느 정도 그 수준을 맞추는 과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하락세의 마지막 단계라고 볼 수도 있다”면서 “부품 유통업체가 재고를 소진하는 시점에 맞춰 시장도 회복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시점이 언제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여전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경제분쟁 등 거시경제(매크로) 리스크 요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전문가는 “현 시장 상황 상 얼마나 재고를 빨리 소진하고 반등할 수 있을지는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 관계자도 “업계에서는 내년이나 2024년쯤에는 시장이 회복한다고 예측하지만, 시장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함부로 장담할 수 없다”며 “회사가 유연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