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3년 예산안을 편성한 가운데, 반도체 등 미래산업에 투입하는 예산을 늘리기로 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편, 반도체를 비롯한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 기조는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3년 예산안’ 관련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정부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자료: 기획재정부)

정부는 30일 국무회의를 통해 내년 예산안을 639조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예산안에 비해 5.2% 증가한 수치다. 6년만에 가장 낮은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24조원 상당의 지출을 줄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국민 부담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필요한 부분에 집중투자하기 위함이다.

세부적인 지출 조정 방안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정책을 살펴보면 크게 코로나19 관련 예산과 일자리 사업⋅창업지원 예산, 태양광⋅수소등 이전 정부에서 추진한 뉴딜관련 사업에서의 예산을 감액했다. 지역화폐와 중소기업 관련 예산도 낮췄다.

중소벤처기업부 예산의 경우 올해 대비 24.7% 가량 감소한 13조원5619억원으로 책정됐다. 벤처, 스타트업 육성 예산은 전년 대비 2조원넘게 줄었다. 정부에서 직접 주도하던 사업을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고, 공공부문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전략적으로 각 분야에 접근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등 미래 부문에 대한 예산 투자는 강화할 예정이다. 먼저 정부는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에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 반도체 인력양성 규모를 1만5000명에서 2만6000명으로 확대하고, 2031년까지 15만명의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내년 예산도 올해 1800억원에서 4500억원으로 증액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반도체 특성화학과를 확대하고 반도체 아카데미 신설 등 인재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첨단전략산업 투자 인센티브 강화와 자원안보 대응체계 구축도 추진하고자 한다. 정부는 인공지능과 지능형 메모리 반도체(Processing in Memory, PIM) 등 차세대 반도체와 팹리스, 패키징 등 부문 연구개발(R&D)에 39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더불어 생산라인을 고도화하고 반도체 실증 인프라 구축, 제품 개발⋅사업화를 위해 1700억원의 자금도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심화되고 반도체가 한 국가의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글로벌 공급망 대응을 위한 예산도 5000억원 가량 늘렸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핵심 산업 R&D에 2조3000억원을 투입하는 한편, 미래산업에 필요한 니켈⋅알루미늄 등 주요 소재 확대에도 57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반도체 외에도 정부는 원전, 양자, 우주, 첨단바이오 등 미래산업 기술에 4조9000억원을 투자하고, 탄소배출권 할당기업과 친환경 설비투자 등 녹색경제 기반 구축을 위해서도 3조4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미래에너지, 난치병 등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부문에도 4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정부가 반도체를 포함한 미래산업에 대한 예산을 늘리면서 전기전자 업계에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업계는 정부가 해당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반도체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고, 다른 국가에 비해 지원 규모가 적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520억달러(약 68조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을 진행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보다 한참 적은 1조원 가량을 집행하기로 했다”면서 “물론 적지 않은 금액을 지원한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하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투자 규모가 적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팹리스 기업은 현재 기술 개발과 더불어 고객 유치, 프로모션 등 사업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대부분 중소⋅중견기업이라 해당 비용을 오롯이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투자 또한 적극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제시한 인력 양성에 대한 한계점도 거론되고 있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인력 양성의 경우 자금만 투입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고,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원과 체계적인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며 “예산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인재양성 방안이 논의돼야 하겠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