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중국산 LFP배터리, 대세가 될 수 있나?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넓히면서, LFP 배터리가 대세가 될 것이란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LFP 배터리란 리튬, 인산, 철, 세 가지 원소로 구성된 배터리를 말한다. 국내에서 주로 생산하고 있는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성능은 낮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LFP 배터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LFP 배터리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이 LFP 배터리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중국 배터리 기업과 LFP 배터리가 시장에서 대세가 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들을 둘러싼 세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배터리 업체는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미국에서 인플레감축법(IRA)이 통과되면서 중국 업체가 차지할 수 있는 시장 범위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미국산 자동차 판매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에 미국 IRA 법안의 영향이 적고, 중국에 가해지는 제재도 덜하다.
그럼에도 유럽이 배터리 업체에 까다로운 친환경 조건을 충족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중국 기업이 현지에서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기에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LFP 배터리의 경쟁력은 낮은 가격에서 나오는데, 원료를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없으면 LFP 배터리는 시장 내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LFP 배터리 가격이 저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원료를 공급해 사용했기 때문이다. 원료를 조달하는 비용이 들지 않아 저렴한 가격에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배터리 재활용 측면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재활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유럽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유미코아(Umicore)의 마크 그린버그(Mark Grynberg) CEO는 “금속 값이 저렴할수록 재활용을 위해 투입해야 하는 비용은 높아진다”면서 “LFP 배터리도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재활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 유럽은 배터리 생산 시 재활용 소재 비중을 높이기 위한 법안을 제정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오는 2030년부터 유럽 내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은 니켈, 리튬 등 금속의 4%를 재활용 소재로 사용해야 한다. 이 말은 곧 LFP 배터리에도 재활용 소재를 탑재해야 함을 의미한다.
한 국내 배터리 시장 전문가는 “LFP 배터리가 재활용 측면에서는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열위에 있다”며 “금속 추출이 어려운 데다가 채산성도 나오지 않아 기존에 비해 강점이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미국 제재 영향이 덜하다 해도, 가격 부문에서의 메리트가 낮아지면 LFP 배터리는 장기적 관점에서 대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CATL이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도 LFP 배터리의 한계를 알고,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쩡위췬(Robin Zeng) CATL 회장은 27일(현지시각) 베이징에서 개최한 세계 신에너지 자동차 대회에서 M3P 기술을 공개했다. M3P 배터리는 기존 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삼원계 배터리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강점을 가진 배터리다. LFP 배터리에 비해 좀 더 고급화된 보급형 배터리라고 보면 된다.
CATL에 따르면 해당 배터리는 LFP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10~20% 가량 향상됐고, 니켈 코발트 기반 배터리에 비해 낮은 비용을 자랑한다. 다만 쩡위췬 회장은 해당 배터리에 어떤 금속이 사용되고, 언제부터 양산이 시작될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CATL은 지난 해 7월에 차세대 배터리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2023년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CATL은 지난 해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가성비를 중시한 배터리로, 리튬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에너지 밀도가 낮고 무겁기 때문에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