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여신전문금융업 진출, 네이버와 어떻게 다를까

쿠팡이 여신전문금융업에 본격 진출합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쿠팡파이낸셜은 지난 5일 할부금융업 등록을 완료했습니다. 쿠팡파이낸셜 법인 대표는 쿠팡 자체브랜드(PB) 전문 자회사 CPLB 신원 부사장이 맡았습니다. 쿠팡페이가 지분 100%를 가지는 구조로 쿠팡파이낸셜은 쿠팡의 손자회사인 셈입니다.

사실 쿠팡은 오랜 기간 금융업 진출을 준비해왔습니다. 지난 2019년 쿠팡파이낸셜 상표를 출원했을 때부터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아왔죠. 쿠팡은 올해 1월 ‘CFC 준비법인’을 설립, 7월 금융감독원에 여신전문금융업 등록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금융업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쿠팡이 등록 신청한 할부금융업은 등록제이기 때문에 쿠팡파이낸셜에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는 이상 8월 초 할부금융업 등록이 마무리될 예정이었습니다.

다만 쿠팡이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이 생소할 수 있습니다. 쿠팡의 DNA는 금융업이 아닌 커머스, 즉 물건을 파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이번 금융업 진출은 쿠팡이 커머스 사업을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어져야 할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국내에서 네이버와 겨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말이죠.

 

쿠팡이 왜 금융업에 진출할까 

쿠팡은 기존 직매입을 통해 상품을 판매했습니다. 새벽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상품을 자신의 창고로 들여야했죠. 쿠팡이 택배사업자가 아니었다는 점도 쿠팡이 상품을 직매입해야 하는 이유였습니다.

< 참고해보세요! 오픈마켓, 생존을 위한 셀러 확보 경쟁 > 

그러나 최근 쿠팡은 오픈마켓 사업인 마켓플레이스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마켓플레이스 확장을  위해서는 더욱 많은 사업자가 플랫폼 내에 입점해야하죠.

지금까지 쿠팡의 셀러 유인책은 1800만명에 달하는 높은 이용자수, 물류센터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자 셀러의 물류 부담을 덜어주는 제3자배송 서비스인 제트배송이었습니다. 제트배송이란 기존 직매입 상품에만 적용되었던 로켓배송 풀필먼트 서비스를 오픈마켓 사업자에게까지 확대한 서비스입니다. 타 사업자의 상품을 배송하기 위해서는 택배 운송사업자 자격이 필요했기에 지난해 1월 택배 사업자 자격을 재취득했죠. 쿠팡은 지난 2018년에 이미 사업자 자격을 받았지만 직매입 물량만 소화하기도 어려웠기에 일년 만에 자격을 반납한 바 있습니다.

셀러의 입장에서는 많은 이용자도, 물류서비스도 좋지만 결국 사업 자금이 필요합니다. 중소상공인 대부분은 영세합니다. 사회초년생이 온라인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아 금융 거래 기록이 적은 씬파일러(Thin Filer)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시적으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도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행한 ‘소상공인 금융실태 및 시사점’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기준 만기 1년 이하 개인사업자대출 비중은 69.8%에 이릅니다.

그러나 매출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이 제1금융권이나 은행에서 사업자 대출을 하는 일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제2금융권 이하에서 높은 금리로 자금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아마존, 네이버가 셀러를 상대로 대출 사업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우리한테 돈 빌려서 우리 플랫폼에 팔아라, 우리 플랫폼에서 상품을 팔면 기존 금융권보다 사업 자금을 싸게 대출해주겠다, 는거죠. 셀러가 계속 유입될 뿐 아니라 그들이 플랫폼 내에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대출까지 지원하겠다는 의미입니다.

< 참고해보세요! : 네이버파이낸셜, 온라인 사업자 전용 대출상품 내놨다 > 

오픈마켓 운영자들이 셀러를 상대로 대출 상품을 운영할 수 있는 이유는 플랫폼 내 판매∙구매 데이터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2011년부터 아마존 렌딩(Amazon Lending)을 통해 중소기업에게 자체 대출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또한 2020년부터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손잡았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아마존의 데이터를 자사 온라인 은행 마커스(Marcus)에서 최대 100만달러까지 대출이 가능한 대출상품을 내놓았습니다.

네이버는 2020년부터 소상공인을 상대로 대출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사업자의 매출을 추정할 수 있는 데이터를 은행에 제공해 대출 심사에 활용하게끔 합니다. 이를 통해 업력이 적은 사업자나 신용점수가 낮은 사업자도 대출이 가능하게 만들었죠.

업계에서는 쿠팡 또한 셀러 유치를 위해 자사 플랫폼 입점소상공인을 상대로 대출상품을 운영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쿠팡 관계자는 “할부금융 등 이커머스 관련 핵심 금융서비스를 기반으로 향후 중소상공인 등 이커머스 금융소비자의 수요에 특화된 새롭고 혁신적인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발전시킬 것”라며 “이제 막 등록한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상품 출시 계획은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쿠팡의 대출, 네이버와 어떻게 다를까

쿠팡, 네이버 두 기업 모두 셀러를 끌어들여 플랫폼 생태계를 활성화하고자 합니다.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온라인 공간 뿐 아니라 풀필먼트서비스, 셀러를 상대로 한 대출상품까지 플랫폼 생태계 내 셀러를 모시기 위한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두 기업의 대출사업 운영 방식은 다릅니다. 뭐든 스스로 하는 쿠팡의 DNA과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네이버의 DNA가 대출업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쿠팡파이낸셜은 처음부터 여신전문금융업을 등록해 대출상품을 직접 판매할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네이버에 비해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업계에서는 쿠팡 이용자수가 독보적인만큼 대출 상품에 대한 수요는 높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쿠팡파이낸셜은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을 시작으로 각종 금융사업으로 진출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반면 네이버파이낸셜는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 등록을 통해 은행 대출 상품을 중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합니다. 현재 네이버 플랫폼 내 온오프라인 사업자에게 대출상품을 제공 중입니다.

< 참고해보세요! :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업에 진출할까? >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낮은 금리에 대출상품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6월말부터 우리은행∙전북은행과 함께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사업자 대출’ 상품을 출시해 오프라인 사업자까지 고객의 범위를 넓혔습니다.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는 오프라인 소상공인이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플랫폼에 자신의 가게를 등록하고 예약∙주문∙네이버페이 결제 등을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또한 네이버 파이낸셜은 올해 안에 ‘사업자대출 비교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