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을 기업 전략과 경쟁 구도, 시장 배경과 엮어서 설명합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이 매일같이 쏟아지지만 익숙하지 않다 보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각 기업의 전략과 성장 배경을 알면 왜 그 제품을 출시했는지, 회사의 전략과 특성은 어떤지 엿볼 수 있습니다. 더 넓게는 시장 상황과 전망을 살펴볼 수도 있죠. 하나씩 함께 파고 들어가보면 언젠가 어려웠던 기술 회사 이야기가 친근하게 다가올 거예요.

반도체 시장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파운드리는 제법 익숙해진 단어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파운드리는 반도체 위탁 생산공장을 말합니다. 삼성전자 주주총회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파운드리 수율과 3나노 도입 여부에 대해 질문을 했죠. 또 언론과 대중은 삼성 파운드리와 TSMC와의 경쟁에 대해 주목하고 있기도 하고요. 국회의원과 각 부처 관계자도 반도체 강의를 듣고, 파운드리를 비롯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이 크게 활성화한 이후, 대중은 파운드리를 친숙하게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 가운데 삼성전자가 3나노 GAA 공정 양산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다음주 중에는 3나노 양산 소식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이번 인사이드 반도체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3나노 양산 소식이 나오기 전에 얼른, 알아보도록 합니다.

삼성전자 평택공장 2라인 전경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걸어온 길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처음 공식적으로 밝힌 시점은 2005년입니다. 당시 파운드리 사업은 시스템반도체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시스템LSI사업부에 소속돼 있었는데요, 이후 삼성전자는 2017년 파운드리를 별도의 사업부로 분리했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삼성전자는 본격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키워 나가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 경영진단을 실시하는 등 사업 강화를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일에는 때 아닌 반도체 사업부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죠. 그만큼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처음부터 파운드리 사업을 적극적으로 했던 것은 아닙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초창기에, 이 회사를 바라보던 업계 인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시작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TSMC는 처음부터 대만 반도체 산업 활성화에 파운드리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설립된 기업입니다. 모리스 창(Morris Chang) TSMC 설립자는 과거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를 비롯한 미국 반도체 기업 임원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대만 정부는 모리스 창 설립자에게 “대만 반도체 산업 진흥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요청을 들은 모리스 창 설립자는 1985년 대만으로 귀국했죠.

이후 대만 반도체 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임무를 받은 모리스 창 설립자는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세계적으로 반도체 위탁생산을 대신 해줄 업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모리스 창 설립자는 TSMC를 창업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대만 반도체 산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인식 하에 설립된 것이죠.

반면 국내 반도체 업계는 파운드리 사업에 대해 ‘하도급 사업’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1990년대에 메모리 사업에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었고, 일본 반도체 기업을 꺾으면서 메모리 강자로 자리잡아 가고 있던 찰나였거든요. 그런데 다른 기업의 하청 역할을 해야 한다니,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일종의 자존심을 지켜야 했던 것이지요. 2005년 전에도 삼성전자는 일부 파운드리 사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사실을 애써 공개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추후 단순히 메모리 강자에 머무르지 않고 반도체 강자로 성장하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2005년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공식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손을 뻗었다고 발표한 이후, 삼성전자는 퀄컴, 엔비디아 등 글로벌 주요 팹리스 기업을 고객사로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지속해서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한 삼성전자는 지금의 파운드리 업체 2위 타이틀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미세공정 주력한 삼성전자, 이유는?

성장 배경은 다르지만, TSMC와 삼성전자는 현 시점에서 파운드리 시장 1,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TSMC는 53.6%, 삼성전자는 16.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면서 각각 1, 2위를 차지했죠. 현 시점에서 7나노 미만 공정을 구현할 수 있는 파운드리 기업이 유일하게 TSMC와 삼성전자이기도 하죠.

TSMC와 삼성전자 모두 7나노 미만 공정을 구현하지만, 두 기업이 다루는 공정 범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TSMC는 미세 공정뿐만 아니라 레거시 공정 부문도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가 다루고 있는 공정은 대부분 미세 공정에 집중돼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TSMC는 3마이크로미터(㎛, 1000나노미터 단위) 반도체부터 생산이 가능하지만, 삼성전자는 65나노미터부터 생산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미세공정에 주력하는 이유는 TSMC와의 경쟁력 격차를 만회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는 삼성전자에 비해 업력도 길고 에코시스템과 고객사도 탄탄하게 확보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로 인한 격차를 만회하고자 노력해야 하는데, 그 일환으로 미세공정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가격 경쟁력 확보도 삼성전자가 미세공정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반도체 회로를 미세하게 그릴수록 웨이퍼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요, 이는 곧 원가 절감과 전력 효율성 증대로 이어지거든요. 앞서 언급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 기술은 결국 미세공정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가 7나노 미만의 미세공정을 시작한 것도 삼성전자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초격차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은 어느 정도 시장에서 먹히는 분위기입니다. 시장점유율이나 에코시스템, 고객사 유치 현황 등을 살펴보면 TSMC가 삼성전자보다 많이 앞서 있습니다. 그럼에도 삼성 파운드리에 대한 러브콜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것은 두 기업만이 7나노 미만 공정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TSMC를 찾는 기업은 언제나 많습니다. 앞서 언급한 이유로 많은 팹리스 기업이 TSMC에 위탁생산을 맡기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파운드리 수급난이 발생하면 TSMC의 공정 생산라인 주문도 가득 차게 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팹리스 기업은 삼성 파운드리에도 생산을 맡겨 물량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자 합니다. 또한, 반도체 공급망이 불안정해지면서 TSMC와 삼성 파운드리를 병행해서 사용하는 곳도 적지 않고요.

한 글로벌 주요 팹리스 관계자는 “하나의 파운드리에만 위탁생산을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며 “당분간은 TSMC와 삼성 파운드리를 모두 사용하는 듀얼라인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나노 공정에 팔을 걷어 붙였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나름의 돌파구를 찾았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3나노 준비하는 삼성, 앞으로는?

삼성전자는 현재 3나노 공정 양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 3나노 양산 발표를 진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죠.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으나, 3나노 GAA 공정 양산 일정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가 3나노 GAA 공정 양산을 2022년 상반기 내에 진행한다고 했으니, 상반기가 끝나는 7월 전에는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되면 세계 최초로 3나노 GAA 공정을 삼성전자가 구현하는 것이 됩니다.

다만 도입과 별개로 추후 경쟁력은 파운드리 수율에 달릴 것으로 보입니다. 트렌드포스는 “주요 파운드리 기업 중 삼성전자의 매출이 유일하게 감소했는데, 4나노 생산확대와 수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삼성전자 관계자는 “3나노 수율에 대한 지적도 계속 나왔으나, 4나노 수율을 끌어올린 것처럼 지속해서 끌어올려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TSMC는 파운드리 사업만 하고 있기 때문에 팹리스 기업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지만,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기 때문에 팹리스 기업이 위탁생산을 맡기기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분사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를 분사할 계획이 아직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매출 대부분이 메모리에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하게 된다면 일종의 꼬리 자르기가 될 수 있다”며 “단시간 내에 파운드리를 분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당분간은 지금과 같은 형태로 사업을 영위할 예정입니다.

당분간 삼성전자는 지금과 같은 사업 구조를 유지하면서 파운드리 사업을 영위해 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노드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주에 3나노 공정 양산 소식이 정말로 나올 지, 삼성전자가 로드맵대로 잘 갈 수 있을 지 한 번 같이 지켜보자구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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